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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박현진



흐린 저녁 청빛 기차 간에 책을 뉘였다

빗물은 지친 얼굴 위를 흘러 강이 되었다

시간은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흔들거리고

흐르는 강물도 처음부터 푸른 것은 아니었다

어느 새벽  긴 긴 절벽을 뛰어내린 빛물 만이

깊은 푸른빛을 담아낼 수 있었다

샘물 속에 설레이던 그 작은 글귀

끝없는 緣의 풍화 속에서

이슬 조차 흘리지 않을 때

한 줄기 칼날이 될 수 있었다.

빗물은 더 이상 얼굴 위를 흐르지 않는다

흔적없는 매마른 심혈관 사이로

끝없이 맴도는 푸른 강줄기 하나

흐린 저녁 청빛 기차간에 책을 세운다

빗물을 텅빈 심장에 담아 바다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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