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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7.15 18:11

아인 13-(2)

조회 수 391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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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 안 했나? 대흉이라고.”


쿠콰와와와와왕……!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난 충격이 건물을 덮쳤다. 덕분에 

3층으로 이루어진 경찰서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나동그라지는 일이 발

생했다. 복도에서 서류 등을 나르던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날아간 종이

조각들과 전기자제들이 제 자리에서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스파크는 경

찰서 곳곳을 마치 파티장처럼 만들었다. 물론 내부의 사람들이 파티 

분위기를 느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메드렛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과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세상이 도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며 의자 채 뒤로 넘어가버렸다. 그는 넘어지면서 생각했다.


이런 기분은 학교 다닐 때 탈 줄도 모르는 서핑시범을 보일 때 이후로 처음이야.’


인간은 역시 생각하는 동물인지,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10대 때의 기억이 

순차적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짝사랑하던 같은 반 여자애에게 

잘 보이고자 시도했던 서핑은 결국 그 여자애가 자신을 구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남자로써는 너무나 창피한 일이었지만, 결국엔 그 여자에게 평생 바가지를 긁히는 

일상 또한 낳았기에 어쩌면 괜찮은 모험이었는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그는 낙하를 멈추고 바닥에 떨어졌다.


!


머리가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형사였다. 그는 혹시라도 

죄수가 다쳤을까, 아니 더욱 정확히는 탈옥을 감행할까 싶어서 반사적

으로 여자가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시력

을 의심하는 결과 밖에 낳지 않았다.


떨어지면서 시신경을 다쳤나?’


그는 자신의 눈을 비비고자 오른 손을 눈가에 가져갔다. 하지만 정신이 

오락가락 했기에 그 시도는 입을 비비는데 그쳤다.


미치…….’

“……겠군.”


겨우 생각을 입으로 내뱉는데 성공한 그는 다시 한 번 앞을 보았다

그가 기대했던 상황은 없었다. 그 커다란 충격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봐, 아가씨. 당신 어떻게에에엑!”


다시 이어진 충격에 그는 말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다시 의자와 한 

몸이 되어 나뒹굴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파도가 해안을 덮치는

것과 같았다. 한 차례 파도가 끝나면 다른 파도가 잔해를 휩쓰는 듯한

그런 순차적인 충격파였다.


쿠구구구구…..!


충격이 좀 더 작았기 때문인지 세 번째는 그리 큰 파장을 몰고 오지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3층 중심부에 있어서 창문 하나 없이 

답답한 취조실에 시원한 밤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다. 마치 선풍기를 튼 

듯한 느낌에 메드렛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충격 때문에 몇 

번이나 비틀거리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은 그가 놀라 총을 꺼낸 건 순전히 

경험에서 나온 노련미였다. 하지만 창문을 뚫은 것처럼 환히 보이는 달을 

향해 총을 겨눈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그가 미쳤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총을 겨눈 대상은 달이 아니었다. 그의 경계대상이 된 것은 달

빛 아래, 길이가 1미터 30센티미터는 될 법한 기다랗고, 폭이 20 센티미터

는 될만한 두꺼운 장검을 든. 적갈색 머리의 청년이었다. 그는 옥상이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부분에 서있었는데, 마침 떠오른 두 개의 보름달의 그림자에 

갇혀 상당히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상체에 달라붙은 것과 같은 

검은 색 가죽점퍼와 그와는 달리 약간은 펑퍼짐한 검은 색 바지를 입은 그의 

무심한 눈동자가 방 안을 훑었다. 그의 시선이 메드렛에게 닿았다가, 다시 

여자에게로 옮겨갔다. 순간, 죽은 것같이 초점이 없던 그의 눈동자에 총기가 

들었다.


찾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꼬리만 뒤쫓게 하더니, 겨우 몸통을 잡을 수 있게 되었군.”


저 자식은 뭐지? 몸통? 꼬리?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입을 덮고 있는 터틀넥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을 

거의 놓치지 않을 정도로 메드렛은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해야만 했다

그가 3층에서 뛰어내려왔기 때문이다. 그가 내려온 곳은 취조실에서 10여 

미터 정도 떨어진 복도였다. 전등 빛이 비추자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윤곽

을 그렸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강하게 그을린 

연 구릿빛 얼굴에 적당히 두꺼운 흑색 눈썹, 그리고 그 아래에 위치한 보라색 

눈동자. 그렇게 자주 보기 힘든 눈동자였기에 메드렛은 마치 마법에 빠진 것처럼 

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청년의 눈동자는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 자신이 만든 그림자 위에 

영원히 못 박혀 있을 것 같던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메드렛이 소리쳤다


꼼짝 마! 움직이면 발포한다!”


그와 메드렛 사이의 거리는 불과 7미터 정도. 중년의 형사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다.


이거, 재미없는데?’


그가 소유한 총은 일반 형사들에게 주어지는 일반적인 마총(魔銃)이었다

발명품 코드 인사이트 (insight). 마법사들이 마력을 넣어 공급하는 마탄

(魔彈)을 발사하며 가장 약한 모델도 성인 남자를 한 방에 기절시킬 수 있는 

충격을 주지만 유효 사정거리가 치명적일 정도로 짧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반인들이 호신용으로 쓸 수 있는 1마력(魔力)짜리 인사이트의 사정거리는 2

터에 불과했고, 특수부대가 쓰는 살상용 3마력짜리 인사이트만 14미터 정도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형사인 그가 소유한 총은 1.5마력의 탄환이 다섯 발 

들어가고 사정거리만 8미터로 늘린 인사이트였다. 인사이트의 탄환은 일반적인 

마법과 동일하게 멀리 겨냥하면 할수록 파워가 약해진다. 그는 최소한 5미터 안

에는 남자가 들어와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6

미터. 그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며 다시 한 번 외쳤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넘어오면 쏘겠다!”


물론 메드렛도 그가 멈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남자가 걸음을 

우뚝 멈췄을 때 그는 방아쇠를 반쯤 당겨버리고야 말았다. 실린더가 철컥 

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마 청년을 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이 자신의 인사이트를 보고 멈춘 것이라 생각하니 점점 자신감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 메드렛은 좀 더 느긋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좋아. 고마워, 나도 일반인, 아니 이제 범죄잔가? 아무튼 사람을 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거든? , 그 칼 내려놓고 빨리 투항해. 아마 이제 

곧 다른 사람들이 올라올…….”

드디어 찾았군.”


청년은 메드렛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그는 검을 들어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어나라.”


그에 따라 망부석처럼 앉아있던 여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내가 뿌린 흔적이면 3일 전쯤엔 날 만났어야 

했는데 말이야. 아니, 이왕이면 좀 더 늦게 오지 그랬어? 그랬으면 내

일 특대 스테이크를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약간은 아쉬움이 섞인 말투에 청년은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메드렛만 이를 부드득 갈 뿐이었다. 역시 밥을 

얻어먹기 위해서였다는 거냐! 마침 그가 궁금했던 점에 대해 청년이 질문했

.


설마 날 만나기 전까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있었다는 것은 아니겠지?”


, 뭐 비슷해. 요즘 일을 좀 쉬었더니 돈이 살짝 궁해져서 말이야. 며칠 

전에 칼도 새로 샀더니 이번 달은 적자가 났어.”


그녀의 확인 사살과도 같은 발언을 듣는 메드렛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머

리가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남자는 그런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검의 옆 면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안마하듯 툭툭 치며 물었다.


그럼 경찰서 신세를 져야 할 만큼 무리해서 칼을 산 이유는?”


그렇게 묻는 남자의 입가에 점차 날카로운 미소가 그어졌고, 그에 따라 

여자의 입가에도 비슷한 미소가 만들어졌다. 그녀가 오른 팔을 오른 쪽으

로 뻗었다. 그곳에 손바닥만한 연 보라색 마법진이 그려졌다. 연성은 눈

깜짝할 사이도 걸리지 않았다. 재빠르게 만들어진 마법진의 중심엔 한 마리 

사자의 형상이 기하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때,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방 안으로 날아들어와 그녀의 마법진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그것은 두 자루의 날렵한 도()였다. 소도보다 살짝 긴, 75 센티 미터

의 도 두 자루를 양 허리에 찬 그녀는 양손을 교차해 칼을 서서히 뽑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청년이 뒤로 밀려났다. 임팩트의 순간에 반

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지 않았다면 그의 팔이 날아갔을 것이다. 검을 들

어 천천히 자세를 잡는 그를 보며 여자가 말을 이었다.


당연히 그대와 한 판 붙기 위...?”


일부러 한 듯한, 약간은 섹시한 도발이었다. 웬만한 남자라면 팔이 날아갈 

각오를 하고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을 사랑스러운 미소였지만, 정작 사랑의 

주파수를 받은 청년은 그 말에 남자는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서?”

. 아니. 여긴 데이트를 하기엔 좀 삭막한 것 같아. 네가 분위기 잡

으려고 지붕을 날려버린 건 인정하겠지만, 여자가 달만 보이면 무드를 잡

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따라와. 며칠 전에 괜찮은 장소를 봐놨어.


그러고는 그녀는 옥상으로 도약했다. 사람이 3미터라는 높이를 마치 한 

마리의 산양처럼 쉽게 점프해 올라가는 모습을 본 메드렛은 입을 떡 벌리

고야 말았다. 내 시신경이 망가진 것이 틀림없어. 그는 눈을 비벼보았다

좀 전과는 다르게 정확하게 눈을 비비고 눈을 뜨자 청년이 여자를 따라 점

프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그는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총은 집어넣는 게 좋겠군. 실수로 내 머리를 쏠 수도 있으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총을 집어넣은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물었다.


. 데이트를 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2일을 보낸 여자와 그 경찰서를 박살

낸 청년이라. 아 씨, 미치겠네! 이름이라도 가르쳐주고 가란 말이야!”


그들이 떠난 방향을 향해 소리친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이 사건을 어떻

게 보고해야 상관들이 믿어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달달하군용

모두 즐거운 밤 되세요!


 vincent

  • profile
    현이 2013.07.15 22:30
    아름다운 밤이군요. 멋진 데이트야. 그런데 남자의 성의를 무시하는 여자라니... 좀 슬프네.
  • profile
    성원 2013.07.16 18:35
    원래 남녀의 관점은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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