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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난 마을을 지나야해. 최대한 빨리 마을을 벗어나는 방법 밖에,"

꼬마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리고 다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그 편안한 마을로 돌아가야 했다. 이번에 다시 돌아간다면 그 마을을 벗어나지 못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의 고통, 인간으로써의 고통을 느껴보았으니까. 더욱더 그 안락함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안되요. 아저씨도 제말을 안 믿는 거죠?"

힘없는 목소리로 꼬마는 말을했다. 그나저나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악마의 마술에 넘어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을보면 정말 평범한 꼬마는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신관이 되면 꽤 잘 해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믿는다. 대신 마을에서 빨리 지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꼬마야. 들어줄 수 있지?"

다시 울음을 터트리려는 꼬마를 향해 되도록이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내말을 들은 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했다. 설마 지나가는 마을마다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난 왠지 편안한 침대가 그리워지는 것을 느꼈다. 악마였을 때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인간에게만 있는 게으름이란 감정,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그 감정이 날 계속 괴롭혔다.

난 꼬마의 뒤를 따라 마을 쪽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정말 브리는 오지 않으려나? 혹시 무슨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런데 정말 내가 천사를 걱정하다니. 내 칼에 목숨을 잃었던 수많은 천사들이 내 모습을 보면 뭐라고 생각을 할까? 그냥 신경을 쓰지 않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처음 수호천사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던 것 처럼, 내 곁에는 아무도 있어선 안된다. 특히, 천사는.

마을에 들어가니 눈에 뛸정도로 높게 지여진 탑처럼 생긴 새로운 건물이 몇채 있었다. 하지만 그 건물들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마법진, 환각의 술법에 사용되는 마법진이었다. 이 정도 마법진을 펼칠 정도의 지식과 능력을 가진 악마라면, 아무래도 하급악마 따위는 아닐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거의 뛰는 것처럼 걸어가는 꼬마의 뒤를 따라 나 역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마을사람들, 활발한 느낌의 어린애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 악마의 간섭에 정신의 일부를 지배당하는 존재들의 전형적인 모습. 나도 예전에 몇 번 사용을 한 적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어 품속에 넣어둔 성경책을 움켜지었다. 브리가 없는지금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은 이 것밖에 없는건가?

"피린, 바쁜 것 같구나. 뒤에 있는 분은 여행객이시니?"

마을을 걸어가는데 한 남자가 꼬마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평범하게 생긴 마을 남자였다. 꼬마도 잘알고 있는 사람인지 꼬마는 그 남자쪽을 향해 친근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저씨, 지금 좀 바빠서, 나중에 봐요."

꼬마는 그 남자를 향해 말을 하고 다시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꼬마 이름이 피린? 꼬마의 성격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숨이 걸린 이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완벽한 인간이 되기는 그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피린. 안내를 잘 해드리렴."

그 남자는 그 말을 하며 날 쳐다보았다. 난 꼬마의 뒤를 따라 걸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느꼈다. 그 눈너머의 또다른 존재, 이런! 들킨 것 같다. 그 악마녀석 마을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마을 전체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라는 것을 모른다고 해도, 그 악마가 검은 머리의 남자들을 다 잡아먹는다고 했었는데, 어쨌든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꼬마, 그 마녀한테 들킨 것 같다. 좀더 빠르게 움직여야 될 것 같다."

바쁘게 걸어가던 꼬마가 멈칫하며 내게 고개를 돌렸다. 겁에 질린 표정. 휴, 정말 그 악마가 무서웠긴 무서웠나 보군.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하니까.

"저..정말이에요?"

꼬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전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만 하던 꼬마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주위를 두러보니, 얼핏 얼핏 보이는 마을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시의 눈, 나도 꼬마 뒤를 따라 뛰었다. 이렇게 도망쳐 보는 것도 얼마만일까? 이천년? 훗, 이런 상황에서도 왜 긴장이 되지 않는 건지. 아직 인간이 덜 되어서 그런걸까?

"이쪽이에요! 어서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요!"

꼬마의 다급한 목소리, 다행히 마을의 크기가 그다지 넓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악마가 손을 쓰기 전에 마을 밖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가능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칙칙한 기운, 내가 악마였을 때는 그다지 싫어하던 기운이 아니었지만, 인간이라 그런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을 축 늘어지게 만드는 그런 느낌.

그런데 검은머리 남자만 잡아먹다니, 나를 노린 것이 아니라면 정말 특이한 취미의 악마였다. 하긴, 나도 악마였지만 나역시 악마들이란 족속 자체가 다른 존재들의 눈으로 볼 때 정상적이라고 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라라고 생각하곤 있었니까.

마을 중앙에 있는 조그마한 광장을 지나 마을 서쪽의 지역으로 접어들었다. 멀리, 마을 밖으로 나가는 서쪽 문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마을은 무난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순간, 녹색의 머리결, 그녀를 닮은 존재가 내 시야에 들어온 것 같았다. 달려가던 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멀리 어렴풋이 그녀와 닮은 형체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이 마을엔 무슨일로? 아니야, 그녀가 이 곳에 있을 수는 없다.

혹시 악마의 환영의 영향인가?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가 보였던 곳을 향해 저절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젠장, 벌써 당했군.

"아저씨! 아저씨, 그쪽으로 가면 안되요! 그 쪽엔 그 마녀의 집이 있다구요."

내 뒤에서 들리는 꼬마의 외침, 멍해졌던 의식은 다시 또렸해졌지만, 그에 반해 내 몸은 이미 내 의지의 영향을 벗어난 것 같았다. 세상에! 내가 악마의 주술에 걸리다니. 당황함과 함께 왠지 마음이 심란해졌다. 어떻게 해야 한다? 브리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내 몸은 악마의 기운이 가득 느껴지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저 곳이 아까 꼬마가 말한 그 마녀의 집인가? 방심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악마가 쓰는 흑마술 자체가 인간의 약한 곳을 노리는 것이었는데, 인간이 된 후로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라면, 그 녀란 존재 자체가 내 마음의 약점일 수도 있다.  

악마들을 먹어봤어도, 내가 악마에게 먹힐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그녀를 구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악마에게 잡아먹히는 것인가? 절망이란 감정. 어렴풋이 그 감정으로 추정되는 감정이 느껴졌다. 이 감정이 인간들이 느끼던 그 감정이었나? 악마였을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그 감정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다른 마음 한 구석에서 이는 갈등, 브리가 도와주러 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냥 내가 말했던 것처럼, 안전한 곳에서 있었으면 하는 마음. 지금 내게는 브리란 존재가 유일한 희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인간들이 최악의 상황까지도 붙잡고 놓지 않으려고 하던 그 희망. 하지만 난 그 희망을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품은 약간의 희망 때문에 브리마저 소멸해 버리면 안되니까.

이제 그 피린이란 꼬마로부터도 상당히 멀어져 있었다. 그 꼬마는 악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이쪽으로 걸어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구르고 있었다. 이제 열걸음, 열걸음 정도면 꼬마가 말했던 그 악마가 머무는 곳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점점 커져가는 악마의 기운, 이 악마는 내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왠지 그 것이 제일 궁금했다. 죽음을 앞둔 이 상황에서도 이런 쓸 때 없는 것이나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나도 참.  

"베른씨! 베른씨!"

내 뒤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훗. 결국에는 왔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반가운 느낌이 드는걸까? 따뜻한 빛이 내 몸을 감싸며, 여자의 집으로 향하던 내 몸이 멈췄다. 그리고 내 옆에 다가오는 흰 빛 날개의 청은발 천사. 브리는 이번에도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휴, 왠지 한숨이 나왔다. 이 천사, 정말 대책이 없다니까. 어쨌든 브리의 도움 때문인지 몸이 다시 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서 도망쳐야지. 난 브리의 손을 잡고 아까 꼬마가 가르켰던 입구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악마의 기운이 커지며 악마가 머물던 그 집 문이 열렸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검은 빛의 벽이 솟아 올랐다. 결계, 피할 수 없는건가? 브리가 자신의 푸른빛이 조금 섞인 자신의 흰색 기운을 벽쪽으로 쏘아보냈지만, 그 결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브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몇 번 더 자신의 기운을 쏘아 보냈다. 그러나 결계는 처음과 똑같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으앙, 베른씨, 어떻게 해요. 결계가 꿈쩍도 안해요."

어쩔줄 몰라하는 브리를 보며 난 또다시 절망이란 느낌을 느꼈다. 브리, 이 바보천사, 그냥 도망쳤으면 나만 악마녀석에게 먹히면 끝이었을텐데, 뭐 때문에 이 곳까지 와서 소멸되려 하는 것일까? 천사란 존재가 다 이런 것인지. 전투 천사녀석들은 아무리 봐도 그렇지가 않았었는데 말이다. 너무나도 냉혹한,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모습, 꼭 저절로 움직이는 인형같았었다. 하지만 브리는 그 전투 천사들과는 너무 달랐다.  

그 악마가 있을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 이 정도 기운이면 내가 악마였을 때도 그리 쉽게 물리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천사장중에서도 중상급의 천사장 정도가 오면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브리가 아무리 신성력이 강하다고 해도 하급 천사장보다 조금 모자란 수준이니, 브리로써는 무리였다. 그렇다면 고위 악마란 소린데. 고위 악마가 무슨 이유로 이 작은 마을에서 죽치고 있었던 걸까? 그것도 교황이 머무는 마을의 바로 옆에 있는 마을에서.

게다가 만약 고위악마라면 내가 누군지도 알아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점점 걱정이 되었다. 날 모르는 악마라면 곱게 먹어버리고 말겠지만, 나런 존재를 알고 있었던 악마라면 악마란 족속의 특성상 내게 최대한 고통을 주려고 할테니까.

그 집에서 나와 천천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악마,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천사와 비슷한 금빛 머리결에 순수해 보이는 외모, 겉모습만 보는 인간들이 성녀로 볼 만도 한 외모였다. 하지만 난 느낄 수 있었다. 외모는 낯설었지만, 이 기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위키.. 악마 서열 62위, 한 때 내 부인이었던 악마. 정말, 하고 많은 악마들 중에서 처음 만난 악마가 위키라니. 이제 진짜 죽는 수밖에 없겠군.

"오랫만이군요. 베른 메피스토펠레스. 정말 의외로군요. 호호호. 소문 뿐이라 혹시나 했는데 당신같이 자존심이 강한 악마가 하찮은 인간 따위가 되다니."

뼛속까지 한기가 드는 듯한 목소리, 예전에는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다지 느끼지 못했었는데 인간이 되어서 그런 것일까? 검은 머리 남자를 먹어버렸다는 것 왠지 이해가 갔다. 그렇게도 나에 대한 증오가 컸던가? 난 묵묵히 칼을 뽑아들었다. 이런다고 저 악마의 털끝하나도 건드릴 수 없겠지만, 곱게 먹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특히, 저 위키에게는.

"닥쳐라, 위키. 헛소리 하지말고 어서 꺼져라."

"호호호, 기세는 여전하시군요. 하지만 이제는 그 만큼 능력이 안된다는게 문제겠죠. 제가 얼마나 이순간을 기다려 왔는데, 곱게 사라져 드릴 순 없죠. 당신이 날 버린 1500년 전부터. "

그말을 끝으로 위키는 검은 빛 암흑에 둘러싸이더니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본래의 형체로 돌아왔다. 붉은색 머리켤에 상당히 자극적인 옷차림. 등에는 검은빛의 날개가 달려있었다. 내 옆에 있는 브리의 흰색 날개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듯한 색상. 그러고 보니 브리와 성향도 반대였다. 수계열의 브리와 화계열의 위키,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수계열인 브리가 이겼겠지만, 둘의 능력차이는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심했다.

수천년간 나란 존재에게 복수하기위해 힘을 길렀던 악마, 그녀와 지내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악마의 존재를, 그 때 그냥 소멸 시켜버렸어야 했는데,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부인이라고해도, 다른 때에 비해 좀 더 같이 있었다는 것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였는데 말이다. 그 때 난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악마 중에서도 이상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그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것도.

위키의 양쪽손에 검은빛 기운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기운이 나를 향해 뻗어오는 것도 보였다. 그다지 강해보이지는 않는 기운, 하지만 예전의 악마였을 때의 내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지. 저 정도의 기운이면 평범한 인간은 충분히 사라지고도 남았다. 대천사장이 쓰는 소멸의 빛도 막아냈었는데, 악마가 쓰는 약한 흑마법에 당해서 죽어야 한다니. 별 소용은 없겠지만 검에 최대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대비를 했다.

얼굴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암흑의 기운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 흰색의 막이 내 앞을 가로 막으며 기운을 튕겨냈다. 내 옆에서 손을 펼쳐 자신의 푸른빛 기운을 뻗어내고 있는 브리. 또 쓸 때 없는 짓을, 그래 봤자 저 위키의 화만 더욱더 크게 만들 뿐인데.

"호호호, 그 위대하시던 베른 메피스토펠레스가 고작 저런 약한 천사의 도움을 받다니, 정말 세상은 오래살고 볼 일이네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전 누가 제 일을 방해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답니다."

그 말을 마친 위키는 빠른 속도로 우리쪽을 향해 다가 왔다. 방향을 보니, 이번에 노리는 것은 브리였다. 결국 걱정하던 상황이 벌어졌군, 난 위키를 가로 막기 위해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였다. 죽더라도 혼자 죽어야지, 브리까지 죽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과 눈의 움직임에 비해서 몸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꺄아아악!"

늦었다. 내가 막을 겨를도 없이 위키는 브리 앞에서 엄청난 암흑의 기운을 터트려버렸다. 곁에 있던 나 역시 쓰러져버릴 정도로. 브리가 멀리 튕겨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꽤 심한 충격을 받은듯 브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그러게 오지 말라고 했더니, 위키는 너무나도 차가운 눈으로 쓰러진 브리를 쳐다보았다.

"브리!"  

하지만 브리를 걱정할 여유 따위는 내게 없었다. 이마 위키의 차가운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으니까, 난 바닥에 떨어져버린 검을 들어서 위키를 향해 집중했다. 마법을 쓰지않고 직접적으로 공격을 해오는 위키, 위키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하급마물도 맞추지 못하는 지금 내 상태로 고위악마를 맞추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내 가슴부분을 향해 날카롭고 긴 자신의 손톱을 휘둘렀다. 간발의 차이, 악마의 감각이 그래도 남아있었던 까닭일까? 옷이 뜯겨져 나가며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피하는 것도 하늘이 준 행운, 그 행운 역시 그 것 뿐이었는지 그 순간 난 이미 중심을 잃고 뒤쪽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품에 넣어두었던 성경이 뜻겨진 옷 때문에 밖으로 흘러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하나 남아있긴 있었네, 하지만 아무리 신성력이 풍부하다고 해도 저 성경가지고 악마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위키 역시 항성력이 강한 축에 드는 편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모두가 나란 존재에 의해 이루워진 것,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구 탓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므로.

위키는 성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을 느꼈는지 잠시 멈칫한 뒤 뒤로 물러섰다. 휴, 하지만 그 것 역시 악마의 무의식 적인 본능 때문, 위키는 곧 다시 공격을 들어올 것이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아까 흑마법의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브리가 정신을 잃어서 환각으로부터 날 지켜줄 존재가 없어져서 그런지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제 포기를 해야 할는 것일까? 하지만 그 순간, 바닥에 넘어진 내 눈앞에 떨어진 성경책이 저절로 펼쳐지더니,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구절에서 신성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본 적이 있는 구절이었다. 성직자들이 악마를 만났을 때, 종종 읽곤하던 구절. 난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그 구절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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