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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캉! 거대한 폭음소리와 함께 엄청난 열기가 내 몸을 휘감는다. 크윽! 순간
적으로 재빨리 손을 놀려 그 이상의 추가피해는 막았지만 몸이 마법에 대한
반작용으로 뒤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하얘지
더니, 의식이 돌아온 어느 순간 난 길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 제길, 이번에도 실패인가.”

아, 두통이야. 고개를 돌려 집을 바라보니 활짝 열린 창문사이로 검은 연기
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 하이고. 불나겠다. 재빨리 손을 놀려 내 집에 작
은 비구름을 만들어내고 5분간 비가 내리도록 설정했다. 5분이 지나면 저절
로 비구름은 사라질 것이다. 비 맞기는 싫으니까 5분 뒤에 올라가야지.
아, 도대체 왜 실패했지? 난 몸을 띄워서 내 창문과 시야를 맞추었다. 2층으
로 올라오면서 나에게 주어진 2층집. 마법과 비례하여 집의 크기가 결정되는
데 나에게는 2층집이 딱 인가보다. 솔직히 나에게는 남의 마력을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그딴 건 배우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다. 남의 마력 관심
가져서 어쩔 텐가. 내가 누군가와 싸울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멋대로 살다 죽
는 거지, 뭐.) 내 마력이 어느 정도 크기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2층
인간거주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이 2층집이니, 난 아무래도 다
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마력을 지닌 것 같다. 창문 사이로 언뜻언뜻 뜨거
운 화마의 손길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윽고 잠잠해진다. 5분이 지났나? 난 창
문과 시야를 맞추면서 창문을 가득 채운 검은 연기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2층으로 올라온 지 3년째. 난 주로 공기를 이용하는 마법을 다룬다. 공기라
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하지만, 사실 이거 굉장히 무섭다. 상당히 힘
들긴 하지만 내 온 힘을 쥐어짜면 일정공간은 진공상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
다 이거지. 아직 실력이 미천해서 그리 오래는 못 하지만 점점 더 나아 질 거
다. 난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이번에 연구하는 마법은 특별한 시약이다. 솔
직히 시약은 내 전공이 아니라 3년 동안 무수히 많이 도전을 했지만 똑같이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해왔다. 그 나마 멀쩡한 이유는 내가 공기를 다루는 마법
사라는 점 때문이라지…….

대충 5분이 지난 것 같아 손을 한번 휘둘렀다. 손 끝 에서 바람이 슬며시 나
가는 느낌과 함께 창문을 가득 메우던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
라간다. 폭발과 함께 방안에 있던 조명장치도 같이 날아가 버렸는지 방 안은
한 낮인데도 불구하고 깜깜하다. 난 조심스럽게 날아서 창문 안으로 들어갔
다.

“어이, 괜찮나, 로톤!”

막 창문에 들어서려는 찰나아래서 날 부르는 소리에 아래를 슬쩍 보니 저 건
너편에 살고 있는 레딘이다.

“어, 괜찮아.”

“그러니까 작작 좀 해라! 니 녀석이 여기로 온 이후로 마을이 조용한 적이
없어!”

“조만간 성공할거야!”

“이 자식아! 그 소린 재작년에도 했어!”

난 피식 웃어버리고 손을 흔들었다. 레딘은 한숨을 푹 쉬더니 1층에 있는 현
관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또각 소리와 함께 2층으로 들어오는 문이 열리고
레딘이 들어왔다.

“콜록. 와. 너 1층 언제 마지막으로 내려갔냐?”

“1층? 글쎄? ……잠깐만. 석 달? 아니, 넉 달? 그 정도 일 것 같은데.”

“자식아! 청소 좀 해! 너의 마법실력을 그런데다가 투자하란 말이다!”

“아하하하. 먼지가 좀 많나보지?”

“먼지? 올라오면서 질식할 뻔 했다, 요 녀석!”

미안한데, 난 날아다니기 때문에 연구실인 2층으로 오기 위해 1층으로 올 필
요가 없다. 남정네 혼자 사는 집이니 음식도 당연히 없고. 어차피 먹는 거야
마을 중앙에 있는 회관에서 다 배식해주니 배고프면 거기로 날아가서 먹고 오
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1층에 내려갈 필요가 전혀 없다. 솔직히 2층집도
나에겐 너무 사치다. 1층 대륙에 살 때에는 다 허물어져가는 오두막집에서 살
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가디언의 눈에 들어버려 졸지에 시험을 받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여기에 있더란 말이지. 이곳에 온지 3년이 지났지만, 1층
대륙에 살던 그 시절의 경험이 살아있어 솔직히 아직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다. 1층 대륙에 살던 시절에 비해 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무
척 마음에 들지만.

“아하하하. 알았어. 조만간 청소하지, 뭐. 그 전에 일단 여기먼저 치워야겠
다!”

끙차! 난 기지개를 주욱 폈다. 방금 비 오게 만들어서 방 안이 엉망이다. 폭
발로 인해 벽은 심각하게 그을려 있지, 그래도 돌집이라고 타버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바닥엔 물이 흥건하다. 요놈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난 레딘을
지그시 바라봐주었다. 그리고 씽긋. 마지막으로 윙크까지.

“윙크 하지 마!”

레딘은 투덜거리면서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레딘은
불을 다룬다. 그런데 특이한 게 이 녀석은 물건을 태우질 못한다. 일부러 안
태우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안태우는 것인지 나로선 알 도리가 없지만 여하
튼 녀석이 만들어내는 불은 충분히 뜨겁지만 물건은 안태운다는 거. 솔직히
말하자면 이 녀석의 이런 마법 때문에 친해진 것 같다. 도움이 많이 되거든.
레딘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손을 들어올렸다. 이윽고 화르르륵 불길이 거세
게 피어오르면서 어두웠던 방 안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난 내 주위에 바람을
둘러싸 열기가 나에게 오지 않도록 차단한 다음 방안에 벌어지는 현상을 천천
히 구경했다. 거대하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바닥에 흥건한 물기가 서서히 증
발이 된다. 아지랑이가 되어 공중으로 수증기가 날아오르면 바람을 일으켜 창
문 밖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1분? 2분? 진짜 순식
간에 끝나버린다. 어느새 물기는 다 말라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물건은 하나
도 안탔다.

“아. 청소 끝.”

“뭐냐, 너!”

“왜?”

“물건 정리 안 하고 청소 끝이냐!”

“물기 사라졌잖아.”

내 말에 벙찐 표정을 짓는다. 왜? 뭐 잘 못 말했나?

“너, 솔직히 말해. 이것 때문에 나랑 친구 한 거지?”

“아. 눈치 참 빠르네. 이제 눈치 챘어?”

“이 자식! 한 판 붙자!”

녀석의 소리에 난 낄낄 웃으며 창문 밖으로 살짝 몸을 날렸다. 상식이지만
불은 날지 못한다. 그래서 아주 당연하게 녀석 역시 날지 못한다. 내가 공중
에서 한 바퀴 몸을 뒤집으면서 웃자 녀석은 입에서 불을 내뿜는 쇼를 연출하
기 시작했다.

“이 자식! 안 내려와! 그거 반칙이야!”

“마법에 반칙이 어디 있냐? 자기 재주껏 살아남는 거지. 낄낄.”

낄낄. 내 웃음소리에 레딘은 화가 난 듯 입으로 불길을 뿜어내며 혼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연구하기 그른 것 같다. 이만 접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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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습니다.


이거 더 적긴 했는데 이으려니 애매해지더군요. 페이지가 6페이지가 넘어가버리니.. 비축분의 절반이 사라져..(각혈)
그래서 짧긴 하지만 좀 잘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m(__)m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8-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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