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할한 들판, 한동안 계속되던 숲이 끝이나고 푸른빛 풀들로 덮인 목초지대가 나왔다. 인간 세상이 이렇게 다양한 곳이었나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며칠간의 여행은 내게 새로운 수천년간 겪어보지 못했던 여러가지 새로운 느낌을 많이 안겨주고 있었다. 악마였을 때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많은 인간의 감각들, 그 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그런 사소한 자극에도 왠지 마음이 쓰였다. 향긋한 꽃내음이나,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상쾌한 바람, 그리고 저녁의 아름다운 석양은 내가 왜 이런 것을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베른씨, 훙. 다리가 아파요."
결국 이놈의 천사가 사건을 일으키는군. 신성력이 약해진 까닭에 인간처럼 물질화가 되어버린 브리는 여러가지 사소한 일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도 처음 인간이 되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느꼈기에 저 심정을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수호천사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호천사를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으니...
"나도 쉬었으면 좋겠지만.... 브리. 오늘 안으로 마을에 도착을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 조금 참고 걸어."
난 어느정도 적응이 되서 그런지, 이제 피로란 느낌도 그런데로 참을 수 있었지만 브리는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정신체였을 때보다 물질화가 되면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더 크다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그 것 때문에, 나나 브리나 더 힘든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베른씨, 훙, 더이상 못 걷겠어요."
한동안 간신히 걸음을 옮기던 브리가 결국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정말...힘들기는 나역시 마찮가지인데. 이래서 천사들이란...그러고보니 어제 보았던 그 에이프리란 녀석은 타락천사 치고는 인간 세상에 적응을 상당히 잘하고 있는 편인 것 같다. 조금 인간의 영향을 받았지만 최소한 천사고유의 선한 기운은 그다지 잃지 않고 있는 듯 했으니까. 검은빛이 아닌 회색빛 날개가 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난 바닥에 주저앉은 브리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기회에 그냥 내게서 그냥 떨어 뜨려 놓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저정도 외모면 인간세상을 살아가는데도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테니까. 그리고 조금이나마 신성력도 남아 있으니,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항상 의식하고 있는 점이지만 내 옆에 있다가는 언제 어떻게 소멸되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베른씨, 흑흑. 혼자 가지 마세요. 흑"
브리의 우는 목소리, 난 짧게 한숨을 쉰 뒤에 브리를 향해 다시 돌아서서 걸어갔다. 결국 두고 갈 수는 없는 것인가?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정말, 내가 천사를 등에 엎고 다니게 될 줄은 이전에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인간이 된 뒤에 너무 정신적인 면에서 약해진 것 같다. 악마였을 때라면, 이런 일에는 꿈적도 하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브리가 죽어가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냥 갔을지도 모르겠다.
"업혀."
"흑...네..흑"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브리, 이 울보 천사는 정말 울지 않는 때가 없다니까...훗, 아니엘 그녀도 눈물이 많았었는데, 그녀역시 정말 사소한 일에도 울곤 했었다. 그리움...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간절하게 들었다.
브리는 조심스럽게 내 등에 업혔다. 그다지 무겁지는 않은 몸, 전에도 느꼈던 점이지만 브리는 물질화가 된 상태라도 가벼웠다. 휴...그냥 다음마을에서는 말이라도 하나 살까하는 생각도 든다. 브리고 계속 걷는 것도 힘들고...뭐 브리가 말을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되면 내가 안고 태워도 되니까.
마을의 기운이 조금씩 가까워 지는 것을 볼 때, 다행히도 저녁무렵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브리가 업히고 난 뒤에 오히려 걷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 하긴 날개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의 브리의 걸음걸이는...거의 어린애 수준이었으니까. 내가 생각해 본 것으로는 천사들은 걸음을 옮길 때도 새들처럼 날개에 많이 의존을 하는 것 같다. 중심을 잡는다거나 할 때...아니라면 브리가 그렇게 어색하게 걷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베른씨, 힘들지 않으세요?"
당연히 힘들지...솔직히 나역시 인간인 상태에 완전히 적응이 된 것이 아니니까. 게다가 가볍다고 해도 추가로 브리의 무게까지 얹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보통 인간보다는 내 신체적 능력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다지 버티기 힘들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런데로 버틸만해."
브리의 머리가 등에 얹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업혀있는 자세에서 계속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이 힘들었기 때문인 것같다. 내게 업혀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브리는 행동 하나하나에 상당히 조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는 별 상관이 없는데.
"미안해요. 베른씨. 수호천사 주제에 도움도 못드리고 폐만끼쳐서."
정말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이 된 뒤에 마음이 약해진 까닭도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아니엘 그녀처럼, 왠지 내가 지켜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니까. 생각해보니 문제있는 수호천사라니까. 지켜줘야할 대상이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다니...
"알고 있으니 다행이군."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악마였을 때의 영향인지 브리에게 그다지 좋은 어조의 말투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항상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도록 연기를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인간이 된 뒤에까지 내 자신을 속인다는 것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베른씨, 저...그런데...베른씨께서 사랑하시는 그 여자분이 어떤 분이신지 혹시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으세요?"
브리가 이번에도 역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 느껴졌다. 브리도 궁금했던 것일까? 그녀에 대해서...그러고보니, 브리에게 그녀에 대해서 특별히 말을 꺼낸적이 없는 것 같다. 하긴 그럴 필요성도 없었고...하지만 브리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어제 그 옷 사건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하고, 브리에게 또 미안한 감정이 느껴졌다. 별 중요한 일도 아닌데...브리에게 상처를 남긴 듯 하니까. 누군가에 배려...정말 인간이된 며칠동안 느끼는 점이지만 내게는 익숙치 않은 행동이었다.
"그녀의 이름은..아니엘. 녹색의 머릿결에 왠지 주위를 밝게 만들어 주는 그런 느낌의 여자다 . 너무나도 깨끗해서, 악마였던 내가 곁에 있는 것 조차 죄스럽게 만들던 그런...어떻게 보면 천사보다도 더 성스럽다는 느낌이 들정도였어. 그리고... 브리, 네 머리색과 비슷한 연파랑색을 무척이나 좋아했지....."
"베른씨, 훙. 다리가 아파요."
결국 이놈의 천사가 사건을 일으키는군. 신성력이 약해진 까닭에 인간처럼 물질화가 되어버린 브리는 여러가지 사소한 일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도 처음 인간이 되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느꼈기에 저 심정을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수호천사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수호천사를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으니...
"나도 쉬었으면 좋겠지만.... 브리. 오늘 안으로 마을에 도착을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 조금 참고 걸어."
난 어느정도 적응이 되서 그런지, 이제 피로란 느낌도 그런데로 참을 수 있었지만 브리는 그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정신체였을 때보다 물질화가 되면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더 크다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그 것 때문에, 나나 브리나 더 힘든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베른씨, 훙, 더이상 못 걷겠어요."
한동안 간신히 걸음을 옮기던 브리가 결국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정말...힘들기는 나역시 마찮가지인데. 이래서 천사들이란...그러고보니 어제 보았던 그 에이프리란 녀석은 타락천사 치고는 인간 세상에 적응을 상당히 잘하고 있는 편인 것 같다. 조금 인간의 영향을 받았지만 최소한 천사고유의 선한 기운은 그다지 잃지 않고 있는 듯 했으니까. 검은빛이 아닌 회색빛 날개가 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난 바닥에 주저앉은 브리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 기회에 그냥 내게서 그냥 떨어 뜨려 놓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저정도 외모면 인간세상을 살아가는데도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테니까. 그리고 조금이나마 신성력도 남아 있으니,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항상 의식하고 있는 점이지만 내 옆에 있다가는 언제 어떻게 소멸되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베른씨, 흑흑. 혼자 가지 마세요. 흑"
브리의 우는 목소리, 난 짧게 한숨을 쉰 뒤에 브리를 향해 다시 돌아서서 걸어갔다. 결국 두고 갈 수는 없는 것인가?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정말, 내가 천사를 등에 엎고 다니게 될 줄은 이전에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인간이 된 뒤에 너무 정신적인 면에서 약해진 것 같다. 악마였을 때라면, 이런 일에는 꿈적도 하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브리가 죽어가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냥 갔을지도 모르겠다.
"업혀."
"흑...네..흑"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브리, 이 울보 천사는 정말 울지 않는 때가 없다니까...훗, 아니엘 그녀도 눈물이 많았었는데, 그녀역시 정말 사소한 일에도 울곤 했었다. 그리움...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간절하게 들었다.
브리는 조심스럽게 내 등에 업혔다. 그다지 무겁지는 않은 몸, 전에도 느꼈던 점이지만 브리는 물질화가 된 상태라도 가벼웠다. 휴...그냥 다음마을에서는 말이라도 하나 살까하는 생각도 든다. 브리고 계속 걷는 것도 힘들고...뭐 브리가 말을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되면 내가 안고 태워도 되니까.
마을의 기운이 조금씩 가까워 지는 것을 볼 때, 다행히도 저녁무렵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브리가 업히고 난 뒤에 오히려 걷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 하긴 날개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의 브리의 걸음걸이는...거의 어린애 수준이었으니까. 내가 생각해 본 것으로는 천사들은 걸음을 옮길 때도 새들처럼 날개에 많이 의존을 하는 것 같다. 중심을 잡는다거나 할 때...아니라면 브리가 그렇게 어색하게 걷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베른씨, 힘들지 않으세요?"
당연히 힘들지...솔직히 나역시 인간인 상태에 완전히 적응이 된 것이 아니니까. 게다가 가볍다고 해도 추가로 브리의 무게까지 얹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보통 인간보다는 내 신체적 능력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다지 버티기 힘들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런데로 버틸만해."
브리의 머리가 등에 얹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업혀있는 자세에서 계속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이 힘들었기 때문인 것같다. 내게 업혀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브리는 행동 하나하나에 상당히 조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스스로는 별 상관이 없는데.
"미안해요. 베른씨. 수호천사 주제에 도움도 못드리고 폐만끼쳐서."
정말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인간이 된 뒤에 마음이 약해진 까닭도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아니엘 그녀처럼, 왠지 내가 지켜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니까. 생각해보니 문제있는 수호천사라니까. 지켜줘야할 대상이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다니...
"알고 있으니 다행이군."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악마였을 때의 영향인지 브리에게 그다지 좋은 어조의 말투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항상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하도록 연기를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인간이 된 뒤에까지 내 자신을 속인다는 것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베른씨, 저...그런데...베른씨께서 사랑하시는 그 여자분이 어떤 분이신지 혹시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으세요?"
브리가 이번에도 역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 느껴졌다. 브리도 궁금했던 것일까? 그녀에 대해서...그러고보니, 브리에게 그녀에 대해서 특별히 말을 꺼낸적이 없는 것 같다. 하긴 그럴 필요성도 없었고...하지만 브리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어제 그 옷 사건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하고, 브리에게 또 미안한 감정이 느껴졌다. 별 중요한 일도 아닌데...브리에게 상처를 남긴 듯 하니까. 누군가에 배려...정말 인간이된 며칠동안 느끼는 점이지만 내게는 익숙치 않은 행동이었다.
"그녀의 이름은..아니엘. 녹색의 머릿결에 왠지 주위를 밝게 만들어 주는 그런 느낌의 여자다 . 너무나도 깨끗해서, 악마였던 내가 곁에 있는 것 조차 죄스럽게 만들던 그런...어떻게 보면 천사보다도 더 성스럽다는 느낌이 들정도였어. 그리고... 브리, 네 머리색과 비슷한 연파랑색을 무척이나 좋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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