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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 모습을 숨긴 부드러운 말투, 다행히 내가 누구였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중 하위 악마녀석들은 전쟁때가 아니면 내 모습을 보기도 힘들었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악마녀석들은 대부분 소멸시켜 버렸기 때문에.

"표정을 보니, 내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군, 성직자. 그렇다면 평범한 성직자는 아니란 소리겠지? 왠지 내 마음에 쏙 드는군. 후후."

지금 상황을 보니, 확실히 악마가 틀림이 없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변태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아무래도 이 녀석이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성직자들과 싸워서 이기면 잡아먹어 버리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좀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이런 녀석들은 항성력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 성경의 신성력 말고는 그다지 싸울만한게 없는 나로써는...브리라도 천사인 상태였으면...저 악마녀석을 어떻게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비켜라. 악마. 네 따위에게 볼일은 없다."

난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을 했다. 최소한 이런 녀석 앞에서 비굴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오, 성직자 치고는 말투가 거칠군, 하지만 완벽한 음식이란 것은 없으니까 그 정도의 결점 쯤이야."

녀석은 느끼한 미소를 유지한 체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브리는 이 상황에서도 잠을 깨지 않고 있었다. 브리를 업고 칼을 휘두를 수도 없고, 하긴 하급 마물도 못 맞추는 내 신체 상태로 아무리 약한 중급악마라고 해도 털끗하나 건드릴 수도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난 아까 꺼내둔 성경책을 펼쳤다. 그리고 전처럼 저절로 내가 원하는 구절이 있는 곳을 향해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성경책.

"좋은 생각이야 성직자, 그 신의 헛소리를 적어놓은 구절을 읽으려고? 원래 사냥이란 것은 적당히 저항을 하는 존재를 잡는 것이 더 흥미가 있지."

정말...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녀석이군. 이 녀석에게는 위키 앞에서 느꼈던 그 절망감이나 두려움 따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저 녀석이 나보다 강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따뜻한 흰빛 기운이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상당히 강한 신성력, 하지만 그 악마녀석은 느끼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유지한체 온몸이 검은빛 기운으로 감싸며, 검은빛 날개를 가진 본모습으로 변했다. 휴...하지만 아무래도 그다지 긴장감이 들지 않는건...

"오호, 오오라 까지 뿜는 성직자라...  이렇게 재미있는 상대를 찾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그 보답으로 이 위대하신 분의 이름 정도는 알려주도록 하지. 비아세트 아시루스, 네 영혼과 육체를 접수할 분의 성함이시다."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악마, 내가 모른다는 것은 악마들한테도 그다지  별볼일 없는 악마란 말이다. 하지만...지금은 그 별볼일 없는 악마가 내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에...정말..

"그렇다면 네 녀석을 소멸시킬 분의 성함을 가르쳐 드리지. 베른 세르베이션, 성기사다."

난 브리가 등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경구절을 읽는데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은 상당한 항성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그러니까, 성직자들을 전문적으로 사냥을하고 다녔겠지만...아무튼 신성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난 녀석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성기사라, 역시 성직자들 보다는 성기사들이 더 마음에 든다니까, 더욱더 사냥하는 맛이 나게 하거든. 거기에다 오늘은 별식까지 추가되었으니."

녀석의 눈길이 내 등 뒤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브리, 젠장. 녀석 브리에게도 관심이 있었나? 보통의 천사인 상태였다면, 녀석이 함부로 먹거나하면 천사의 신성력 때문에 녀석이 죽겠지만, 지금의 브리는 신성력이 약해져 물질화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위험했다. 휴, 이번에도 나만 아니라 브리의 삶의 무게까지 짊어져야 하는 것인가?

비아세트란 그 악마녀석의 손에서 검은빛 기운이 조금씩 뿜어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손에 검은빛 기운을 감싼체로 내가 서있는 쪽을 향해 달려왔다. 녀석의 검은기운에 휩싸인 주먹과 신성력의 흰막이 부딪히며 중심을 잡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있는 나에 반해 악마녀석은 신성력에대한 통증도 없는지 계속해서 흰색막에 자신의 주먹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었다. 녀석의 검은 빛 흑마법과 흰색막이 충돌할 때마다 그 주위에 있는 흰색 막들이 순간적으로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자의 그늘 아래 거하리로다. 내가 여호와를 가르켜 말하기를 '저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나의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이는 저가 너를 새 사냥군의 올무에서와 극한 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

흰색막이 타격을 받을 때마다 내게 몰려오는 엄청난 충격과 통증을 참으며, 다음에 펼쳐진 구절을 읽기 시작했다. 다시 성경에서 엄청난 양의 흰빛이 뿜어져 나오며 약해졌던 막이 다시 조금씩 두꺼워 졌다. 이제 안전해 진 것인가? 하지만 머리가 뿌써질듯한 이 통증, 버티기 힘들정도였다. 브리가 조금만 도와줄 수 있다면 좋을텐데..하는 생각...하지만 브리는 여전히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역시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처럼 실력은 꽤 있군, 성직자. 아니, 성기사라고 했던가? 역시 정말 내 눈은 정확해, 최상급의 식량이 되겠군."

누가 먹혀 준다고 했던가? 그런데 솔직히 좀 이상한 점이 있다. 보통 대부분의 악마들은 낮에 활동을 잘하지 않았는데, 최근들어 만난 이 녀석을 포함한 두명의 악마들은 낮임에도 그다지 힘이 약해지거나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튼, 녀석은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나도 무엇인가 반격을 해야 될텐데, 공격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었다. 신성력으로 압박을 가하는 수 말고는...하지만, 내가 인간들식으로 믿음이 강한 진짜 성직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 놈의 악마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시작되는 버티기 힘들 정도의 통증...정말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벌써 기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천년간의 악마 생활동안 단련된 정신력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적당히 몸도 풀렸고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볼까?"

녀석은 잠시 뒤로 물러서더니 기운을 모우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는 흑마법의 기운이 그 악마녀석을 향해 서서히 몰려들었다. 젠장, 분위기를 보니, 천사들의 소멸의 빛과 거의 흡사한...악마들의 기술, 데스셰도우....그 것을 쓰려는 듯 했다. 공격을 할 수 있다면, 녀석이 그 것을 쓰기전에 녀석의 흑마법을 흐트려야 하는데...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난 급한 마음에 다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저가 너를 그 깃으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 날개 아래 피하리로다. 그의 진실함은 방패와 손방패가 되나니, 너는 밤에 놀램과 낮에 흐르는 살과 흑암 중에 행하는 염병과 백주에 황폐케 하는 파멸을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다급함 중에서도 전과다르게 성경 구절을 읽을 때마다 왠지 편안함을 느끼는 내 자신의 변화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편안함이라....목숨이 위험한 상태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난 만약을 대비해 브리를 내 등 뒤에 숨겼다. 최소한 브리만이라도 보호해야 한다. 내가 죽더라도 브리라도 살았으면 하는...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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