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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이 섞인 짙은 남색의 여운, 드문드문 쟂빛과 짙은 파랑을
뒤섞은 구름, 붉은 노을이 눈앞에 드러났다.
그 아래 겹쳐지는 바닷가 수평선의 한없이 넓은 평온. 하늘을 그
대로 반사시키지만 흔들림이 춤을 춰버려 더 반짝이며 흩어져간
은은한 물결.
어젯밤 해질녘과 같은 근사한 풍경이 류마의 눈앞에 겹쳐진다.
“진실은 아니지만.”
거짓 같은 그 짙은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처럼 류마의 눈동자
위로 특별난 사탕발림마냥 달콤하게 녹여 버렸다.
현재 넓고 에메랄드 블루로 빛나는 물결을 버린 대신 어제 그 풍
경을 그 노을을 두 눈 가득 붙잡고 있었다.
이것이 아름다운 것이었건만, 류마는 이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하
지 않았다. 단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냥 계속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평온함만을 알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눈은 조금씩 감겨오고 있었다. 그런 깜빡임은 굳이 거부한
대도 허용치 않았고, 베란다 너머로 실려 오는 잔잔한 바닷바람과
함께 그 꼬임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
그렇게 잠이 든 것인지.
그렇게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그 후로부터 이어진 풍경은,
실로 현실처럼 실감 나는 풍경이었다.
그 모든 것들은….
신기하게도 만지는 것도 ‘느껴진다’라고 여겨졌고, 신비롭게도 보
는 것조차 뚜렷이 ‘감정’이 실렸다.
마치 그것은 5세 아이의 작은 손이 물감을 만지고 그 물감으로 그
손짓으로 멋진 풍경화를 척척 그려내는 듯한 기적 같은 느낌이기
도 했다.
…반짝…!
두 손안에 겨우 들어올 듯한 작은 빛이지만 한가득 충만하고 충만
해서 절대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소중하고 귀중한 기분이었다.
*
꽤나 거대한 성이었다.
거대한 문을 지나고 굉장히 섬세한 가공기술로 잔뜩 멋을 부린 기
둥을 지나고 또 문을 여러 개 지나고 나니 다리가 슬슬 걷기를 귀
찮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문이 하나 나올 쯤, 이 문이 마지막
문임을 직감했다. 지키는 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일까?
그 문을 두 손으로 활짝 열어젖히고는 크게 외쳤다.
“나를 왜 불렀지?”
마침 뒤를 돌아보는 1인, 의자에 앉은 1인, 그것은 바로 ‘나’였다.
아니, 업그레이드 버전 ‘나’일까.
‘잘나셨군. 누군지 몰라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잘난 ‘나’였다. 나의 미래? 아니면 내가 혹시
잠이 덜 깼나? 어설픈 망상이 이어지다 끊겨버렸다.
“어, 왔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런 소릴. 참~. 대단해. 난. 아
니 넌!”
“너는 나…?”
별 상관은 없지만, 너무 닮았고, 닮고 싶고, 하여간 복잡한 마음으
로 그에게 나는 이렇게 중얼대본다.
“…‘너는 나‘라고? 후훗.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냐. 난 ’나‘지. 네가
내 복사물일걸.”
“…쌍둥이였군.”
그런 결론에 역시 뻔한 건 질렸단 듯이 의자에 앉아있던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하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내가 일부러 그리
대답했음을 알아채고 말을 잇고 있었다.
“하하. 재미없네. 이런 거. 부모랑 전혀 상관없고, 그러니까. 이건
내 기술! 다른 걸로도 할 수 있어. 근데 네 소문이 워낙 굉장하잖
아. 그래서 좀 따라 해봤어.”
“아아.”
소문은 뭐로 났는지 모르지만, 뭔가 저 녀석이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나였다. 근데 저 녀석은 뭔데 날 부르고 날 고용하고 돈
을 혜택을 많이 주려고 하는 걸까.
“근데 넌 누구지?”
“나? 신의 대리인. 이름은 네시드메토.”
“그거 말고, 진짜 이름을 대.”
이거 반말이 제법 익숙하던 나다, 도무지 나의 모습을 닮은 자를
존대할 수가 없다. 신의대리인이라면 꽤 높은 자인데, 나는 아마도
권력의 맛을 잘 모르나 보다.
“하~아. 재미없게. 신의 대리인이지머. 뭐 있어? ‘메토’다. 됐냐?”
참고로 내 이름은 ‘네시드’였다.
나는 앞서 말한 메토가 그 말 많고 유명한 ‘신의 대리인’이란 거랬
지만 별로 안 떨린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나는 단지 혜택이 많
다고 하길래 잠시 들렀을 뿐이다.
어느 날 집으로 날아온 당첨쪽지를 받았는데 이게 그 당첨이었다
니. 실로 황당할 뿐이었다. 딱히 무른다고 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
고, 그러니 참 웃긴 시스템이란 거다.
어쨌거나, 녀석이 살짝 부러웠던 이유는, 그는 나처럼 화상자국 때
문에 불가피하게 한쪽 눈(왼쪽 눈)을 가리지도 않았고 얼굴도 마
법으로 맨들맨들 뽀얗게 만든 닮은 1인이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길고 살랑살랑 부드러운 보라색머
리칼에 눈동자가 금색이란 거다. 나는 평소 모습 그대로 절대적으
로 유치한 오렌지 빛 눈동자이다.
이쪽은 노르스름하고 저쪽은 삐까뻔쩍하고 그런 거란 말, 상당히
놀림거리이며 지울 수 없는 촌스러움인 거다. 그나마 이럴 땐 눈
한 짝만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란 느낌이다. 눈가리개는 말이 눈
가리개지, 실은 정상적인 왼쪽 눈 주변의 화상 얼룩 가리개다.
“…잘생겼구나. 메토.”
역시 신의 대리자이니까, 멋진 폼으로 많은 이들에게 말을 전달하
는 게 뭔가 더 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더욱 외관에 힘을 실었던
거겠지? 그래. 그게 맞을 거야. ‘후광효과’란 것도 있잖아.
“하긴 넌 결점이 많았지. 이번 거 어때? 맘에 들지 않아? 한번쯤
은 가디언과 같은 느낌이 어떨까하고…”
“취소다.”
*
천장은 높고 둥글고, 군데군데 금과 은 및 무색 수정이 근사한 빛
을 발하는 딱 ‘신전’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그 건물, 어제와 같
은 건물이다.
어제 저 자리에 앉아있던 나, 아니 나를 닮은 1인 메토, 그 의자
앞 긴 탁자 앞에 우아한 동쪽 용 두 마리가 춤을 추고 있는 수가
놓인 새하얀 병풍이 둘러쳐져 있었다.
그것이 있는 이윤 방금 한 신전 똘마니 복장의 10대 중반 1인(남)
이 음식을 날라다 왔기 때문이다. 과일과 음료 몇 가지였다.
“번거롭지? 여기가 좀 그래. 네시드.”
기둥 하나에 등을 기대고 눈만 감고 있던 나는 그 신전 복장의 1
인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다. 눈동자색이 짜증나고 콤플렉스니까
눈을 감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랬다. 거울도 잘 안 보고, 이럴 줄
알았다면 색이 있는 안경이라도 쓰고 다니는 건데.
“별로. 대접받는 거잖아. 메토는 좋겠네.”
“부러우면 네가 해먹어라. 어쨌건 난 네 덕에 좀 신났었어. 어제도
그렇고. 왜 이런 생각을 못해봤을까?”
내가 자신을 부러워하는 걸 알고 하는 소리일까, 메토는 어딘가
철이 없어 보였다.
“너, 정말 신이야?”
“뭐? 아니 신의 대리자잖아. 뭘 또 착각해? 혹시 떠보는 거?”
“아니, 신 겸 대리자라고 생각했었어. 신은 심심하고 대리자를 하
나 들였다고 하고 그 모습으로 노는 거지. 아냐? 지금 내가 위험
한 생각한 건가?”
빤히 네시드를 쳐다보던 잘난 네시드(=메토)는 피식 웃더니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어 꿀꺽 삼킨다. 그 모습에 네시드는 살짝 ‘저게
뭔 짓? 하여간 편리한 녀석이네.’하고 생각해버린다. 또 다른 뭔가
를 떠올리기 직전 메토는 이번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더니 우물
우물 씹어 넘긴다.
“네시드는 다른 가디언들과 뭔가 다르네. 어쩌면 위험하겠지. 하지
만 신의 대리자인 나 ‘메토’의 생각을 읽는 것도 답답할 거야. 차
라리 필요할 때 몇 마디 던져주는 게 더 편하지. 내 생각을 그가
읽는다면 그는 당장에 내게 시달려 죽을 거야. 그런 게 가능하다
면 나는 그를 향해 저주를 퍼붓겠지. 그렇담 그 저주 때문이라도
날 놓아주겠지.”
“그런가. 하지만 아직 20%정도는 의심이 안 풀려. 굳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생각났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메토.”
“네시드. 나도 죽어. 나도 어느 날 아침에 내가 대리자란걸 알았
어. 불현듯 이 장소에 오고 싶고 내가 할 일을 알게 된 거지. 그리
고 누군가를 가디언으로 할지도 말이지.”
“그렇담, 원래는 누구였는데? 이름은 네 이름이야? 사는 곳은?”
“물론, 다 조작된 거 아니겠어? 이곳으로 오는 과정조차도 내 안
에 봉인되었어. 아 그러고 보니, 나의 성별도 신이 조작한 게 아닐
까 싶은데. 너무 심한 생각일까?”
“그런 것까지… 생각 안 해도 돼. 메토.”
나는 메토의 한심함에 치를 떨 뻔했다. 나의 업그레이드형 닮은
외관으로 저러고 있는데 어찌 한 대 안 치고 싶을까!
문득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보상으로 뭔가를 준다는 게 생각났다.
[당신이 바라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드립니다.]
==================================
오늘 마감 끝, 일주일의 남은 일요일, 처리했네요.
이리저리 생각 안 나서 미루고 어쩌고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
니다. 하다 보니 또 재밌고 그렇네요. 하고자 하는 장면은 아니었
지만, 뒤로 넘기기로.(제 방에도 개인 컴퓨터가 왔어요. ^^땡큐~)
그러니까 말인데요.
점차 무슨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네요. ㅜ.ㅜ
그게 유일한 걱정!? 믹스되었네요. 이건 어디 올려!?
그냥 하던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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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이 섞인 짙은 남색의 여운, 드문드문 쟂빛과 짙은 파랑을
뒤섞은 구름, 붉은 노을이 눈앞에 드러났다.
그 아래 겹쳐지는 바닷가 수평선의 한없이 넓은 평온. 하늘을 그
대로 반사시키지만 흔들림이 춤을 춰버려 더 반짝이며 흩어져간
은은한 물결.
어젯밤 해질녘과 같은 근사한 풍경이 류마의 눈앞에 겹쳐진다.
“진실은 아니지만.”
거짓 같은 그 짙은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추억처럼 류마의 눈동자
위로 특별난 사탕발림마냥 달콤하게 녹여 버렸다.
현재 넓고 에메랄드 블루로 빛나는 물결을 버린 대신 어제 그 풍
경을 그 노을을 두 눈 가득 붙잡고 있었다.
이것이 아름다운 것이었건만, 류마는 이것을 ‘아름답다’라고 말하
지 않았다. 단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냥 계속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평온함만을 알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눈은 조금씩 감겨오고 있었다. 그런 깜빡임은 굳이 거부한
대도 허용치 않았고, 베란다 너머로 실려 오는 잔잔한 바닷바람과
함께 그 꼬임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
그렇게 잠이 든 것인지.
그렇게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그 후로부터 이어진 풍경은,
실로 현실처럼 실감 나는 풍경이었다.
그 모든 것들은….
신기하게도 만지는 것도 ‘느껴진다’라고 여겨졌고, 신비롭게도 보
는 것조차 뚜렷이 ‘감정’이 실렸다.
마치 그것은 5세 아이의 작은 손이 물감을 만지고 그 물감으로 그
손짓으로 멋진 풍경화를 척척 그려내는 듯한 기적 같은 느낌이기
도 했다.
…반짝…!
두 손안에 겨우 들어올 듯한 작은 빛이지만 한가득 충만하고 충만
해서 절대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소중하고 귀중한 기분이었다.
*
꽤나 거대한 성이었다.
거대한 문을 지나고 굉장히 섬세한 가공기술로 잔뜩 멋을 부린 기
둥을 지나고 또 문을 여러 개 지나고 나니 다리가 슬슬 걷기를 귀
찮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문이 하나 나올 쯤, 이 문이 마지막
문임을 직감했다. 지키는 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일까?
그 문을 두 손으로 활짝 열어젖히고는 크게 외쳤다.
“나를 왜 불렀지?”
마침 뒤를 돌아보는 1인, 의자에 앉은 1인, 그것은 바로 ‘나’였다.
아니, 업그레이드 버전 ‘나’일까.
‘잘나셨군. 누군지 몰라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잘난 ‘나’였다. 나의 미래? 아니면 내가 혹시
잠이 덜 깼나? 어설픈 망상이 이어지다 끊겨버렸다.
“어, 왔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런 소릴. 참~. 대단해. 난. 아
니 넌!”
“너는 나…?”
별 상관은 없지만, 너무 닮았고, 닮고 싶고, 하여간 복잡한 마음으
로 그에게 나는 이렇게 중얼대본다.
“…‘너는 나‘라고? 후훗.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냐. 난 ’나‘지. 네가
내 복사물일걸.”
“…쌍둥이였군.”
그런 결론에 역시 뻔한 건 질렸단 듯이 의자에 앉아있던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하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내가 일부러 그리
대답했음을 알아채고 말을 잇고 있었다.
“하하. 재미없네. 이런 거. 부모랑 전혀 상관없고, 그러니까. 이건
내 기술! 다른 걸로도 할 수 있어. 근데 네 소문이 워낙 굉장하잖
아. 그래서 좀 따라 해봤어.”
“아아.”
소문은 뭐로 났는지 모르지만, 뭔가 저 녀석이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나였다. 근데 저 녀석은 뭔데 날 부르고 날 고용하고 돈
을 혜택을 많이 주려고 하는 걸까.
“근데 넌 누구지?”
“나? 신의 대리인. 이름은 네시드메토.”
“그거 말고, 진짜 이름을 대.”
이거 반말이 제법 익숙하던 나다, 도무지 나의 모습을 닮은 자를
존대할 수가 없다. 신의대리인이라면 꽤 높은 자인데, 나는 아마도
권력의 맛을 잘 모르나 보다.
“하~아. 재미없게. 신의 대리인이지머. 뭐 있어? ‘메토’다. 됐냐?”
참고로 내 이름은 ‘네시드’였다.
나는 앞서 말한 메토가 그 말 많고 유명한 ‘신의 대리인’이란 거랬
지만 별로 안 떨린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나는 단지 혜택이 많
다고 하길래 잠시 들렀을 뿐이다.
어느 날 집으로 날아온 당첨쪽지를 받았는데 이게 그 당첨이었다
니. 실로 황당할 뿐이었다. 딱히 무른다고 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
고, 그러니 참 웃긴 시스템이란 거다.
어쨌거나, 녀석이 살짝 부러웠던 이유는, 그는 나처럼 화상자국 때
문에 불가피하게 한쪽 눈(왼쪽 눈)을 가리지도 않았고 얼굴도 마
법으로 맨들맨들 뽀얗게 만든 닮은 1인이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길고 살랑살랑 부드러운 보라색머
리칼에 눈동자가 금색이란 거다. 나는 평소 모습 그대로 절대적으
로 유치한 오렌지 빛 눈동자이다.
이쪽은 노르스름하고 저쪽은 삐까뻔쩍하고 그런 거란 말, 상당히
놀림거리이며 지울 수 없는 촌스러움인 거다. 그나마 이럴 땐 눈
한 짝만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이란 느낌이다. 눈가리개는 말이 눈
가리개지, 실은 정상적인 왼쪽 눈 주변의 화상 얼룩 가리개다.
“…잘생겼구나. 메토.”
역시 신의 대리자이니까, 멋진 폼으로 많은 이들에게 말을 전달하
는 게 뭔가 더 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더욱 외관에 힘을 실었던
거겠지? 그래. 그게 맞을 거야. ‘후광효과’란 것도 있잖아.
“하긴 넌 결점이 많았지. 이번 거 어때? 맘에 들지 않아? 한번쯤
은 가디언과 같은 느낌이 어떨까하고…”
“취소다.”
*
천장은 높고 둥글고, 군데군데 금과 은 및 무색 수정이 근사한 빛
을 발하는 딱 ‘신전’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그 건물, 어제와 같
은 건물이다.
어제 저 자리에 앉아있던 나, 아니 나를 닮은 1인 메토, 그 의자
앞 긴 탁자 앞에 우아한 동쪽 용 두 마리가 춤을 추고 있는 수가
놓인 새하얀 병풍이 둘러쳐져 있었다.
그것이 있는 이윤 방금 한 신전 똘마니 복장의 10대 중반 1인(남)
이 음식을 날라다 왔기 때문이다. 과일과 음료 몇 가지였다.
“번거롭지? 여기가 좀 그래. 네시드.”
기둥 하나에 등을 기대고 눈만 감고 있던 나는 그 신전 복장의 1
인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다. 눈동자색이 짜증나고 콤플렉스니까
눈을 감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랬다. 거울도 잘 안 보고, 이럴 줄
알았다면 색이 있는 안경이라도 쓰고 다니는 건데.
“별로. 대접받는 거잖아. 메토는 좋겠네.”
“부러우면 네가 해먹어라. 어쨌건 난 네 덕에 좀 신났었어. 어제도
그렇고. 왜 이런 생각을 못해봤을까?”
내가 자신을 부러워하는 걸 알고 하는 소리일까, 메토는 어딘가
철이 없어 보였다.
“너, 정말 신이야?”
“뭐? 아니 신의 대리자잖아. 뭘 또 착각해? 혹시 떠보는 거?”
“아니, 신 겸 대리자라고 생각했었어. 신은 심심하고 대리자를 하
나 들였다고 하고 그 모습으로 노는 거지. 아냐? 지금 내가 위험
한 생각한 건가?”
빤히 네시드를 쳐다보던 잘난 네시드(=메토)는 피식 웃더니 포도
한 알을 입에 넣어 꿀꺽 삼킨다. 그 모습에 네시드는 살짝 ‘저게
뭔 짓? 하여간 편리한 녀석이네.’하고 생각해버린다. 또 다른 뭔가
를 떠올리기 직전 메토는 이번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더니 우물
우물 씹어 넘긴다.
“네시드는 다른 가디언들과 뭔가 다르네. 어쩌면 위험하겠지. 하지
만 신의 대리자인 나 ‘메토’의 생각을 읽는 것도 답답할 거야. 차
라리 필요할 때 몇 마디 던져주는 게 더 편하지. 내 생각을 그가
읽는다면 그는 당장에 내게 시달려 죽을 거야. 그런 게 가능하다
면 나는 그를 향해 저주를 퍼붓겠지. 그렇담 그 저주 때문이라도
날 놓아주겠지.”
“그런가. 하지만 아직 20%정도는 의심이 안 풀려. 굳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생각났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메토.”
“네시드. 나도 죽어. 나도 어느 날 아침에 내가 대리자란걸 알았
어. 불현듯 이 장소에 오고 싶고 내가 할 일을 알게 된 거지. 그리
고 누군가를 가디언으로 할지도 말이지.”
“그렇담, 원래는 누구였는데? 이름은 네 이름이야? 사는 곳은?”
“물론, 다 조작된 거 아니겠어? 이곳으로 오는 과정조차도 내 안
에 봉인되었어. 아 그러고 보니, 나의 성별도 신이 조작한 게 아닐
까 싶은데. 너무 심한 생각일까?”
“그런 것까지… 생각 안 해도 돼. 메토.”
나는 메토의 한심함에 치를 떨 뻔했다. 나의 업그레이드형 닮은
외관으로 저러고 있는데 어찌 한 대 안 치고 싶을까!
문득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보상으로 뭔가를 준다는 게 생각났다.
[당신이 바라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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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감 끝, 일주일의 남은 일요일, 처리했네요.
이리저리 생각 안 나서 미루고 어쩌고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
니다. 하다 보니 또 재밌고 그렇네요. 하고자 하는 장면은 아니었
지만, 뒤로 넘기기로.(제 방에도 개인 컴퓨터가 왔어요. ^^땡큐~)
그러니까 말인데요.
점차 무슨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네요. ㅜ.ㅜ
그게 유일한 걱정!? 믹스되었네요. 이건 어디 올려!?
그냥 하던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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