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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7.12 20:31

아인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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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아무 것도 모른 체 몸만 열심히 굴리는 네 제자님이 불쌍하다, 이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난 굉음이 분지를 뒤흔들었다. 대기가 흔들리고 산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충격 속에 아인과 베리아는 종이 인형처럼 밀려났다. 수양버

들처럼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서 겨우 시야를 확보한 아인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정권을 날린 에리아와 그 강력한 정권을 한 손바닥으로 막고 있는 쉐리안이

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조금 전, 이동 마법을 쓸 때와 비슷한 문양의 적색 마법

진이 버티고 있었다. 주먹과 마법진 사이에서는 쉴새 없이 작은 불꽃과 스파크가 터

지고 있었다. 쉐리안은 에리아가 제 2격을 날릴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역시 대단하네? 과연 우리 돌격 대장이셔.”


에리아 역시 옅은 미소로 답했다.


이걸 상쇄시킨 너만할까?”

하지만 이런 일격도, 내 마법도 에덴에게는 통하지 않았지.”


쉐리안은 한숨을 쉬며 마법진을 거두었다.


일단 이 전 발언은 사과할게. 진심은 아니었어.”

나도 알아.”


주먹을 거둔 에리아가 대답했다.


그냥 스트레스를 한 번 풀고 싶었어. 아인한테 풀 수는 없잖아?”


뭔가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둘을 보며 두 제자는 온 몸에 오한이 

드는 것 같은 기분을 맛봐야 했다. 그 둘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강한 마법적 보호

막 때문에 뻐근해진 손목을 이리저리 풀면서 에리아가 질문했다.


아무튼, 아까 그렇게 열을 낸 건 뭐 때문이야? 쉐리안이 그렇게까지 말을 했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냥 해본 말이라면?”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난 더 궁금해 할 것 같아. 예를 들어 네가 이렇게 뜸을 들이는 

이유라던가……”


쉐리안은 속으로 혀를 쳤다. 이 여우 같은 것. 앞에서는 모르는 척 받아주면서 뒤로는 

다 꿰뚫어 보는 것 봐라. 쉐리안 역시 충격이 상당했는지 공격을 받아낸 오른 쪽 어깨

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대답했다.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아인 말이야, 네 제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어느새 땅바닥에 앉아있던 아인이 움찔하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쉐리안은 정작 아인의 반응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항상 따분한 표정이던 쉐리안의 얼

굴에 긴장과 진지함이 보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어느새 관중으로 밀려난 베

리아 역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인이 방금 네 정권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어?”

글쎄.”


잠깐의 생각 끝에 에리아가 대답했다.


아마 두 세 번쯤은 가능하지 않을까? 실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인? 넌 어떻게 생각하니?”


순간 여섯 개의 눈동자가 전광석화처럼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낀 아인은 당혹감을 

느꼈다. 한 쌍 이상의 눈동자를 대면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

만 대답은 해야 하기에 당황은 잠시 접고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에 빠지더니 손가락 세 

개를 피며 대답했다.


준비 동작만 충분하다면 열 번 중에 세 번 정도는 비슷한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쉐리안이 다시 에리아에게 물었다.


저 애,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니? 내일 당장이라도?”


그 질문에 에리아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여러 면으로 봤을 때,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

니지만 연습과 실전은 확실히 다른 것이니까. 에리아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결코 아인이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거나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살짝 주저하는 그녀를 보며 쉐리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아. 베리아도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아직 부족하니까. 하지만…….”


아인과 베리아를 한 번씩 쓱 훑어본 뒤, 쉐리안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었다.


아마 2, 못해도 3년 안에 지금의 두 배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들어야 해. 그것도 실전에서.”


그 말에 에리아의 눈썹이 팔자를 그렸다.


무슨 말이지? 쉽게 설명 좀 해줘. 갑자기 촉박하게 구는 이유가 뭐야?”


그 말에 쉐리안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답게 냉소가 섞인, 일그러진 미소였지만 그 균열에

선 왠지 모를 따뜻함이 스며 나오는 그런 것이었다.


별 일이네. 보통 그런 질문을 했던 건 내 쪽인데 말이야. 아무튼 네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약간의 뜸을 들인 후, 쉐리안이 못 먹는 것을 내뱉듯 말했다.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저주 받을 망령들이 말이지.”


그 말에 에리아의 얼굴은 충격으로 굳었다. 물론 그 말의 무게를 알 리가 없는 두 명의 

소녀는 눈만 끔뻑거리며 자신의 스승들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에덴의 추종자……들을 말하는 거야?”


그 말은 생기 없이, 마치 밀랍처럼 굳어진 에리아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것 같았다

쉐리안 역시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그녀는 내뱉듯이 말했다.


레미레스.”


레미레스……?’


분위기 상 아무 것도 말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자신의 스승의 부서질 것 같은 얼굴은 

아인과 베리아에겐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할 것만 같

던 그녀들이 아니었다. 실바람에 날리는 거미줄이 나뭇잎에 닿는 것처럼, 쉐리안의 말

이 이어졌다.


 “봉인 이후로 수 백 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젠장

에르킨의 말대로라면, 지금 봉인을 풀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 물론 우리들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 녀석들에겐 큰 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저기 사부.”


간신히 유지되던 침묵은 베리아에 의해 깨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어색한 미소를 

지은 그녀는 주저하며 질문했다.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알겠는데요, 우리한테도 레미레스가 뭔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

까나요?”


쉐리안이 눈치도 없는 것, 이라고 한 마디 지분거리려던 찰나, 에리아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으며 대신 대답해 주었다.


예전 언어로 하늘을 바라는 자라는 뜻. 에덴의 피에서 태어난, 오직 에덴만을 추종하는 집

단이야. 겉으로는 인간들과 구분이 힘들지만 인간이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너무 강한 녀석

들이지.”


용기를 얻은 베리아가 다시 질문했다.


얼마나 강한데요?”

아마 지금의 너희로서는 겨우 이길 수 있는 정도, 혹은 비기는 정도 일까나? 예전에는 이런 

녀석들이 수 백에 달했지. 요즘에야 몇 되지도 않겠지만.”


그 대답에 두 제자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급격히 어두워지는 둘의 얼굴을 본 쉐리안이 코웃

음을 치며 말을 받았다.


죽도록 수행하라는 말은 이때 쓰라고 있는 거야. 알았으면 내일부터 죽도록 실전연습 시작하도록.”


그때 아인이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 스승님들이 나서서 레미레스를 없애주면 안돼요? 제약 때문에 에덴은 죽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머지를 없애주시면 좀더 수월하지 않……”


에리아가 당황하며 그녀의 말을 막으려 할 때, 쉐리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인의 

말을 끊었다.


, 대박!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아니, 흰둥이가 말을 안 해준 거라고 해야 하나?”

, 아니 그게…….”


쉐리안이 당황하며 끼어드는 에리아를 막아서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너도 언젠가는 알아야 하는 사실이니까 내가 말해줄게. 흰둥이 너는 방해할 생각하지마

이걸 말해주지 않은 것은 온전히 네 책임이니까.”


흔히 보기 힘든 그녀의 단호함에 뭔가를 말하려던 에리아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가볍

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인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너희를 도와줄 수 없어.”


옆에 서있는 에리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듯, 쉐리안의 말은 계속됐다.


우리도 너희를 도와주고는 싶지, 당연히. 그런데 이런 생각 안 해봤니? 우리가 나서면 

될 일을 왜 굳이 너희를 시켜야만 하는지? 너희가 실패하면 우린 아마 우릴 죽이려 드는 

에덴을 피해 이런 공간들 사이를 도망 다녀야 할 텐데?”

그야, 스승님께서 여러분은 서로를 죽이지 못한다고…….”

맞아, 사실이야. 우린 서로를 죽이지 못해. 그 점에는 이의가 없어. 그런데 말이야,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롱?”


우스꽝스럽게 말을 마친 쉐리안은 그 자리에서 가볍게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며 말했다. 마치 

공연 중의 광대와 같은 몸놀림이었다.


우리가 이 싸움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가 뭐냐고? 우리는 우리가 살 수 있는 영역 밖으로 

나갈 수가 없거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니?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인간들이 발견

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어째서 단 한 번도 에리아가 너를 데리고 바깥 세상으로 나간 적이 

없는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만큼 궁금하지도 않았다.


아니야.’


아인의 심중에 자신에 대한 작은 의구심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쉐리

안의 설명은 계속됐다.


에덴의 마지막 저주 때문에 우리는 이런 차원의 틈에 갇혀서 식량도 이동 마법으로 가져와야 

. 물론 영혼 상태로는 그나마 한정된 시간 속을 이동할 수는 있지만, 유령이 때려봤자 아프진

않잖니?”


아인은 정신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그런 것이 아냐. 단지…….’


너야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워낙 착해 빠져서 네가 말을 해주던 안 해주던 잘 따라왔겠지만,

이제부턴 그런 마음가짐으로 행동하면…….” 

그게 아니에요. 단지…….”


아인이 타인의 말을 끊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여섯 개의 눈동자가 아인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녀는 

부담감을 느꼈으나, 이미 쏟아지기 시작한 말을 담을 수는 없었다.


가끔 하루가 끝나고 목욕을 할 때, 스승님이 먼 하늘을 보면서 슬픈 눈빛을 할 때가 있

었어요. 그때만큼은 뭐라 말을 걸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왠지, 상처를 건들 것 같아서.

럴 것 같아서 물어보지 못했어요.”


====


아인은 착한 아이 같군.”


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 돌리는 바람에 발음이 살짝 샜으나 알아 듣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다. 쉐리안은 또 한 알을 입에 넣고 씹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한 것도 이해는 간다만, .”


뭔가를 말하려던 쉐리안은 입을 다물었다. 살짝 주저하다가, 처음에 못했던 말이 결국 튀어나왔다.


미안해. 네가 해야 할 말을 내가 해버려서.”


에리아가 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별 말씀을. 나도 눈치만 보고 있었어. 오히려 네가 해서 막히지 않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

던 것 같아.”


석양이 떨어진다. 하늘에 붉은 빛이 한 곳으로 모이는 광경은, 이곳이 차원에 틈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다. 스승들이 마루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인

과 베리아는 옷을 벗고 온천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남자는 친해지기 위해 목욕을 같이 하지만 여자

들은 친해지지 않으면 목욕을 같이 하지 않는 다는 옛말이 있다. 그 말에 따르면 지금 두 여인은 

최소한 우정을 쌓을 포석을 마련한 것이다.


쪼르륵


맑은 소리와 함께 술이 쟁반 위에 놓인 술잔으로 빨려 들어간다. 술이 잔의 막바지까지 차오를 

무렵, 술 따르기를 멈춘 아인이 물 위에 떠있는 쟁반을 베리아 쪽으로 밀었다. 마치 한 마리의 

백조가 호수 위를 나아가듯, 베리아의 손길이 술잔에 닿을 때까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천 

위를 천천히 헤엄쳐 갔다. 그녀가 여유로운 손놀림으로 술잔을 들어 올리자 아인의 잔이 다가와 

입을 맞췄다.


.


그리고 둘은 각자의 술잔에 입을 맞추었다.


하아.”


깊은 한숨과도 같은 감탄사를 내며 베리안이 말했다.


, 이거 너무 좋다. 우리도 온천을 만들자고 사부한테 권해야겠는데?”

. 네 사부님 성격에 온천을 파는 건 네 몫이 될 것 같아.”


아인은 몸을 살짝 뉘며 코멘트를 날렸고, 베리아는 딱히 반박을 말을 찾지 못했다

술잔을 다시 쟁반 위로 올려놓으며 그녀가 물었다.


넌 왜 이 일에 동참하게 된 거야?”

?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하자 베리아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설명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 말이야. 단지 세계를 구하고 싶다, 뭐 그런 이유는 아닐 거 아냐?”

, 아마 세계를 구하고 싶다는 이유가 맞을 걸?”

“……”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것 같아 굳은 베리아의 표정에 아인이 급하게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 아니. 난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의 기억이 다 사라졌거든? , 무슨 큰 배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죽기 직전에 스승님이 내 영혼을 이동시켜서 다시 살렸나 봐. 그래서 특별히 

무슨 목표 의식도 없고 그래, 사실은.”


아인은 자신과 베리아의 술잔에 술을 조금 더 따르며 물었다.


그러는 넌 목표가 뭐니?”


그 질문에 베리아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그녀는 술을 한 번에 들이키고는 대답했다.


거래했거든.”


아인의 눈이 휘둥그래 졌다.


거래?”


 베리아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 어느 때보다 평범했고 평화로웠던 날, 자신의 

마을 앞 바다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기둥.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신의 가족까지 

앗아간 그 것. 그때를 떠올리자 베리아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의 표정 

변화를 본 아인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 그래서 무슨 거래를 했는데?”


간단했다. 베리아가 에덴을 죽이는 것을 도와주면 쉐리안이 그 기둥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결과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일에다가 일의 위험도를 따지면 

그리 공정한 거래는 아니었지만 베리아가 그 제안을 허락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사부가 나타났으니까. 내가 있는 곳에.”

? 그게 무슨……아아? ? 아아아아!”

이상한 감탄사였지만 아인은 완벽하게 이해한 듯 했다. 에덴의 저주 때문에 사부들은 

영역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곳이 영역화된 것을 의

미한다. 잠시 중단됐던 베리아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사부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더라고. 아마 그 탑이 나타남으로써 영역화가 된 것 같다고 

하긴 했는데……”


당시 탑을 오르는 것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베리아를 만난 후, 몇 분 뒤, 그녀의 

몸이 점차 투명화가 되면서 쉐리안의 영역으로 강제 이동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에 베리아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과 쉐리안의 노련함 덕분이었다.


아무튼, 난 에덴이라는 작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단지,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판일 뿐이지.”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가 왠지 부럽기도 한 아인이였다. 둘은 그로부터 석양의 끄트머

리가 밤의 사각지대로 사라질 때까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었다. 외향적인 베리아와 

약간은 내성적인 아인의 성격은,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잘 맞는 것 같았다.

런 둘에 대한 쉐리안의 간단한 평 한 마디.


쪼끄만 것들이 온천에 눌러 앉아서 술이나 마시는 꼴 하고는.”


그 말에 에리아가 킥, 웃으며 대꾸했다.


저래도 내년이면 23살이야. 조금만 있으면 우리 간섭 따위는 무시해도 될만한 나이란 

말이지. 음음. 나야 몇 살인지 가끔 헷갈릴 때도 있긴 하지. , 이 안에서는 계절이 변하

는 것도 느끼기 힘들긴 하지만.”

. 나이를 세는 것조차 귀찮아 졌나 보지?”

난 귀찮아진 것뿐이지만 넌 세기가 싫어진 것 아니니?”


정말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여기서 뭐라고 해 봤자 자기만 우스워질 거라 생각한 그녀는

혀를 차며 마루 위에 드러누웠다. 한가롭게 떠다니는 구름이 점점 밤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구름의 흰 색은 점점 선명해져 가는 것 역시 사실이다.

름은 바람에 의해, 그리고 공기의 저항에 의해 이리저리 모습을 변형시켰다. 처음엔 그냥 뭉뚝한 

찰흙 같던 것이 이제 제법 상상력을 자극한다. 물고기에서 나비로, 나비에서 여우, 그리고 여우에서……


, 그러고 보니!”


누워있던 쉐리안이 뭔가가 생각났는지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서 여우에서 에리아가 

떠올랐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질문했다.


흰둥이, 그건 그렇고 넌 아인에게 어떤 능력을 줄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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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편 분량이 한회 남았네요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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