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씨, 무슨 걱정하는 일이 있어요?"
브리는 내 앞으로 돌아서서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했다. 브리의 목소리에 난 생각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곳에 집중을 한 까닭인지 길 한가운데에서 내가 가만히 서있었던 것이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난 브리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신전쪽을 향해 걸음을 빨리했다. 그래, 빨리 그녀에게 가야 한다. 인간들은 종종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자신이 가야할 목표점을 잃어 버린체, 인생이란 드넓은 바다를 헤매다가 타락하고 악마들에게 영혼을 먹히거나 지옥의 업화에 휩싸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것일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절대로, 내가 관련된 일이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녀와 관련된 일이다.
신전에 도착한 뒤에 난 조심스럽게 신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정식으로된 신전에 들어와 보는 것인데,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전에 들어선 나를 향해, 젊은 사제 한명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제라, 예전같았으면 피해버렸겠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통행증을 발급 받으려고 왔습니다."
난 사제를 향해 정확하게 이야기를 했다. 신께서 이번에도 신경을 써주셨다면 이 정도만으로 이야기를 해도 통할 것이고, 아니라면 전직악마에게 신전에서 통행증을 발급해주는 일 같은 것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봉변을 당하기 전에 일찍 포기를 하고 나오는 것이 좋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 사제는 별말을 하지 않고 신전의 예배당 가에 있는 문을 통해 어딘가로 걸아가버렸다. 난 예배당 제일 끝줄에 있는 긴의자에 앉아서 신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저 앞의 단상의 가운데에 걸려있는 커다란 십자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희생을 했다던 그리스도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을 상징하기도 했고.
다른 악마녀석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인간을 타락시키기가 힘들어졌다고 그리스도를 증오했지만 난 전에도 그런 생각보다는 왠지 그리스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갔다. 다른 존재의 죄를 대신해서라. 내 나이가 막 1000살을 넘었을 무렵,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에 나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신의 경전을 읽었다. 다른 악마들은 나를 향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쓸데없이 깨끗한 도화지를 더럽히는 변태적인 일에 수천년을 보내는 녀석들 보다는 최소한 내가 낮다고 생각했으니까. 신의경전을 엄청난 고통 끝에 다 읽은 뒤 많은 생각을 했다. 악마주제에 사색이라, 역시 어울리지 않았지만 인간의 사춘기와 비슷한 감정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잊어버리고, 성경은 방한 구석에 버려둔체 수천년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를 만난 뒤에 그 사실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렸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존재를, 그리고 약간의 희망을..
"베른씨."
난 내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허름한 사제복을 입은 사제. 하지만 난 그가 평범한 사제복을 입고 있어도 보통의 사제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신성력이 절대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느낌으로는 100위 대의 악마들과 싸워도 그다지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인간이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평생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신과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제 이름을?"
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그를 쳐다보았다. 욕심이나 악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진짜 성직자였다. 솔직히 성직자 중에서도 악에 물들은 존재가 많았다. 거짓믿음,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욕망, 위선. 어떻게 보면 상당수의 성직자들이 방금 전에 말했던 세가지 악중 한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들 역시 인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난 악마였을 때도 그들이 별로 마음에 안들었었다. 어쨌든 그들은 자신이 추구해야 할 바를 잃어버린 자들이기에, 차라리 거리의 창녀나 도둑이 더 고귀할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성직지들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악마 녀석들도 있었지.
"어제, 신탁이 내렸습니다. 의식을 치뤄야 하니 따라 오십시오."
엄숙한 표정, 난 검을 풀어서 예배당의 의자위에 둔체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내가 들은 것에 따르면 원래 신전에 들어오기 전에 무기를 풀었어야 했지만, 그만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무슨 의식? 통행증을 주는데도 의식이 필요한 것일까? 설마, 아까 내가 장난으로 생각한 것 처럼, 나를 성기사나 사제로 임명하는 것은 아니겠지.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브리는 신전에 들어온 뒤부터는 상당히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편안해 보인다고 해야하나? 그런 표정을하고 있었다. 역시 천사라서 신전이 편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인간세상에서 머무는 천사들은 에너지를 회복할 때는 항상 신전에 들른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휴, 그럼 브리하고 같이 다니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종종 신전에 들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놈의 천사, 확실히 짐덩이가 틀림이 없었다.
작은 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사제와 나는 신전의 지하를 향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는 위의 예배당 만큼이나 큰 공간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날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니, 대부분 사제들인 것 같았다. 신기한 점은 모두에게서 날 데리고 왔던 노사제 만큼이나 깨끗하고 강한 신성력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날 데리고 왔던 사제가 걸어가자 방안에 있던 사제들이 일제히 양쪽으로 비켜섰다. 그리고는 노사제는 제일 윗자리의 의자에 앉았다. 역시, 위치상으로나 다른 사람들의 대우를 볼 때, 내 느낌처럼 보통의 사제는 아닌 것 같다. 난 어떻게 할지 몰라 문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베른씨, 앞쪽으로 오십시오."
그 중의 한 사제가 나를 향해 말을 했다. 역시 위엄있는 목소리, 미카엘의 앞에 섰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난 여러명의 사제들로부터 상당한 위압감을 느끼며 앞쪽의 노사제 앞에 섰다.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으십시오."
난 시키는데로 아까보았던 노사제의 위에 걸려있는 맑은 은빛의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난 여전히 설마하는 심정으로 있었다. 원래 통행증을 주는 의식이 거창하거니, 하고 생각을 하며.
"베른 세르베이션, 신의 은총을 받은 그대를 신의 뜻에 따라, 교황 아우구스티아스 12세가 성기사로 임명하는 바이오."
그럼 아까 나를 데리고 왔던 사제가...교황? 워낙 허름한 사제복이라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교황이었다니! 그렇다면 이 마을이 보통의 신전 마을은 절대로 아니었단 말인데? 아까 마을 이름을 청년에게 물었을 때,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보던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다면 주위에 있는 신성력이 높은 사제들은 추기경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 정도면 왠만한 악마 한둘 쯤은 간단히 소멸시켜 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하하, 거참.
그리고 어떻게 전직악마였고, 선행이라고는 어제 단하나, 그에 반해 수많은 죄를 저질렀던 내가 성기사로 임명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만 했다. 신께서도 무슨생각으로 나한테 수호천사에다 이제 성기사 직까지, 난 멍한 표정으로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의식도 너무 짧게 끝이났고.
"원래 성기사의 직을 받기 위해서는, 십년동안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신의 뜻에 따라 신의 사자인 그대를 위해 의식을 최대한 줄인 것이오. 베른경. 여기 신분증을 겸한 통행증을 드리겠소. 세상 어느 곳에를 가던 인간의 법으로는 당신을 제재하지는 못할 것이오."
교황의 말에 한쪽에 서있던 추기경이 신성력이 가득 담긴 종이에 글이 쓰여진 통행증을 내게 주었다. 난 여전히 당황스러움에 멍하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의식을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성기사 중에서도 특히, 신의 신탁에 의해 성기사가 된 이에게만 교단에서 내리는 성경이오. 이 성경을 수도에 위치한 교회에 보이면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물건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난 그다지 크지 않지만, 이번에도 엄청난 신성력이 느껴지는 신의 말씀이 적힌 경전, 성경책을 받았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성경, 하지만 이제는 읽을 때, 전처럼 고통을 느낀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오늘 저녁에 여관에 가면 오랫만에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의 발걸음에 신의 뜻이 함께하기를...."
교황의 마지막 인사를 들은 뒤, 난 거의 끌려나오는 것처럼, 사제들을 따라 신전 밖으로 나왔다. 너무나 순식간에 이루워진 의식. 난 브리와 함께, 신전의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꼭 꿈을 꾼것만 같은 느낌...너무나도 빠르게, 설마했던 일이 일어났다. 신께서는 어째서 나란 존재에게 이다지 많은 축복을 내리시는 것일까? 성경이라, 악마 녀석들로부터 날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께서도 그걸 염두해 두신걸까?
아!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난 신전안으로 들어가려는 사제를 붙잡았다.
"혹시, 어제 레베카라고하는 아가씨가 오지 않았습니까?"
사제는 날 쳐다보더니, 잠시 생각을 한 뒤에 입을열었다.
"아! 어제 후작님 자녀분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모두 사제들과 함께, 수도쪽을 향해 갔습니다. 국왕폐하를 뵙게 될거라고 들었었습니다만 그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신전의 도움을 받기는 받게 되었던 것 같다. 악마들의 농간에 죽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레베카, 앞으로 별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훗, 누군가 잘되기를 바란다, 악마였다면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일인데 나도 서서히 인간의 감정을 지녀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왠지 피곤하다. 난 더이상 할 일도 없고 여관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만나서 구하는 것 이외에도 내가 더 큰 일에 휩싸일 것 같다는, 하지만 괜찮다. 그녀를 구할 수만 있다면...그 멸망의 도시에서..
브리는 내 앞으로 돌아서서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했다. 브리의 목소리에 난 생각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곳에 집중을 한 까닭인지 길 한가운데에서 내가 가만히 서있었던 것이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난 브리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신전쪽을 향해 걸음을 빨리했다. 그래, 빨리 그녀에게 가야 한다. 인간들은 종종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자신이 가야할 목표점을 잃어 버린체, 인생이란 드넓은 바다를 헤매다가 타락하고 악마들에게 영혼을 먹히거나 지옥의 업화에 휩싸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것일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절대로, 내가 관련된 일이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녀와 관련된 일이다.
신전에 도착한 뒤에 난 조심스럽게 신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정식으로된 신전에 들어와 보는 것인데,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전에 들어선 나를 향해, 젊은 사제 한명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제라, 예전같았으면 피해버렸겠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통행증을 발급 받으려고 왔습니다."
난 사제를 향해 정확하게 이야기를 했다. 신께서 이번에도 신경을 써주셨다면 이 정도만으로 이야기를 해도 통할 것이고, 아니라면 전직악마에게 신전에서 통행증을 발급해주는 일 같은 것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봉변을 당하기 전에 일찍 포기를 하고 나오는 것이 좋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 사제는 별말을 하지 않고 신전의 예배당 가에 있는 문을 통해 어딘가로 걸아가버렸다. 난 예배당 제일 끝줄에 있는 긴의자에 앉아서 신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저 앞의 단상의 가운데에 걸려있는 커다란 십자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희생을 했다던 그리스도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을 상징하기도 했고.
다른 악마녀석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인간을 타락시키기가 힘들어졌다고 그리스도를 증오했지만 난 전에도 그런 생각보다는 왠지 그리스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갔다. 다른 존재의 죄를 대신해서라. 내 나이가 막 1000살을 넘었을 무렵,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에 나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신의 경전을 읽었다. 다른 악마들은 나를 향해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쓸데없이 깨끗한 도화지를 더럽히는 변태적인 일에 수천년을 보내는 녀석들 보다는 최소한 내가 낮다고 생각했으니까. 신의경전을 엄청난 고통 끝에 다 읽은 뒤 많은 생각을 했다. 악마주제에 사색이라, 역시 어울리지 않았지만 인간의 사춘기와 비슷한 감정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잊어버리고, 성경은 방한 구석에 버려둔체 수천년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를 만난 뒤에 그 사실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렸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존재를, 그리고 약간의 희망을..
"베른씨."
난 내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허름한 사제복을 입은 사제. 하지만 난 그가 평범한 사제복을 입고 있어도 보통의 사제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신성력이 절대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느낌으로는 100위 대의 악마들과 싸워도 그다지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인간이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평생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신과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제 이름을?"
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그를 쳐다보았다. 욕심이나 악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진짜 성직자였다. 솔직히 성직자 중에서도 악에 물들은 존재가 많았다. 거짓믿음, 마음속 깊이 숨겨진 욕망, 위선. 어떻게 보면 상당수의 성직자들이 방금 전에 말했던 세가지 악중 한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들 역시 인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난 악마였을 때도 그들이 별로 마음에 안들었었다. 어쨌든 그들은 자신이 추구해야 할 바를 잃어버린 자들이기에, 차라리 거리의 창녀나 도둑이 더 고귀할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성직지들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악마 녀석들도 있었지.
"어제, 신탁이 내렸습니다. 의식을 치뤄야 하니 따라 오십시오."
엄숙한 표정, 난 검을 풀어서 예배당의 의자위에 둔체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내가 들은 것에 따르면 원래 신전에 들어오기 전에 무기를 풀었어야 했지만, 그만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무슨 의식? 통행증을 주는데도 의식이 필요한 것일까? 설마, 아까 내가 장난으로 생각한 것 처럼, 나를 성기사나 사제로 임명하는 것은 아니겠지.
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브리는 신전에 들어온 뒤부터는 상당히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편안해 보인다고 해야하나? 그런 표정을하고 있었다. 역시 천사라서 신전이 편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인간세상에서 머무는 천사들은 에너지를 회복할 때는 항상 신전에 들른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휴, 그럼 브리하고 같이 다니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종종 신전에 들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놈의 천사, 확실히 짐덩이가 틀림이 없었다.
작은 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사제와 나는 신전의 지하를 향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는 위의 예배당 만큼이나 큰 공간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날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니, 대부분 사제들인 것 같았다. 신기한 점은 모두에게서 날 데리고 왔던 노사제 만큼이나 깨끗하고 강한 신성력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날 데리고 왔던 사제가 걸어가자 방안에 있던 사제들이 일제히 양쪽으로 비켜섰다. 그리고는 노사제는 제일 윗자리의 의자에 앉았다. 역시, 위치상으로나 다른 사람들의 대우를 볼 때, 내 느낌처럼 보통의 사제는 아닌 것 같다. 난 어떻게 할지 몰라 문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베른씨, 앞쪽으로 오십시오."
그 중의 한 사제가 나를 향해 말을 했다. 역시 위엄있는 목소리, 미카엘의 앞에 섰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난 여러명의 사제들로부터 상당한 위압감을 느끼며 앞쪽의 노사제 앞에 섰다.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으십시오."
난 시키는데로 아까보았던 노사제의 위에 걸려있는 맑은 은빛의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난 여전히 설마하는 심정으로 있었다. 원래 통행증을 주는 의식이 거창하거니, 하고 생각을 하며.
"베른 세르베이션, 신의 은총을 받은 그대를 신의 뜻에 따라, 교황 아우구스티아스 12세가 성기사로 임명하는 바이오."
그럼 아까 나를 데리고 왔던 사제가...교황? 워낙 허름한 사제복이라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교황이었다니! 그렇다면 이 마을이 보통의 신전 마을은 절대로 아니었단 말인데? 아까 마을 이름을 청년에게 물었을 때,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보던 이유가 있었구나. 그렇다면 주위에 있는 신성력이 높은 사제들은 추기경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 정도면 왠만한 악마 한둘 쯤은 간단히 소멸시켜 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하하, 거참.
그리고 어떻게 전직악마였고, 선행이라고는 어제 단하나, 그에 반해 수많은 죄를 저질렀던 내가 성기사로 임명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만 했다. 신께서도 무슨생각으로 나한테 수호천사에다 이제 성기사 직까지, 난 멍한 표정으로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의식도 너무 짧게 끝이났고.
"원래 성기사의 직을 받기 위해서는, 십년동안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신의 뜻에 따라 신의 사자인 그대를 위해 의식을 최대한 줄인 것이오. 베른경. 여기 신분증을 겸한 통행증을 드리겠소. 세상 어느 곳에를 가던 인간의 법으로는 당신을 제재하지는 못할 것이오."
교황의 말에 한쪽에 서있던 추기경이 신성력이 가득 담긴 종이에 글이 쓰여진 통행증을 내게 주었다. 난 여전히 당황스러움에 멍하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의식을 따를 뿐이었다.
"그리고, 성기사 중에서도 특히, 신의 신탁에 의해 성기사가 된 이에게만 교단에서 내리는 성경이오. 이 성경을 수도에 위치한 교회에 보이면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물건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난 그다지 크지 않지만, 이번에도 엄청난 신성력이 느껴지는 신의 말씀이 적힌 경전, 성경책을 받았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성경, 하지만 이제는 읽을 때, 전처럼 고통을 느낀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오늘 저녁에 여관에 가면 오랫만에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의 발걸음에 신의 뜻이 함께하기를...."
교황의 마지막 인사를 들은 뒤, 난 거의 끌려나오는 것처럼, 사제들을 따라 신전 밖으로 나왔다. 너무나 순식간에 이루워진 의식. 난 브리와 함께, 신전의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꼭 꿈을 꾼것만 같은 느낌...너무나도 빠르게, 설마했던 일이 일어났다. 신께서는 어째서 나란 존재에게 이다지 많은 축복을 내리시는 것일까? 성경이라, 악마 녀석들로부터 날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께서도 그걸 염두해 두신걸까?
아!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난 신전안으로 들어가려는 사제를 붙잡았다.
"혹시, 어제 레베카라고하는 아가씨가 오지 않았습니까?"
사제는 날 쳐다보더니, 잠시 생각을 한 뒤에 입을열었다.
"아! 어제 후작님 자녀분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모두 사제들과 함께, 수도쪽을 향해 갔습니다. 국왕폐하를 뵙게 될거라고 들었었습니다만 그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신전의 도움을 받기는 받게 되었던 것 같다. 악마들의 농간에 죽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마음이 놓였다. 그녀와 비슷한 느낌의 레베카, 앞으로 별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훗, 누군가 잘되기를 바란다, 악마였다면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일인데 나도 서서히 인간의 감정을 지녀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왠지 피곤하다. 난 더이상 할 일도 없고 여관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만나서 구하는 것 이외에도 내가 더 큰 일에 휩싸일 것 같다는, 하지만 괜찮다. 그녀를 구할 수만 있다면...그 멸망의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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