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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3년 2월 4일


-기억해, 그날 일? 뭔가 새로운 일이 있기 전에 항상 겪는 짧은 휴식 같은 날이었지, 아마? 그래서 더욱 기억이 선명할지도 몰라. 가슴이 찢어질 만큼.......


따악!

경쾌한 타격 음이 전의 머리 속에서 진동했다.

“그게 아니라고 했잖아! 동사랑 명사 구분은 확실하게 하라고!”
“누님, 조금만 천천히 가르쳐 줘요!”
“안돼! 이제 학원에 갈 날이 열흘 밖에 안 남았잖아. 하나라도 더 공부해야 뒤쳐지지 않는다고.”

전이 의자를 뒤로 확 빼며 대꾸했다.

“전 어차피 시간만 때우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공부를......윽!”

에리아는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엄하게 말했다.

“너, 정말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라?”

전은 그녀를 향해 정말로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래서 에리아는 더욱 열이 받는 것 같았다.

“쪽팔리잖아!”
“......네?”

에리아는 다시 한 번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쪽팔린다고. 여기서 쪽이란.......”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저나 누님이 창피하지 않게 공부를 하라는 거죠?”

그제 서야 에리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렇지.”

전은 한숨을 쉬며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어차피 이러기 위해 곧바로 아카데미로 가지 않고 다렌의 집으로 향한 것이지만.

에리아의 집은 말이 집이었지, 커다란 저택이었다. 고용인도 수십에 달했고 그 인근의 토지의 상당수가 그녀 가문의 소유였다. 하지만 다렌은 절대 부자인 척 하지 않으려 애쓰며 기근이 닥칠 때엔 아낌없이 식량을 풀어 나누어 줬기에 주변 백성들의 막대한 신임을 얻고 있었다. 전은 다렌 이외에도 상당수의 재력가들이 그런 선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감탄하며, 트로이메라이가 지리적인 고립에도 불구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판을 듣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이 에리아의 집에 도착한 다음, 제일 처음 본 곳이 서제였다. 하지만 셀 수 없는 많은 책들을 보고 공부를 하고 싶노라고 말한 것은 그의 실수였다. 그 말을 꺼낸 시간부터, 하루에 서너 시간씩 그녀에게 붙잡혀 발음하기 힘든 전문용어들을 읽으며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약 이틀이 지난 후, 전은 자신은 절대적으로 육체적 노동에 종사해야 할 사람이라고 항변했으나 에리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난 동생이 생기면 직접 공부를 가르쳐 주고 싶었어.”

그녀의 대답이었다.
결국 전은 책을 들고 각 나라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야 했다.  


[알스터의 원주민은 약 3000년 전 대륙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약 700년 전 대륙에서 건너온 ......의해 원주민 세력 몰살. 생존자는 피 지배층으로 흡수되었으며, 지금까지도 하층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알스터에 관한 부분을 다 끝내고 다음 장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국가 명: 정확히 말해 그들에게 국가란 개념은 없음. 타 국가에서는 그들의 언어를 빌려 '와칸-두아렉 : 위대한 신의 대지' 통칭 와칸이라고 부르고 있다. 같은 형태로 와칸인이라고 불리고 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과 타 민족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따로 명칭을 만들거나 하진 않았다.
수도: 없음, 정기적으로 씨족연합회의가 열리는 곳조차도 유동적. 회의장소를 제공하는 대표자 부족이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면적 : 대륙 남서부 티얀산맥에 걸친 황야 및 숲지대 전체. 정확한 면적 측정 불가. 대략적 추정면적 23,375㎢(산맥부분 제외, 하지만 산맥 안쪽 곳곳에서도 생활하고 있다.)
인구: 대략 100여 개 씨족이 존재하며 인구는 유동적, 씨족 하나의 규모로 생각할 때 30만 내외로 추정. 단, 씨족회의가 열릴 때는 작은 형태의 연합씨족의 대표가 다시 참가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대표자는 20명 내외가 모인다.
언어: 와칸어, 가장 가까운 나라의 언어, 혹 공용어. 8차 전쟁이후 씨족회의에서 아이들에게 다른 언어 한 가지 정도는 가르칠 것을 결정한 뒤로 대부분의 와칸인은 2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은 와칸인들이 카한 대륙의 소수 민족과 비슷한 생활을 한다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어쩌면 예전에 두 대륙은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카한 대륙의 소수 민족을 본 적이 없고, 다만 글로 보기만 했던 전이 정확한 추론을 내리기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전은 결국 글자에서 눈을 떼고 커다란 하늘을 담은 넓은 창문 사이로 흐르는 구름을 쫒았다.

‘나도 구름처럼 휠휠 날아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구름을 보고 푸른 하늘을 보니 갑자기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그러나 오늘은 그만하자고 말하면 또 혼날 거 같아 눈치를 보고 있는데, 다행히 이번엔 에리아가 먼저 그를 불렀다.

“어이, 전!”
“네?"

전은 책을 덮고 에리아를 향해 돌아앉았다. 그녀는 다른 테이블 위에 앉아 불량스럽게, 그러나 자신은 전혀 개의치 않는 다는 듯 다리를 까닥거리며 말했다.

“너, 이름 하나 안 만들어도 되겠어?”
“이름이요?”

에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야 상관없지만, 여기 사람들은 좀 힘들 걸? 우리 아버지만 해도 고생하잖아. 어머니로 단련된 아버지도 그 정도면 학원의 고리타분한 지식인들은 어느 정도겠어? 적당한 이름 하나 지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데, 넌 어때?”
“음.”

전은 책을 덮고 그녀를 올려 보았다.         

“뭐 적당한 이름 하나 없어요?”
“흐음......적당한 이름은 없어.”
“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전의 이마를 살짝 찌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적당한 이름이라니! 내 동생은 특별한 이름이어야 한단 말이야. 그렇게 튀지도 않으면서 한 번 들으면 또 듣고 싶을 정도로 멋진 이름!”
“......그런 이름 하나 지어주시죠.”

에리아는 검지를 까닥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오늘 숙제. 멋진 이름 하나 찾아오기. 기한은 내일 정오까지.”
“네에? 잠깐만요, 전 이곳 이름을 하나도 모른단 말.......” “그럼 수고.”

탕!

정적.
전은 닫힌 문을 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느새 이런 일에 익숙해져 버린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뭐,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전은 의자에 등을 누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쁘진 않아.”

전은 조금 전 읽던 책을 집어 다시 몇 줄을 읽었다. 그러나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결국 책을 든 지 일 분만에 책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전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천천히 서산을 향해 기어가고 있을 시간이었다.

“시간 참 잘~간다.”

그 날의 마지막 햇빛을 모두 발하는 황혼 빛 구름을 따라가던 그의 눈동자는 약간 구겨진 책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멎었다.



-새로운 만남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것 아니겠어? 새로운 자신, 새로운 국면.




전의 입가에 약간의 미소가 그려졌다. 해가 서산을 훑고, 하늘로 사라질 때까지 그의 눈동자는 그 페이지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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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상당한 수정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링크연재 하게 되면 하겠습니다(...)

일단 비축을 만들어야..OTL...

그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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