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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12.08 18:50

아인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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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아가 여관에 도착하자 밖에서 마당을 쓸던 남자 종업원이 인사를 건 냈다.

아아, 오셨습니까? 일행 분들은요?”

베리아는 안장에서 내려 말의 목을 툭툭 치며 대답했다.

곧 도착할 거에요. 저 먼저 방에 가서 씻겠다고 전해주세요.”

종업원은 알겠다며 인사를 꾸벅 하고는 말을 건물 옆에 있는 마구간에 데리고 갔다. 아직 젊은 말답게, 건장한 근육 위에는 적당한 양의 땀이 흐르고 있었다. 종업원은 기분이 좋았다. 말을 잘 다룬다는 이유로 이 도시에서 제일 큰 여관의 마구간에서 일하는 그로서는 말이 건강하게 크고, 또 적당하게 운동을 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큰 기쁨은 별로 없었으니까. 그는 다른 말도 곧 도착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마구간을 나섰다. 말을 빌려주는 것엔 돈이 목적이라기 보단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말을 운동시킨다는 목적이 더욱 강했다. 물론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겐 절대로 빌려주지 않지만.

이윽고,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종업원은 생각보다 빨리 말들이 도착했다고 생각하며 그리 먼 거리를 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당연히 말들의 컨디션도 좋을 것이고, 그가 할 신경 써야 할 일들도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에 그의 기분은 점점 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자 분명하게 오르고 있던 그의 기분은 점점 물음표를 그려야 했다.

그의 기대와는 반대로 말은 거의 탈진 상태였다. 따라서 그는 기절하기 직전의 사람의 표정을 적나라하게 보이며 말 위에서 허덕이는 메드렛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달린 겁니까? 분명 아가씨는 20킬로미터도 안 될 거라고 했는데요?”

말의 앞 쪽에 앉은 메드렛은 사색이 된 얼굴로 간신히 대답할 수 있었다.

그 여자가, 그러니까 모래 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머무는 곳이 여기 맞습니까? 이름이 베리아라고……”

, 맞죠.”

메드렛은 거의 말에서 떨어지듯 하며 내려왔다.

, 살았다!”

그와 반대로 무차파는 낮잠이라도 잔 것처럼 산뜻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렸다.

역시 말은 달려야 제 맛이지. 이봐요, 덩치 값 못하고 왜 여기 이러고 있어요? 베리아가 기다린다고요.”

결국 메드렛은 인내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네 녀석이 말을 쉬지도 못하게 계속 박차를 가한 덕분이잖아! 그것도 일부러 험준한 지형만 골라서!”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대지와 바람의 자식들에게 그런 건 시련의 축에도 못 껴요. 봐요, 말도 기뻐하잖아요.”

그 말에 종업원은 말을 다시 한 번 봤고, 충혈된 눈에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말도 어이가 없다는 듯 심하게 투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종업원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게 말입니까?”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빗질을 해줬던 갈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이리저리 엉망이 되었고 비처럼 흘린 땀 위로 먼지를 맞아 윤기가 좌르르 흐르던 갈색 가죽은 얼룩덜룩한 회색이 된, 마치 오는 길에 국지 성 태풍을 만났다고 해도 믿을 만한 몰골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차파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의 목을 툭툭 쳤다.

아저씨가 너무 나약하게 키운 거라고요. 우리 고향에 있는 말들은 성인 남자 둘을 태우고 이틀 밤낮도 달려야, 아 이 녀석이 이제 좀 달리기를 하는 구나, 할 정도란 말이죠. 아무튼 베리아는 어디 있죠? 이쪽이 정문인가?”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당당하게 여관으로 들어가는 무차파를 보며 메드렛과 종업원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공분을 내뿜을 수 밖에 없었다.

 

---

거의 탈진 상태였던 메드렛은 2인실에 있는 침대 중 하나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오른 손등을 이마 위에 올리고는 눈을 감았다.

아직도 뼈마디가 춤을 추는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 전에 무차파와 함께 했던 미친 것 같은 질주가 생각났다. 평야와 협곡, 그리고 말은커녕 사람이 걷기도 힘들 것만 같았던 덤불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자, 그는 그것이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에 서둘러 무차파를 불렀다.

어이, 이봐. 빨리 설명이나 해주지 그래? 여기 온지 벌써 1시간은 된 것 같거든?”

과장도 심하네. 온지 20분도 안 됐거든요? 기다림의 미덕은 형사의 기본이라고 알았는데 말입니다.”

바로 옆 침대에서 신문을 읽던 무차파의 지분거림에 메드렛은 그의 멱살을 잡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려야 했다. 아니, 아마 조금만 더 평범하게 이곳에 왔다면 이미 얼굴에 주먹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그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분명 난 지금쯤 데얀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야 하는데.”

창 밖을 내다보던 무차파가 지나가듯 한 마디 했다.

,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수? 불혹의 나이의 남자가 그런 약한 말 하는 거 아닙니다.”

결국 참아왔던 인내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낀 메드렛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뭐라고 소리를 치려 벌떡 일어날 때였다. 욕실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베리아가 한 손에 수건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반팔 셔츠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를 입은 편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물에 젖어 어두운 갈색으로 변한 자신의 모래 색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며 말했다.

다음으로 목욕할 사람? 빨리 끝내고 와요. 슬슬 배도 고파지니까.”

! ! 내가 할게! 그저께부터 목욕을 못해서 찝찝하다고! 아저씨 괜찮죠?”

반 강제나 다름이 없는 요구에 메드렛은 일어나려다 만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고, 무차파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런 그를 보며 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보시다시피 정신 연령이 애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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