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달이 꽃피는 사막]

2. 조우



  사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물이 풍부하다는 리온의 말에 비델은 안
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좋아. 새벽에 이동하자.”

  그러나 그가 다음에 꺼낸 말을 듣곤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뭐라고요?”

“사막으로 들어오면서 본 마을이 있었잖아. 그쪽으로 이동해보는 거야.”

“어, 어떻게 하려고요?”

“뻔하지. 식량하고 목재를 구해야지. 그래야 원래의 목적지로 갈 거 아니야.”





  비델은 망토를 두른 채 벌벌 떨고 있는 리온의 얼굴을 상의 안에서 빤히 올려
다보며 말했다.

“몇 시간 전에 그렇게 말한 사람이 지금에 와서 돌아가자는 말이 나와요?”

“으으으.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지. 온도가 계속 내려가잖아. 으으으.”

“네. 네. 그러시겠죠.”

“으으으. 곧 해가 뜰 테니 참아봐야지.”

“참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비델의 날카로운 지적에 리온은 입을 꾹 다물고 있기로 했다. 틈틈이 나침반
을 확인하면서 서쪽을 향해 걷기 시작한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지만 시
야에 들어오는 것은 높낮이가 들쑥날쑥한 사구와 은은한 빛을 반짝이는 모래알뿐
이었다. 조금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위해 자신이 그어놓은 패스를 지나 근처
에 있는 가장 높은 사구로 올라간 리온은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며 주변을 둘러보
았다.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숨을 내뱉고, 다시 원래의 패스대로 가려했
을 때였다. 리온이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에 손을 갖다 댔
다.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긴장감에 숨이 막히는 것인지 비델은 작은 몸을 이
리저리 비틀며 옷을 빠져나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리온표 감지기에 뭔가 걸렸어.”

“그거 싸구려니까 믿지 말라고 엘레드님이 말씀하셨는데.”

“오빠를 못 믿는 동생이라니.”

  비델은 리온의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절망에 쇄기를 박았다.

“저도 신뢰하고 싶지 않아요.”

  신뢰성에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리온이 휘청거린 순간, 사건이 터졌다. 그가
서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네 개의 모래기둥이 바닥에서 치솟았다. 비델이 “모래
귀신이다앗!” 비명을 질렀다.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섬광. 아홉 개의 빛줄기가 허공에서 얽히고 얽혔다. 몸
을 회전시켜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모래들을 튕겨내며 가장 가까운 기둥을 향해
팔을 뻗은 리온은 흘러내리는 모래 사이로 보이는 눈빛에 가까스로 검의 움직임
을 멈췄다.

“모두들 정지!”

  여자의 가는 목소리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배했다.

  기둥을 피해 하늘로 날아간 비델은 네 개의 모래기둥이 네 명의 인간으로 바
뀐 걸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여자의 목덜미에 닿아있는 자신의 검을 확인한 리온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왼손을 허리춤에 있는 작은 가방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등에서 날카로운 감촉이
느껴졌다.

“움직이면 죽이겠다.”

“이런 미녀와 함께 죽는다면야 영광이죠.”

  능청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는 누구지?”

  서로의 목숨을 쥐고 있는 여자가 묻자 리온은 인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녀는 “라이컨슬로프도 그렇게 대답하곤 하지. 그리고 목이 베여.”라고 말했다.

“라이컨슬로프?”

“라이컨슬로프라고요?”

  리온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제야 비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하늘에서
스르륵 내려온 그녀는 리온의 어깨에 착지한 다음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안
전을 확보했다.

“아파.”

“시끄러워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비델이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요정인
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사막에서는 라이컨슬로프가 살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요정이라고? 잘됐군. 치료술을 쓸 줄 알아?”

“이봐요. 제 말을 무시하지 말라고요.”

  비델이 짐짓 화난 듯 말하자 리온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비델을 화나게 하면 잡아먹힐지도 몰라. 애는 식인요정이거든.”

“리온님!”

  상대의 목숨을 쥐고 있는 건 자신들이 분명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위협이 그
들에게 다가왔다. 바보가 된 느낌이다.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여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 요정을 데리고 있는 거 보니 라이컨슬로프는 아닌 모양이군. 그럼 여
행자일 텐데 어떻게 사막으로 들어왔지? 사막 외각에는 라이컨슬로프의 마을이
있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건 불가능해. 첩자야?”

“대놓고 물어보면 거짓말로 대답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그의 대답에 여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군. 그럼 역시 죽을 테야? 어서 말해!”

  리온이 곧장 죽을 위기에 처하자 비델이 재빠르게 말했다.

“하늘로! 하늘로 날아왔어요!”

“하, 하늘?”

“하늘?”

“하늘이라고?”

“…인간이 아닌가?”

  비델의 말에 당황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리온은 설명을 덧붙이기로 했다.

“난 요정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검을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자기를 소개하는 경
험은 처음이라 좀 떨리는군요. 나는「천공의 궤도」을 맡고 있는 리온 데카르나
입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천공의 궤도라면, 천공이라는 커다란 ‘인조새’를 만든 사람?”

  「인조새」라는 독특한 별칭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리온은 빙긋 웃을 수 있었
다. 그가 말했다.

“이제, 검을 치워도 될까요?”

  이제 그의 얼굴에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TOTAL COMMENTS : 0

이 게시물은 댓글을 달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