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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선박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윰으로
돌아가실 때에도 이곳에 오시면 정기선이 있으니…….
두리번, 두리번.
하지만 안 보인다.
다시 한 번 두리번, 두리번.
그는 한 번 더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포기하기로 결정
했다. 아침에 방을 찾아갔지만 전날 밤, 멜로디가 들어
갔던 방 문을 두드려봤지만 난생처음 보는 중년 부부
가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며 짜증을 내면서 그를 맞이
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물론 환각을 보거나 꿈을 꾼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
를 만나고 시간을 보냈던 것을 사실이었지만, 오늘
그녀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기 전, 한 시간 동안이나 이
리 저리 찾았지만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 복도를 지나
가는 선원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것은 모른다는 대답
뿐. 결국 메이는 빨리 하선해달라는 선원들의 독촉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배에서 내렸다. 그는 입맛을 다시
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아가씨였는데.”
아직도 코 끝에 향긋하면서도 새콤한 과일 향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며 담배를 한 대 물
었다.
“뭐, 그 여자 말대로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 일단
일부터 처리하고 보자.”
윰의 제 1도시 에이조르는 상당히 번화한 곳이었다.
이리저리 펼쳐놓은 물건들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꾼들과 막 배에서 내린 여행객들
에게 여관을 소개하는 소개업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항
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진짜 하나도 변한 것이 없구만.”
윰은 류오스의 동쪽에 위치한 나라로, 인구는 약 43만
명 정도의 중소 규모의 나라지만 탄광업의 발달로 인
해 상당히 개발이 된 나라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활기차 보이는 나라지만 윰은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갈
등을 갖고 있다. 과학의 갑작스러운 발달과 인간의 이
기주의가 원인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달은 세계에 엄청
난 혁명을 가져왔다. 증기선들과 제국 주변의 기차는
과거 말과 도보로 이동하던 시간을 거의 수십 배 가까
이 줄였고, 그에 따라 석탄의 필요성도 늘어났다. 때문
에, 윰에 매장되어 있던 막대한 양의 석탄은 강대국,
즉 류오스와 제국, 그리고 타가트라가 눈독들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개발이 시작되기 전, 윰에는 토박이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나라의 개념도 없이 부족단
위로 생활하던 그들의 땅에서, 강대국에서 온 이방인
들은 별 다른 저항 없이 수도 에이조르를 세울 수 있었
다.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방인들은 얄타르산 이북의 거대한 삼림을 개발이라
는 명목으로 불질러 없앴고, 그와 동시에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 또한 무참하게 파괴했다. 또한 다음 세대부
터 태어난 혼혈아들은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수가
날로 늘어나, 정부의 골치거리가 되기도 했다. 지금에
서야 많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작지 않은 사회
적 이슈는 날로 끊이지 않고 생기는 형국이었다.
그는 우선 동쪽으로 향하는 여행마차가 있는 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윰에 열차는 없고, 굳이 마차를 사기
엔 돈이 아까우니 여행사 같은 곳에서 단체로 떠나는
마차들이나, 정 안되면 배편을 알아봐야 했다. 우선 최
봉인 알타르 산을 우회하여 여신상이 발굴된 코잘 제
가의 늪 근처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원주민들도 가
기 꺼려하는 곳을 여행사가 보내줄 리가 없다. 아마 알
타르 산까지만 동행을 하고 빠져야 할 것이다. 그러려
면 우선 식량과 무기 확보가 중요했다. 우선 보급을
할 곳은 있었다. 얄타르산 북쪽 바로 앞에는 람블이라
고 불리는 곳이 메이가 생각하는 보급지역이다. 이곳
은 윰 섬의 공업화가 이루어 지면서 생긴 구역이다. 이
곳에는 얄타르산 반대편의 공업지역에서 일하는 노동
자들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사실상 윰 섬의 인구
의 대부분이 이 람블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닌 장소였다.
우선 여행사를 찾기로 했다.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
다. 항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나름대로 정장을 말끔
하게 차려 입은 여행사 직원에게 말을 거니 거의 모셔
가듯이 하며 여행사 건물로 그를 대려 가주겠다고 하
는 것이었다. 마차까지 대동해서 말이다. 메이는 좀 부
담스러울 정도로 옆에서 그를 챙기는 직원에게 물었
다.
“근데 이거 너무 잘해주셔서 부담이 되는 데요?”
“10년 전통의 에조 여행사는 손님에게 최대한의 서비
스를 제공합니다!”
“다 좋은데 삼두마차는 좀 오버 아닌가요?”
“손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10년 전통의 에조 여행
사!”
“근데 이 와인은 좀 비싸 보이는데…….”
“손님께는 최고의 것만을 드립니다! 10년 전통의 에
조 여행사!”
“……요즘 먹고 살기 힘들죠?”
“……네.”
결국 자기 한탄을 시작하는 여행사 직원에게 담배를
한 대 물리고 나서야 그는 고급 와인을 한 모금 시음
할 수 있었다.
‘이거 꽤 고급 품이군.’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안 오르고…….”
‘아 날씨 꽤 좋구나. 멜로디는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상사는 매상이 안 오른다고 갈구고, 어린 놈들은
아래서 치고 올라오지…….”
‘다음에 만나면 연락처나 물어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어느 나라 사람이지? 꽤 이국적이던데.’
“저기, 손님?”
갑자기 그를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는 메이는 움찔하
며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근데 무슨 말씀을…….”
직원이 마차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다 왔는데요?”
“…….”
여행사건물은 상당히 번화가에 있었다. 노른자위 구역
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관광객들도 보이고
시장도 잘 형성된, 그런 상가지역에서도 꽤 눈에 띄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세련된 색으로 칠해진, 사람 너
댓 명 정도 크기의 거대한 간판이 일단 이목을 끄는
것 같았다. 메이는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직원에게 열
심히 살라는 둥, 아직 희망이 있다는 둥의 격려를 해
준 다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된 건물 안
은 간단했다. 책상 10개 정도가 전부인 1층 사무실에
2층은 사장실. 한 쪽에 마련된 소파에는 이미 몇 명의
손님들이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고, 메이 역시 10
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안내원에게 차를 한 잔
받고 그곳에서 기다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각지 각층의 대표자들을 모아놓은 듯한 자리였다. 공
용어를 더듬거리며 읽는, 피부가 좀 검은 남자에게 금
발의 친절하게 보이는 청년이 윰에 대해 이것저것 설
명하고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꽤 잘사는 듯이 보이
는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사이 좋게 담소를 나누고 있
었다.
반면 구석진 곳의 자리에는 상당히 노련해 보이는 모
험가, 혹은 그 쪽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도
수가 약한 과일주를 홀짝거리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일단 무기를 보통 사람의 눈엔 잘 띄지 않는 허벅지와
등 쪽에 숨겨놓은 것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얼치기들
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신문을 응시하면
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과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이는,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단
단한 몸은 그가 보통 레벨이 아님을 가르쳐 주는 듯 했
다.
메이는 어느 곳에 앉아야 귀찮아지지 않을지 고민했
다. 어차피 어디를 앉아도 저쪽에서 말을 걸어올 확률
은 있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모험가 쪽이 괜찮을 것 같
았고, 마침 그의 자리 근처에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일부러 말을 걸기엔 약간 떨어진 곳이었다.
메이는 나름대로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
시고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이미 한 잔의 컵이 놓여있었다. 누군가의 입
술이 닿았던 곳에는 연한 분홍색 립스틱 자국이 살짝
찍혀있었다.
어느 여자가 마셨나? 그는 자신의 잔을 놓기 위해 그
잔을 옆으로 치웠다. 그때, 잔을 건드리는 순간, 어떤
친숙한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과일 향?’
멜로디의 향기였다. 그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재빨리 리셉션로 달려가 이런저런
잡무를 보고 있던 안내원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약간 짧은 흑발의 아가씨 한 명 오지 않았
어요? 정확히는 약간 푸른 색을 띈 흑발인데……키는
제 어깨를 살짝 넘고, 좀 마른 체형입니다만?”
그의 질문에 안내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
에 빠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손님. 오늘 여자
손님은 거의 안 오셔서 다 기억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도 손님께서 말씀하신 인상착의의 여성분은 없네요.”
“아, 네…….”
결국 다시 자리에 돌아와 차를 홀짝일 수 밖에 없었
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모험가가 흥미진진하다는 표
정으로 물었다.
“혹시 여자친구인가요?”
메이는 순간적으로 뭔가 잘 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뇨, 그냥 아는 친구인데…….”
“아, 그러세요? 저 혹시 여행자신가요?”
“예, 그렇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그는 손뼉을 짝, 치며 말을 이었다.
“기회가 되신다면 에이졸라의 자랑인 <한 잔과 한 바
퀴> 여관으로 오십시오! 특별히 할인가로 모시도록 하
지요!”
“에?”
그 남자는 갑자기 손을 등으로 가져가며 (이때 메이는
거의 반사적으로 총을 뽑을 뻔 했다)말했다.
“저희 집의 자랑인 매실주! 이것 한 잔만 마시면 떠났
던 여인도 돌아옵니다!”
그가 등 쪽에서 꺼낸 것은 전단 지였다.
‘요즘엔 전단지도 저런 곳에 넣고 다니나?’
“자, 이 전단지를 가져가시면, 제가 없더라도 20퍼센
트 할인이 됩니다! 제가 지금 여행만 가지 않았더라면
30 퍼센트 할인이 됐을 텐데…….”
그는 결국 마음 속으로 귀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리고 다시 향수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냥 요즘 유행하는 향수인가?’
어차피 이런 쪽에는 문외한이었기에 차라리 그렇게 생
각하는 것이 마음에 편했다.
하지만 ‘노련한 모험가’로 보였던 사내의 수다는
안내원이 메이의 이름을 부를 때가 계속되었다.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른 다는 것인가?’
커플로 오면 더 싸게 해준다면서 끝까지 전단지를 주
머니에 찔러주는 사내를 보며 메이는 자신의 안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비축이 떨어져서 비상이 걸렸습네다
근데 분량은 많아지네요 ㄷㄷ
-저희 선박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윰으로
돌아가실 때에도 이곳에 오시면 정기선이 있으니…….
두리번, 두리번.
하지만 안 보인다.
다시 한 번 두리번, 두리번.
그는 한 번 더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포기하기로 결정
했다. 아침에 방을 찾아갔지만 전날 밤, 멜로디가 들어
갔던 방 문을 두드려봤지만 난생처음 보는 중년 부부
가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며 짜증을 내면서 그를 맞이
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물론 환각을 보거나 꿈을 꾼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
를 만나고 시간을 보냈던 것을 사실이었지만, 오늘
그녀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기 전, 한 시간 동안이나 이
리 저리 찾았지만 그녀를 찾지는 못했다. 복도를 지나
가는 선원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것은 모른다는 대답
뿐. 결국 메이는 빨리 하선해달라는 선원들의 독촉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배에서 내렸다. 그는 입맛을 다시
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아가씨였는데.”
아직도 코 끝에 향긋하면서도 새콤한 과일 향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며 담배를 한 대 물
었다.
“뭐, 그 여자 말대로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 일단
일부터 처리하고 보자.”
윰의 제 1도시 에이조르는 상당히 번화한 곳이었다.
이리저리 펼쳐놓은 물건들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꾼들과 막 배에서 내린 여행객들
에게 여관을 소개하는 소개업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항
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진짜 하나도 변한 것이 없구만.”
윰은 류오스의 동쪽에 위치한 나라로, 인구는 약 43만
명 정도의 중소 규모의 나라지만 탄광업의 발달로 인
해 상당히 개발이 된 나라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활기차 보이는 나라지만 윰은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갈
등을 갖고 있다. 과학의 갑작스러운 발달과 인간의 이
기주의가 원인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달은 세계에 엄청
난 혁명을 가져왔다. 증기선들과 제국 주변의 기차는
과거 말과 도보로 이동하던 시간을 거의 수십 배 가까
이 줄였고, 그에 따라 석탄의 필요성도 늘어났다. 때문
에, 윰에 매장되어 있던 막대한 양의 석탄은 강대국,
즉 류오스와 제국, 그리고 타가트라가 눈독들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개발이 시작되기 전, 윰에는 토박이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나라의 개념도 없이 부족단
위로 생활하던 그들의 땅에서, 강대국에서 온 이방인
들은 별 다른 저항 없이 수도 에이조르를 세울 수 있었
다.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방인들은 얄타르산 이북의 거대한 삼림을 개발이라
는 명목으로 불질러 없앴고, 그와 동시에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 또한 무참하게 파괴했다. 또한 다음 세대부
터 태어난 혼혈아들은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수가
날로 늘어나, 정부의 골치거리가 되기도 했다. 지금에
서야 많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작지 않은 사회
적 이슈는 날로 끊이지 않고 생기는 형국이었다.
그는 우선 동쪽으로 향하는 여행마차가 있는 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윰에 열차는 없고, 굳이 마차를 사기
엔 돈이 아까우니 여행사 같은 곳에서 단체로 떠나는
마차들이나, 정 안되면 배편을 알아봐야 했다. 우선 최
봉인 알타르 산을 우회하여 여신상이 발굴된 코잘 제
가의 늪 근처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원주민들도 가
기 꺼려하는 곳을 여행사가 보내줄 리가 없다. 아마 알
타르 산까지만 동행을 하고 빠져야 할 것이다. 그러려
면 우선 식량과 무기 확보가 중요했다. 우선 보급을
할 곳은 있었다. 얄타르산 북쪽 바로 앞에는 람블이라
고 불리는 곳이 메이가 생각하는 보급지역이다. 이곳
은 윰 섬의 공업화가 이루어 지면서 생긴 구역이다. 이
곳에는 얄타르산 반대편의 공업지역에서 일하는 노동
자들과 그 가족들이 살고 있으며, 사실상 윰 섬의 인구
의 대부분이 이 람블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닌 장소였다.
우선 여행사를 찾기로 했다.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
다. 항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나름대로 정장을 말끔
하게 차려 입은 여행사 직원에게 말을 거니 거의 모셔
가듯이 하며 여행사 건물로 그를 대려 가주겠다고 하
는 것이었다. 마차까지 대동해서 말이다. 메이는 좀 부
담스러울 정도로 옆에서 그를 챙기는 직원에게 물었
다.
“근데 이거 너무 잘해주셔서 부담이 되는 데요?”
“10년 전통의 에조 여행사는 손님에게 최대한의 서비
스를 제공합니다!”
“다 좋은데 삼두마차는 좀 오버 아닌가요?”
“손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10년 전통의 에조 여행
사!”
“근데 이 와인은 좀 비싸 보이는데…….”
“손님께는 최고의 것만을 드립니다! 10년 전통의 에
조 여행사!”
“……요즘 먹고 살기 힘들죠?”
“……네.”
결국 자기 한탄을 시작하는 여행사 직원에게 담배를
한 대 물리고 나서야 그는 고급 와인을 한 모금 시음
할 수 있었다.
‘이거 꽤 고급 품이군.’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안 오르고…….”
‘아 날씨 꽤 좋구나. 멜로디는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상사는 매상이 안 오른다고 갈구고, 어린 놈들은
아래서 치고 올라오지…….”
‘다음에 만나면 연락처나 물어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어느 나라 사람이지? 꽤 이국적이던데.’
“저기, 손님?”
갑자기 그를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는 메이는 움찔하
며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근데 무슨 말씀을…….”
직원이 마차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다 왔는데요?”
“…….”
여행사건물은 상당히 번화가에 있었다. 노른자위 구역
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관광객들도 보이고
시장도 잘 형성된, 그런 상가지역에서도 꽤 눈에 띄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세련된 색으로 칠해진, 사람 너
댓 명 정도 크기의 거대한 간판이 일단 이목을 끄는
것 같았다. 메이는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직원에게 열
심히 살라는 둥, 아직 희망이 있다는 둥의 격려를 해
준 다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된 건물 안
은 간단했다. 책상 10개 정도가 전부인 1층 사무실에
2층은 사장실. 한 쪽에 마련된 소파에는 이미 몇 명의
손님들이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고, 메이 역시 10
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안내원에게 차를 한 잔
받고 그곳에서 기다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각지 각층의 대표자들을 모아놓은 듯한 자리였다. 공
용어를 더듬거리며 읽는, 피부가 좀 검은 남자에게 금
발의 친절하게 보이는 청년이 윰에 대해 이것저것 설
명하고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꽤 잘사는 듯이 보이
는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사이 좋게 담소를 나누고 있
었다.
반면 구석진 곳의 자리에는 상당히 노련해 보이는 모
험가, 혹은 그 쪽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도
수가 약한 과일주를 홀짝거리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일단 무기를 보통 사람의 눈엔 잘 띄지 않는 허벅지와
등 쪽에 숨겨놓은 것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얼치기들
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신문을 응시하면
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과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이는,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단
단한 몸은 그가 보통 레벨이 아님을 가르쳐 주는 듯 했
다.
메이는 어느 곳에 앉아야 귀찮아지지 않을지 고민했
다. 어차피 어디를 앉아도 저쪽에서 말을 걸어올 확률
은 있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모험가 쪽이 괜찮을 것 같
았고, 마침 그의 자리 근처에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일부러 말을 걸기엔 약간 떨어진 곳이었다.
메이는 나름대로 푹신한 소파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
시고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이미 한 잔의 컵이 놓여있었다. 누군가의 입
술이 닿았던 곳에는 연한 분홍색 립스틱 자국이 살짝
찍혀있었다.
어느 여자가 마셨나? 그는 자신의 잔을 놓기 위해 그
잔을 옆으로 치웠다. 그때, 잔을 건드리는 순간, 어떤
친숙한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과일 향?’
멜로디의 향기였다. 그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재빨리 리셉션로 달려가 이런저런
잡무를 보고 있던 안내원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약간 짧은 흑발의 아가씨 한 명 오지 않았
어요? 정확히는 약간 푸른 색을 띈 흑발인데……키는
제 어깨를 살짝 넘고, 좀 마른 체형입니다만?”
그의 질문에 안내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곰곰이 생각
에 빠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손님. 오늘 여자
손님은 거의 안 오셔서 다 기억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도 손님께서 말씀하신 인상착의의 여성분은 없네요.”
“아, 네…….”
결국 다시 자리에 돌아와 차를 홀짝일 수 밖에 없었
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모험가가 흥미진진하다는 표
정으로 물었다.
“혹시 여자친구인가요?”
메이는 순간적으로 뭔가 잘 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뇨, 그냥 아는 친구인데…….”
“아, 그러세요? 저 혹시 여행자신가요?”
“예, 그렇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그는 손뼉을 짝, 치며 말을 이었다.
“기회가 되신다면 에이졸라의 자랑인 <한 잔과 한 바
퀴> 여관으로 오십시오! 특별히 할인가로 모시도록 하
지요!”
“에?”
그 남자는 갑자기 손을 등으로 가져가며 (이때 메이는
거의 반사적으로 총을 뽑을 뻔 했다)말했다.
“저희 집의 자랑인 매실주! 이것 한 잔만 마시면 떠났
던 여인도 돌아옵니다!”
그가 등 쪽에서 꺼낸 것은 전단 지였다.
‘요즘엔 전단지도 저런 곳에 넣고 다니나?’
“자, 이 전단지를 가져가시면, 제가 없더라도 20퍼센
트 할인이 됩니다! 제가 지금 여행만 가지 않았더라면
30 퍼센트 할인이 됐을 텐데…….”
그는 결국 마음 속으로 귀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리고 다시 향수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냥 요즘 유행하는 향수인가?’
어차피 이런 쪽에는 문외한이었기에 차라리 그렇게 생
각하는 것이 마음에 편했다.
하지만 ‘노련한 모험가’로 보였던 사내의 수다는
안내원이 메이의 이름을 부를 때가 계속되었다.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른 다는 것인가?’
커플로 오면 더 싸게 해준다면서 끝까지 전단지를 주
머니에 찔러주는 사내를 보며 메이는 자신의 안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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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이 떨어져서 비상이 걸렸습네다
근데 분량은 많아지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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