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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7.04.16 23:25

개울에 비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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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디 높은 하늘에 작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어린 시절 내가 쓰던 밀짚모자를 닮은 구름과 강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내 옷 속으로 들어간 올챙이처럼 생긴 구름 등 여러 모양의 추억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본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는 잠자는 것을 들키지않기 위해 숨을 죽이고 졸고있는 나의 동료들. 아직까지 전쟁은 일어나지않아 평화로웠지만, 그 평화는 얼마 가지않을 것 같았다. 아직 평화가 내 눈 앞에 있을 때, 나는 구름을 보며 추억을 되새겼다.


내 나이가 너무 어려 추억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그저 4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나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아직까지 한 아이를 좋아한다. 분홍빛의 귀여운 원피스에 새하얀 피부,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과 작은 코, 붉은색의 딸기같은 입술을 가진 아이. 그 중에서도 눈은 파도와 같아 금방이라도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쓸려내려가 빠져나오지 못할까봐, 그리고 잘못 다가갔다가는 그 아이가 나를 싫어할까봐.

그래서 나는 뒤에서 보고만 있었다. 스토커처럼. 때때로, 그 아이가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면, 나는 건너면 금방이었던 집을 뱅 돌아 몇 시간이 늦어지는 산을 돌아 걸어갔다. 그 때는 내가 왜 그랬던걸까. 아직까지 생각하면 답답하기만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그녀와 거리를 두며 살아갔다. 마음은 한없이 그녀와 가까워지고싶었는데, 몸은 그것이 싫었던 것인지 그녀를 점점 더 밀쳐내었다. 지옥같았던 하루 하루. 내 마음을 전하고싶었지만 용기가 나지않았다. 그 이후 며칠이 지난 날 밤, 그녀가 개울가에 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라면 밤에는 볼 수 없었을 그녀가, 돌다리에서 물장구를 치며 개울에 비친 달을 보고있었다. 발이 움직일 때마다 흐트러지는 달. 나는 소녀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나는 나무에 숨어 생각에 잠겼다. 달빛이 밝다고 해도 14살의 어린나이에 밤에 산을 돌아 집으로 가는 것은 무서웠다. 산짐승도 있지만, 그 시절 나는 유령이란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기때문에 정말로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와 가까워지는 것은 얼굴을 무섭게 하고 쫓아오는 유령보다도 더 무서웠다. 마음으로는 사랑을 하고있는데도, 가까워지는 것이 왜 이렇게 무서운걸까. 천천히 한숨을 쉬고, 나는 나무에서 나와 산 쪽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나무에서 나오는 순간, 소녀가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정말로 소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나는 믿지않았다. 아니, 믿고싶지않았다. 그저 소녀가 내 뒤에 빛을 내며 둥둥 떠다니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 가득 생겨났고, 나는 긴장을 하며 소녀가 다가오는 것은 무시하고 계속 산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소녀는 내가 걷는 방향을 따라 나에게 다가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어째서 도망치는거야?"

부드러운 손길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봤을 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소녀, 그런 소녀를 가까이서 보니 나는 숨이 막혔다. 그녀의 하얗던 피부는 달빛을 받아 백옥처럼 빛나보였고, 작기만 한 코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코는 나뭇잎이라도 벨 것 같이 날카로웠고 그녀를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 그 사파이어처럼 새파란 색의 눈은 파도가 아니였다. 파도가 아닌 그보다 더 이상이었다. 소용돌이, 그녀의 눈은 소용돌이처럼 나의 마음을 집어삼켜갔다.

나는 입을 작게 벌리고 그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호기심이 가득 담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소녀, 나는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는 밤이였기 때문에, 나의 붉어진 얼굴을 들키지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도망치다니?"

소녀는 고개를 숙인 나의 얼굴을 보려는 듯 똑같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말 그대로야. 항상 너는 내가 개울에 있으면 그 쪽으로는 오지않고 저 산으로 들어가잖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신경쓰지마."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않았는지,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게 어떻게 신경이 안쓰이겠어? 나를 보고 피하는데."

그리고 나의 양 볼을 손으로 잡아 들어올리며 눈을 마주쳤다. 보석같은 푸른빛의 눈에, 나는 다시 한 번 정신을 빼앗길 뻔 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손을 쳐냈다. 찰싹거리며 날아가는 손, 그 주위에 있던 반딧불이들은 소리에 놀라 저 멀리 날아갔다. 그 행동에 당황했는 지, 그녀는 자신의 손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나는 그 행동을 한 직 후에 바로 후회를 했다. 당황한 것도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녀가 나의 볼을 만진다는 것에 너무도 당황했었다. 그런데 그 것 뿐만이 아니였다. 소녀가 나의 달아오른 볼을 만지지않았으면 했다. 내가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소녀가 알지 못했으면 했었기때문이었다.

잠깐동안의 어색함 후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소녀였다. 소녀는 나의 손을 잡고 개울로 달려갔다. 어째서일까. 내가 손을 쳐냈는데도 소녀는 나를 떠나지않고 오히려 나를 이끌었다. 아이들과 놀며 거칠어진 나의 손에,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잡고싶었다. 그러나, 개울은 너무나도 가까웠고, 이내 소녀는 손을 놓고 돌에 앉았다. 가만히 서있던 나는 조금 용기를 내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

"오늘은 처음으로 밤에 나온거야."

소녀가 말했다. 손처럼 새하얗고 부드러운 발로 개울에 떠있는 달을 지우는 소녀.

"왜 나온거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발로 물장구를 치며 물었다.

"이제 곧 있으면 나는 저 멀리 팔려가거든."

나는 놀라며 그녀를 보았다. 장난치는 것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소녀는 미소를 짓고있었지만, 슬픈 듯한 눈을 짓고있었다.

"그게 무슨소리야?"

조금 언성이 올라갔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팔려가다니, 나는 믿고싶지않았다.

그녀는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 멀리에 있는 성의 영주님의 아들과 결혼한대."

결혼, 아직 나는 어린 나이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그 것이 왜 팔려가는 것인지 잘 알지못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거 잘된 것 아니야?"

아직까지도 후회하는 이 한마디, 그 한마디를 들은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보면 잘 된 걸 수도 있지."

그 이후,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너무나도 작아서 잘 들리지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어봤다.

"너는 어째서 이 한 밤 중에 여기에 있는거야?"

"친구들과 놀다가 조금 늦어졌거든."

나는 잔뜩 흙이 묻은 신발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자, 소녀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이런게 행복인걸까, 나는 가슴에서 끌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 것은 소녀가 나의 볼을 잡았을 때의 느낌과는 달랐다. 너무나도 기분좋은 감정,

언제나 느끼고싶은 감정이었다.

"너는 친구들과 뭐하고놀아?"

그녀의 질문에 나는 여러가지 대답을 해주었다. 공원에서 축구를 하거나, 산에서 곤충을 잡고 동물들을 괴롭힌다거나 마을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는 것 등, 여러가지를 말해주었다. 그 중에서 그녀는 동물을 괴롭힌다는 얘기에 표정을 찡그렸지만, 이내 동물들과 함께 노는 이야기를 해주니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 아이가 나의 말을 듣고 웃는 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조금씩 친해지며 여러가지를 말하고 있을 즈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며 말했다.

"이제 가야겠다."

시무룩해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는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늦게 들어가면 몰래 나온게 들키거든."

소녀는 그 말을 끝으로 돌다리를 건너 개울의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다음에 보자!'라고 외친 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아쉬움이 너무나도 커졌다. 내가 저 나무에서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면 더 오랜시간 대화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일. 나는 다음에 만나자는 그녀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미소를 지으며 돌다리를 건너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언제나 그녀가 있었던 돌다리를 향해 달려갔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저번에 친구들과 잡았던 곤충싸움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기대를 품고 달려간 개울, 그러나 그녀는 그 곳에 없었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똑같았다. 그녀는 없었다. 어째서 안오는 것일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른 한마디.

'저 멀리에 있는 성의 영주님의 아들과 결혼한대.'

나는 이 말의 뜻을 지금 알았다. 소녀는 항상 피하는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어째서 이 걸 눈치채지못한걸까, 그 말을 깨달은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이 때까지 그녀를 보았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좀 더 오랜시간을 대화하고싶었다. 처음으로 내 마음에 불을 지핀 그녀를 좀 더 보고싶었다. 그녀의 여리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조금 더 듣고싶었다. 그러나, 더이상 볼 수 없었고,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 날 밤,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현재까지 나는 아직도 그 일을 후회하고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끝나고 돌아와 밥을 먹고 잠을 잘 때 쯤이면, 나는 소녀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 때의 아름다운 그 소녀, 나의 마음에 처음으로 불을 지핀 그 소녀가 너무도 보고싶다. 그리고 나는 밤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그녀를 알아본다면, 그녀도 나를 알아볼까. 그리고 내가 그녀를 알아보고, 또 그녀도 나를 알아봤을 때, 그 때처럼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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