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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9.30 20:01

아인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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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아직 태양이 서쪽으로 누우려면 반 시간은 더 걸릴 것 같은 시각이다. 낮과 밤의 경계선 사이에선,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을 경우 수 천 가지의 물감을 써야 할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슬슬 어둠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별들과 점점 노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세 개의 반달들은 다가오는 밤을 환영하는 청사초롱과도 같다. 그리고 셀로와 유리가 타고 있는 흰색 보트는 점점 선명해지는 밤의 조명들을 한 줌씩 받으며 검은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보트는 날렵한 몸매를 과시하듯 빠른 속도로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전장 10미터는 될만한 길이에 폭은 약 3미터. 메리잔에서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을 한 이 보트는 짧은 여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보트답게 생활이 가능한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래층에는 냉장고와 2층 침대가 있는 침실과 화장실 등이 있었고 갑판으로 통하는 위층에는 작은 세면실과 있었다. 그리고 한 쪽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조종실을 품은 것처럼 보이는 갑판이 있다. 기름을 잔뜩 먹인 나무 갑판은 가까이서 보면 얼굴 윤곽이 뚜렷이 보일 만큼 매끌매끌하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보틀 엔진을 넣을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를 가진 최신 모델답게 보트는 거칠어지는 밤바다를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셀로는 조정간 앞에 떠있는 투명한 스크린을 봤다. 스크린 위에는 커다란 지도와 함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배가 나아갈 항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현재 보트는 동족 대륙의 동부 해안선에서 6킬로미터 거리를 유지하며 이동 중이다. 전체적인 위치에서 볼 때, 서쪽을 바라보는 한 마리의 토끼와도 같은 동쪽 대륙의 등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은 바로 수 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토끼의 뒤쪽 귀 부분이다. 현재 이동 속도로는 약 일주일을 쉬지 않고 항해해야 겨우 데얀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항로를 보며 고민하고 있는 셀로의 오른 볼에 뭔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 뭐 하는 거야?”

셀로는 깜짝 놀라며 볼멘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본 유리가 꺄르르 웃으며 뭔가를 내보였다. 그것은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혀진 샴페인이었다. 투명한 병에 담긴 핑크색 샴페인은 마치 하나의 과실처럼 탐스러운 빛깔을 담고 있었다. 유리는 왼 손가락에 낀 둥근 와인 잔 두 개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한 잔?”

너무 단 거 아냐? 난 단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글쎄에……”

그 말에 유리는 병의 뒷부분을 자세히 보았다.

각종 베리랑 복숭아 향이 들어있다고는 하는데, 뭐 술인데 달아봤자 얼마나 달겠어?”

그렇게 말하며 잔 하나를 내밀었지만 그래도 셀로는 선뜻 받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보며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어두워 지지도 않았는데 퍼 마시려는 거냐?”

유리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았다.

, 셀로는 어두운 곳에서 마시는 술을 좋아하는 구나! 좋아, 내가 한 번 마술을 보여주지.”

유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몇 번 젓고는 샴페인 잔을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돈 뒤, 목소리에 한껏 힘을 주며 외쳤다.

자아, 이제부터 이 유리 발렌타인이 오늘의 스위치를 끄겠습니다! 하나, , !”

그러면서 그녀는 오른 손으로 뭔가를 끄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해가 점점 빠르게 서쪽으로 떨어지면서 밤의 커튼이 빠르게 하늘을 뒤덮는 것이 육안으로 보였다. 달들과 별들이 태양 대신 하늘을 차지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수 분이 채 되지 않았다. 셀로의 얼굴엔 경악이 떠올랐다. 그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 ! 지금 뭐한 거야?”

유리는 샴페인 병을 다시 집어 들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말했잖아.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와인 잔을 건네며 미소 지었다.

한 잔?”

셀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잔을 받아 들었다. 그는 유리가 샴페인 병을 흔드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런 마법 따윈 본 적도 없어.”

유리가 오른 손으로 샴페인의 입구를 막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뜯으며 대답했다.

후후, 자기도 참. 이건 마법 따위가 아니야. 마술이지. 속임수가 가득한. , 뚜껑 밀려나온다, 조심해!”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샴페인이 콸콸거리며 갑판 위로 떨어졌다. 흘러나오는 샴페인이 왼손을 적셨다. 그녀는 병을 바꿔 쥐며 왼손에 묻은 샴페인을 혀로 핥으며 미처 하지 못한 말의 끝을 이었다.

자기도 앞으로는 라디오를 자주 듣는 버릇을 기르도록 해. 참고로 오늘 일몰 시간은 5 28분이었습니다.”

유리는 어이없어 하는 셀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유리잔에 샴페인을 천천히 부었다.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맑은 소리와 함께 분홍빛 액체가 달빛을 담고 잔 안으로 떨어졌다. 샴페인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생긴 공간을 상큼한 과일 향이 가득 채우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우리의 멋진 항해를 위해, 건배!"

어느새 자신의 잔에도 샴페인을 채운 그녀가 잔을 내밀자 셀로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잔을 갖다 댄다.

!

실로폰이 만드는 음악 같은 소리를 내며 두 개의 잔이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둘의 입술이 잔에 닿았다가 떨어지자 차가운 술이 두 사람의 목을 적셨다.

"마시있따!"

유리가 귀여운 말투로 샴페인을 평한 반면 셀로는 무심히 어두워져 가는 수평선만 한가하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얏호!"

시원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바닷바람이 유리의 볼을 때렸다. 짭짤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은 그녀의 마리를 헤집어 놓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갑판을 누볐다. 그녀가 마침내 갑판에 끄트머리에 이르자 보다 못한 셀로가 주의를 줬다.

"어이 유리. 조심해 그러다가 바다로 떨어진다."

하지만 유리는 들은 체 만 체였다. 그녀는 마치 혼자서 춤을 추는 마냥 기분 좋게 스텝을 밟았고, 결국 셀로도 그녀를 상관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던 유리는 결국 배를 한 바퀴 돌아 셀로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샴페인 병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도 한 잔 따라줄래?”

그 말에 셀로는 아무 말 없이 병을 받아 들어 그녀의 잔에 기울였다. 잔 속에 샴페인이 적당히 차오르자 셀로는 병을 세웠다. 그러자 유리가 미간을 예쁘게 찡그리며 말했다.

에이, 반 밖에 안 채웠잖아. 조금만 더 주지.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만난 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농담과도 같은 사랑 타령에는 이미 익숙해진 셀로였다. 그는 자신의 잔에 입을 가져가며 말했다.

얼굴에 부어버릴 걸 그랬군.”

자기, !”

셀로는 살짝 웃으며 찡그린 그녀의 미간을 검지손가락으로 꼭 찍었다.

여자가 그렇게 마시면 보기 안 좋아. 음료는 잔에 조금씩 담아 마시도록.”

그 말에 유리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대답했다.

어머, 드디어 자기도 날 여자로 보기 시작한 거야?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부끄러워 지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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