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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류마(6세), 인플루(32세), 쿠마린(34세)
장소: 류오스(Luoes)
먹구름 따위 하나 없고, 하얀 뭉게구름만 두둥실 피어오른 새파란
하늘이 온통 모든 이로 하여금 충만한 행복을 누리게 할 것만 같
은 이런 날씨, 쭉 할 일없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
탄탄한 근육의 소유자로, 얼핏 보면 구릿빛이 근사해서 아리따워
보이긴 해도 역시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엄청난 실력자일지도 모
른다는 망상에 쉽사리 젖어들기 쉬운 강한 눈빛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쿠마린과,
옆의 자신에 비하면 한없이 비리비리하나 어쩌면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있을지 모르는, 어쩐지 편한 눈빛의 사나이 인플루!,
두 사람은 약 10미터 전방, 눈앞의 1인의 꼬마를 바라보고 있었
다.
그 꼬마는 갓 이름을 ‘류마’라고 지어버린 후, 겸사겸사해서 이 동
네에서 친구들이 금세 생겨버린 그 녀석을 그렇게 바라보며 쿠마
린이 말한다.
“어이 녀석, ‘이름’. 왜 그랬지?”
“저는 ‘인플루’에요. 그리고 ‘어이’ 녀석은 이제 ‘류마’구요. 그런데
요?”
“왜 굳이 그 이름이지? 그 ‘전설’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
“네. 그럼요. 당연히 알고 있죠. 그래서 이곳까지 온 거잖아요?”
동네풍경이 참 좋네요~ 하는 듯 여기저기를 한가로이 바라보며
여유라는 소스를 듬뿍 쳐 바른 인플루의 옆얼굴에 대고 그 귓가에
적당히 묘한 기운을 담아 중얼거리던 쿠마린,
“미친 거냐. 인플루.”
이에 아무런 놀람 없이 교양 떨듯 ‘흐음. 약간 심한 말씀이시다~!’
라는 듯 술술 그가 말을 잇는다.
“설마요. 하지만, ‘류마’가 어때서요? 흐음. 혹시… ‘아슬아슬’해서
인가요?”
그리곤 그의 입가에 부드럽고도 잔잔히 미소를 담는 인플루, 현재
투명하고도 맑은 인상을 그리곤 있지만, 그것이 곱게 보이지 않던
쿠마린이었다.
그녀는 비록 이 녀석과 계약을 하긴 했지만, 역시 이런 점은 평상
시에도 늘 더럽게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했었다. 혼자 두뇌파랍시
고 엄청난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다는 혼자만의 자만심 따위 구역
질이 난다고나 할까? 검을 가진 자-물론 여기서 ‘단검’은 검이라
지칭하지 않는다.- 역시 아니기에 한판 겨룰 수도 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게… 이런 짓 따위가… 미친 게 아니라고?”
슬금슬금 쿠마린의 눈빛에 어린 전신에 서린 잔혹한 살기가 인플
루의 어깨를 덮쳐갔고 목을 향해 점차 뻗어가고 있었다. 이런 분
위기 조성 후 한 마디가 자신의 생명줄이란 것 역시 확실히 알고
있다.
‘하하. 그래도 이 사람은 ‘귀족’인걸.(=‘양반’,나름 제대로 인간미가
넘치는 인간을 지칭.)‘
이런 순간이 오리란 것도, 미리 이런저런 밑밥을 던지는 일 역시
상대를 면밀히 살필 수 있는 정보의 일환이며 일이다.
눈앞에서 날아오는 칼에 벌벌 떨지 않는 일, 선불 받은 계약에 대
한 믿음 깨지 않고 묵묵히 지켜내는 일 역시 힘들긴 하나 할 만한
일이었다. 이것이 지독히 날카로운 손님을 받은 수완가의 제대로
된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러다 죽는 자들도 몇몇 봤지만. 그것도
자기네들의 복이 아닐는지.
“네. 확실히.”
그녀를 보니 아직도 독기를 죽이지 않았다. 약간 누그러들었다면
그랬을까마는, 역시 빈틈없는 여자라 생각하는 인플루,
“전 이 편이 더 재밌으리라고 생각해요. 미끼를 숨긴다면 큰 물고
기든 작은 물고기든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다구요. 여기서 지렁이
를 잡고 살랑살랑 흔들면 저희가 이것저것 선별해서 취할 건 취하
고 버릴 건 깨끗하게 정리하고 어때요?”
“…그럴 ‘입장’이 되지 않는다면?”
이 말을 한 직후 쿠마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마치 인플루
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는 듯한 비밀스런 잡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그녀의 풍경이 유들유들해지고 있었다. 그 많던 살기의 얼
룩 그림자는 이미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허나, 이런 현상을 인플루는 유심히 바라보지 못했다. 놓치고 만
거다. 그 대신 더 큰 이익을 향한 욕심이 시야를 가린 채였기 때
문이었다.
“무슨 그런! 저도 이미 다 듣고 왔다구요. 당신이 ‘쿠마린’씨가 아
니라면 당신을 따라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가 왜 여
기까지 꾸역꾸역…”
“조용.”
엄청난 정적이 그녀에게서 그리고 그녀를 따라 그에게로 퍼져나갔
고 그도 더 많은 정보를 발설하려던 입을 눈치껏 닫아 버렸다. 그
와 동시에 힘없이 고개가 ‘끄덕’였고,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눈이 향한 곳에 그의 눈도 향했고, 그녀
는 ‘류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던 류마,
“당신들은 무슨 ‘비밀이야기’가 그렇게도 많아?”
라는 질문에 그 둘은 한동안 침묵했다.
“왜 왔지? 놀지 않고?”
라던 쿠마린의 쌀쌀 맞은 말에 류마왈
“날 놀렸어. 녀석들이.”
“그래서 ‘이름’ 바꾸려고?”
별 의미 없이 인플루가 ‘이름’을 거론했고, 쿠마린은 그의 그 한마
디에 신경이 쓰여 그의 얼굴을 힐끔 노려보다 류마를 보는 척 한
다. 류마는 귀염성 없이 고개 흔들기도 없이 단순히 말만 했다.
“아니, 리마가 시끄러워서.”
가만 보니 류마는 그다지 화난 얼굴도 아니고 평소와 같았다. 주
변에 관심 없이 물음에는 대답하는데 뭔가 빠진듯하고 허나 그것
이 뭔지 그것을 모르겠다. 그 둘이 진짜 엄마아빠였다면 굳이 묻
고 또 물었을 테지만, 그냥 넘어갔다.
무엇이 굉장히 신경이 쓰였지만, 그다지 쓰이지 않는 듯도 했기에.
\
약 2년 후 현재!
어제 한 차례 소낙비가 내리고 시원해진 오늘, 오후 3시: 16분
장소: 류오스(Luoes)
류마: 8세, 리마: 7세
이런저런 볼일을 보러 인플루가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던 도중, 리
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인플루 오빠!”
엄청난 나이차에 오빠로 불리는 이 장면, 근데, 받아들이는 입장
쪽에서 너무 스스럼이 없이 받아들이는지라 어색하지 않았다.
“리마양. 어디가?”
“아뇨. 그냥… 여기저기.”
“류마는 오늘 한가하던데. 같이 안 놀아?
“저어- 오늘 아침에 류마랑 싸웠어요. 맨날 싸워요.”
“류마가 뭐랬는데?”
“그냥. 인사하지 말래요. 어떻게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해요! 그런
거 진짜 진짜 너무해요!”
바른 생활인으로 큰 ‘리마’였는지, 어딜 가나 밝고 명랑하게 인사
를 즐겨했었다. 그것이 예의였고 친구로서도 반가움의 표시였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그 말을 거슬려하고 있던 류마였다. 그것에 화
가 나서 더 말하게 되고 밤낮으로 아침점심저녁 만나기만 하면 인
사말을 퍼부었다. 어쩌다보니 계속 계속 그런 일뿐이었다.
“음. 그럼 안 하면 되겠네.”
“그러긴 싫어요! 전 나쁜 어린이가 아니에요!”
간단명료한 정답일지도 모르는 인플루의 그것, 헌데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리마였다. 자신은 애써 좋은 일을 하고 있는 데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 혼자서 우기는 류마가 괜히 섭섭하고 밉고 그런 것
이다. 그 덕에 인플루 오빠도 금세 미워지려고 했다.
”그 녀석… 요 근래 ‘안녕?’ 어쩌구 그런 거 엄청 싫어하더라고. '
일어났니? 좋은 아침이지?‘ 등등의 아침인사나 ’잘 자라. 좋은 꿈
꿔라.‘등등 저녁인사까지 괴로워했지. 물론 우리 집에서 그런 말을
건네는 사람은 나뿐이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자는지 피곤해하고 말
이야.“
“그럼.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어느덧 괜히 가득 미안함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 리마, 눈동자가
촉촉이 물기 어려 반짝이고 있었다.
“그럴지도….”
서로 다음에 또 보기를 인사하고 헤어지려는 가운데, 멈칫 인플루
의 질문이 이어진다.
“근데, 리마양?”
“에?”
“2년 전에, 처음 여기에 류마 왔을 때 기억하지?”
“응! 기억나요!”
이름이 뭐냐고 했을 때 뭔가 숫자 같은 걸 읊조리던, 희미하게나
마 인상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쿠마린언니는 숨소리도 겨우 낼 정
도로 무서운 얼굴이었고 그 옆에 인플루오빠는 지금과 변함이 없
었다.
“그때 류마가 친구들이 놀렸다고 그러던데. 그때 너도 놀렸었니?”
“에에? 아뇨! 저, 저는 편만 들었어요!”
“근데 왜…, 아니다.”
과거 2년 전, 류마는 ’낯선 자’로서 이 동네에 왔었고, 놀림을 받
았지만 그것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은 듯 보였고, 전혀 그런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리마가 편들기를 했음에도 고마
움이란 느낌조차 없었다.
모든 것을 당연한 듯이 그렇지 않으면 당연함이란 것조차 모르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든 점이 애매했고 그렇기에 그 모
든 점이 ‘인간 같지 않은 점’이라고…
‘설마 ‘인간’이 아닐 거라곤 생각지 않아. 의뢰받았을 때도 제국
뤼틸그(Retlg)에서 다하브(Dahav), 그리고 류오스(Luoes)까지.‘
하지만 지금 현재로선 ‘류마’의 모습은 어딘가 감쪽같이 인간을 모
방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환경이 있기에 서로를 모방하고 사회를
이루는 거 아닐까. 이걸 보자면, 역시 류마는 인플루 자신을 만나
기 전에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라고 추측될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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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 또...
약 2년 전
류마(6세), 인플루(32세), 쿠마린(34세)
장소: 류오스(Luoes)
먹구름 따위 하나 없고, 하얀 뭉게구름만 두둥실 피어오른 새파란
하늘이 온통 모든 이로 하여금 충만한 행복을 누리게 할 것만 같
은 이런 날씨, 쭉 할 일없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
탄탄한 근육의 소유자로, 얼핏 보면 구릿빛이 근사해서 아리따워
보이긴 해도 역시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엄청난 실력자일지도 모
른다는 망상에 쉽사리 젖어들기 쉬운 강한 눈빛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 쿠마린과,
옆의 자신에 비하면 한없이 비리비리하나 어쩌면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있을지 모르는, 어쩐지 편한 눈빛의 사나이 인플루!,
두 사람은 약 10미터 전방, 눈앞의 1인의 꼬마를 바라보고 있었
다.
그 꼬마는 갓 이름을 ‘류마’라고 지어버린 후, 겸사겸사해서 이 동
네에서 친구들이 금세 생겨버린 그 녀석을 그렇게 바라보며 쿠마
린이 말한다.
“어이 녀석, ‘이름’. 왜 그랬지?”
“저는 ‘인플루’에요. 그리고 ‘어이’ 녀석은 이제 ‘류마’구요. 그런데
요?”
“왜 굳이 그 이름이지? 그 ‘전설’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
“네. 그럼요. 당연히 알고 있죠. 그래서 이곳까지 온 거잖아요?”
동네풍경이 참 좋네요~ 하는 듯 여기저기를 한가로이 바라보며
여유라는 소스를 듬뿍 쳐 바른 인플루의 옆얼굴에 대고 그 귓가에
적당히 묘한 기운을 담아 중얼거리던 쿠마린,
“미친 거냐. 인플루.”
이에 아무런 놀람 없이 교양 떨듯 ‘흐음. 약간 심한 말씀이시다~!’
라는 듯 술술 그가 말을 잇는다.
“설마요. 하지만, ‘류마’가 어때서요? 흐음. 혹시… ‘아슬아슬’해서
인가요?”
그리곤 그의 입가에 부드럽고도 잔잔히 미소를 담는 인플루, 현재
투명하고도 맑은 인상을 그리곤 있지만, 그것이 곱게 보이지 않던
쿠마린이었다.
그녀는 비록 이 녀석과 계약을 하긴 했지만, 역시 이런 점은 평상
시에도 늘 더럽게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했었다. 혼자 두뇌파랍시
고 엄청난 꿍꿍이속을 가지고 있다는 혼자만의 자만심 따위 구역
질이 난다고나 할까? 검을 가진 자-물론 여기서 ‘단검’은 검이라
지칭하지 않는다.- 역시 아니기에 한판 겨룰 수도 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게… 이런 짓 따위가… 미친 게 아니라고?”
슬금슬금 쿠마린의 눈빛에 어린 전신에 서린 잔혹한 살기가 인플
루의 어깨를 덮쳐갔고 목을 향해 점차 뻗어가고 있었다. 이런 분
위기 조성 후 한 마디가 자신의 생명줄이란 것 역시 확실히 알고
있다.
‘하하. 그래도 이 사람은 ‘귀족’인걸.(=‘양반’,나름 제대로 인간미가
넘치는 인간을 지칭.)‘
이런 순간이 오리란 것도, 미리 이런저런 밑밥을 던지는 일 역시
상대를 면밀히 살필 수 있는 정보의 일환이며 일이다.
눈앞에서 날아오는 칼에 벌벌 떨지 않는 일, 선불 받은 계약에 대
한 믿음 깨지 않고 묵묵히 지켜내는 일 역시 힘들긴 하나 할 만한
일이었다. 이것이 지독히 날카로운 손님을 받은 수완가의 제대로
된 즐거움 아니겠는가. 이러다 죽는 자들도 몇몇 봤지만. 그것도
자기네들의 복이 아닐는지.
“네. 확실히.”
그녀를 보니 아직도 독기를 죽이지 않았다. 약간 누그러들었다면
그랬을까마는, 역시 빈틈없는 여자라 생각하는 인플루,
“전 이 편이 더 재밌으리라고 생각해요. 미끼를 숨긴다면 큰 물고
기든 작은 물고기든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다구요. 여기서 지렁이
를 잡고 살랑살랑 흔들면 저희가 이것저것 선별해서 취할 건 취하
고 버릴 건 깨끗하게 정리하고 어때요?”
“…그럴 ‘입장’이 되지 않는다면?”
이 말을 한 직후 쿠마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마치 인플루
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는 듯한 비밀스런 잡음이 쏟아지는
것처럼 그녀의 풍경이 유들유들해지고 있었다. 그 많던 살기의 얼
룩 그림자는 이미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허나, 이런 현상을 인플루는 유심히 바라보지 못했다. 놓치고 만
거다. 그 대신 더 큰 이익을 향한 욕심이 시야를 가린 채였기 때
문이었다.
“무슨 그런! 저도 이미 다 듣고 왔다구요. 당신이 ‘쿠마린’씨가 아
니라면 당신을 따라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가 왜 여
기까지 꾸역꾸역…”
“조용.”
엄청난 정적이 그녀에게서 그리고 그녀를 따라 그에게로 퍼져나갔
고 그도 더 많은 정보를 발설하려던 입을 눈치껏 닫아 버렸다. 그
와 동시에 힘없이 고개가 ‘끄덕’였고,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눈이 향한 곳에 그의 눈도 향했고, 그녀
는 ‘류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던 류마,
“당신들은 무슨 ‘비밀이야기’가 그렇게도 많아?”
라는 질문에 그 둘은 한동안 침묵했다.
“왜 왔지? 놀지 않고?”
라던 쿠마린의 쌀쌀 맞은 말에 류마왈
“날 놀렸어. 녀석들이.”
“그래서 ‘이름’ 바꾸려고?”
별 의미 없이 인플루가 ‘이름’을 거론했고, 쿠마린은 그의 그 한마
디에 신경이 쓰여 그의 얼굴을 힐끔 노려보다 류마를 보는 척 한
다. 류마는 귀염성 없이 고개 흔들기도 없이 단순히 말만 했다.
“아니, 리마가 시끄러워서.”
가만 보니 류마는 그다지 화난 얼굴도 아니고 평소와 같았다. 주
변에 관심 없이 물음에는 대답하는데 뭔가 빠진듯하고 허나 그것
이 뭔지 그것을 모르겠다. 그 둘이 진짜 엄마아빠였다면 굳이 묻
고 또 물었을 테지만, 그냥 넘어갔다.
무엇이 굉장히 신경이 쓰였지만, 그다지 쓰이지 않는 듯도 했기에.
\
약 2년 후 현재!
어제 한 차례 소낙비가 내리고 시원해진 오늘, 오후 3시: 16분
장소: 류오스(Luoes)
류마: 8세, 리마: 7세
이런저런 볼일을 보러 인플루가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던 도중, 리
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인플루 오빠!”
엄청난 나이차에 오빠로 불리는 이 장면, 근데, 받아들이는 입장
쪽에서 너무 스스럼이 없이 받아들이는지라 어색하지 않았다.
“리마양. 어디가?”
“아뇨. 그냥… 여기저기.”
“류마는 오늘 한가하던데. 같이 안 놀아?
“저어- 오늘 아침에 류마랑 싸웠어요. 맨날 싸워요.”
“류마가 뭐랬는데?”
“그냥. 인사하지 말래요. 어떻게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해요! 그런
거 진짜 진짜 너무해요!”
바른 생활인으로 큰 ‘리마’였는지, 어딜 가나 밝고 명랑하게 인사
를 즐겨했었다. 그것이 예의였고 친구로서도 반가움의 표시였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그 말을 거슬려하고 있던 류마였다. 그것에 화
가 나서 더 말하게 되고 밤낮으로 아침점심저녁 만나기만 하면 인
사말을 퍼부었다. 어쩌다보니 계속 계속 그런 일뿐이었다.
“음. 그럼 안 하면 되겠네.”
“그러긴 싫어요! 전 나쁜 어린이가 아니에요!”
간단명료한 정답일지도 모르는 인플루의 그것, 헌데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리마였다. 자신은 애써 좋은 일을 하고 있는 데 그것이
나쁜 일이라고 혼자서 우기는 류마가 괜히 섭섭하고 밉고 그런 것
이다. 그 덕에 인플루 오빠도 금세 미워지려고 했다.
”그 녀석… 요 근래 ‘안녕?’ 어쩌구 그런 거 엄청 싫어하더라고. '
일어났니? 좋은 아침이지?‘ 등등의 아침인사나 ’잘 자라. 좋은 꿈
꿔라.‘등등 저녁인사까지 괴로워했지. 물론 우리 집에서 그런 말을
건네는 사람은 나뿐이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자는지 피곤해하고 말
이야.“
“그럼.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어느덧 괜히 가득 미안함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 리마, 눈동자가
촉촉이 물기 어려 반짝이고 있었다.
“그럴지도….”
서로 다음에 또 보기를 인사하고 헤어지려는 가운데, 멈칫 인플루
의 질문이 이어진다.
“근데, 리마양?”
“에?”
“2년 전에, 처음 여기에 류마 왔을 때 기억하지?”
“응! 기억나요!”
이름이 뭐냐고 했을 때 뭔가 숫자 같은 걸 읊조리던, 희미하게나
마 인상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쿠마린언니는 숨소리도 겨우 낼 정
도로 무서운 얼굴이었고 그 옆에 인플루오빠는 지금과 변함이 없
었다.
“그때 류마가 친구들이 놀렸다고 그러던데. 그때 너도 놀렸었니?”
“에에? 아뇨! 저, 저는 편만 들었어요!”
“근데 왜…, 아니다.”
과거 2년 전, 류마는 ’낯선 자’로서 이 동네에 왔었고, 놀림을 받
았지만 그것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은 듯 보였고, 전혀 그런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리마가 편들기를 했음에도 고마
움이란 느낌조차 없었다.
모든 것을 당연한 듯이 그렇지 않으면 당연함이란 것조차 모르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든 점이 애매했고 그렇기에 그 모
든 점이 ‘인간 같지 않은 점’이라고…
‘설마 ‘인간’이 아닐 거라곤 생각지 않아. 의뢰받았을 때도 제국
뤼틸그(Retlg)에서 다하브(Dahav), 그리고 류오스(Luoes)까지.‘
하지만 지금 현재로선 ‘류마’의 모습은 어딘가 감쪽같이 인간을 모
방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환경이 있기에 서로를 모방하고 사회를
이루는 거 아닐까. 이걸 보자면, 역시 류마는 인플루 자신을 만나
기 전에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라고 추측될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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