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헤어지자.
첫사랑을 만난 그녀가 말했다. 키스를 하다 멈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눈을 감고 키스를 하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천천히 눈을 떴지만 말을 하진 않았다.
그는 싫었다. 그녀가 헤어지자고 할 줄은 알았지만 싫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도, 그 상황도 싫었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대답을 원하진 않았다. 그녀도 싫었다. 헤어지기 싫었다. 그없이 살 미래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프롤로그
과 미팅이 잡혔다. 대학에 입학한 지 1달 채 되지 않아서였다.
혜야. 이번에 역사학과랑 미팅 잡혔는데 갈래?
별로 친하지도 않던 선배가 미팅을 권했다. 미팅이라... 고등학교때부터 남자친구나 남자 사람 친구는 상상도 못했던 그녀였다. 남자애한테 준비물을 빌릴 때 떨던 자신의 손을 기억해냈다.
아...언니. 전 아닌 것 같아요. 예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남자 사귈 마음도 없어요. 다른 애들 많은데 걔네들한테 한 번 물어보는 건 어때요?
혜야. 네가 가야 연아도 간다고 했단 말이야. 그럼 네가 연아 설득 좀 해줘.
연아는 중학교때부터 친구였다. 대학에 들어왔는데 우연히 연아가 같은 학교 같은 과인 걸 알게되었고, 그 후로 우린 항상 붙어다녔다. 연아는 예뻤다. 얼굴도 작고 키도 컸고 성격도 모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나에게 언니들은 연아가 왜 나랑 같이 다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연아는 단연 동성친구에게나 이성친구에게나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연아는 남자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연아야. 윤영이 언니가 미팅 나가겠냐고 물어보는데? 나갈래?
아니..별로.. 너 나갈거야? 너 나가면 나도 나갈게.
뒤에서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 나간다고 말해. 그냥 한번 나가봐. 눈총을 무시할 수 없었다.
연아야. 남자만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놀고 온다고 생각하자. 우리 아직 스무살인데 미팅정도는 나가야하지 않겠어? 나가자. 그까짓거그냥 나가면 되지 뭐.
그래. 혜야. 대신 나가서 그냥 놀고만 오기다!
당연하지.
뜨거운 눈총이 미소의 눈길로 바뀌었다. 휴.. 그래 그까짓거 나가면 되지. 그녀는 놀러가자는 생각인 줄 알았는데 괜히 설레었다.
3월 27일 금요일.
미팅 날짜가 잡혔다. 역사학과는 뭔가 고리타분할 것 같은데.. 그녀는 안경을 쓰고 책만 읽을 것 같은, 내성적인 남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편은 설레었다. 첫 미팅. 어떨까 하고 기대도 해보고 무얼 입을까 생각도 하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