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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
뱀파이어는 우연히 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발칸 반도 민중들의 삶 속에서 오랜 민간 전승의 과정을 거치며 병, 죽음, 섹슈얼리티, 신앙심과 결합되어 전해오다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음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민중들은 문맹이었고 따라서 미신적인 내용들이 사실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 18세기 이성과 계몽 시대에도 정령이나 악마의 존재를 인정했었는데, 여기에 기독교의 피를 제물로 바치는 전통이 어우러져 뱀파이어의 신화가 문학을 통해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는 묘하게도 유럽에서 마녀 사냥이 끝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실 속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뱀파이어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뱀파이어에 대해 중요한 증거를 기반으로 탈신비화하려는 목적으로 출간되었다.

1. 뱀파이어의 원조
남자 뱀파이어는 우리가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익히 알다시피 블러드 테페스가 원조이다. 하지만 사실은 드라큘라는 영국 소설가 브람 스토커의 소설 속의 주인공에 불과하다. 15세기 루마니아의 전쟁 영웅으로 실존했던 그는 어린 시절 터키와 헝가리에서 볼모 생활을 했던 적개심으로 터키와 헝가리와의 전쟁에서 잡은 포로들을 큰 바퀴로 깔아 죽이고, 굵은 나무로 만든 창으로 꿰어 죽이는 등 잔인하게 처형했다. 그의 이름 테페스는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란 뜻이며, 드라큘라라는 이름도 그가 전쟁 중에 사용했던 문장이 용(dragon)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전쟁 중의 잔인한 행동에 기인한 악마(dracul)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자 뱀파이어의 원조는 피 흘리는 백작 부인으로 알려진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 부인(1560~1614)으로 17세기 초 헝가리의 카르파티아 산맥에 있는 체이테 성에서 10년 동안 주변 마을의 소녀들을 유인하여 바늘로 찌르는 등 온갖 고문을 가하였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하여 죽은 소녀들의 피로 목욕을 즐겼다.

2.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는가?
불가리아에서는 암탉이나 고양이가 지나간 모든 시체들 또는 경건한 성수로 적시지 못한 시체들이 뱀파이어로 변한다고 믿었고, 루마니아에서는 시체 위로 어떤 동물이 지나갔거나 아니면 양막을 찢어 머리에 쓰고 태어난 사람들이 뱀파이어가 된다고 믿었다. 또한 젖을 뗀 후에 다시 젖을 빠는 아이들, 태아의 상태에서 우는 아이들은 유령의 아이들이며 엄마가 죽은 아이들, 세례를 받기 전에 세상에 드러난 사생아, 근친 상간으로 태어난 아이는 유령이나 살인자가 된다고 믿었다. 한 가족에서 일곱 번째 아이는 초자연적인 어떤 인물이나 악마가 변해서 된 아이로 간주되기도 했다. 이 아이들은 태어날 때 꼬리를 달고 나오는데 바로 그것이 뱀파이어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동전으로 꼬리를 잘라 내면 이들은 구원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또한 살아 생전에 악마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믿었다. 주술과의 연계도 민간인들 사이의 믿음에서 매우 풍요롭게 나타난다. 또한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 같은 달에 태어난 형제들, 살아 있을 때 늑대 인간이었던 사람들, 범죄자, 거짓 서약자, 교수형에 처해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잠재적으로 뱀파이어가 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마늘을 먹지 않는 사람·시력이 나쁜 사람·악마에게 맹세한 사람·태양이 진 후 매장된 사람들 그리고 생전에 구두쟁이·푸주한이었거나 까만 피부나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도 죽어서 뱀파이어가 된다고 믿었다.

3. 뱀파이어의 종류, 명칭
뱀파이어는 형태에 따라 부르는 유령, 두드리는 유령, 방문하는 유령, 굶주린 유령, 악몽, 목 조르는 유령, 씹는 유령, 동물 형상의 유령 등 갖가지로 불렸다. 지방에 따라 바르콜락, 그로브니크, 오피르, 부르달락, 부르콜라크, 노스페라트, 무로니, 스트리고이, 모로이우, 스타피아, 밤피르 등으로 불렀는데 시체와 마귀가 변한 경우나, 무덤에서 나오는 자, 삼차원을 지닌 죽은 자, 운명하지 못한 죽은 자, 마술사, 늑대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아이 등이 바로 그들이다.

4. 뱀파이어의 변신, 퇴치
{드라큘라 백작}에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 크리스토퍼 리는 소설 속에 묘사된 뱀파이어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 뱀파이어는 온갖 동물을 비롯하여 심지어 지푸라기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들의 상상이 빚어낸 결과이다. 뱀파이어는 십자가나 성수 같은 성유물을 무서워하며 마늘이나 회향 열매 같은 것으로도 쫓을 수 있다. 또한 정삼각형과 역삼각형을 겹쳐 놓은 모양인 '솔로몬의 봉인'으로도 뱀파이어를 물리칠 수 있다.

뱀파이어를 죽이는 일반적인 방법은 널리 알려진 데로 심장에 말뚝을 박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심장을 꺼내어 짓이기거나 조각을 내어 불태우거나, 화형을 하면 뱀파이어를 영원히 잠재울 수 있다. 한편 뱀파이어에게 물렸을 때는 뱀파이어의 심장을 꺼내어 그 피를 빵에 적셔 먹거나 마시기도 하였다.

5. 문학과 영화 속의 뱀파이어
뱀파이어는 브람 스토커가 흩어져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성공적으로 정리하면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뱀파이어에 대해 글을 쓴 작가들이 있었지만 스토커처럼 풍부한 장을 제시한 작가는 없었다. 그 외에도 윌리엄 폴리도리, 프로스페 메리메, 보들레르와 바이런, 콜리지, 펠릭스 단, 알렉상드르 뒤마, 한스 하인츠 에베르스, 테오필 고티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뱀파이어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뱀파이어를 영화화한 것으로는 1913년 로버트 비놀라 감독의 {뱀파이어}를 비롯하여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1922) 외에도 현재까지 수백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뱀파이어 역할도 노스페라투의 막스 슈렉을 비롯하여 벨라 루고시, 크리스토퍼 리, 클라우스 킨스키, 윌리엄 데포, 톰 크루즈 등이 맡아 열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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