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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9.10 18:28

Lucid Dream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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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녁시간. 아직 해가 떠있었지만 시간 상으로는 저녁이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하루 일과를 마치고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람은 자신이 직접 캔 감자를 자랑하고 있고, 리타와 지아는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서 열심히 어떤 기계에 대해서 연구한다. 마린 오빠는 오늘 다른 마을에서 물건을 사고 판다고 불참했기 때문에 식탁엔 한 자리가 남았다.

"오늘의 메뉴는 토끼 전골입니다!"

사리카 언니가 앞치마를 두르고 큰 솥을 탁자에 얹었다. 모두들 먹음직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전골을 보기에 바빴지만 큰오빠는 풍성한 금발을 뒤로 묶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언니에게만 행해있다. 오빠가 멍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역시 여자는 가정적이어야 해. , 그렇고 말고."

물론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가까이 앉은 나 밖에 못 들었을 것이다. 나머지 식구들은 모두 열심히 숟가락을 놀리기에만 바빴으니까. 벌써 그릇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는 타카시가 얼른 한 국자를 덜며 말했다.

"역시 누나의 요리는 최고라니까. 이런 건 몇 그릇을 먹어도 안 질릴 것 같아!"

그 말이 사리카 언니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매일 같이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이 정도야 당연하지.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으렴."

그 말에 모두는 행복한 미소를 지우며 다시 자기들의 그릇과 싸우기 시작한다. 사실 누나의 말이 옳다. 어릴 때는 약간 비만 기가 있던 타카시가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부쩍 살이 많이 빠진 것이다. 6살 때 처음으로 우리 공동체로 들어온 스위스 인과 일본인의 혼혈인 타카시의 일과는 날씨 체크와 식물 채집이다. 아침에 일어나 기상을 체크하고 무거운 식물도감을 들고 집과 계곡 사이를 완주한 탓에 이제는 평균 체중이 되긴 했지만 워낙 체격이 좋은 탓에 언뜻 보면 퉁퉁해 보이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큰 오라버님."

"?"

리타가 자신을 부르자 그제서야 사리카를 보던 눈빛을 거두는 오빠. 가장 마지막에 우리 가족이 되었기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오빠를 약간 어려워하는 리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저기 혹시 마린 오빠가 자기 부상 트럭에 대해 아무 말 없어요? 이번 달에는 한 번 사도록 한다던데......."

"아아, 그거?"

큰 오빠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간을 살짝 끌다가 대답한다.

"이번에 카피탈에 물가가 좀 올랐더라. 작년까진 중고가 3만 달러였는데 올해부터 4만으로 뛰어 버렸어. 마린이 무리하면 연말에는 살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내일 마린이 오면 물어 보면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거야."

". 망가진 것도 괜찮은데......."

뭔가 아쉬움이 담긴 혼잣말에 큰 오빠가 웃으며 리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알아, 알아. 마린도 그게 있어야 더 많고 큰 짐들을 옮긴다고 하면서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이니까 어떻게든 될 거야."

그 말에 리타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대화를 듣자 그제서야 요즘 들어 더욱 돈독이 오른 듯한 마린 오빠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두 배는 될 법한 연장을 만들어 등에 울러 매고 돌아다니며 모은 돈을 쓰지도 않고 금고에 저금하는 모습을 보며 우린 노랭이라고 놀렸지만 말이다. 현재 마린 오빠와 리타 지아 커플은 카피탈에서 군용으로 사용되는 자기 부상 트럭을 사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예전처럼 바퀴 없이 공중에 떠서 움직이고 태양열과 물로 가는 자동차들은 환경 문제가 중시된 15년 전부터 연구되어 8년 전에야 상용화 되었다. 작게는 오토바이부터 크게는 배처럼 생긴 비행기까지. 속도는 느리지만 기름을 사용하지 않기에 이제 카피탈의 모든 운송 수단은 자기 부상이 되었다. 다만 높은 가격과 엄격한 규제 때문에 아직은 군용으로 밖에 쓰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카피탈에 정식 시민으로 등록되지 않았거나 사망처리가 되었기에 그것을 빼오려 카피탈에 들어갈 수도 없다. 때문에 망가진 부품이라도 모으려고 마린 오빠가 수고하는 것이다.

", 우리야 급할 것 없잖아. 당장 차가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또 부품을 구하기만 하면 우리 천재 공학자 커플이 뚝딱 한 대 만들어 줄 텐데 무슨 걱정이겠어, 안 그래?"

큰 오빠가 그렇게 대화를 정리하자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다. 마크 오빠는 예전부터 묘하게 우리의 구심점 역할을 잘 해왔다. 약간은 방랑벽이 있는 마린 오빠가 이곳을 떠나지 않고 항상 들어오는 것에도 큰 오빠의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잘 먹었습니다!"

자신의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람이 그릇을 들고 일어났다. 설거지를 할 커다란 대야에 그릇과 숟가락을 넣은 람이 아, 하는 표정을 짓더니 서둘러 밖으로 달려나간다. 저 꼬맹이는 또 어딜 저렇게 가는 거야?

"! 어디 가니?"

"아까 감자를 캐다가 뭘 놓고 왔어!"

내가 부르자 람이 빙글 반 바퀴를 돌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내가 뭘 놓고 왔냐고 묻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달려 나간다.

"곧 있으면 해가 지니까 얼른 와야 해!"

지아의 외침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소리가 저만치에서 들린다. 발도 빠르네, 라고 중얼거리는 지아. 무뚝뚝해 보여도 뒤에서는 가장 우리를 생각하는 아이다. 요즘 같이 혼혈이 대부분인 세상에선 보기 힘든 순혈 한국인이기도 하다.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지만.

아무튼 아직 어린 애라니까? 내일 찾으러 가도 될 텐데.”

그렇게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이 쓴 식기를 치운다. 다른 사람을 살짝 무시하는 버릇만 빼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악의가 없는 빈정거림이란 것을 알기에 그의 말투에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솔직한 그의 태도는 알 수 없는 믿음을 안겨주기도 하니까.

 

몇 분 후, 모두가 식사를 마치고 시원한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을 할 때였다. 갑자기 타카시가 벌떡 일어나다니 조용히 해보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모두 경직이 된 상태로 있는 와중에 큰 오빠가 묻는다.

"어이, 타카시 왜 그래?"

하지만 타카시는 계속 조용히 해보라는 손짓을 하며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리타와 지아를 불렀다. 타카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둘에게 뭔가를 들어보란 식으로 손을 귀에 가져가 보았지만 정작 둘은 아무 소리도 안 들리나 보다.

"뭐야, 불안하게."

속삭임에 가까운 내 중얼거림이 가장 크기 들릴 정도였지만 우리 중에서 가장 청력과 시력이 좋은 타카시였기에 이 이상의 불평은 꺼내지 못했다. 그때였다. 계속 아무 것도 안 들린다며 불만을 표시하던 리타가 움찔했다. 그리고 곧 이어 지아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 섰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두 사람이 사색이 되며 우리에게 소리쳤다.

"카피탈의 순항함 소리야! 빨리 숨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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