아무 생각 없는 발걸음, 난 도저히 출처를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무작정 거리를 걷고 또 걷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며 여러 가지 욕망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인간들의 모습이 몇 번이나 눈에 들어왔지만 왠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뭔가 부족한 듯한 허전한 마음, 지금까지도 미미하게나마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처럼 그 느낌이 크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도시 안을 별 생각없이 헤매던 난 어느 작은 보석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평소 같았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초라한 보석점이었지만 왠지 모를 끌림을 따라 보석점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쿨럭, 쿨럭."
가게로 들어가자 가게 안에서는 탁한 노인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 한명만 구석에 앉아 있을 뿐, 다른 사람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노인은 날 슬쩍 곁눈으로 보더니 그냥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이런 도시에서 보석상을 하며 경비졍도 안 세워 두는가하는 의문이 순간 떠올랐지만 진열된 물건들을 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게에서 나오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려하는 순간 어떤 반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백금에 연하늘 빛의 사파이어가 박혀 있는 한쌍의 반지, 정교하지만 화려하지 않았고 무엇인가 고결한 느낌이 드는 세공. 그 반지를 보는 순간, 난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름을 느꼈다. 그녀와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은 반지.
"이거 얼마지?"
내가 가격을 묻자 주인은 한참동안이나 날 살펴보더니, 천천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에게 돈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짜피 빈몸으로 죄 많은 이곳을 떠날 것인데, 그냥 당신께 선물로 드리지요. 단지 나쁜 곳에만 쓰지 마십시오."
노인은 자신의 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한 뒤, 의자에 몸을 기댄체 눈을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었다. 난 그 노인의 행동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것보다는 반지를 향한 관심이 더욱더 컸기에 노인의 행동을 무시했다. 난 그 진열되어있던 반지 둘 중 하나는 내 손가락에 끼우고 나머지는 작은 주머니에 담아들고 나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무엇인가에 이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 오늘의 움직임은 꼭 그러했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수천년간의 삶 중에서 이처럼 나 다운적도 없었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퓨얼니스가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어두칙칙한 도시의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흰빛으로 빛나는 건물 주위로 맑은 연녹빛의 나무들이 무성한 그들의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꼭 이 도시에서 저 곳에만 햇빛이 닿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도시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난 집 앞으로 다가가 닫혀진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문이 열리며 그녀와 닮은 작은 여자애 한 명이 고개를 쑥 내밀었다.
"저희 집에는 무슨일이세요?"
꼬마는 조금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말을 했다. 이런 도시에 살며, 누군가를 경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테니. 오히려 이렇게 쉽게 문을 열어주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엘 양께 베른이 왔다고 전해줄 수 있겠나?"
그 여자애는 잠시 날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살펴보더니 곧 집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깨끗한 흰색의 옷에 연파란색 머리띠를 두른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날 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인 다음, 조금 수줍음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베른씨."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왠지 비어있던 마음 한 구석이 꼭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기분, 난 이 색다른 느낌에 어색함을 느끼며 그너에게 답을 하였다.
"네, 아니엘 양. 전에 받은 손수건 잘 쓰고 있습니다. 아니엘 양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내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더욱더 붉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저으며, 내게 여전히 수줍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제 실력이 아직 많이 모자라 베른씨께서 비웃으시지는 않으셨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너무나 깨끗한 그녀를 보고 있음에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난 참고 그녀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제 생애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니엘 양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받아 주시겠습니까?"
난 어울리지도 않게 더듬거리며 두서없이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에요. 베른씨. 하찮은 선물이었을 뿐인데, 선물이라뇨?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으세요."
그녀는 여전히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손을 저었다. 하지만 난 그런 그녀의 한쪽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허락도 받지 않고 그냥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에 끼워 주었다. 그녀의 부드럽고 하얀 손과 연하늘 빛 사파이어 반지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내가 가진 그 어느 보석보다도 그녀의 손에 있는 반지가 훨씬 더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거 정말 저 주시는 거에요? 전 베른씨께 아무 것도 해드린게 없는데...."
갑작스런 내 행동에 당황해하던 그녀는 내가 끼워준 반지를 한참이나 보더니 너무나 소중한 것을 만지는 듯한 손길로 조심스럽게 반지를 만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난 그 어떤 쾌락을 접했을 때 보다도 더 큰 기쁨이 느껴지듯 했다. 그녀를 만나게 해 준 그 누군가에 대해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 존재가 설혹 신일지라도.
얼마나 걸었을까? 도시 안을 별 생각없이 헤매던 난 어느 작은 보석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평소 같았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초라한 보석점이었지만 왠지 모를 끌림을 따라 보석점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쿨럭, 쿨럭."
가게로 들어가자 가게 안에서는 탁한 노인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가게 안을 둘러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 한명만 구석에 앉아 있을 뿐, 다른 사람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노인은 날 슬쩍 곁눈으로 보더니 그냥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이런 도시에서 보석상을 하며 경비졍도 안 세워 두는가하는 의문이 순간 떠올랐지만 진열된 물건들을 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게에서 나오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려하는 순간 어떤 반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백금에 연하늘 빛의 사파이어가 박혀 있는 한쌍의 반지, 정교하지만 화려하지 않았고 무엇인가 고결한 느낌이 드는 세공. 그 반지를 보는 순간, 난 그녀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름을 느꼈다. 그녀와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은 반지.
"이거 얼마지?"
내가 가격을 묻자 주인은 한참동안이나 날 살펴보더니, 천천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에게 돈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짜피 빈몸으로 죄 많은 이곳을 떠날 것인데, 그냥 당신께 선물로 드리지요. 단지 나쁜 곳에만 쓰지 마십시오."
노인은 자신의 탁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한 뒤, 의자에 몸을 기댄체 눈을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었다. 난 그 노인의 행동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것보다는 반지를 향한 관심이 더욱더 컸기에 노인의 행동을 무시했다. 난 그 진열되어있던 반지 둘 중 하나는 내 손가락에 끼우고 나머지는 작은 주머니에 담아들고 나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무엇인가에 이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 오늘의 움직임은 꼭 그러했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수천년간의 삶 중에서 이처럼 나 다운적도 없었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퓨얼니스가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어두칙칙한 도시의 분위기와는 다른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흰빛으로 빛나는 건물 주위로 맑은 연녹빛의 나무들이 무성한 그들의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꼭 이 도시에서 저 곳에만 햇빛이 닿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도시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난 집 앞으로 다가가 닫혀진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르고 문이 열리며 그녀와 닮은 작은 여자애 한 명이 고개를 쑥 내밀었다.
"저희 집에는 무슨일이세요?"
꼬마는 조금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말을 했다. 이런 도시에 살며, 누군가를 경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테니. 오히려 이렇게 쉽게 문을 열어주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엘 양께 베른이 왔다고 전해줄 수 있겠나?"
그 여자애는 잠시 날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살펴보더니 곧 집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깨끗한 흰색의 옷에 연파란색 머리띠를 두른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날 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인 다음, 조금 수줍음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베른씨."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왠지 비어있던 마음 한 구석이 꼭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기분, 난 이 색다른 느낌에 어색함을 느끼며 그너에게 답을 하였다.
"네, 아니엘 양. 전에 받은 손수건 잘 쓰고 있습니다. 아니엘 양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내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더욱더 붉게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저으며, 내게 여전히 수줍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제 실력이 아직 많이 모자라 베른씨께서 비웃으시지는 않으셨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너무나 깨끗한 그녀를 보고 있음에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난 참고 그녀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제 생애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니엘 양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받아 주시겠습니까?"
난 어울리지도 않게 더듬거리며 두서없이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에요. 베른씨. 하찮은 선물이었을 뿐인데, 선물이라뇨?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으세요."
그녀는 여전히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손을 저었다. 하지만 난 그런 그녀의 한쪽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허락도 받지 않고 그냥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에 끼워 주었다. 그녀의 부드럽고 하얀 손과 연하늘 빛 사파이어 반지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내가 가진 그 어느 보석보다도 그녀의 손에 있는 반지가 훨씬 더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거 정말 저 주시는 거에요? 전 베른씨께 아무 것도 해드린게 없는데...."
갑작스런 내 행동에 당황해하던 그녀는 내가 끼워준 반지를 한참이나 보더니 너무나 소중한 것을 만지는 듯한 손길로 조심스럽게 반지를 만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난 그 어떤 쾌락을 접했을 때 보다도 더 큰 기쁨이 느껴지듯 했다. 그녀를 만나게 해 준 그 누군가에 대해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 존재가 설혹 신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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