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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4.01.13 12:07

아인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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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정신 연령이 애라서.”

그리고는 방에 비치된 작은 냉장고에서 차가운 청량 음료를 꺼내 입구를 따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 녀석은 다 아는 사실이니까, 먼저 어떻게 된 일인지 배경을 설명해 드리죠.”

그 말에 메드렛이 의구심에 찬 시선을 던졌다.

이제까지 뜸들인 거에 비해 너무 순순히 말해주는 거 아니야?”

약속했잖아요.”

어깨를 한 번 들썩인 베리아가 왼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그리고는 까닥이던 손가락으로 메드렛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저씨도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말해줄 것. 만약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알죠?”

물론 메드렛은 마법을 자유자제로 쓰며 성격도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 여자를 상대로 불공정 거래를 할 마음은 없었다. 예전에 자신이 맡은 어떤 사건에서 피고인인 마법사가 피해자를 상대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 은행의 비밀 번호를 빼가는 것을 목격한 탓이다. 참고로 그 피해자는 아직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는 다고 한다. 그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건 네가 내 말을 얼마나 믿느냐에 달린 것이지만. , 좋아. 나도 최대한 협조를 하도록 하지. 됐나?”

만족스러운 대답을 이끌어낸 베리아는 음료수로 목을 한 번 축인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녀의 고향에 어떠한 탑이 생긴 것으로 시작되었다. 거의 찰나에 가까운 시간에 소환된 탑은 어떠한 힘으로 그녀의 고향을 산산조각 내었다. 마침 그녀를 흥미 있게 지켜본 쉐리안이라는 존재에 의해 훈련을 받고 각성된 것이 그녀였고, 다른 비슷한 존재에게 훈련, 혹은 사육을 받은 사람의 수는 자신과 무차파를 합쳐 6명이라는 대목까지 멍하게 듣고 있던 메드렛이 갑작스럽게 질문했다.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왜 굳이 너희들을 훈련시킨 거지? 말을 들어보니 보통 강한 존재들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질문에 베리아는 어째서 그 존재들이 이 세계에 간섭을 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에덴과 그를 추종하는 광신도들에 대해 설명을 했다. 물론 메드렛의 반응은 상당히 격했다.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아니, 너희들을 먹여 살린 사람들이 고대신들이라는 건 둘 째 쳐. 그런데 지금 대륙을 박살낸 경력이 있는 악마를 부활 시키려는 녀석들이 있다고? , !"

부활만하면 다행이죠. 가만히 관광만 다닌다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투어를 해줄 용의도 있다고요. 근데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절대 관광만 다닐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한 번 지나간 곳들은 관광지에서 유적지로 바뀔 것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요. 우리 사부의 말대로라면 당시에도 에덴의 정신이 좀 오락가락 했었다고 하던데.”

, 뭐라고?”

그는 베리아가 타는 목을 축이는 틈을 타 잽싸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잠깐. 이건 나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당장 본부에 알려야……아니지. 이제까지의 정황으로 봤을 때 우리 쪽에 스파이가 없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그렇다고 보고를 안 할 수도 없고!’

메드렛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정보의 홍수를 감당하기 어려워할 때, 목욕을 마친 무차파가 욕실 문을 힘차게 열며 나왔다.

뭐야, 이미 이야기 시작한 거야?”

넌 어차피 알고 있는 이야기잖아. 그건 그렇고 네 몸 좋은 거 아니까 옷이나 입어.”

그 말에 무차파는 배낭에서 가벼운 반팔 셔츠를 꺼내며 씨익 웃는다.

피곤할 널 위해 서비스를 한 건데 마음에 안 들었나 보군.”

아닌 게 아니라, 무차파의 탈의된 상체는 거의 예술에 가까웠다. 매일 복근 운동을 한다고 해도 생길까 의문이 들 정도로 단련된 복근과 그 주변에 촘촘히 박힌 잔 근육들은 헬스장에서 만들 수 있는 레벨의 것이 아니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한 번쯤은 반할 것 같은 자태에 메드렛이 조심스럽게 감탄하고 있을 때, 베리아가 픽 웃으며 대답했다

하의 탈의를 할 게 아니면 서비스라고 하지마. 어서 앉아. 이제 곧 주제로 들어가니까.”

무차파는 눈을 위로 굴리며 셔츠를 입고는 의자에 앉았다.

, 어디까지 이야기 하셨는가?”

그 말에 메드렛이 아, 하면서 서둘러 질문을 했다.    

"관광지를 유적지로 만든다는 것까지 했었지? , 그러면 질문 하나만 더 하자. 이 세계를 박살내서 녀석들이 얻는 건 뭔데?"

그 질문에 베리아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사실 그건 그녀 역시 궁금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잠자코 있던 무차파가 태평한 말투로 대답했다.

"세계를 박살내는 신을 섬기는 권한이죠, .”

"......."

베리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었고 메드렛 역시 그런 그녀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베리아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을 돌렸다.

"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되요. 어차피 우릴 따라 와야 할 테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내가 너희들을 왜 따라가?"

베리아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어제 그 놈이 아저씰 봤거든."

방 안에 순간 바늘 떨어질 소리도 들릴 만큼의 정적이 흘렀다. 한 명의 침묵은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한 사람의 그것이었고, 다른 한 명의 그것을 동료의 거짓말이 자신의 실수 때문에 무너지길 원치 않는 자의 것이었다.

이봐, 베리아.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거야?’

그럴 것도 그런 것이 어제 밤, 무차파가 차그람과 일전을 벌이던 때 메드렛은 좀 멀리 떨어진 나무 밑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베리아의 배려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라 없는 메드렛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 무슨 말이야! 난 기절해 있었잖아! 그리고 그 녀석 터널을 폭발 시킬 때 자폭한 것 아니었어?"

"그리고 내가 아저씰 엎고 있었죠. 녀석이 무차파한테 일격을 맞고 도망가기 전에 분명히 '세 놈 너희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 라고 했는걸? 그리고 우린 녀석이 터널을 폭파시키는 것만 봤지 죽는 건 보지 못했다고요."

그 말에 메드렛은 머리를 테이블에 쳐 박고는 쥐어 뜯었다.

"난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휴가나 더 가고 싶은 가장일 쁀이란 말이야. 일이 왜 자꾸 꼬이는 거냐!"

결국 메드렛은 자신의 목적을 말하고 말았다. 사실 규칙에 어긋난다 뿐이지 크게 비밀이 될만한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규칙을 교묘하게 깨는 것은 베테랑들의 특권이다. 메드렛이 지난 4일 동안 겪었던 일들을 들은 베리아와 무차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차파가 맥주로 목을 축인 다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여자, 아무래도 라미레스인 것 같은데?"

", 정말인가?"

메드렛이 흥분하자 무차파가 손을 내저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하지만-"

베리아가 말을 받았다.

"그 대검을 쓰는 갈색 머리 남자는 왠지 우리가 아는 사람 같기도 해요."

"정말?"

그 말에 메드렛의 얼굴에 처음으로 화색이 돌았다.

"누군지 아는 거야?"

"누군지도 모를 여자를 때려 잡으러 경찰서를 반파시킬 정도로 무모하고 무식한 적갈색 머리 남자는 한 명 밖에 몰라요."

무차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셀로라고 왕이 되려고 걸치는 녀석이죠."

"왕이 되려 한다고?"

메드렛은 현재 왕정을 유지하는 나라 몇 개를 머리 속에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말만 왕정인 소귝 몇 개만이 머리 속에 떠오를 뿐이었다.

"무시해요. 그냥 셀로의 꿈일 뿐이니까."

베리아가 급하게 끼어들며 무차파에게 눈치를 주었다. 덕분에 무차파는 성급히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건 메드렛이 생각에 잠겨 있느라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것 참 이상한데?"

"뭐가요?"

베리아가 긴장을 하며 조심스레 질문했다.

"아니, 너희 말에 따르면 너희와 그 라미레스라는 조직은 적대 관계 아니야? 확실히 그 셀로라는 남자도 처음엔 그 여자를 죽일 듯이 쫓아다녔거든?"

"근데요?"

메드렛이 등을 의자에 푹 파묻으며 설명했다.

"근데 내가 어제 녀석들을 쫓을 때는 같이 동행을 했다니까. 목격자들도 비슷한 말을 했어. 둘이 연인 사이처럼 보였다고 한 사람도 있었.......이봐 그 표정들은 뭐냐?"

메드렛은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베리아와 무차파가 둘 다 못 들은 것을 들은 사람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셀로가요? 그 바위덩어리 같은 녀석이? 애인? 뭐야, 그 녀석!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거야, 뭐야?"

메드렛이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했다.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인가?"

"대단하다 말다요! 그 녀석 처음 봤을 때부터 재수 없게 '난 혼자가 편해, 여자 따윈 관심도 없어,' 그러면서 훌쩍 떠난 녀석이라고요! 그런 놈이 벌써부터 여자를 끼고 다닌다니 놀랄 수 밖에!"

그렇게 무차파가 광분을 터뜨리고 있을 때 베리아는 자신이 들은 정보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셀로가 라미레스랑? 설마 그들하고 손을 잡았을 리는 없고......설마 그 여자가 라미레스가 아닌가?'

현재로썬 결론을 낼 만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더 이상 생각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베리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메드렛에게 말했다.

"그래서, 같이 갈 거에요, 말 거에요?"

메드렛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가야지!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닌가?"

"좋아요. 그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위해 무차파가 배낭에서 지도를 꺼내는 것을 넌지시 보던 베리아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세계 평화는 무슨. 난 빨리 에덴을 없애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야.’

사실 이것이 베리아의 진정한 속마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린 그 탑의 정체를 한 시라도 빨리 밝혀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그런 그녀가 일을 해결하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력보다는 공권력이었다.

'베테랑 형사라면 분명 일반에겐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분명 더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을 게 분명해.'

한편 메드렛의 생각은 또 달랐다.

'세계의 평화는 얼어 죽을. 일단 이번 사건을 원만하게 끝내야 위 쪽에서 훈수 두는 재수 없는 놈들을 싸 그리 잡아 넣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과 목적을 가진 세 사람의 위험한 동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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