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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7.28 21:25

아인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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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커다란 타월로 몸을 가리고 작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그에게 말했다.


"변태."


그렇게 얼음이 된 셀로를 살짝 흘겨보고는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어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어제 전투에 입었던 옷은 피로 얼룩지고 이리저리 찢어져서 도저히 입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살짝 훔쳐보니 역시 남자인 자신보다 월등이 많은 옷을 보유한 것 같았다.


그는 유리가 옷을 갈아 입을 수 있게, 그리고 자신도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이미 한 사람이 목욕을 마친 후였기에 욕실은 적당히 훈훈했고 습했다. 돌인지 사기인지 재료를 알기 힘든 하얀 욕조에는 이미 김이 풀풀 나는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유리가 자신을 위해 받아 놓은 것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자길 죽이려고 했던 사람인데.'


그는 작은 친절에 약간의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론 그런 자신을 경계했다. 그녀는 아직 믿을 수 없다. 믿어서도 안되고 설득되어서도 안 된다. 한 사람이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욕조에 천천히 몸을 담그자 몸이 녹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피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후우."


자신도 모르게 나온 한숨이다. 자신이 언제부터 한숨을 쉬기 시작했던가? 그의 선생은 그가 한숨을 쉴 때마다 재수없다며 구타를 동반한 욕설을 해대었기에, 아마 그의 한숨 쉬는 버릇이 시작된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 녀석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일거야.’


그는 네 개의 대륙 중 남쪽 대륙의 절반이상을 지배하는 멜리의 수도에서 동지들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최악의 만남이었지.’


약속 장소였던 카페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그는 약간의 실수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여자에게 변태취급을 당해야 했었다. 근데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 순진한 얼굴로 사과하던 그녀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유리와 겹쳐졌다. 이목구비나 신장 같은 것은 많이 달랐지만 전체적인 이미지가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저 여자도 아인이랑 같은 과인가?’


확실히 제 정신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어제부터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터라 유리의 성격까지 신경 쓸 여력은 현재 자신에겐 없었다. 어제 얻은 정보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엄청난 것들이었다. 물론 저 밖에 있는 여자가 진실을 말했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쩌면 단지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언제든지 자신의 등 뒤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여자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께름칙한 일이었다.


괜히 귀찮은 짐은 떠안은 건 아닐까? 그냥 확…….’


하지만 지금 와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목을 베어버리는 것 또한 할 짓은 되지 못했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사디스트인 자신의 선생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법한 선택사항이었겠지만. 또한 무엇보다 정해진 수명까진 불사의 존재인 그들과 달리 유리는 목숨이 하나 밖에 없었기에, 잠깐의 실수로 인해 자신에게 유리한 옵션 하나가 날아가는 또한 피하고 싶었다.


아니면 몰래 도망쳐 버릴까?’


더 이상 계획을 진행시킬 이유도 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일정 거리 안이라면 언제든지 자신을 추적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는 도망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그가 도망친다는 계획을 머리 속에서 폐기하고 있을 그때, 갑자기 그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거리며 지나갔다.


그래! 그냥 유용한 정보를 몇 개 얻은 다음 헤어져 버리는 거야!’


가장 끌리는 선택이었다. 그러면 저 나사 풀린 여자랑 같이 다닐 필요도 없으며, 적당히 목숨 값을 갚았으니 가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에 감탄하며 서둘러 목욕을 끝냈다. 황급히 몸을 닦고 욕실의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자신이 나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셀로는 챙겨 들고 온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눈치 보는 것도 곧 끝이겠군.’  


평소 습관대로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면 이번엔 변태라는 단어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뭔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욕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책상 앞 걸상에 앉아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던 유리의 손이 뚝 멈췄다. 그리고는 어느새 책상 위에 놔둔 작은 단검을 꺼내 자신의 목에 대고는 말했다.


, 난 정조를 지킬 거야! 내 순결을 이렇게 빼앗길 수는 없어!”


셀로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도대체 어떤 망상을 하면 그런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거지?”

발정 난 짐승 같은 표정으로 욕실에서 나오는데,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굶주린 육식동물을 앞에 둔 초식동물과도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셀로는 자신이 그런 표정을 지었던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를 놓아준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점점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 덮쳐. 그러니까 그거 내려놓고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셀로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 앉았다. 그는 유리가 단검을 내려놓는 것을 보며 (하지만 단검을 언제든 다시 들 수 있는 곳에 두었다는 사실 역시 염두 해 두었다.) 말했다.


일단 우리 관계를 확실히 해두어야겠어.”


그 말에 유리가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아잉, 우린 어제 얼굴을 처음 본 사이인데 벌써 고백하는 거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니, 그런 거 말고. 간단히 설명하자면 네 목숨 문제지.”

 “, ?”


셀로가 어젯밤 침대 옆 작은 테이블 위에 놔둔 자리끼를 한 모금 마셨다. 적당히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지나 뱃속으로 들어가자 모든 생각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는 컵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고 말했다.


넌 일단 나에게 목숨을 빚졌어. , 네 생각이 어떻든 간에 빚은 갚아야 하지 않아? , 몸으로 갚겠다거나 그딴 소리하면 베어버리겠어.”


그렇게 살벌한 말로 유리의 말을 애초에 차단한 그는 유리가 입을 황급히 닫는 것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셀로의 말이 계속되었다..


첫 번째 질문. 레미레스들의 본거지를 말해봐.”

, 말하는 건 상관이 없는데, 왜 물어보는 거야?”


유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아직도 의심스러운 거니?”

네가 어제 한 말에 진정 성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빨리 대답해.”

어제 내가 한 말? 아아.”


그녀는 주먹을 쥔 왼 손을 오른 손바닥 위에 통치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반할 것 같다고 한 거? 에이,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대답해줄게.”


셀로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리기도 전에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본거지는 66개의 섬 중에 하나야. 너도 알지? 4 대륙의 중심 부에 위치한 <잊혀진 군도>.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말 그대로 무인도인 곳들. 그 군도는 겉으로 보기엔 제 각각 흩어진 섬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중심에 있는 섬 11개는 내부가 이어져있어. 하나의 커다란 섬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 안에 있는 공동(空洞)을 개조해 생활하고 있지.”


셀로가 면도를 하지 못해 수염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는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호오. 그럼 그 곳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알기로는 하늘을 나는 방법 밖에는 없어. 그 섬 주변은 세상에서 가장 큰 배로도 갈 수 없을 만큼 강한 해류가 흐르거든. 참고로 3시간에 한 번, 직경이 1키로 미터는 될 소용돌이가 군도 곳곳에 생기는 것은 보너스.”


셀로가 살짝 놀라며 턱을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질문했다.


근데 넌 어떻게 탈출했지? 네가 말하는 것이 맞는다면, 섬을 빠져나가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아까 말했잖아, 하늘을 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셀로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봤고, 그녀는 한심한 종자를 다 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응대했다 (그래서 셀로는 더욱 비참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그런 깡 촌에서 레미레스들이 식량이나 생필품을 구할 방법이 어디 있겠어? 직접 나가서 사오는 수 밖에. 아무튼 난 내가 도망치는 바람에 혼란이 일어난 틈을 타서 이동마법진을 타고 날아왔지.”

그렇다면 대륙 곳곳에 마법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이지?”


셀로가 눈을 빛내며 질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강한 부정이었다.


아니. 그건 다 일방통행이야. 그들이야 그들만의 방법이 있겠지만 난 알지 못하지. , 다음 질문.”


잠깐이나마 흥분했던 셀로는 그만큼 빠르게 실망감을 느꼈다. 그는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 어쩔 수 없군. 그럼 두 번째 질문, 현재 남은 레미레스의 수는 몇 이지?”

. 대충 10명은 넘어. 20명은 안되고.”


그 말에 셀로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런 대답은 나도 할 수 있어. 근사치라도 좋으니 정확한 수를 말해.”

아냐, 진짜야. 어제도 말했다시피 난 순혈이 30퍼센트나 된 희귀종이라 엄청난 감시를 받았다고. 접촉할 수 있었던 사람 수도 정해져 있었고.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사람이 10명 정도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야.”


자신이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셀로는 질문을 이어갔다.


좋아, 뭐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다음 질문, 레미레스에서 가장 강한 이는 누구지? 또 너랑 비교해선 얼마나 더 강해?”

나도 몰라.”

지금 장난해?”

나도 장난하는 거 아니거든? 너 바보니? 레미레스는 하나 하나가 자신의 경쟁자야. 누가 자기 밑천 드러나게 힘 자랑을 하고 다니겠어? 머리가 있으면 생각 좀 하고 사는 게 좋아.”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가장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은 여자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 그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가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선대들 중에서 남은 사람은 세 명 밖에 없어. 근데 모두 나이가 들대로 들어서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소문만 있지. 실제로 모두를 통제하고 있는 건 커스라고 하는 나의 바로 전 세대 레미레스야. 그 사람의 힘은 웬만한 레미레스 두세 사람보다 강하다는 소문이 있어.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지. 그 사람과 그 사람 밑에 있는 5명의 정예부대 이외엔 아마 나보단 약할 거야.”


이번 것은 확실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대충 6명 정도를 조심하면 된다는 건가?”

아까 말했다시피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선 그래. 나도 더 이상은 몰라.”


솔직히 더 이상 물어봤자 적에 대한 정보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 그가 계획한 작전의 시간이다. 그는 자신의 본심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마치 선심 쓰듯 손을 휘휘 휘두르며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보답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우리 이곳에서 헤어지자. 어제 있었던 일은 다 잊어줄 테니까, 앞으로는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 하룻밤 만에 날 버리는 거야? 너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남자였니? 내가 단물 다 빨아먹고 버리는 사탕이 된 거야?”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너도 네 할 일이 있고 목적이 있을 테니, 어제의 싸움은 잊고 그냥 서로가 할 일을 하자는 거지. 네가 준 정보라면 충분히 목숨 값을 한 것 같기도 하

…….”

? 난 할 일이 없는데?”


---

축구 보며 업뎃!!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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