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베른씨 정말 2500살이세요? 그럼,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전부터 계셨네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다. 인간들이 저질렀던 수많은 죄들과 앞으러 저지를 수많은 죄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한 존재, 아니 이제는 분이라 해야하겠지..한 번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인간이니까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브리는 생각 외로 어둠과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들짐승들에 대해 그다지 공포를 느끼지 않는지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낮에 울고 있던 모습, 그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내 기억속의 그녀의 모습과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훗, 괜찮게 보이는 여자마다 그녀와 연관을 시키다니. 하지만 왠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다른 존재들을 통해 나타나는 것 같다.
"내가 1000살 쯤 되던 해에 인간 세상에 나오셨었지. 그런데 브리 넌 몇살이지?"
천사들의 나이라, 악마였을 때는 단 한번도 궁금해본적이 없었는데, 하긴 그 때는 그런데 궁금할 시간에 천사를 한명 더 소멸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브리를 보니 그다지 나이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데, 천사는 또 악마나 인간과는 다르니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브리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저...전 수호천사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2년 전 이상 오래된 일은 기억을 못해요. 그래서 제가 몇살인지도 모르겠어요. 천사장님들께 물어봐도 아무말이 없으시고."
천사장, 대천사장의 한단계 아래의 천사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하지만 왜 대천사장 미카엘의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 그 불빛에 감싸인 빛나는 검. 그리고 붉은 빛이 조금 감도는 찬란한 금발, 왠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천사학교에 들어가기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왠지 관심이 갔다. 천사들에 대해서는 정말 전투력과 관련된 것 말고는 거의 몰랐으니까. 그리고 천사도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는건지. 뭔가 있는 듯했지만, 뭐 내게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고, 브리에게 물어봐야 소용도 없을 것 같았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악한 기운, 뭐지?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부터 우리를 쫓아 오던 늑대들이 보이지 않았다. 늑대들이 피해버렸다? 불길한 느낌, 순간 숲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캬아아악!"
난 튀어나온 녀석보다 브리의 목소리에 놀랐다. 수호천사가 도대체 먼저 놀라면 어떻게 하라구? 저런천사가 수석이라니. 어쩐지 인간들이 수호천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사를 많이 당한다 했더니. 정말 도움이 안된다니까.
난 급히 검을 뽑아들어 눈앞에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몸전체의 크기는 나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전체적으로 인간의 형태였지만 온몸이 털로 덮여 있었고 입부분은 주둥이 처럼 튀어나와있었다. 늑대를 닮은, 그래. 기억이 난다 하급 마물, 악마가 키우는 늑대에게 물린 인간이 보름달만 되면 나타난다던 늑대 인간이였다. 악마였을 때는 감히 내근처에도 오지 못하는 하급 마물여석이 자신의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원래 이 상황에서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인간임에도 그다지 공포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덩치 큰 늑대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으니. 그런 나에 비해 브리는 내 뒤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휴, 내가 천사까지 지켜줘야 하는가? 하지만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브리, 내 검에 신성력좀 넣어줄래?"
앞에 녀석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되도록이면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를 향해 말을 했다. 브리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맑은 흰빛을 검을 향해 쏘아보냈다. 그리고 천천히 흰빛에 휩싸이는 검, 괴물 사냥꾼 녀석들이 사용하던 검이 졸지에 성검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한 느낌을 느끼며 우리쪽을 향해 뛰어오는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간 녀석의 털이 검을 둘러싸고 있던 신성력에 스치며 타버리는 것이 보였다. 그다지 강해보이는 것 같지는 않은 신성력인데 저정도 효과라니, 하긴 저 녀석은 악마가 아니라 하급 마물이었지?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약간이나마 항성력이 있었지만 마물들은 항성력이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늑대인간은 아까와는 다르게 서서히 뒤쪽으로 물러서며 우리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래도 인간의 지능이 남아있는지, 함부로 덤비지는 못하고 있었다. 난 브리를 뒤에 둔체 늑대 인간을 향해 최대한 속도를 내서 움직였다. 이번에도 역시 시간을 끌면 인간인 까닭에 체력이 모자라는 내가 불리하다. 녀석도 내 움직임을 보았는지 정말 전에는 인간이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속도로 나에게 접근해 왔다.
이번에도 녀석의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젠장, 이 녀석이 이렇게 강했었나? 아니면 내가 너무나 약해진 것인가? 난 녀석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런 녀석들과의 전투에서는 칼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힘이 된다면 맨손을 쓰는 것이 났다. 칼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이런 녀석들을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평범한 인간들보다는 내 힘이 쌔다고 해도, 마물을 단번에 찢어버릴 힘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있는 칼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는 게 나았을까? 아니다. 조금이라도 그 도시에 있다가는 그 편안함에 녹아버렸을 것 같다. 그녀를 잊고.
난 녀석의 발톱을 피하며 측면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확실히 악마였을 때보다 속도가 느려져서 그런지 정확한 공격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 목을 노리는 듯한 녀석의 앞발을 피하며 목을 향해 칼을 찔렀지만 이번에도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난 등에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앞으로 튕겨나가 버렸다. 통증, 악마였을 때 느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고통, 순간 호흡이 멈추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느낌. 입에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간들과 싸울 때, 인간들에게서 보이던 그 고통스러운 표정,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직접 겪는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간신히 뜬 눈으로 늑대 인간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이 나를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처음느끼는 통증에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인간이 된지 며칠이나 됬다고 벌써 죽는걸까? 다시한번 무력함을 되씹으며 늑대인간 녀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늑대 인간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을 향하는 순간,
"안돼!"
나무 뒤에서 숨어 있던 브리가 뛰쳐나오며 브리의 날개가 활짝 펴졌다. 그리고 브리의 청은발이 퍼져나가는 듯 희날리며, 몸에서 생겨난 푸른빛이 약간 섞인 듯한 흰빛이 신성력과 함께 늑대인간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빛이 늑대인간을 감싸는 순간,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리는 늑대인간, 세상에! 브리도 보통이 아니었잖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금 그 정도의 신성력이면 준천사장급인데. 확실히 수석이라고 했던 것이 거짓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아까는 왜 늑대인간을 두려워 한거지? 하지만 난 온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통증에 더 이상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흰빛이 사라진 뒤, 브리의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 긴 맑은 청은발을 찰랑이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휴, 인간도 아니면서 천사가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리면 어떻게 하려고, 난 바닥에 쓰러진체 브리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이렇게 무력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하급 마물조차 물리칠 수가 없다니. 정말 악마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까?
"흑...베른씨 괜찮으세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흑흑"
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것은 난데 왜 브리가 우는건지. 수호천사란 책임감 때문인지. 정말 눈물이 많은 천사라니까. 내 곁에 다가온 브리는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치더니 부드러운 흰빛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흰빛이 내 몸을 감싸며 고통스럽던 통증이 가라 앉았다. 미카엘에게 쓰러졌을 때 느꼈던 그 기운과도 비슷했지만 조금은 다른.
브리는 인간들의 표현으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한체 눈물을 흘리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밤이라 브리의 반짝이는 눈물이 더욱더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걱정이라, 그러고보니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는 것, 역시 이번이 두번째 였다.
그녀의 집을 향해 마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퓨얼니스가는 내가 이 도시에서 머물고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조심스럽게 행동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까?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금방 밝아질 수는 없는 것일테니까. 한밤중, 하지만 그녀가 더 이상 악마인 나같은 존재 곁에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난 그녀를 집에 대려다 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물론,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런 도시에 밤에 돌아다니면 안되는 것이지만. 난 보통의 인간이 아닌 악마니까,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이 도시에 머무는 악마들 중에서도 내 서열이 가장 상위였다. 그런 우리 마차를 습격한다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의미로 밖에 알아들을 수 밖에 없겠지.
"저 때문에 죄송해요. 쉬셔야 할텐데, 이렇게 밤중에 폐를 끼치게 되다니..."
나를 향해 이야기를 하던 아니엘은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알고 있던 여자들과는 정말 다른 느낌,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을 억누르며 난 아니엘을 쳐다보았다.
"괜찮습니다. 집에 가족들이 걱정하실지도 모르는데 일찍 돌아가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정중하게, 하지만 평소처럼 유혹이 목적이 아닌 어투로 아니엘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지러운 것이. 기억속에 남아있는 성경을 읽었을 때의 고통, 그것과 비슷했다. 너무 깨끗한 존재곁에 오래 있어서 그럴까? 난 한손을 머리에 올리며 마차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괜찮으세요? 몸이 좋지 않아 보이시는데. 혹시, 저 때문에 무리를 하시는건."
내가 인상을 지푸리는 것을 본 것일까? 아니엘는 인간들이 말하는 진심어린 걱정스러움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저런 표정,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나란 존재를 대상으로 한적은 없었다. 왠지 기분이 묘한.
브리가 보내 준 흰빛에 통증이 가시자 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는 난 몸을 일으키자 마자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브리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왠지 모를 고마움에, 내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는 것, 신이란 절대적인 존재를 제외한다면 브리가 처음이었다. 지금 브리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꼭 그런 느낌이었다. 인간의 긍정적인 감정.
"고마워 브리, 네 덕택에 살았어."
브리는 조금씩 울음을 멈추고 눈물에 의해 더욱더 반짝이는 눈망울로, 다시 날 쳐다보았다. 생긴건 아가씨라고 불러도 좋을 소녀인데, 정신연령은 정말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괜찮으세요? 베른씨."
난 브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런 성격에 어떻게 수호천사를 하려고, 다른 수호천사들은 수십년동안 혼자 지내야 할텐데, 아무리봐도 그다지 마음이 강해보이지 않는 브리, 이 천사는 그런 외로움을 잘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천사의 도움을 받고, 내가 또 천사를 걱정하다니. 하긴 누군가를 걱정해본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흑흑...정말 다행이에요....흑흑.. 브리는 베른씨가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브리는 다시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정말 이 천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브리를 안아서 다독거려주었다. 정말 완전히 인간식으로 말하면 보모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약한 천사, 인간들이 왜 천사들을 그런 모습으로 묘사하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힘이아니라, 저렇게 마음이 연약하니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항상 전투밖에 모르는 전투천사들만 상대해 와서 진짜 천사들의 모습이 어떤지는 몰랐었다. 따스함. 브리에게서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이 왠지 따스하게 느껴졌다. 내가 악마였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텐데. 따스함, 왠지 어색했지만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밤이라 더욱더 짙은 내 검은 빛 옷과 반대되는 브리의 흰빛. 그 두가지 색에서 대조되는 우리 두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건, 내가 너무 과한 생각을 한 것일까?
하지만 인간이 된 내가 여전히 암흑이라 할지라도 아니엘 그녀에게만은 검은 암흑이 아닌 한줄기 흰빛이 되고 싶다. 절망과 짙은 암흑 속에서, 길을 만들어줄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다. 인간들이 저질렀던 수많은 죄들과 앞으러 저지를 수많은 죄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한 존재, 아니 이제는 분이라 해야하겠지..한 번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인간이니까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브리는 생각 외로 어둠과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들짐승들에 대해 그다지 공포를 느끼지 않는지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낮에 울고 있던 모습, 그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내 기억속의 그녀의 모습과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훗, 괜찮게 보이는 여자마다 그녀와 연관을 시키다니. 하지만 왠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다른 존재들을 통해 나타나는 것 같다.
"내가 1000살 쯤 되던 해에 인간 세상에 나오셨었지. 그런데 브리 넌 몇살이지?"
천사들의 나이라, 악마였을 때는 단 한번도 궁금해본적이 없었는데, 하긴 그 때는 그런데 궁금할 시간에 천사를 한명 더 소멸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브리를 보니 그다지 나이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데, 천사는 또 악마나 인간과는 다르니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브리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저...전 수호천사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2년 전 이상 오래된 일은 기억을 못해요. 그래서 제가 몇살인지도 모르겠어요. 천사장님들께 물어봐도 아무말이 없으시고."
천사장, 대천사장의 한단계 아래의 천사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하지만 왜 대천사장 미카엘의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 그 불빛에 감싸인 빛나는 검. 그리고 붉은 빛이 조금 감도는 찬란한 금발, 왠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천사학교에 들어가기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왠지 관심이 갔다. 천사들에 대해서는 정말 전투력과 관련된 것 말고는 거의 몰랐으니까. 그리고 천사도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는건지. 뭔가 있는 듯했지만, 뭐 내게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고, 브리에게 물어봐야 소용도 없을 것 같았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악한 기운, 뭐지?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부터 우리를 쫓아 오던 늑대들이 보이지 않았다. 늑대들이 피해버렸다? 불길한 느낌, 순간 숲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캬아아악!"
난 튀어나온 녀석보다 브리의 목소리에 놀랐다. 수호천사가 도대체 먼저 놀라면 어떻게 하라구? 저런천사가 수석이라니. 어쩐지 인간들이 수호천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사를 많이 당한다 했더니. 정말 도움이 안된다니까.
난 급히 검을 뽑아들어 눈앞에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몸전체의 크기는 나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전체적으로 인간의 형태였지만 온몸이 털로 덮여 있었고 입부분은 주둥이 처럼 튀어나와있었다. 늑대를 닮은, 그래. 기억이 난다 하급 마물, 악마가 키우는 늑대에게 물린 인간이 보름달만 되면 나타난다던 늑대 인간이였다. 악마였을 때는 감히 내근처에도 오지 못하는 하급 마물여석이 자신의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원래 이 상황에서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인간임에도 그다지 공포란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덩치 큰 늑대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으니. 그런 나에 비해 브리는 내 뒤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휴, 내가 천사까지 지켜줘야 하는가? 하지만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브리, 내 검에 신성력좀 넣어줄래?"
앞에 녀석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되도록이면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를 향해 말을 했다. 브리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맑은 흰빛을 검을 향해 쏘아보냈다. 그리고 천천히 흰빛에 휩싸이는 검, 괴물 사냥꾼 녀석들이 사용하던 검이 졸지에 성검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한 느낌을 느끼며 우리쪽을 향해 뛰어오는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간 녀석의 털이 검을 둘러싸고 있던 신성력에 스치며 타버리는 것이 보였다. 그다지 강해보이는 것 같지는 않은 신성력인데 저정도 효과라니, 하긴 저 녀석은 악마가 아니라 하급 마물이었지?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약간이나마 항성력이 있었지만 마물들은 항성력이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늑대인간은 아까와는 다르게 서서히 뒤쪽으로 물러서며 우리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래도 인간의 지능이 남아있는지, 함부로 덤비지는 못하고 있었다. 난 브리를 뒤에 둔체 늑대 인간을 향해 최대한 속도를 내서 움직였다. 이번에도 역시 시간을 끌면 인간인 까닭에 체력이 모자라는 내가 불리하다. 녀석도 내 움직임을 보았는지 정말 전에는 인간이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속도로 나에게 접근해 왔다.
이번에도 녀석의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젠장, 이 녀석이 이렇게 강했었나? 아니면 내가 너무나 약해진 것인가? 난 녀석을 향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런 녀석들과의 전투에서는 칼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힘이 된다면 맨손을 쓰는 것이 났다. 칼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이런 녀석들을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평범한 인간들보다는 내 힘이 쌔다고 해도, 마물을 단번에 찢어버릴 힘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있는 칼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는 게 나았을까? 아니다. 조금이라도 그 도시에 있다가는 그 편안함에 녹아버렸을 것 같다. 그녀를 잊고.
난 녀석의 발톱을 피하며 측면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확실히 악마였을 때보다 속도가 느려져서 그런지 정확한 공격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 목을 노리는 듯한 녀석의 앞발을 피하며 목을 향해 칼을 찔렀지만 이번에도 빗나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난 등에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앞으로 튕겨나가 버렸다. 통증, 악마였을 때 느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고통, 순간 호흡이 멈추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느낌. 입에서 저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간들과 싸울 때, 인간들에게서 보이던 그 고통스러운 표정,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직접 겪는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간신히 뜬 눈으로 늑대 인간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이 나를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처음느끼는 통증에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인간이 된지 며칠이나 됬다고 벌써 죽는걸까? 다시한번 무력함을 되씹으며 늑대인간 녀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늑대 인간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을 향하는 순간,
"안돼!"
나무 뒤에서 숨어 있던 브리가 뛰쳐나오며 브리의 날개가 활짝 펴졌다. 그리고 브리의 청은발이 퍼져나가는 듯 희날리며, 몸에서 생겨난 푸른빛이 약간 섞인 듯한 흰빛이 신성력과 함께 늑대인간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빛이 늑대인간을 감싸는 순간,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리는 늑대인간, 세상에! 브리도 보통이 아니었잖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금 그 정도의 신성력이면 준천사장급인데. 확실히 수석이라고 했던 것이 거짓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아까는 왜 늑대인간을 두려워 한거지? 하지만 난 온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통증에 더 이상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흰빛이 사라진 뒤, 브리의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 긴 맑은 청은발을 찰랑이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휴, 인간도 아니면서 천사가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리면 어떻게 하려고, 난 바닥에 쓰러진체 브리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이렇게 무력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하급 마물조차 물리칠 수가 없다니. 정말 악마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까?
"흑...베른씨 괜찮으세요? 많이 아파 보이는데...흑흑"
난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것은 난데 왜 브리가 우는건지. 수호천사란 책임감 때문인지. 정말 눈물이 많은 천사라니까. 내 곁에 다가온 브리는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치더니 부드러운 흰빛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흰빛이 내 몸을 감싸며 고통스럽던 통증이 가라 앉았다. 미카엘에게 쓰러졌을 때 느꼈던 그 기운과도 비슷했지만 조금은 다른.
브리는 인간들의 표현으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한체 눈물을 흘리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밤이라 브리의 반짝이는 눈물이 더욱더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걱정이라, 그러고보니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는 것, 역시 이번이 두번째 였다.
그녀의 집을 향해 마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퓨얼니스가는 내가 이 도시에서 머물고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조심스럽게 행동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까?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금방 밝아질 수는 없는 것일테니까. 한밤중, 하지만 그녀가 더 이상 악마인 나같은 존재 곁에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난 그녀를 집에 대려다 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물론,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런 도시에 밤에 돌아다니면 안되는 것이지만. 난 보통의 인간이 아닌 악마니까,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이 도시에 머무는 악마들 중에서도 내 서열이 가장 상위였다. 그런 우리 마차를 습격한다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의미로 밖에 알아들을 수 밖에 없겠지.
"저 때문에 죄송해요. 쉬셔야 할텐데, 이렇게 밤중에 폐를 끼치게 되다니..."
나를 향해 이야기를 하던 아니엘은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알고 있던 여자들과는 정말 다른 느낌,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을 억누르며 난 아니엘을 쳐다보았다.
"괜찮습니다. 집에 가족들이 걱정하실지도 모르는데 일찍 돌아가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정중하게, 하지만 평소처럼 유혹이 목적이 아닌 어투로 아니엘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지러운 것이. 기억속에 남아있는 성경을 읽었을 때의 고통, 그것과 비슷했다. 너무 깨끗한 존재곁에 오래 있어서 그럴까? 난 한손을 머리에 올리며 마차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괜찮으세요? 몸이 좋지 않아 보이시는데. 혹시, 저 때문에 무리를 하시는건."
내가 인상을 지푸리는 것을 본 것일까? 아니엘는 인간들이 말하는 진심어린 걱정스러움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저런 표정,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나란 존재를 대상으로 한적은 없었다. 왠지 기분이 묘한.
브리가 보내 준 흰빛에 통증이 가시자 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는 난 몸을 일으키자 마자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브리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왠지 모를 고마움에, 내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하는 것, 신이란 절대적인 존재를 제외한다면 브리가 처음이었다. 지금 브리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꼭 그런 느낌이었다. 인간의 긍정적인 감정.
"고마워 브리, 네 덕택에 살았어."
브리는 조금씩 울음을 멈추고 눈물에 의해 더욱더 반짝이는 눈망울로, 다시 날 쳐다보았다. 생긴건 아가씨라고 불러도 좋을 소녀인데, 정신연령은 정말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괜찮으세요? 베른씨."
난 브리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런 성격에 어떻게 수호천사를 하려고, 다른 수호천사들은 수십년동안 혼자 지내야 할텐데, 아무리봐도 그다지 마음이 강해보이지 않는 브리, 이 천사는 그런 외로움을 잘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천사의 도움을 받고, 내가 또 천사를 걱정하다니. 하긴 누군가를 걱정해본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흑흑...정말 다행이에요....흑흑.. 브리는 베른씨가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브리는 다시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정말 이 천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브리를 안아서 다독거려주었다. 정말 완전히 인간식으로 말하면 보모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약한 천사, 인간들이 왜 천사들을 그런 모습으로 묘사하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힘이아니라, 저렇게 마음이 연약하니까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항상 전투밖에 모르는 전투천사들만 상대해 와서 진짜 천사들의 모습이 어떤지는 몰랐었다. 따스함. 브리에게서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이 왠지 따스하게 느껴졌다. 내가 악마였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텐데. 따스함, 왠지 어색했지만 기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밤이라 더욱더 짙은 내 검은 빛 옷과 반대되는 브리의 흰빛. 그 두가지 색에서 대조되는 우리 두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건, 내가 너무 과한 생각을 한 것일까?
하지만 인간이 된 내가 여전히 암흑이라 할지라도 아니엘 그녀에게만은 검은 암흑이 아닌 한줄기 흰빛이 되고 싶다. 절망과 짙은 암흑 속에서, 길을 만들어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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