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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12.03 20:15

아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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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독한 놈.”

베리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사정없이 폭파시켰네.”

무차파의 시선은 돌무더기로 변한 터널을 향하고 있었다. 대략 500미터나 떨어진 거리였지만 그녀에겐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곳에 발이 묶여 데얀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데얀에 가기 위해선 마치 커튼과 같은 형태의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했는데, 도보로는 아무리 서둘러도 보름이 걸릴 정도로 거대하고 험난한 산맥이었다. 이것은 의지나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순수하게 지형 때문이었다. 비와 바람도 감히 다듬지 못한 날카로운 바위로 된 협곡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은 조금만 방심해도 들어선 여행자들의 방향감을 잃게 만든다. 간혹 존재하는 늪지대에는 각종 독충과 독을 품은 파충류들이 살고 있어서 까딱하면 목숨을 잃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나마 산맥 곳곳에 사는 소수의 수인들과 요정들이 인간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면 아마 이 산맥이 개발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과 희생이 요구되었을 수도 있다. 무차파와 베리아는 사실 데얀에 가야 한다는 확신은 애초에 별로 없었다. 단지 신전이 하나 있고, 또 그곳에서 다른 섬이나 대륙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고 했기에 가려고 한 것뿐이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유일한 육로가 사라진 지금은 데얀으로 가야 한다는 의욕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아 진짜! 그냥 단번에 목을 땄어야 하는 건데! 무차파한테 맡긴 게 잘못이야! 으이그!”

베리아가 살벌한 말을 내뱉으며 발로 땅을 걷어차자, 작은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녀는 바로 옆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투레질을 하는 말에 가볍게 올라탔다. 그녀는 고삐를 살짝 잡아당기며 중얼거렸다.

일단, 가서 무차파를 조지고 봐야겠군.” 

----

이봐요, 아저씨. 메드렛 아저씨.”

누군가가 메드렛의 얼굴을 툭툭 쳤다. 그는 일어나기 싫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본능은 이미 그의 의식을 수면 위로 조금씩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빨리 일어나요. 안 그러면 두고 갑니다?”

툭툭.

뺨이 아프진 않았지만 기분은 나쁘다. 때로는 대충, 살살 맞는 것이 세게 맞는 것보다 기분이 더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툭툭.

어이 아저씨.”

“……나 일어났으니 그만 좀 때려, 무차파 군. 슬슬 기분 나빠지려고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메드렛을 눈을 떴다. 환한 빛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진 않다. 아마 생리적인 현상 때문에 잠이 든 것이 아니라 난간에 부딪쳐 기절하듯 잠들어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살짝 뻐근한 왼쪽 관자놀이를 엄지 손가락으로 주무르며 신음 소리를 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누가 괜찮으면 나한테 설명 좀 해주겠어?”

그 말에 무차파가 입을 살짝 내밀며 그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저씨가 직접 보는 게 더 빠를 거요. 난 그리 말 재주가 좋은 편은 못 되거든?”

그 말에 눈을 떠 주변을 살짝 둘러본 메드렛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더욱 더 큰 신음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어제 기차를 덮친 게 미친 용이었나?”

, 용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거요. , 질문은 조금만 더 참아봐요. 베리아가 오면 대충 설명해 줄 테니까. 마을에 마차를 알아보러 갔으니 조만간 올 거에요.”

그 말에 메드렛은 수 십 가지의 질문이 터져 나오려던 입을 닫고 주변을 다시 한 번 관찰했다.

날씨는 처음에 눈을 떴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흐렸다. 언제든지 비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먹구름 사이에서 간신히 그림자를 비추는 해의 위치를 보니 대충 오전 10시쯤. 그리고 자신이 기대고 있는 곳은 한적한 곳에 있는 한 큰 나무의 등걸이었다. 큰 집의 처마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는 모양새의 한 백 년은 산 큰 소나무여서 자신 같은 무골보다는 오히려 시인이나 음악가가 앉아 있어야 모양이 날 법한 했지만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미친 용이 덮친 것 같다는 메드렛의 표현은 굉장히 단백하고 직설적인 표현이었다. 거대한 불이 훑고, 삽보다 굵은 발톱이 땅을 사정없이 파내고, 그리고 그 위에 20미터 정도 길이의 젊은 용 한 마리가 몸을 비비면 아마 비슷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이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메드렛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그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그 용과 뒹굴었다고 해도 반은 믿을 만큼의 몰골을 한 무차파였다. 그가 입고 있던 푸른 색 자켓에는 칼로 벤 듯한 날카로운 상흔이 셀 수 없이 나있었고, 입고 있는 셔츠는 그의 단단한 상체 근육이 보일 정도로 그 용도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자세히 보니 이리저리 피도 묻은 것이 흡사 큰 싸움을 하고 난 뒤 같았지만, 어차피 대답을 회피할 것이 분명했기에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그가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무렵, 저 멀리 언덕 너머에서 베리아가 말 한 마리를 타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른 한 손에 쥔 고삐의 끝에는 또 다른 말 한 마리가 대지를 울리며 달리고 있었다. 아마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베리아가 그들에게 다다른 것은 그가 아직 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뇌를 굴리며 지도를 그려보려 할 때쯤이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안장에서 내리며 메드렛에게 말을 걸었다.

머리는 괜찮아요, 아저씨?”

, 괜찮은 것 같군. 다행히 심하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자네들은 괜찮은가?”

그의 질문에 베리아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 어제 있었던 일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죠, .”

어제 있던 일?”

그러고 보니 베리아의 옷도 마치 험한 바람을 맞은 것처럼 이리저리 먼지와 흙이 묻어있었다. 그나마 무차파보다 조금 더 괜찮을 정도였기에 메드렛은 호기심보다 걱정이 살짝 앞섰다.

자네들은 괜찮나? 상태를 보니 뭔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난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으니.”

그는 그렇게 말하며 베리아를 흘깃 바라봤다. 마치 설명을 구하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것을 읽은 베리아는 살짝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설명을 하자면 좀 긴데…….”

그때 무차파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형사님은 아셔야 하는 거잖아. 이젠 관련이 아예 없지도 않고 말이야.”

으음.”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무차파의 말에 베리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서 설명할 테니 일단 말에 타요. 마을에 간신히 방을 잡아 놨으니까. 20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니까 금방 도착할 거에요.”

메드렛은 주도권이 자신이 아닌 베리아와 무차파에게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두 말 하지 않고 베리아가 끌고 온 다른 한 마리의 말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무차파가 그의 뒤를 이어 말에 걸 터 앉으며 말했다.

, 빨리 빨리 가자고요. 몸도 찝찝하고 배고 고픕니다아.”

메드렛은 정말 넉살 좋은 청년이라 생각하며 고삐를 잡았다. 이제까지 자기를 인도했던 베리아의 가벼운 것과는 다른 손길이 느껴지자 말이 점잖게 투레질을 하다가, 이윽고 잠잠해졌다. 상당히 잘 길들어진 말인 것 같았다. 어느새 자신의 말에 탄 베리아가 옆으로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거 20베라나 주고 빌려온 거에요. 다치지 않게 소중히 몰아주세요. , 그리고.”

베리아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말을 잠깐 멈추고는 무차파를 살짝 째려보며 말했다.

너 전처럼 네 맘대로 막 달리면 정말 혼난다?”

, 걱정 붙들어 매셔. 어차피 20킬로미터도 안 된다며?”

.”

헤헤 웃으며 손을 흔드는 무차파에게 뭔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번 지은 다음, 베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 살처럼 달려 나갔다. 메드렛이 무차파와 베리아를 한 번씩 돌아 보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무차파는 예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 별 것 아니에요. 그냥 저랑 베리아랑은 운전 방식이 좀 달라서 의견 충돌이 있는 것뿐이죠.”

메드렛은 뭔가 굉장히 불안하다는 생각을 애써 억누르며 박차를 가했다.

이랴!”

그의 명령에 따라 말은 천천히 구보로 달리기 시작했다. 적당한 속도에 이르자 시원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간질이는 것이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사무실이나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기에 메드렛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 풍경을 돌아볼 여유도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무차파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아저씨, 빨리 따라가야지 뭐 하는 거에요?”

우린 둘이 탔잖아. 너무 속도를 높이면 말이 힘들어 한다고.”

그건 말을 약하게 키울 때의 소리고. 우리 동네의 말은 이렇게 달리면 기분이 틀어져서 삐친다는 말이지. 잘 봐요, 이랴!”

어어어, 잠깐만!”

말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잠시 당황한 것 같았지만, 이윽고 충실히 명령에 따라 점점 더 속도를 높였다. 말의 근육이 더욱 더 팽팽해졌고, 단단한 말발굽은 대지를 때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귓가를 흐르던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할 무렵에, 듣기만 해도 시원한 탄성이 들려왔다.

이랴하!”

아무런 뜻도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는 태고의 외침은 메드렛와 말의 마음을 더욱 더 들뜨게 만들었다. 메드렛은 속도를 즐기기 위해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나도 벌써 늙어버린 기분이로군. 그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즐기자.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말도 메드렛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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