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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내가 그 구절을 읽는 순간 성경에서  성스러운 빛이 쏟아져 나오며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왠지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 난 성경을 한손에 든체 일어서서 위키를 쳐다보았다. 위키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양손에 급하게 암흑 기운을 모우더니 나를 향해 쏘아보냈다. 난 그런 위키를 한번 쳐다본 뒤, 천천히 성경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나의 대적, 나의 원수된 행악자가 내 살을 먹으려고 내게로 왔다가 실족하여 넘어졌도다."

분명 비유적인 표현으로 쓰여졌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상황에 너무나도 들어 맞는 구절이었다. 원수인 악마가 실제로 나란 존재를 먹으려고 하는 상황이니.

그런데 나를 향해 뻗어오던 위키의 검은 빛 기운은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흰빛의 신성한 기운에 부딪히더니 그냥 사라져 버렸다. 당혹스러워하는 위키의 표정, 위키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내가 월등히 강했지만 지금은 위키가 마음만 먹는다면 오히려 내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 뿐. 하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본능적인 공포, 위키가 느끼고 있는 것은 그 것이었으니까.

"어떻게...베른...당...신에게서...그런...신성력이..."

위키는 당황했는지 더듬거리며 말을했다. 내가 아니라 성경에서겠지. 난 위키의 말을 무시하고 그 다음을 빛나는 구절을 읽어 나갔다. 지금 이 기세를 타고 확실히 위키를 밀어붙여야 했다. 공포를 느끼는 듯한 위키의 표정, 내가 백여년간 같이 지내면서 위키의 뼛속까지 세겨놓았던 공포, 아마 그것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었다. 아무리 악마에게였다지만 나도 못할짓을 많이 했군.

"내 생명을 내 대적의 뜻에 맡기지 마소서, 위증자와 악을 토하는 자가 일어나 나를 치려함이니이다."

내가 천천히 위키에게로 다가가자 위키는 귀를 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위키...

"무서워! 싫어! 싫다구!"

다른 고위 악마였다면 통하지 않았을텐데, 위키란 존재에 대해서는 지금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위키를 버리던 그 당시에 몰랐던 것이 문제였지만. 난 위키에게서 반보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갔다. 그러자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위키.

"너희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능력을 여호와께 돌리고 돌릴찌어다."

"싫어!싫다구!"

내 손이 위키의 등에 닫자 위키는 괴로움 비명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마을에서 느껴지던 칙칙한 기운과 결계 역시 그녀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하계로 돌아간 것일테지. 난 성경을 욺켜진체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왠지 후환을 남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상황에서는 위키에게 먹히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다. 그나저나 내가 신성력을 이용해서 악마를 물리치다니. 그다지 좋은일을 한적도 없는 내게 신께서는 이런 귀중한 능력을 가진 물건을 주셔도 되는걸까?

난 손에 쥔 성경을 쳐다보았다. 다시 그냥 신성력이 느껴질 뿐인 책으로 돌아가버린 이 성경에 그런 굉장한 힘이 숨겨져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성경구절을 잘 모르는 나를 위해 저절로 펼쳐지기까지 하다니, 이 것 역시 신께서 배려해 주신걸까?

하지만 위키가 아니었다면 몸을 지키는 수준에서 끝이 날 것 같다. 위키같은 경우에는 나에대한 공포의 감정이 떠오르는 것 때문에 항성력이 마비되어버린 것 같다. 위키 수준의 다른 악마 였다면 내가 공격을 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겠지.  

남아 있는 힘을 짜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브리쪽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 천사들이란, 내가 그렇게 오지말고 도망쳐라고 했는데도, 그리고 그렇게 구박을 했음에도 내게 왔다. 그래도 고마웠다. 내가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몇번이나 내 생명을 구해줬으니까. 아무런 대가 없는 헌신, 아무리 수호천사의 의무라고 했지만 천사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으니. 악마가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천사역시 마찮가지일 것이다. 내 검을 브리의 목에 대었을 때 브리가 떨던 모습이 그 사실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악마의 기운이 가득한 이 곳을 향해 올 생각을 하다니. 정말, 고맙다는 감정과 내 말을 듣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 스러운 감정이 섞여 묘한 감정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브리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난 바닥에 쓰러져있는 브리를 날개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여관이 있을 듯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무게, 정신체인 천사이지만 현실세계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약간이나마 물질화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뭐 인간들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새털같이 가볍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가벼웠지만.

마음같아서는 이 마을에서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내 몸상태나 브리를 보아서도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다. 꼭 자는 듯한 브리의 편안한 표정, 크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천사들이 내적으로 피해를 크게 입으면 몸이 전체적으로 희미해진다고 했었는데 브리에게서 그런 증상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아저씨! 아저씨!"

멀리서 아까 그 꼬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치지 않고 아까 나하고 헤어졌던 그 곳에서 그대로 있었던 듯한데, 그래도 인간치고는 꽤 용기 있는 꼬마였다. 보통의 아이들이었다면 마녀가 자신의 형을 그렇게 처참하게 죽이는 모습을 본 뒤에는 마음이 무너져 버렸을 텐데, 게다가 내가 마법에 걸려 끌려가는 것을 본 뒤에는 말할 필요도 없이 그 곳에 도망쳐 버렸을  것이다.

"아저씨! 무사하셨군요! 마녀한테 도망치신 거에요?"

내게 달려온 꼬마는 기쁜 표정으로 말을 했다.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해줄 존재가 한 명 더 있었다.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군.

"이제 사람이 죽는 일은 없을 거야. 마녀는 도망쳤다."

내말을 들은 꼬마가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놀랄만도 하지, 나 스스로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을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정말이에요? 아저씨? 아저씨가 마녀를 물리치신거에요?"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데 꼬마는 웃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헛, 저렇게고 울수도 있는걸까? 어디서 들어본적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아주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린다고, 쩝 인간이 그냥 기뻐하는 모습조차 본 적도 거의 없었는데, 하긴 악마가 인간이 기뻐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는게 더 이상하겠지.

"여관이 어디지? 좀 쉬고 싶은데."

꼬마는 여전히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옷자락으로 씩 딲으며 자신을 따라 오란 손짓을 했다. 쩝, 꼬마의 그런 모습을 보니 꼬마의 지금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난 짧게 한숨을 쉬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브리를 안은체 꼬마를 따라 여관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나저나 정말 피곤하다.

"아저씨 그런데 아저씨가 안고 있는 그 누나는 누구에요?"

꼬마가 내가 안고 있는 브리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천....아니, 친구...너 이 여자가 보이니?"

꼬마는 내말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원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아, 정신을 잃은데다 워낙 신성력이 떨어진 상태라서 그런 것 같다. 나중에 브리가 일어나면 물어봐야 되겠다. 그런데 날개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가? 난 궁금함에 브리를 유심히 쳐다보니 전보다 날개가 꽤 희미해져 있었다. 훔, 신전같은 곳에 대려가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 마을에는 신전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악마였을 때의 힘이 남아있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됬을텐데란 아쉬움이 들었지만.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인간인 까닭에 악마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많은 것을 느껴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 뿐이라는 바로 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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