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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8.18 20:59

아인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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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과학의 만남으로 인해 가장 발전한 것을 꼽자면 바로 이동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한 성질을 띈 마력을 담는 보틀(bottle)의 발명이 낳은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보틀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마법사협회에서 마력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에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에 세계 곳곳에선 침략 전쟁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전쟁에는 마법사들이 동원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사들의 마법은 화살처럼 소모품이 아니었고, 또한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했으니까. 그러나 연구와 마법에 일생을 바치고 싶은 마법사들이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고, 결국 그들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자신들이 전쟁에서 빠지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마력을 담아 군대에 넘겨주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이것이 혁명을 낳았다. 이 기술의 무한성을 알아본 당시의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은 그 동안 자신들과 대립하던 마법사들에게 화해와 동맹의 손길을 보냈고, 마법사들이 그들의 손을 잡음으로서 지금의 과학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람과 인력으로 항해하던 배들은 보틀을 이용함으로써 더욱 대형화 될 수 있었고, 말을 타고 수 십일을 걸려야 할 거리는 기차를 타고 몇 일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닷속이나 하늘을 정복한다는, 예전에는 거론조차 되지 못했던 일들은 이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꿈의 시장으로 수많은 젊은 인재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예전엔 수 일, 혹은 수 십일이 걸린 편지는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해 수 초 만에 다른 대륙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었고, 마법사들이 쓰던 마법에서 착안된 전화기와 화상 통화는 커뮤니케이션의 신세계를 열었다.


또한 신입 마법사들은 부업으로 전력회사를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그들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도시의 전력을 주입하는 일이다. 수 십 명의 마법사들이 하루에 정해진 양의 마력을 부피 수백 제곱 미터의 보틀에 넣는다. 그러면 그와 연결된 마력 증폭 장치와 엔진들이 도시 곳곳에 전기를 공급한다. 그것들은 각종 전기제품들을 움직이고 도시의 불을 밝힌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보틀을 넣고 그 안의 에너지를 빼내는 엔진을 소형화 시키는 연구만 끝난다면 아마 운송수단으로서의 마차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학혁명이 막 태동을 일으키기 시작한 70여 년 전, 전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이 그 효율성에 의구심을 표할 무렵 당시 메리잔의 시장은 자신의 도시가 새로운 에너지를 이용한 배들의 첫 도입처가 되길 자처했고, 그 결과, 메리잔은 10년 만에 엘칸의 제 1 항구도시가 되었다.


메리잔은 항구도시라는 특성답게 상당히 많은 관광 상품이 많았다.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해산물을 보유 했기에 메리잔은 일년 열 두 달 내내 낚시꾼들과 미식가들, 그리고 관광객들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 도시들이 그러하듯, 관광객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도시는 부흥했고 덕분에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오는 수많은 인종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엘칸의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소수 민족들을 보고 싶다면 메리잔으로 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경찰서를 반파한 남자와 그의 일행인 듯한 여자, 그리고 정확히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 한 명의 형사 때문에 도시의 모든 블루블랙의 머리 색을 가진 여자들과 적갈색의 머리 색을 가진 남자들은 지위고하, 인종을 망라하고 죽어라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것 놔요! 전 아니라니까요!"


치렁치렁한 블루블랙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두 명의 군인들에 의해 도시 중심 부에 설치된 간이 취조실로 끌려 들어갔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자신의 풍만한 머리 색을 자랑스러워 했을 그녀지만 지금만큼은 자신의 머리카락에 저주를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군인들의 태도는 정중했고 어차피 자신은 진범이 아니었기에 확인만 끝나면 간단한 연락처만 적은 뒤 방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데이트 시간에 늦을 것이 분명한 그녀의 마음 속엔 짜증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녀는 취조실에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커피로 피로를 달래는 4 명의 경찰관들을 만나야 했다. 넓이가 25 평방미터는 될 법한 취조실은 수사에 필요한 기기들은 물론이고 간의 침대와 간단한 생필품도 상비되어 있어, 어젯밤에 급조된 시설 치고는 상당히 훌륭한 모습이었다. 나무 걸상에 앉아있던 수사관 중 한 명이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입을 열었다.


"확인하도록 메드렛 형사."


밤을 꼬박 센 사람들에게서나 들을 법한 무척이나 피곤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자신을 당장에라도 실직자로 만들 수도 있는 권위 있는 명령이기도 했다.


"!"


메드렛은 짧고 굵은 대답과 함께 불빛을 비춰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가 지난 3일 동안 지겹게 본 여자와는 너무 달랐기에, 사실 오래 볼 필요도 없긴 했지만, 현재 그의 상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선 열심히 관찰하는 척이라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적당히 시간을 끈 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부 본부장님."


같은 서에서 근무해 유리의 얼굴을 알고 있는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자 부 본부인 다반의 표정에도 수심이 깃들었다.


"그 여자와 다른 점은?"

"일단 얼굴이 다릅니다. 키도 좀 더 작고요."


다른 경찰들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범인이 좀 더 미인이고 피부도 더 하얗습니다."

"몸매도 더 날씬했습니다. 다리도 더 길고 가슴도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여자의 기분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인기 있는 가수나 무희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이젠 테러리스트와의 비교에도 지다니! 하지만 앞에 있는 사람이 경찰서의 부 본부장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였기에 그녀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반은 손을 내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됐어. 그냥 보내드려. 수고했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형식적인 인사에 여자가 흥, 하며 군인들의 호위를 받고 취조실을 나가자 다반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나이프로 끝을 자르고 입에 물었다.


"내가 쓸 데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지? ? 몸매? 가슴?"


담뱃잎을 두껍게 만 것이라 발음이 조금 샜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뜻은 그 어떤 때보다 확실했다. 그가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숨을 내쉬자 짙은 담배연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특별히 독한 담배는 아니었지만 같은 방 안에 있는 나머지 세 명에게는 마치 지옥의 악마가 강림할 때 난다는 유황 냄새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 새치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는 짧은 밤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다반이 말했다.


"그래, 경찰서가 반파된 상황에도 큰 부상자가 없었다는 것은 기쁜 일이야. 뭐 수리비야 공금과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면 되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는 경찰 외 사람이 들었다면 상당히 귀찮아질 발언을 내뱉더니 갑자기 책상을 쾅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정작 중요한 범인의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니! 그게 말이나 돼? 자네는 여자 얼굴만 기억하나?"

"하지만 하관을 두꺼운 옷으로 가리고 있었고......"

"그럼 나머지라도 기억하던가! 적갈색 머리카락? 내 아들놈도 적갈색 머리카락이야! 그 녀석이 제일 먼저 의심을 받는 바람에 내 이름이 신문 1면에 나올 뻔 했다고!"


그는 신문이 발부되기 전에 겨우 회수한 조간신문 원본을 책상 위에 내동댕이치며 호통쳤다. 신문엔 커다란 글자로 <부 본부장의 아들, 경찰서를 반파하다!> 라는 헤드라인을 필두로 평소 그들 부자의 관계와 평소 행실 등이 적힌 기사들이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때문에 메드렛은 자신의 형사 생활 20년 동안 가장 최악의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20년 근속 특별 휴가와 보너스 덕택에 에리사 벨로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는 아내와 두 아들을 떠올렸다. 연차를 내서라도 같이 있는 건데, 괜히 먼저 돌아와서 이 고생을 해야 한다니! 그가 그렇게 후회를 하고 있을 때 다반이 씩씩거리며 질문했다.


"3미터를 점프해서 옥상 위로 이동했다고 했나?"

"......."

"여자가 마법을 쓰자 다른 방에 놔둔 검이 날아왔다고?”

…….”


메드렛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역시 믿을 리가 없나'


여자가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남자를 공격했고, 둘은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다가 사라졌다? 몸통과 꼬리라는 단어들이 나온 것으로 봐선 요리와 관련된 일일 가능성도 있다고?”

"......."


마지막은 거의 난센스였다. 사실 보고서를 어떻게 끝낼지 몰라 대충 재미 삼아 써놓은 것을, 그가 잠깐 눈을 붙이고 있을 때 다른 후배가 프린트를 해서 상부에 올려버린 것이다. 물론 그가 아침부터 다반에게 신나게 깨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그의 대답을 듣던 다반은 담배를 거칠 게 재떨이에 털며 메드렛의 좌우에 있던 경찰들을 바라봤다.

메드렛 형사만 남고, 자네들은 잠시 나가주게. 아무래도 개인 면담이 좀 필요하겠어.” 


---

학교 다닐 때나 어머니께 들을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말. 둘이 이야기 좀 하자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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