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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왕복표 한 장에 3실버 20루리나 돼? 그거면 권총 한 두 자루 살 수 있겠구만!”
그래도 3실버 70루리에서 깎고 깎아서 만든 가격이라
크게 불평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수도인 에이조르라
서 별 다른 세금 없이 제국의 화폐를 받는 것이다. 몇
몇 나라들과, 외딴 지역에 가면 자기 나라의 돈만 받
는 곳이 많다. 물론 환전소에 가면 환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수수료로 나가는 돈은 불평하기엔 쪽 팔리고,
그렇다고 조용히 참기엔 울컥할 정도의 금액이기에 가
난한 여행자들에겐 치명적이기도 하다.
“출발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군.”
지금 시간은 1시, 출발시간은 3시 반이었다. 다행히 필
요한 물품을 구입할 시간은 충분했다.
때문에 그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로 허기를 달래
며 느긋하게 시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에이조르의 시장도 다른 큰 도시들의 시장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만 가지 물건들이 서로 제 몸값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곳. 물론 가격이 깎이는 순간,
고객들은 기뻐하고 상인들은 한탄과 욕설을 내뱉는
다. 하지만 아마 서로 손해 보는 경우는, 정말 얼치기
손님들 빼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하면서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연인들도 많았고, 그런
연인들을 부러워하며 홀로 장을 보는 남녀도 꽤나 많
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에 넋이 팔려있는 사람들
의 주머니를 살짝 빌리려는 소매치기들도 간혹 있었
다.
또한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 그런 자에게 감방 음식
을 먹게 해주려 애쓰는 이들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많고 많은 사람들과 물건들 속에서도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은 메이에게 있어서는 쉬운 일이었다. 에이조르는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몇 번
들렸기에 단골집도 몇 군데 있어서, 초행 자들이 흔히
겪는 바가지를 쓰거나 하는 일 없이 비교적 괜찮은 가
격에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우선 최소 열흘 치 비상식량을 포함해 횃불을 만드는 데 쓸 기름과 천을 구입한 뒤, 2리터 정도 크기의 수
통 몇 개와 구급약품도 사서 자루 가방에 던져 넣었
다. 하지만 시장과 암시장을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마
탄은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전에 거래했던 상인들
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지만, 현재 재고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단 한 발도 구할 수 없었다.
“마탄 없이 유적 탐사를 가는 것은 좀 불안한데…….”
“메이 씨 사정도 잘 알지만, 우리 사정도 좀 급해. 듣기
로는 뭐, 이번 달에 반입된 물건 중에 기능 제한이 넘
는 것이 발견되어서 제국이 수출을 막았다고 하더군.
미안해. 대신 다른 물건 싸게 해줄 테니까, 이번만 좀
넘어가줘.”
확실히 그의 탐험 중에서 마탄이 빠진 적은 없었다. 바
가지를 좀 쓰는 한이 있더라도 마탄은 꼭 챙겨 다녔
다. 4년 전 그때를 제외하고…….
돈을 세 배까지 주겠다고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
소한 한 달은 있어야 공급이 된다는 말에 결국 마탄 구
입은 단념하고 일반 탄환을 싼 값에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을 빠져 나오자 꽤 한산한
광장이 나왔다. 상당히 조경에 신경을 쓴 듯, 각종 나
무들과 꽃들이 공원 전체에 만발했다. 덕분에 발걸음
을 옮길 때마다, 향기가 다른 가을 꽃 향기가 향기롭
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조경이나 화훼에 큰 관심이 없
는 그로서는 잡초와 관상화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
다. 그녀라면, 이럴 때 꽃말까지 곁들여서 척척 알려줬
을 것이다.
-분명 메이 씨 뒷동산의 꽃 이름도 제가 맞힐 수 있을 걸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가슴 한 쪽 구석이 아
려왔다.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아픈 곳이다.
4년 전 그때, 마탄이 있었다면……지금 좀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에리아’
-괜찮아요. 메이 잘못이 아닌걸요?
피로 물든 그녀의 몸. 점점 흐려지는 눈의 초점.
-우리, 다음엔 같이 메이의 고향에 가기로 했잖아요. 메이가 이름을 도저히 모르겠다던, 뒷동산의 하얀 꽃 이름도 가르쳐 주고 개울가에서 낚시도 하고. 아, 그리고 또……
그녀가 수줍게 웃는다.
-그리고 또, 메이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요. 아, 재미있겠다.
그만, 그만 말해요. 제발.
-제가 잘하는 요리 있잖아요. 남은 저녁 식사로 만들어
주는 아침. 그거 부모님께 만들어 드리면 며느리로는
실격이라는 말씀하실까요?
아니요. 에리아가 만들어주는 아침은 최고였어요.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 말인데요…….
만약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만약 제가 없어도, 행복! 해야 해요?
그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으며 생각을 떨쳐냈다.
과거는 과거다. 과거는 잊자.
하지만 그는 고고학자였다.
과거를 파헤치고,
잊혀질 뻔한 과거에 빛을 비춰주는.
땡! 땡! 땡!
세 시를 알리는 종소리에 메이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여행사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올 때보다 휠씬 무거워
진 가방을 울러 매고 다시 여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쓸쓸한 가을 꽃 향기가 그에게 잠깐 동안의 작별을 고
하는 듯 했다.
+++++++++++++++
즐거운 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무슨 왕복표 한 장에 3실버 20루리나 돼? 그거면 권총 한 두 자루 살 수 있겠구만!”
그래도 3실버 70루리에서 깎고 깎아서 만든 가격이라
크게 불평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수도인 에이조르라
서 별 다른 세금 없이 제국의 화폐를 받는 것이다. 몇
몇 나라들과, 외딴 지역에 가면 자기 나라의 돈만 받
는 곳이 많다. 물론 환전소에 가면 환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수수료로 나가는 돈은 불평하기엔 쪽 팔리고,
그렇다고 조용히 참기엔 울컥할 정도의 금액이기에 가
난한 여행자들에겐 치명적이기도 하다.
“출발 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군.”
지금 시간은 1시, 출발시간은 3시 반이었다. 다행히 필
요한 물품을 구입할 시간은 충분했다.
때문에 그는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로 허기를 달래
며 느긋하게 시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에이조르의 시장도 다른 큰 도시들의 시장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만 가지 물건들이 서로 제 몸값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곳. 물론 가격이 깎이는 순간,
고객들은 기뻐하고 상인들은 한탄과 욕설을 내뱉는
다. 하지만 아마 서로 손해 보는 경우는, 정말 얼치기
손님들 빼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
하면서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연인들도 많았고, 그런
연인들을 부러워하며 홀로 장을 보는 남녀도 꽤나 많
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에 넋이 팔려있는 사람들
의 주머니를 살짝 빌리려는 소매치기들도 간혹 있었
다.
또한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 그런 자에게 감방 음식
을 먹게 해주려 애쓰는 이들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많고 많은 사람들과 물건들 속에서도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은 메이에게 있어서는 쉬운 일이었다. 에이조르는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몇 번
들렸기에 단골집도 몇 군데 있어서, 초행 자들이 흔히
겪는 바가지를 쓰거나 하는 일 없이 비교적 괜찮은 가
격에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우선 최소 열흘 치 비상식량을 포함해 횃불을 만드는 데 쓸 기름과 천을 구입한 뒤, 2리터 정도 크기의 수
통 몇 개와 구급약품도 사서 자루 가방에 던져 넣었
다. 하지만 시장과 암시장을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마
탄은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전에 거래했던 상인들
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지만, 현재 재고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단 한 발도 구할 수 없었다.
“마탄 없이 유적 탐사를 가는 것은 좀 불안한데…….”
“메이 씨 사정도 잘 알지만, 우리 사정도 좀 급해. 듣기
로는 뭐, 이번 달에 반입된 물건 중에 기능 제한이 넘
는 것이 발견되어서 제국이 수출을 막았다고 하더군.
미안해. 대신 다른 물건 싸게 해줄 테니까, 이번만 좀
넘어가줘.”
확실히 그의 탐험 중에서 마탄이 빠진 적은 없었다. 바
가지를 좀 쓰는 한이 있더라도 마탄은 꼭 챙겨 다녔
다. 4년 전 그때를 제외하고…….
돈을 세 배까지 주겠다고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
소한 한 달은 있어야 공급이 된다는 말에 결국 마탄 구
입은 단념하고 일반 탄환을 싼 값에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을 빠져 나오자 꽤 한산한
광장이 나왔다. 상당히 조경에 신경을 쓴 듯, 각종 나
무들과 꽃들이 공원 전체에 만발했다. 덕분에 발걸음
을 옮길 때마다, 향기가 다른 가을 꽃 향기가 향기롭
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조경이나 화훼에 큰 관심이 없
는 그로서는 잡초와 관상화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
다. 그녀라면, 이럴 때 꽃말까지 곁들여서 척척 알려줬
을 것이다.
-분명 메이 씨 뒷동산의 꽃 이름도 제가 맞힐 수 있을 걸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가슴 한 쪽 구석이 아
려왔다.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아픈 곳이다.
4년 전 그때, 마탄이 있었다면……지금 좀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에리아’
-괜찮아요. 메이 잘못이 아닌걸요?
피로 물든 그녀의 몸. 점점 흐려지는 눈의 초점.
-우리, 다음엔 같이 메이의 고향에 가기로 했잖아요. 메이가 이름을 도저히 모르겠다던, 뒷동산의 하얀 꽃 이름도 가르쳐 주고 개울가에서 낚시도 하고. 아, 그리고 또……
그녀가 수줍게 웃는다.
-그리고 또, 메이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요. 아, 재미있겠다.
그만, 그만 말해요. 제발.
-제가 잘하는 요리 있잖아요. 남은 저녁 식사로 만들어
주는 아침. 그거 부모님께 만들어 드리면 며느리로는
실격이라는 말씀하실까요?
아니요. 에리아가 만들어주는 아침은 최고였어요.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 말인데요…….
만약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만약 제가 없어도, 행복! 해야 해요?
그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으며 생각을 떨쳐냈다.
과거는 과거다. 과거는 잊자.
하지만 그는 고고학자였다.
과거를 파헤치고,
잊혀질 뻔한 과거에 빛을 비춰주는.
땡! 땡! 땡!
세 시를 알리는 종소리에 메이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여행사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올 때보다 휠씬 무거워
진 가방을 울러 매고 다시 여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쓸쓸한 가을 꽃 향기가 그에게 잠깐 동안의 작별을 고
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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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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