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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4 23:48

killer -interlude(A)-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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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너는 여기에서 죽어라.





이유가 없는데.





-살 의미따위 없지않나. 홀로 망망대해같은 삶을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





살 의미는 없다. 하지만 죽을 의미도 없지.





-등을 떠밀려서 사는 인생이라는 것인가.





Maybe. 하지만 후회는 없다. 언제나 최상이라 생각하는 답을 내 스스로 내오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모두 죽었다.





......





-너를 지키려다가 죽고, 너를 공격하려다가 죽고, 너를 도우려다가 죽고. 너는 블랙홀인가? 모든 생명을 빨아들이는?





......





-죽어라. 여기에서 떨어져.




  그 잡생각으로 가득한 뇌수를 바닥에 흩뿌리고, 고함을 지르려는 입과 그 입을 지탱하는 턱과, 온갖 잔인한 것을 보아온 그 눈을 모조리 내려놓으란 말이다-!







7/21
4:30 PM
신 도쿄 중심부, 은행건물.
옥상.









로스는 눈을 떴다. 분명 위장천을 둘러쓰고 잤을 것이다. 머리에도 확실히 위장막을 둘렀고, 의식은 끊은 상태로 있었으므로 잠결에 위장천을 내려서 들키거나 위장천이 내려가있다는 이변은 있지 않았다.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한 것 같았다. 훌쩍 다가온 여름의 열기때문도, 요즘들어 골머리를 썩고 있어서도 아니다. 꿈자리. 그 빌어먹을 놈의 꿈은 의식이 없는 상태의 영혼에도 들러붙어서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것 처럼.




집에 들어가기도 짜증났다. 2시간을 자기위해 들어가는 것도 병신같았고, 그 살벌한 전장을 가느니 차라리 더운 옥상이 낫다고 로스가 생각했다. 아마 며칠은 들어가지 않을 생각인 듯 했다.




하늘은 맑았다. 미칠듯이 맑아서 그 뜨거움에 돌아버릴 정도로 맑았다. 한여름도 아니건만, 사막만한 더위에 습도까지 더해져 거의 온천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로스는 아니지만, 히치로나 로이드가 살았던 곳과 같은 빈민가. 꼬불거리는 길은 어떤 차의 통행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엄청나게 좁았다. 5번가의 초 염가 할인에 연말할인까지 붙어서 세금포함한 10만엔의 경량차는 갈 수 있을까. 양 팔을 벌리면 맞은편의 담벼락이 잡혔다.




빈민가에서 아이 두 명이 뛰고 있었다. 평소처럼 붉은색의 전투복을 입은 로스의 허벅지에 간신히 올 정도로 작은 아이들이 두 명 뛰고있었다. 하늘색과 크림색의 상의와 하의의 똑같은 옷. 그 둘은 아마 형제일 것이다. 빈민가에서 놀기에는 적은 아이들 두 명이 뛰고 있다. 그것은 물을것도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웃들은 보지 않고 듣기만 하더라도 알 것이다. 상의가 불룩하다는 특징을 알려주지 않아도 두 아이가 뛰고있다면 명백하다. '도둑질'. 빈민가는 그런 곳이다.




문의 절반은 허물어져 있고, 큰 건물이 꽤 있지만 그 사이에 빼곡히 들어선 1층과 2층집들. 좀 더 안쪽으로 가다가 중심부근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밤마다 붉은 등이 켜져서 불법 유흥업소가 되기도 하고, 쓸데없는 난리에 휘말려서 무너지기 시작하던 집이 폭삭 무너지는 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있다. 그리고 그 폭삭 무너진 잔해옆에 천막을 치고, 기술자를 부르는 것도 일상적인 광경이었다.




지독한 아이러니이다. 빈민가의 건축기술자는 세계에서 일류다. 속도만이라면, 아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지은 기술자들보다 더 나을 것이다. 무려 하루하고 반나절 만에 폭삭 무너진 흙집을 복구시키고 1주일 동안 콘크리트를 건조시키는 것이다.




로스에게는 친근했다. 대부분은 아니지만, 이런 빈민가의 돈을 모아서 한 의뢰도 꽤 되었다. 이런 빈민가는 대부분 불법이기에, 정부나 상부에 조직원이 있는 조폭이나 야쿠자에게 상납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빈민가를 쓸어버리고 사유지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보통의 의뢰보다 많은 돈을 제시해온다. 의뢰자의 절망은 의뢰보상과 직결된다는 이 세계만의 공식이 그래서 생겼을지 모른다.




아마 이 곳에서 시가전이 있다면 스네이크는 좋아할 것이다. 빨랫줄에 걸려있는 빨랫감은 좋은 풍향계가 되고, 옥상마다 구식의 콘크리트 난간이 있어서 엄폐물도 좋다. 거기에 미로보다 더 치밀하게 얽혀있기에 난입가가 이쪽을 보아도 찾기는 거의 하늘에 별따기. 대신 이쪽에는 로스라는 심안보유자가 있고, 글라스라는 귀신이 있어서, 관측은 물론 난입가의 길안내도 문제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로스는 걷고있었다. 시간을 체크하고, 로스는 발을 옮겨놓으면서 의뢰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야쿠자의 비리행위가 경찰에 들통나서 경찰과 일대 격전을 벌일 예정이니까, 퇴각할 경우 뒤쪽의 경찰들을 끊어주는 것이 로스의 역할이었다.




야쿠자가 사신에게 의뢰하는 경우 직접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직간에 트러블이 있어서 싸움이 났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사신이 관여한다면, 저쪽도 사신을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야쿠자와 야쿠자의 싸움이 아니라 사신과 사신의 싸움이 되어버린다. 물론 사신에게 하는 의뢰가 아니라 '하야나카 로스'에게 의뢰해서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저족도 사신을 내놓으면 문제가 커진다. 만일 이쪽이 이기는 중인데 사신이 져버렸다. 그럼 승산이 0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지는 중에서도 사신이 이겼다. 그렇다고 해도 이쪽은 이미 만신창이다. 저쪽이 내빼버리면 이쪽은 오히려 손해지 않은가.




로스는 멍한 머리를 깨우기 위해 크레이프와 콜라를 뱃속에 우겨넣었다. 거의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분명 앞으로 5분 후면 야쿠자들은 경찰을 공격할 것이고, 사전에 돈을 먹여서 전략자위대는 봉쇄했다고 하더라도 야쿠자쪽은 분명히 지게 되어있었다. 인원이 너무 적었다. 작전은 붙잡힌 인원이 있는 구치소의 벽을 부수고 구출해낸다는 무식한 것이지만, 인원이 고작 24라니. 지나가던 쓰레기 봉투가 웃을 일이라고 로스가 생각했다.




한 쪽 다리와 한 쪽 팔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구 도쿄에서 레이가 알려준 의사덕에 치료는 끝냈지만, 만족스럽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냉정히 따지자면 그 정도의 중상을 이틀만에 움직일 수 있게 만든 의사가 대단하지만, 로스는 결과만 놓고 보았기에 결국 돌팔이로 생각되었다. 거기에 지출만 500만엔 이었다. 확실히 돈에 비하면 실력이 좀 떨어지는 듯 싶었지만, 그래도 그 무법지대에서 의사노릇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햇빛은 미친듯이 내리쬐었다. 등에 모닥불을 하나 달고다닌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나게 더운 날이었다. 그런 주제에 습도는 더럽게 높은 데다가 복사열도 엄청났고, 열섬현상 때문에 더더욱 더웠다. 체감온도는 대략 39도. 거기에 습도도 꽤 높아서, 물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7월이고 지구온난화로 분명 10월까지는 더울 것이다. 로스는 옆에서 가방을 꺼내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로이드의 저격총 psg-1이 그 안에 있었다. 로스가 받은 일은 퇴각의 엄호. 퇴각을 돕는 것이다. 갑자기 뒤에서 검을 들고 나가봤자 화령도나 뒷세계의 존재를 알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로스가 선택한 방법은 저격이었다. 물론, 세부사항은 들이닥쳤을 때를 대비해서 20가지 정도를 생각해 두었다.




포인트에 도착하자, 핸드폰이 울렸다.




'1'이라는 단 하나의 문자만이 찍혀서 전송되어 있었다. 로스는 스코프와 탄창을 끼우고 위장천을 다시 뒤집어 썼다.




3층집의 옥상이었다. 군용 리볼버의 유효 사거리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거리였고, 아래쪽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 옆에 있는 빨랫줄이나 반대편 건물에 보이는 빨랫감으로 풍속이나 풍향을 알기도 쉬웠다. 또 준비해온 위장천과 같은 회색의 바닥이었다.




하늘은 구름이 적고 짙은 파란색을 띄고있었다. 저 뜨거운 태양빛만 없다면 더 좋을텐데, 라고 로스가 중얼거리며 고정대를 세우고 스코프 너머로 적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애기의 울음소리인지 고양이의 울음소리인지 햇갈리는 소리를 내면서 로스의 스코프의 앞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로스는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고 소음기를 끼운 저격총의 스코프에서 눈을 떼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눈이 심장이 맥동하는 시간에 맞춰 한 번 붉게 변하고, 로스의 호흡이 잠시 멎었다. 이제, 로스가 1km안에서 볼 수 없는 물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저쪽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땅에 떨어진 딸기맛 사탕을 열심히 녹여서 끌고가는 개미들의 소리도 들려왔다. 거미가 자신의 거미줄에서 다리를 놀리며 사냥감을 포획하는 모습도 포착했다. 그리고 목표했던 야쿠자들이 각 방향에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도 포착했다.




각각 12시, 1시, 3시, 10시. 두 세명씩 모여서 흩어진 다음에 이쪽을 향하는 것 같았다. 탄환은 얼추 맞을 것 같았다. 거기에, 저격총만 써서 끝낼 생각은 애초에 로스의 전략에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로스는 근본적으로 잠입가이며, 또한 검사였다.




고무공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고양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발로 찬 것 처럼 아무도 살지않는 빌라의 옥상에서 떨어졌다. 검은 고양이를 관통한 총탄은 리볼버의 격철을 당긴 경찰의 머리에 명중했다. psg의 유효사거리는 1km. 그에비해 거의 300m되지 않는 거리였다. 유효사거리의 반도 나가지 않았으니 머리의 표피를 타고 총탄이 흐른다, 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저 미간에 뚫린 총알은 뇌를 분산시키고 뒷목으로 나가는 것 뿐이었다.




깔끔하게, 경관은 해머로 앞 머리를 맞은 것 처럼 뒤로 넘어갔다. 로스는 바로 옆에서 죽은 동료를 보고 울면서 죽지 말라고 소리치는 경찰의 머리를 조준했다. 십자선에서 살짝 오른쪽 하탄으로 벗어나게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로스는 서류를 정리하는 비서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방아쇠를 당겨갔다.




야쿠자들은 이곳으로 오게 되어있었다. 모두 한 곳으로 온다. 그렇다면 최후의 방어선은 이 곳. 로스는 증원되는 제복경찰들의 수를 세면서 11명의 야쿠자들이 모두 빌라로 들어왔음을 확인했다.




야쿠자들은 회칼을 들고있었다. 총도 있었겠지만, 탄약은 비쌌기에 많이 준비하지는 못한다. 거기에 총은 탄약이 떨어지면 그저 무거운 납덩이에 불과하게 된다. 물론 탄약이 있어도 예비탄창이 없을 경우도 마찬가지. 그리고 예비탄창은 탄약보다 비쌌다. 따라서 더더욱 적게 준비했을 것이고, 무거운 총을 버리는 편이 현명했던 것이다.




로스는 맨 아래층에서 비명소리가 한 번 들리자 여유롭게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총을 어느새 분해되어서 가방에 들어가 있었다. 야쿠자들은 옥상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3층의 주택을 통해 옆의 건물의 빈 방으로 들어가서 그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도망치는 것이 퇴각루트였다. 로스의 일은, 그들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야쿠자들은 바쁜 것인지 어둠속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로스에게 인사 한 마디도 없이 회칼을 들고 미친듯이 달려 올라갔다.




로스가 올라오는 경찰들과 대치했다. 경찰들은 어둠속에 있는 로스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물론, 보통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떤 수련도 어떤 재능도 없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노골적인 살기에는 분명 신경을 쓰게 되어있었다.




복도는 어두웠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통로였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고, 아주 작은 빌라였기에 한 층에 있는 방은 세 개가 고작이었다. 아마 발자국으로 따지면 대략 여섯 발자국. 그 정도가 이 복도의 길이였다.




로스는 양 손에 쥔 단도를 역수로 고쳐잡으며 경찰들에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경찰들은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시선 끝에 위치한 것은 어두운 회색의 총과 함께 떨어지는 자신의 팔이었다.















사람을 진절머리나게 죽이다 보면, 가끔씩 대로변을 걸을 때 환각을 보는 일이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때때로 이렇게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라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주머니에 든 단도를 만지작거리다 보면 가끔씩 그런 환상을 보게된다. 나 뿐만이 아니다. 내 동기중 단 두명을 제외하고 대략 3200명은 비슷한 환각을 보았다고 한다. 물론 코카인이나 LSD같은 약물은 전혀 하지 않았고, 몇 일 전에 신진대사에 의해 모두 사라졌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으아아악---!"




이렇게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사람이




"내 손-!"




이렇게 분명한 지성과 이성을 갖고있는 사람이




"크아----악!"




종이로 보인다.




문구점에서 아이들 용돈으로도 살 수 있는 그 페이퍼 나이프로도 헤체할 수 있는, 내 맘대로 오릴 수 있는 종이들로 보인다.




사람을 죽이는 것 같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저 빨간색의 물감이 가득 차 있는 풍선을 바늘로 찔러 터뜨리는 것 처럼, 파리가 살짝 앉았다가 날아가는 것 처럼 아주 희미하게 찌르는 감각이 손에 남아있응 뿐. 그 이상의 중압감이나, 그 이상의 죄책감도 들지 않는, 희한한 환각을 보게된다.




물론 나 처럼, 딴 생각을 하면서 보통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정도는 경험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통과의례처럼 되어서 그 환각을 묘사하는 것도 시험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사람을 죽이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얼핏 듣기에는 참 좋은 소리다. 하지만 그건 저주다. 엄청나게 무서운 일이다. 자신이 이 만큼이나 살인자에 가깝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살인자 정도가 아니다. 이미 그것은 살인귀(殺人鬼). 그야말로 자신이 사람이 아닌 인외(人外)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파라메터인 것이다. 실제로 화령도에서도 1년에 한 두 번씩 살인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미치겠어서 동료를 살해한 녀석이 나오곤 했다. 그 녀석들은 거의 매일마다 사람이 아니라 종이처럼 나풀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살아왔다고 한다. 바로 며칠 전에 사막에서 본 그 녀석들도 전투를 즐기는 부류이다.




문제가 그것이다.




이렇게,




[우두둑]




딴 생각을 하면서도 사람의 척추뼈를 꺾어서 죽일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나게 잔인한 짓을 하면서도 죄책감이 희미하다. 물론 이번 한정일지 모르겠지만, 되도록 그랬으면 한다. 이 현상이 심화되면 나도 살인할 때 느끼는 쾌감을 알아버린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미치지 않은 이유는 억지로 그 느낌을 머릿속에서 지워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당장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거의 무의식. 딴생각 정도를 넘어서 이것은 무의식이다. 마치 제 3자가 되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감각. 질 나쁜 비디오게임을 하고있다고 생각될 정도의 비현실감.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무아, 와는 약간 다르게, 자신이 있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유체이탈을 하는 것 같은 감각이다.




이렇게 조건반사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자신을 자각하다보면,




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으로 되는 것 같아서,




무의식중에 매일같이 꾸는 그 꿈의 파편을 보게되어 버린다.




그렇게 변해가는 나 자신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짓은 그만하기로 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혼자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를 신용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의 신념대로, 원래의 바람대로,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 가면을 뒤집어쓰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었다. 나와 다른 타인을 신용한다는 것은 결국 배신당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것을 알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던지.




겁쟁이라고 비난해도 좋다. 매정하다고 말해도 좋다. 그것보다, 믿었던 누군가에게 배신당하는 것이 더 아프고 고통스럽다.




예를들면, 그래.




5년 이상 보아온 사람에게 배신당하거나,




자신에게 호의를 배푸는 것 처럼 접근해서 멋지게 속여버린 친척이라거나.









모든 일이 끝나고 한적한 골목의 멘홀뚜껑을 열고 올라왔다. 하늘에는 멋지게 뜨거운 태양이 있었다. 상처는 전무. 생채기라고 해봐야 배수관에 살짝 긁힌 정도. 맑은, 쾌청한 날이었다.




약간 지쳐서 벽에 기대기로 했다. 지금 이 상태로 나가면 종이가 펄럭거리는 거리에 뇌가 타버릴 것 같았다. 맨홀을 닫고, 저격총이 든 딱딱한 가방을 깔고앉았다.






-그래. 그 모습이 너의 참 모습이다.







물을 틀어놓고 호스를 막고있어봐야 언젠가는 호스가 뚫린다. 그래서 절충안을 택했다. 녀석과 연결되는 회선은 약간 열어놓았다. 대신 몸의 주도권을 뺏기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뭐, 예전처럼 이 비슷한 골목에서 사람을 난도질 한다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재미있어 질것같아─.





마음속에서 그런 느긋한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가봐야 좋을 일도 없을 것 같고, 간이 결계를 풀어놓고 눈을 붙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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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하는 시간을 계산하지 못했어요;



아마 interlude가 끝나면 약 3달간 잠수할듯...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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