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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3년, 4월.




검을 들어본다. 오랫동안 손에서 놓았기 때문인지 익숙하지 않다. 손잡이에서 느껴지던 차가움이 가셨지만, 아직도 전혀 다른 이물(異物)처럼 느껴진다.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왼손을 든다.
"뭐 하는 거야?"
"비켜."
"응?"
꽤나 큰 소리가 울렸다. 포성(砲聲)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귀를 막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다.
"에에……."
판자로 지어진 건물의 벽이 산산조각난 채 바닥을 뒹군다.
짤막한 총구의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포연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그것이지만, 그것을 낳은 탄환의 파괴력만은 대포 못지 않았다.  
"뭐, 뭐야, 그거."
"일주일 전에 빼앗은 거잖아."
짤막한 대답을 건넨 엘베는 왼손에 들린 것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띤 작은 머스킷. 아니, 이 정도라면 작은 캐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4 파운드 캐논과 비슷한 파괴력이군."
"그래도 캐논하고 비교하는 건 좀 지나치지 않아?"
"보통 물건이라면, 그렇겠지."
"응?"
"파편을 봐."
생각과는 다른 대답에, 셰어도어는 허리를 숙여 파편을 집어들었다.
"…이거 농담이지?"
"농담이었으면 좋겠는데, 사실이야."
"……."
셰어도어는 다시 한 번 파편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고작 2인치 정도의 총구에서 발사 된 것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이것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 자신 역시 부정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들어 엘베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엘베는 입을 열었다.
"이런 걸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적어도, 현재는 말이야."
"마법 아냐?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법사라면 그런 걸 만드는 건 어렵지 않잖아."
"마법은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엘베는 기억을 더듬었다.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적색 소나무를 다듬어 만든 테이블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그 시끄러운 공간 안에서도 대화를 유지하는 것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말이 아닌 수화가 대화를 이어나간다. 테이블 위에 놓인 도면을 바라보며, 그들은 소리없는 대화를 꾸준히 잇고 있다. 잠깐의 소란이 일어 대화가 끊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시뿐이다.
화로에서 일어난 불길에 쇠가 녹는다.
정밀한 눈금이 새겨진 도구를 들고 쇠를 재단하는 사람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한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을 총괄하는 것은 적색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젊은 청년도, 나이 든 노인도 있다. 짙은 색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도, 반팔을 입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이곳 알스터에서 손에 꼽히는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그들의 모습. 그 중엔, 은발을 가진 청년. 엘베의 모습도 있었다.

  

"…불과 2년만에 이런 걸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을 가능성은 없어."
"그럼 이건 어떻게 된 건데?"
"글쎄."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무기 개발 기술은 대륙 전체… 아니, 이 세계 전체에서도 수위에 꼽히고 있는 알스터에서도 이런 것을 만들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고작해야 강철을 포신으로 사용하려 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 겨우 2년 전. 그것도 극히 드문 우연이 아니었다면 그런 기술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기술력으로,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런 것이 나타났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오버 테크놀로지(Over Technology)."
잠시 한숨을 내쉰 엘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단순한 개념상의 이론인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군."
"도대체 무슨 소리야?"
"…딘이라고 했던가?"
"응?"
"그 녀석, 여기로 데려와."
낮은 울림이 입을 막아서일까. 셰어도어는 입을 다문 채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반파된 건물을 지나치는 그를 보면서, 엘베는 다시 검을 들어올렸다.
여전히 검을 잡는 게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총을 잡는 일에 익숙해진 손은, 예전엔 익숙했던 검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데려왔어."
셰어도어의 목소리를 들은 엘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감금되어 있었던 탓인지 수염이 지저분하게 나 있는 딘을 본 엘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건 잠시였고, 그 기색을 지운 엘베는 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알스터에서 구한 것이 맞나?"
"……."
"대답해."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엘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일주일 전에도 물었지."
"무슨……."
"누구한테 받은 거지?"
대답을 하지 않는 딘을 보며, 엘베는 눈살을 찌푸렸다.
"난 알스터 국립 병기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어."
"그런가."
"별로 오래 된 일도 아니지. 겨우 2년 전이니까."
살짝 고개를 돌려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반응은 없었다.
'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건가.'
아마, 단순한 짐작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테니까.
"그렇군."
"뭐?"
"오버 테크놀로지."
조금이지만 표정이 굳는 것이 보였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술로는 이런 것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사교(邪敎) 인가."
"엘베?"
셰어도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엘베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겼다.
"알스터 내에 그런 집단이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이미 답은 나와있다. 단지 그것이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문제만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중요한 건, 그것 뿐이다.
'그렇다면…….'
눈을 감으며, 엘베는 왼손에 들린 물체의 감촉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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