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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2006/05/10 3026 134
들창이 내려진 집안은 태양이 하늘 가운데 떠 있음에도 어두침침했다. 잘 지어진 집이 아니기에 틈사이로 볕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전부 막지는 못하여 곳곳에 빛의 선이 죽죽 그어져 있었지만, 어둠은 기묘할 정도로 집안에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을 따스하게 맞이해 주었던 소녀, 미카를 주시하고 있었다.

“네가 참을수 없는 허기를 느끼는 것은, 네 존재가 이미 유지할수 없음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영혼의 존재는 대부분의 마법사가 부정하지만, 우리- 아니, 나는 거기서부터 마법이 시작됨을 맹신하고 있지.”

그녀는 어둠속에서 낮은 소리로 설명하고 있었다.

“여하튼, 너는 지금 자신이 죽었음을 자각하고 있지만 이성적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하지만 그 이성은 이미 마법의 지배하에 있어 낮은 곳으로 끌려 들어가 있지. 그래서 표층으로 나온 것은 뒤틀린 본성이야.”

적당히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탁자에 앉은채로 그녀는 식탁을 톡톡 두드렸다.

“말하자면, 너는 지금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허기를 느끼는 거야. 하지만 이성은 이미 가라앉았기에 드러나는 것은 지극히 본능적이면서도 비 효율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마를 짚으며 신음했다. 적어도, 설명만이라도 확실히 해주고 싶었거늘-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그녀에게는 드믈게 따스한 손을 내민 사람이었기에, 그 정도는 할수 있을까 했었건마늘.

“………정리할께. 어떤 식으로든 네가 허기를 느끼지 못하게 되려면, 너는 자신이 죽었음을 인정할 정도의 육체적 파괴를 받아야만 해.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정도야.”

그녀의 말이 마무리 지어짐과 동시에,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사람의 시선이 슬쩍 등 뒤로 움직였다가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갔다.

소꿉친구이며 가끔 서로를 향해 얼굴을 붉히기도 했던 사내는 지금 그녀의 손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손톱이 맨살을 파고 들어가자 짓눌러진 토마토처럼 진한 피가 흘러 나왔지만 미카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손이 들어간 부분을 뜯어내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고개를 돌릴 장면-

아니, 보는 것만으로 입에 저주를 담고 그녀를 없애 버리려 할게 분명한 그 광경을 그녀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감상을 입에 올렸다.

“넌 참 좋은 아이야. 처음보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따스하게 대하는 사람이 아직도 세상에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꼭 껴안겨서 잠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시체를 맨손으로 난도질하고 있는 그녀를 등 뒤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넌 이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가 될거야. 그러니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 주렴. 나는 홀로 삶을 취하였소-. 말할수 없는 입으로 그렇게 증명해줘. 그렇게 조심스럽게 사람을 죽여 입으로 가져가는 너라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테니까.”

찌걱대는 소리 속에 섞여서 낮은 울림이 들려왔다. 목 울대를 떠는듯한, 사람의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그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던 그녀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힘겹게 미소 지어 보였다.

“모든 것이 끝나면, 내가 모두 짊어질테니까, 네가 그리 걱정할건 없을거야. 아마도……….”

그녀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얼굴에 피칠갑을 한 미카는 그륵거리며 소녀를 주시했지만, 맨살을 찢어내는 그 흉험한 손을 그녀쪽으로 내밀지는 않았다. 그저 고개를 기울이며 낮게 그릉거릴뿐- 어찌보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한 그 모습에, 그녀는 손을 내밀어 볼에 묻은 피를 슬그머니 닦아냈다.

겁먹은 어린애와 같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미카의 모습을 본 그녀는 잠깐동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이었다.

“나는 홀로 생명을 취하네-

나는 홀로 생명을 버리네-

나는 홀로 죄업을 짊어지고-

나는 홀로 죽음을 붙든다네-

그리하여 닿는 것은, 무정한 신의 방울소리-.

신이여, 나를 취하소서 나를 버리소서 나를 짊어지어 죽음마저 버리소서.

다만 무정만은 버리지 않고 손을 내밀어 붙드소서-.“

낮은 허밍이 섞인 그녀의 흥얼거림의 끝에 선명하고 날카로운 피리소리가 울려퍼졌다.

피익- 삑- 삐익-

약간은 경박스럽게 까지 느껴지는 그 소리는 미카의 손놀림에 따라 기묘한 박자로 몇 개인가의 음계를 연주했다.

잠시 후 미카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씹고있던 살조각을 뱉어내곤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런 조용히 미카를 배웅했다. 피비린내와 뒤섞인 사람의 생살에서 나는 비릿한 내음은 도살장에서 평생을 일하는 이도 도망가게 할 만큼 지독했지만 그녀는 그저 가사를 뺀 허밍을 반복하며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슈벨린 마을의 괴사가 알려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여느때처럼 날에 맞춰 잡화점으로 물건을 나르던 상인이 기괴할 정도로 고요한 마을에 이상함을 느끼며 황급히 거래상대를 찾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본 것은 기괴할 정도로 여기저기 퍼져 있는 끔찍한 핏자국이었다. 주로 바닥에 크게 펼쳐져 있는 말라붙은 핏자국- 혹은 벌레가 끓고있는 고인 피는 그를 집밖으로 뛰쳐나가게 하는데 충분했다.

당황한 그는 황급히 이 사실을 다른 곳에 알리려 짐도 내버려둔채 조랑말을 타고 내달렸다. 그리고 이 마을이 떨어져 나가기 전의 마을- 소도시라 부름직한 넬벨트의 치안대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횡설수설하는 그를 달랜 것은 다행히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죄인들의 참회를 돕기 위해 들렀던 수도사였고 그의 도움으로 상인은 그나마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종교가 있다는 것은 이렇게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까.

신의 이름을 빌어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수도사와 함께 있던 구역소장에게 사실을 전했고, 뜬금없는 소리에 당혹해하는 그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건 맹세를 했다.

그제서야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챈 소장은 행정보고를 위해 달려나갔고, 수도사는 이 사실을 교회에 알려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급히 결성된 조사대에 그는 평소의 인맥과 혹시나 필요할지 모르는 기도를 위해 뒤를 따랐고, 그들은 해가 지기 전에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을 보았다.

마을을 나선 그들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외에 어떤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시선이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낮의 태양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채 마을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날린 흙먼지가 가라앉고, 어둠이 온전히 마을에 내려앉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녀는 움직였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기름을 잔뜩 먹인 횃불. 섬뜩할 정도로 거세게 불꽃을 피워대며 기름을 뚝뚝 떨구던 그 횟불은 한 채 한 채 집들을 화염 속으로 밀어 넣었다.

밤이 온통 황적색 빛으로 일렁이고, 그림자가 미친 듯 춤추던 그 안에서 그녀는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해 고개를 기울인채 자신을 주시하는 미카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순간, 미카는 격렬히 몸을 떨다 바닥에 쓰러졌다.

실 끊어진 인형.

더 이상 적절한 표현을 찾이 못할만큼 확실한 모습을 보인 쓰러진 미카를 그녀는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들고 있는 손도 삼키려고 일렁대는 미친 횟불을 그녀의 시체 위로 던졌다.

뼈도 남기지 않을 기세로 미친 듯 타오르는 그 불을 주시하던 그녀는 잠시 고개숙여 조의를 표하고는 몸을 돌려 마을을 벗어났다. 당연하다는 듯이 널벨트의 반대쪽으로 향하는 그녀의 품 속에서는 작은 방울소리가 요란하게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춤추듯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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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고어물이네요 이거(덜덜)
세계관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미치겠습니다아..
과연 나는 어떻게 될것인가.-_- (아니 그보다 주인공이 어찌 될것인가가 더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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