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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 불구한 헤티카튜 산자락에는 조그마한 검술도장 하나가 세워져 있다.

대대로 왕을 보좌하고 전쟁 때마다 공을 세워 그 명성을 드높였다는, 비앙트 공작 가문의 후손인 틱테오 비앙트가 한적하고 편안한 헤티카튜 마을에 자리를 잡고 도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대단한 가문의 후손이 이 곳에 정착해 도장을 열었는지는 미지수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실력도 괜찮고 마을에 싸움 등의 폭력적인 사건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와 해결해주는 덕에 마을 사람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그런 틱테오의 아들의 이름은 아르카.

아직 12살임에도 불구하고 또래애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검술에 능한데다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 틱테오의 뒤를 이어 이 마을의 치안을 책임질 유능한 인재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아아. 카므샤님은 지금쯤 뭘 하고 계실까나?”

지독하게 카므샤 예찬론자라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헤티카튜 최고의 악동이라고까지 불렸던 카므샤에게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멋모르고 덤볐다가 보기 좋게 깨졌었다. 그 후 절대 이길 때까지 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덤비던 그 순수한 마음이 어느새 사모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아아~ 카므샤님! 그대는 왜 카므샤님인가요! 보고 싶어요!”
“...너 뭐하는 거냐.”

도장 안에서 연극하듯 과장된 동작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들을 도장 안으로 들어오던,   40대 초반의 근육질 남자 틱테오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발정난 늑대처럼 카므샤를 절실하게 불러대는 꼴이라니. 아들의 불건전한 미래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한숨을 절로 내쉬었다.

“아, 아버지 오셨어요. 헤헤. 조, 조금은 기척을 내주시면 좋았는데...”
“일부러 큰 기침까지 하고 들어 왔는데도 못 알아 본 놈이 무슨.”
“에, 헤헤...”

어설프게 웃는 아르카를 잠시 노려보던 틱테오는 도장 가운데 배치된 목검들 중 하나를 잡아 아르카에게 던졌다. 아르카는 곧 대련을 하자는 뜻임을 알고 얼른 목검을 바로잡았다.

“기사는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 왕명을 수행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 어디서나 검을 휘둘러야 한다! 절대 기사는 귀부인이나 그 딸내미들과 수다 떨라고 생긴 직업이 아니란 말이지! 사치보다 고행을! 가벼운 수다보다는 묵직한 검을! 알겠느냐 아들아!”
‘자기도 수다쟁이면서...;
“알겠나!:
“예!”

속마음을 숨긴채 우렁차게 대답한 아르카.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틱테오는 내심 흐뭇한 표정으로 목도 하나를 어깨에 기댄 채 아르카의 앞에 섰다.

“자. 공격해 보거라!”
“예!”

아르카는 목검을 단단히 쥐어 자세를 잡고 신중하게
틱테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려치기를 하며 틱테오를 공격해 들어왔다.

“합!”

강렬한 기합소리와 함께 강렬한 맹공이 쏟아졌다. 그러나 틱테오는 막기만 할 뿐 아무런 공격은 감행하지 않았다.

“느려 터졌어!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아무데나 찌른다고 공격이 통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어디가 효율적인지 몸으로 느끼고 대처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 하나하나를 받아들이며 아르카는 더욱 빠르게 몸을 움직여 취약해 보이는 점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에 맞추어 틱테오는 더욱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도저히 12살 난 아이의 공격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르카의 공격이 매서워 졌을 무렵, 틱테오는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음?’ 이라고 도장 입구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이 바로 아르카에겐 찬스였다.

“타핫!”

다시 한 번 힘찬 기합소리를 내며 목검을 오른쪽 옆구리로 바짝 당겼다가 찔러 올리기를 시전 했다. 꽤나 회심의 일격인데다 틱테오가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맞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고개를 돌린 틱테오는 아르카의 일격을 가볍게 피하곤 들고 있던 목도로 그의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아르카의 얼굴은 곧 울상이 되었다.

“대련이라면서 이렇게 세게 칠 필요 없잖아요. 아야야야!”
“대련이니까 세게 때리는 거다. 어릴 때부터 애랍시고 대련을 약하게 받은 놈들이 꼭 커서 안이한 생각을 하다가 단박에 죽는단 말이다. 적들이 대련처럼 약하게 공격하겠지. 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다 말이다.”
“아, 아하하......”

아르카는 틱테오의 말에 차마 말대답 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때웠다. 틱테오에게 말대답을 했다간 혼만 날 뿐 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다시 자세를 잡고 대련을 하자고 말을 꺼냈을 틱테오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오른손으로 도장 입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예상치 않은 불청객이 왔다. 얼른 나가봐.”
“불청객이요?”
“네가 늑대 흉내 낼 정도로 사모하는 카므...”

틱테오의 말이 끝나기 전에 아르카는 성난 황소가 돌진하듯 도장입구 밖으로 뛰쳐나갔다.  

틱테오는 그런 아르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크게 한숨지었다. 정말 장래가 걱정되는 아들이였다.


도장 입구 너머 정원으로 나오자 차마 도장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입구 주위를 왔다갔다 하는 카므샤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카는 자신을 찾아온 카므샤의 모습에 감격이라도 했는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달려들었다.

“카므샤님~ 제 정성이 드디어 통했나 보군요! 절대 찾아오시지 않던 분이 찾아오시다니! 이건 분명 신께서 저의 정성어린 기도에 응답해주신 결과일 거예... 우, 우아악!”

아르카를 발견하자마자 카므샤는 눈에 불꽃을 일으키며 ‘오냐. 잘 만났다. 이 녀석!’이라고 외치는 것 같은 눈빛으로 달려드는 아르카를 엎어치기 해버렸다. 그야말로 깔끔한 한판승.

그러나 카므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르카의 볼을 붙잡고 잘 늘어나는 고무처럼 죽 잡아당겼다. 아르카는 ‘아우아구~ 카므햐아 히옹~ 아, 아포효.’라고 사정했지만 분노한 카므샤는 인정사정없이 볼을 더 당겼다.

“이 빌어먹을 꼬맹이 녀석! 루랑에게 그딴 쓸데없는 책을 넘겨줘? 앙? 오늘 현실은 소설보다 잔혹하다는 말을 손수 보여줄까!”
“아히우! 아히우!”

눈물을 찔끔거리며 통 사정하는 아르카. 그맘때서야 천천히 도장 입구에 모습을 나타낸 틱테오는 카므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렇게 매번 당하면서 왜 그리 좋아하는지 도저히 아버지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카므샤. 이제 그만 해 두거라. 아르 녀석이 불쌍해 보이지도 않느냐.”

보다 못한 틱테오가 말리는 말을 했지만 카므샤는 오히려 흥분했는지 아르카의 볼을 더욱 늘이며 외쳤다.

“아저씨! 말리지 마세요! 이건 제 명예를 건 일! 제 옛날이야기를 삼류 왜곡 영웅소설처럼 써서 루랑에게 넘겨줬단 말이에요! 덕분에 오늘 아침 얼마나 놀랐는지! 으그극! 이 정도론 어림도 없어요!”
“흡! 아르가 명예를 더렵혔다는 말인가! 자고로 기사에게 명예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지. 카므샤, 네 명예를 더럽힌 그 녀석에게 그 죄를 단단히 물리도록 해라!”    

기사임을 자처하는 틱테오는 카므샤가 명예를 운운하자 피가 들끓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자기 아들의 처형선고를 선포했다.

“우브브! 아부바!”
“우랴아아앗!”

그말에 힘입은 카므샤는 그대로 아르카를 매치기 하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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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 집안 설명을 한다고 좀 앞부분을 늘였습니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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