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K.kun
《별이 빛나는 바다》
남자가 있다.
요정이 있다.
그리고 바다가 있었다.
남자는 마지막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다고 말했고, 그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요정도 동의했다. 잠시 후, 남자가 두 번째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자 요정은 화를 내며 남자의 귀를 깨물었다. 짧은 비명― 이후 남자는 “식
인요정”을 연신 중얼거리며 뒷좌석에서 꺼낸 담요를 몸에 둘렀다.
“벌써 두 번째로군.”
그의 말에 요정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로 후회하고 있으니 그만 해주시죠. 이럴 줄 알았으면 누가 따라왔겠어
요!”
“하아. 그러게 누가 그렇게 후회할 거면 누가 따라오라고 했더냐.”
“조용하라니까요”
“흠. 그래도 비델. 제법 아름답지 않아?”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본 비델은 콧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벌써 몇 번을 봤는데요! 별을 삼켜버린 어두침침한 바다 따위는 전혀 멋있지
가 않아요!”
“흠. 제법 멋있는데.”
“제발 리온님. 어떻게 다시 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무리라고 본다. 착륙할 때 날개의 손상이 너무 심해서. 저번에 보수한 것도 제
대로 보수한 게 아니었단 말이야.”
비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럼 여기서 죽으라는 말인가요?!”
“그 말은 저번에도 했었지.”
그녀가 리온의 턱에 어퍼컷을 날렸다.
낮 동안 햇빛의 온기를 흡수한 바다는 밤이 되어도 온도가 심하게 떨어지지 않
는다. 때문에 리온과 비델이 추위에 벌벌 떠는 일은 없었다. 그건 다행스런 일이
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8시간 전, 군사 국가 「알스터」의 인근 해역 위를 지나고 있던 「천공」에 문
제가 발생했다. 내부의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바닷새가 천공에 정면
으로 도전장을 신청한 것이다. 새가 피할 것이라 생각했던 리온은 어떻게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추락을 하게 되었고, 불시착의 경험이 풍부한 그는 바다 위로
안전하게 착륙하려고 노력했다. 다행스럽게 동체는 멀쩡했다. 허나 저번 사막에
서 부분적으로 보수를 한 날개가 다시 부러지는 불상사를 겪었다.
조류에 밀려 떠내려가는 날개를 간신히 붙잡아 동체에 묶어놓은 리온은 사막
의 오아시스에서 챙겨온 마른 식량을 씹으며 조류의 흐름에 모든 걸 맡기기로 했
다. 구조 신호를 보낼 수는 있었으나 여기서 신호탄을 쓰면 리온은 알스터에서
출동한 군함에 체포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리온이 알스터의 에더에서 구입한 신호탄은 군수품이었다. 때문에 이걸 쓸 경
우 군수품을 가지고 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체포되는 건 죽을 만큼 싫었다.
그가 체포된다면, 분명 여동생이 온다.
덜덜덜.
“리온님. 갑자기 왜 그래요? 추우세요?”
“아니. 오한이 몸을 휩쓸고 지나가네. 쿨럭. 흠. 좋아. 이대로 에더까지 흘러가
줬으면 좋겠는데.”
“전 그곳이 싫어요. 너무 험악하다고요.”
리온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왕조에 의해 통일이 이루어진지 22년 만에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
나버렸지. 왕조는 멸망. 의회제를 시행하게 되자 사회주의자들은 민주주의에 회
의를 느끼곤 모두 에더로 들어가 버렸어. 그래서 에더는 군의 통제가 거의 이루
어지지 않고 있지.”
“에더로 만나러 간다는 친구 분이 그럼 사회주의 운동가?”
“글쎄. 녀석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든, 그렇지 않든, 그건 별 상관없다고 보는
데. 다만 녀석이 군의 추적을 받는 몸이라서 에더를 본거지로 사용한다고 해서
거기로 가는 것뿐이야.”
“마음에 안 들어요.”
“뭐,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지. 일단은 가야하니까.”
“그래서 더 싫어요.”
“알아알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주로 비델의 투정과 리온이 달래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바싹 긴장한 표정
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리온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피부에는 소름이 돋고 있었고 비델은 그의 귀를 바싹 잡아당긴 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어디선 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아련하고
구슬프다.
게다가 이건, 노랫소리의 의미를 알아차린 비델이 멍한 얼굴로 노래가 들리는
방향을 쳐다보고 있는 리온의 귓불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잡아당겼다.
“정신을 차려요! 이건 세이렌의 노래란 말이에요!”
“뜨악! 무, 무슨 짓이야? 드디어 날 잡아먹으려고?”
리온의 헛소리에 잠시 굳어버린 비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나 되요? 지금 들리는 노랫소리 때문이잖아요. 저건 분명 세이렌의
노래에요. 어째서 이 근처에 세이렌이 살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인간과 가까이
지내는 걸 꺼려하잖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델의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인어류에는 대표적으로
두 종류가 있다. 바로 머메이드와 세이렌.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머메이드는
흔히 ‘인어’라고 부르는 종족이다. 물과 매우 친근한 그들의 다리는 물고기처
럼 생겨 매끈하며 비늘로 덮여있다. 아가미와 폐의 호흡을 동시에 하고 아름다
운 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때론 청년을 유혹해서 애인으로 만들기도 하는
데, 이건 그들의 독특한 취미라 부를 수 있는 활동이다. 머메이드의 유혹에 눈
이 먼 청년들은 그녀를 찾아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돌아오
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
세이렌에 대해서 말하자면, 일단은 무서운 존재다. 그들은 자신의 연애를 위
해 인간을 유혹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머메이드가 인간과 닮은 존재라면,
세이렌은 좀더 물고기와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갈퀴로 이어진 손가락이 있
고 귀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지느러미와 매우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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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시작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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