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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10.10 19:48

아인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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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메드렛은 도망치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모든 길은 베리아에게 막힌 뒤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도 이 여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 그의 처절한 움직임을 보는 베리아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메드렛을 한 번에 끝낼 지, 아니면 다시 기회를 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메드렛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녀의 손 놀림 하나에 자신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까. 잠깐의 고민 끝이 베리아의 입이 열렸다.

"지금에 와서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당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요. 물러달라고 할 순 없겠지?"

그 말은 메드렛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선택했다.

"죽어요."

!

경쾌하게 돌이 놓이는 소리와 함께 베리아의 함성이 들렸다.

"이겼다!"

메드렛은 허망한 표정으로 판을 내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붉은 색 돌 다섯 개가 선을 따라 나란히 놓여있었다. 가로 세로 각각 12개의 줄 사이의 공간엔 이미 수십 개의 돌들이 그림을 그리듯 올려져 있었다. 모란토란은 가로세로 줄이 만드는 사각형 안에 돌을 넣어 먼저 다섯 개를 만드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사실 많은 장고(長考)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다. 일단 주어진 돌의 수는 일 인당 28개뿐. 그 돌을 다 쓰면 자동으로 아웃이 된다. 최대 4명까지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참가자가 많을수록 판은 점점 더 어지러워 진다. 많은 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형형색색의 돌들 때문에 쉽게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판돈을 나누는 방법 역시 특이하다. 일단 제일 꼴찌를 차지한 두 사람은 자신의 판돈을 둘로 나누어 자신의 윗선의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즉 꼴찌를 제외하고는 모두 약간의 판돈을 돌려 받기는 하는 것이다.

이미 주어진 돌을 다 써서 진작에 아웃이 된 무차파가 내기에 걸었던 자신의 판돈을 메드렛과 베리아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거참, 벌써 3연승이야. 밤새 하다간 난 빈털터리가 되겠네.”

메드렛은 그나마 2베라 라도 건진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말을 받았다.

그래도 자넨 이 아가씨 일행이잖아. 난 이대로 가다간 밥도 못 먹게 생겼어.”

물론 엄살이다. 특등석은 식사와 음료가 일체 표 값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아마 데얀에 가는 며칠 동안 그가 굶을 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모란토란의 배당 법칙 때문에 그는 이제까지 판 돈의 절반 밖에 잃지 않았고, 또한 재미로 하는 게임 치고는 크게 손해를 봤다고 말 할 정도의 금액도 아니었다. 작은 나무 통 안에 자신의 돌을 쓸어 담으며 베리아가 말했다.

한 판 더 하실래요? 난 이제 슬슬 열기가 오르는 것 같은데?”

메드렛은 자신의 손목 시계를 힐끔 봤다. 시계는 이미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데, 난 이미 속이 출출해서 말이오. 간단하게 밤참이랑 한 잔 하고 싶은데.”

, 뭔가 주문할건가요? 그럼 나도 같이 하죠.”

메드렛은 이 젊은이들이 참 넉살도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둘을 남매라 착각한 덕분에 뜻하지 않은 협박(?)도 들어야 했지만,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는 사람과 이런 게임을 하고 야참까지 함께 먹는 다는 것은, 20대부터 남을 의심하고 봐야 하는 직업을 가진 그에겐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 그럼 시켜볼까?"

무차파가 객실 한 쪽 벽에 붙어있는 벨을 누르자 얼자 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주문을 적을 종이와 펜을 꺼내며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메드렛은 일단 연장자인 그가 대답하는 것이 예의에 맞을 것 같아 먼저 대답했다.

", 맥주 중간 사이즈 하나랑 구운 감자 부탁해요. 칠리소스는 따로."

승무원이 그의 주문을 적자 이번엔 베리아가 말했다.

"난 푸른 바다 한 잔. 이 곳의 바텐더가 추천하는 칵테일이던데, 괜찮죠?"

"제 단골 메뉴입니다."

그녀의 질문에 승무원은 예의 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베리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거랑 과일 샐러드요. 파인애플 빼고."

"난 흑맥주 가장 큰 거랑 돼지고기 스테이크 햄버거 하나요."

무차파의 주문에 베리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시간에? 아까 저녁 먹었잖아."

어허, 난 누구처럼 살 찌는 체질이 아니니까 괜찮아.”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야?”

에이, 설마. 연약하디 연약하신 그대도 알겠지만, 난 체력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놈이라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지 않으면 곤란하단 말이지.”

그 말에 베리아는 흥, 하며 시선을 창 밖으로 던졌다.

냄새 나니까 딴 데서 먹어.”

오케이, 오케이 알았어. 다이어트 중인 사람을 자극할 정도로 짓궂진 않다고.”

나 다이어트 중 아니거드은?”

끝이 날카롭게 놀라가는 것을 보니 상당히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메드렛이 이제 그만 자극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정작 무차파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는 어깨를 한 번 들썩거리며 빨리 나가고 싶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 중인 역무원에게 말했다.

주문 끝이에요.”

역무원이 서둘러 빠져나가자 메드렛이 화제를 돌리려는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은 어딜 향해 가는 거요?”

무차파와 베리아는 누가 대답할 건지를 정하듯 한 번 쳐다보았다.

, 일단은 데얀으로 가고 있어요.”

대답한 것은 베리아였다. 말재주가 그리 좋지 못한 무차파가 혹시라도 실언을 할까 싶어 미리 대답을 한 것이다. 그 말에 메드렛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나도 데얀으로 가는 길인데 잘 됐네요. 근데 거긴 무슨 일로 가는 겁니까? 신혼여행으로 가기엔 그리 적당한 곳이-“

신혼 여행 아니거든요오? 아저씨는 저랑 얘가 커플로 보이세요?”

한층 더 흥분해 얼굴까지 빨게 진 베리아를 달래며 오늘 일진이 참으로 더럽다고 생각하는 메드렛이었다.


---

40장 정도만 올리면 2화도 끝이네요.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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