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판타지&무협
2013.10.07 18:09

아인 22-(2)

조회 수 49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못 찾았습니다."

이름도 주어도 없는 질문이었지만 커스는 미동도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현재 머로리가 행방을 궁금해 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그는 머로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유리를 찾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는 유리보다는 에덴 님의 부활에 신경을 써야......"

"유리를 찾아라."

말이 끊긴 커스는 인상을 흐리며 머로리를 내려다 보았다.

"당신은 저에게 명령을 내릴 입장이 아닙니다만."

연장자에게는 무례한 언행이었지만 머로리는 그리 상관하지 않는 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하지. 수많은 시간 동안 썼던 말투를 고치는 것은 상당히 어렵거든."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여쭈실까 봐 미리 말씀 드리는데, 유리를 찾을 인력은 현재 없습니다."

그 말이 머로리는 지팡이를 땅에 딱 부딪쳤다.

"유적지가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아. 하지만 유리 같은 실험 체는 다시 나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유리는 실험 체가 아닙니다. 저희의 동지입니다."

"글쎄, 과연 유리도 그렇게 생각할까 모르겠구나."

그 말에 커스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머로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치고 들어왔다.

"그녀가 우리에게 복종한 것은 오직 틈을 노리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야. 아마 유리는-"

"우리 동족에 대해 어림 짐작으로 나쁜 말을 하는 것은 단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커스가 약간 위압적으로 나왔지만 머로리는 굽히지 않았다.

"우리 동족이 아니라 유리 그녀겠지. 자네가 그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난 에덴님께서 하늘을 나시던 때부터 인간들을 봐왔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세기도 힘든 문명들이 지고 피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 있더군. 바로 사랑과 미움이라는 것들이다."

"특별히 부정도 긍정도 못하겠군요. 저는 모두에게 대하는 감정으로 유리를 대했습니다."

부정 아닌 부정에 머로리를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보통 그렇게들 시작하더군."

"머로리, -"

"키렐레스가 움직인다."

뭔가 한 마디 하려던 커스가 움찔하며 머로리를 돌아봤다.

"하늘을 끌어내리려는 자들 말입니까?"

"그래, 배신자들의 창조물들이지. 내가 풀어놓은 까마귀들의 말에 의하면 아마 유적지 쟁탈전에 낄 생각인 것 같더군. 봉인을 해제하는 대신 파괴할 생각인가 봐. 그렇게 되면 봉인 해제 자체가 불가능 해지니까."

그 말에 커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우리 일에 큰 방해가 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다면 유리의 일에는 더더욱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집니다."

"맞아.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유리를 찾으라는 것이야."

"말이 안 맞습니다. 유리를-"

"찾아서, 없애."

그 짧은 두 마디에 담긴 중압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때문에 전혀 변할 것 같지 않던 커스의 눈빛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어째서 입니까? 당신의 말마따나 겨우 실험 대상이 도주한 것 때문에 인력을 나누고, 또 죽일 수는 없습니다. 또 당신도 알다시피 그녀를 일 대 일로 이길 수 있는 이는 몇 명 없지요."

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오고 갔다.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침묵했지만, 그 침묵은 천 마디 말보다 더 무거운 것이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침묵을 깬 것은 머로리였다. 그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유리는......아니다. 내가 실언을 한 것 같군. 늙은이의 실수라 여겨주게나."

뭔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닫은 머로리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나이가 드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래. 못 들은 걸로 해주게."

커스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등을 보고 있던 커스는 다시 고갤 돌며 하늘을 봤으나 이미 밤은 찾아온 뒤였다.


---

자연란 1 페이지가 전부 제 글이 되었군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필독]게시판 공지사항입니다. 현이 2008.05.19 22551
22 판타지&무협 아인 21-(3) 성원 2013.10.07 4615
21 판타지&무협 아인 22-(1) 성원 2013.10.07 4849
» 판타지&무협 아인 22-(2) 성원 2013.10.07 4981
19 판타지&무협 아인 22-(3) 성원 2013.10.10 5431
18 판타지&무협 아인 23-(1) 성원 2013.10.16 5185
17 판타지&무협 아인 23-(2) 성원 2013.10.24 4763
16 판타지&무협 페북에 남겨본 병맛 단편 good 2013.11.15 4473
15 판타지&무협 아인 23-(3) 성원 2013.11.24 4025
14 판타지&무협 아인 23-(4) 성원 2013.11.27 4632
13 판타지&무협 아인 23-(5) 성원 2013.11.28 4351
12 판타지&무협 아인 23-(6) 성원 2013.12.01 4293
11 판타지&무협 아인 24 성원 2013.12.03 4142
10 판타지&무협 아인 25-(1) 성원 2013.12.08 4386
9 판타지&무협 아인 25-(2) 성원 2014.01.13 4340
8 판타지&무협 애석하게도 난 그곳에 닿지... 안올지도몰라 2014.02.12 4581
7 일반/기타 SF 주평선너머-프롤로그- 푸른바람 2014.08.16 3022
6 일반/기타 SF 주평선너머-제1장 별을 ... 푸른바람 2014.08.16 3150
5 연애&추리 해물과 감자탕의 사이 부활 2016.06.18 672
4 연애&추리 해물과 감자탕의 사이 2 부활 2016.06.19 642
3 판타지&무협 두리. 2017.04.16 306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