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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꽃피는 사막]


5. 의미의 차이




  그녀의 말은 이게 아주 위험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리온의 얼굴
은 멀쩡했다. 그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을 때, 비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리온의 머리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거 같았습니다. 날아올 때 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왜요?”

  자는 자신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반쯤 포기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그, 그러니까, 라이컨슬로프의 마을 근처에 있는 달맞이꽃을 어떻게 구할 생각
이지?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녀석들이 튀어나와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다.”

“흠. 야생 라이컨슬로프는 확실히 그러겠죠.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겁니다.”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흠. 이런. 설명을 해야겠군요. 라이컨슬로프의 이빨에 물려서 변화하고 있는
사람들은 라이컨슬로프의 공격을 받지 않습니다.”

“어째서?”

“자신들의 동료가 되기 때문이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은 이제 라이컨슬
로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는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저쪽에 라이
컨슬로프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자의 눈동자에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는 건가?”

“뭐, 일단은 라이컨슬로프의 경보기 역할과 길을 안내하는 역할이라고 해두
죠.”

“길을 안내한다고? 너도 가겠다는 건가?”

“예. 나도 갈 겁니다. 달맞이꽃을 꺾은 즉시 특수한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거죠. 내가 꼭 가야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비델의 지시에 따라
이곳에서 준비를 해주시죠. 그건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 내가 돌아오기 전
까지 끝내주세요. 아참, 비델은 식인요정이니까 잡아먹히지 마시고요.”

“리온님!”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비델을 피해 천막 입구로 달려간 리온은 입구의 천
을 반쯤 걷어 올린 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핫. 그럼 가볼까요?”






  나갈 준비를 마쳤지만 리온은 출발하지 못했다. 비델과 함께 라이컨슬로프에
게 물린 사람들의 가족들이 준비해준 식사를 바깥에서 먹고 있던 두 사람은 부족
장이 있다는 천막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청각을 집중시켰다.

“절대 안 된다. 라이컨슬로프가 될 지도 모르는 자에게 狼(랑)의 칭호를 주라
니. 그게 말이나 될 법한 소리더냐!”

  이어 들려오는 연랑의 목소리.

“부족장님, 아니 아버지. 제발 부탁드려요. 수를 구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수라고? 난 그런 애는 모른다!”

  수는 철창에 갇혀있던 유일한 여자, 연랑의 동생이다. 리온은 자신의 접시에
서 남은 고기를 비델의 접시로 밀어낸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막 앞에서 무
릎을 꿇고 있는 자에게 다가간 그는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해보였다. 하품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의 눈에는 우습게 보일 지도 모르지.”

  그러자 리온은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은 조금 지루합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방식이니 어쩌겠습니까. 따라야
죠.”

“이해해줘서 고맙다.”

“예, 뭐. 狼(랑)이라는 칭호를 받지 못한 자는 무기도 만질 수 없을뿐더러 나가
지도 못한다니. 그것 참 엄한 규율이군요.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군요.”

“다른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의 예(禮)
다. 절대 어길 수 없는 일이야. 푸른 이리들의 혼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전사는
절대 사막 위에서 싸우다 죽을 수가 없어.”

  그의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천막 안에서 호통이 튀어나왔다.

“네가 그 여행자에게 정신이 나갔구나!”

  리온은 움찔했다. 설마 날 죽이라고 명령할까?

“그놈을 죽여야 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겠느냐!”

  리온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쳐다봤다. 식사를 마친 비델이 자의 어깨 위
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후후.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마치 죽은 사람을 쳐다보는 거 같았단 말이야.”

“그럴지도.”

  자가 수긍하자 리온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부족장께서 너를 죽이라는 명을 내린다면 狼(랑)의 이름을 가진 모든 전사들
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너의 생명을 노릴 거다.”

“…….”

  비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잠시 후, 천막의 입구가 열렸다. 연랑이 기운
없는 얼굴을 하고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무릎까지 꿇
고 있는 자와 시퍼렇게 질려버린 리온을 발견한 그녀는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설득하지 못했어.”

“친자식을 버리는 아버지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비델의 비난에 연랑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진 것
을 느낀 리온은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핫. 괜찮습니다. 뭐, 혼자 갔다 오면 되니까요.”

  웃고 있는 리온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혼란과 침묵 속에 빠져 열심히 허우
적거렸다. 누구보다도 먼저 간신히 정신을 차린 비델이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웃
고 있는 리온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것과는 별개
로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시작했다.

“미쳤어! 진짜 죽으려고 하는 거예요?”

“요, 요정의 말이 맞다. 외부인인 네가 우리를 위해 죽어줄 필요는 없다. 어차
피 가족도 포기한 생명이다. 죽은 자는 죽은 자. 살아있는 자는 살아야지.”

“혼자 보낼 수는 없어. 그건 확실히 자살행위야. 일족의 전사가 모두 간다 해
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야. 너무 무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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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 죽습니다(응?)

그냥, 갔다와서 올리려다가 시간이 남았길래 올립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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