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꽃피는 사막]
6. 소환
혹이 생겨버린 이마를 두 손으로 뒤덮고 부들부들 떠는 리온의 모습에 비델은
재빨리 고도를 높여 안전을 확보했다. 눈물이 핑 돌고 있는 눈동자로 혀를 날름
거리는 그녀를 노려본 그는 잠시 숨을 돌린 다음 말했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날 쫓아내도 상관없습니다. 난 자와 수를 비
롯한 다른 사람들을 살릴 겁니다. 게다가,”
리온은 자신들이 깨끗하게 비운 식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의 가족들에게 저런 대접을 받았는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죠. 자.”
그의 부름에 자는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쳤다.
“당신의 가족은 당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포기할 생각입
니까? 아직 일어설 힘이 남아있다면 일어서서 걸으세요.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
는 겁니다.”
멋진 말이었다. 허나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만월에 가까워진 달이 뜬 밤. 사막을 걷고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리온이 걱
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자. 정말 괜찮겠습니까?”
“부족을 떠난 거 말이냐?”
“예… 뭐, 그렇습니다.”
“나는 괜찮다. 내가 살아있고, 나만 희생한다면 다른 네 사람은 부족의 일원으
로 계속 남을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라이컨슬로프를 받아주는 사람이 바로 옆
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 더 필요하지?”
그의 물음에 리온은 머릿속으로 불같이 화내는 여동생을 떠올렸다. 부들부들.
이건 예상하지 못한 큰 실수다.
“리온. 추운가요?”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연랑은 왜 온 겁니까? 나와 자만 가도 괜찮
은데.”
연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족이 괴로워하고 있는 걸 계속 지켜보는 것도 이젠 지겹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는 거야.”
“억지로 말투를 딱딱하게 쓰려고 하지 마세요. 이상합니다. (연랑은 얼굴을 붉
혔다)그나저나 얼마 더 가야하죠?”
“이 속도라면 꼬박 하루를 걸어야한다.”
리온은 달을 쳐다봤다.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늦는데.” 그러자 연
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늦겠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녀는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 늦었다.
“그렇다면 서둘러야겠군요.”
“서둘러도 이미 늦었어. 나도 알아. 이미 늦었다는 걸. 하지만, 하지만 언니로
써 해준 거라곤 아무 것도 없어서…… 그래서 가는 거야.”
“서두르죠.”
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연랑은 걸음을 멈춘 자의 옆을 지나치고 나서
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 설마?”
부족장 앞에서 부족을 떠나겠다는 말과 욕설을 내뱉을 정도의 강심장을 가지
고 있는 자가 떨면서 말하고 있다는 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거다. 걸음
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 연랑은 자와 별 다를 것 없는 표정을 지었다. 눈을 동그
랗게 뜨고, 입을 벌리고, 코를 벌렁거린다. 맙소사. 리온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은 판박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흡사했다.
모래 위로 그의 머리칼처럼 은색으로 반짝이는 선이 그어지고 있었다. 그를 휘
감는 회오리처럼 부는 바람은 주변에 존재하는 아케인이 그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뮤 아데토… 게라 지 오나룬 빌 로드 시사……”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은색의 실선이 허공에서 생겨나 모래 위에 그려진 마법
진에 겹치기 시작했다.
신비롭다.
주문의 영창이 계속되자 리온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자 자와 연랑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툭. 머리에 꽂혀있던 비녀가 스스로 풀어져
땅으로 떨어지자 그의 긴 머리카락인 산발이 되어 허공에 휘날렸다. 은은한 달빛
을 받아 빛나는 머리카락에 넋을 잃어버린다.
아름답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리온이 허공에서 가슴 앞에 모은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이 펼쳐지자 머리 위에서 붉은 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빛
을 내뿜던 마법진이 순식간에 붉어지기 시작했다.
“퓨오딘 디 가마 프레온… 마오메 슈 페카!”
힘찬 목소리와 함께 주문의 영창이 끝나자 어린아이의 머리만한 크기를 가진
구체가 폭발을 일으켰다. 짧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두 사람은 이어 숨을 죽이
고 리온의 머리위에서 나오는 존재를 지켜봤다.
“괴물……?”
확실히 그건, 괴물이라 여길 만했다. 텅 빈 허공을 날카로운 네 개의 발톱으
로 쥐고 뛰쳐나온 그것은 여덟 장이나 되는 거대한 날개를 펼친 후 긴 목을 비틀
며 울부짖었다. 이어서 나오는 몸과 꼬리까지 보고나서야 연랑은 덜덜 떨리는 목
소리로 그것의 이름을 불렀다.
“하, 화, 화룡(火龍)?”
달빛 아래서 등장한 화룡은 자신을 소환한 작은 인간을 바라보았다. 힘을 너
무 소비한 탓인지 땅에 떨어져서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는 그를 쳐다보며 화룡
은 인상을 찌푸렸다. 거의 본능적으로 화룡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연랑
과 자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그들의 입은 공포로 마비된 상태였기
에 비명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화룡은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
로 말했다.
『……또 너냐?』
리온의 몸 상태가 대답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지 화룡은 그의 대답
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했다.
『예전에 네 녀석이 날 처음 소환했을 때 소환자에 대한 예우로써 분명 말했을
텐데. 반쪽짜리 마법사인 네가 아무리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나를 소환했을지라
도 대가로 바쳐야할 것은 네놈의 생명 밖에 없다고. 그런데 또 나를 소환했다는
말인가. 겁을 상실했구나, 인간. 아니면, 여기가 네 녀석의 묏자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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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주인공은 마침내 죽을 것인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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