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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07.23 19:14

아인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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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셀로는 엘칸 서쪽에 위치한, 상당히 고급스러운 호텔 방에서 눈을 떴다. 킹 사이즈의 침대는 전투의 피로로 얼룩진 그의 몸을 받쳐주고 있었고, 부드러운 비단으로 된 이불 포는 그의 몸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일반 방과는 달리 각종 음료가 들어있는 작은 냉장고와 텔레비전까지 갖춰진, 대 여섯 사람들이 놀아도 충분할 만큼 큰 방이었다. 셀로가 사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절약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스승에게서 훔친 돈은 평생을 써도 다 쓰기 힘들 정도였기에 굳이 싼 곳을 찾을 필요도 없었고, 또한 어젯밤의 사건 후 혹시라도 있을 경찰의 추적에 대비해서는 오히려 이런 곳이 의심을 덜 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어제 전투 후, 바로 메리잔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경찰이 급하게 외부와 통하는 모든 통로를 봉쇄했고,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성벽을 타넘거나 바다로 나간다는 선택은 너무 무모했기에 결국 근처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로 들어간 것이다. 물론 머리에 검은 비니를 쓰고 피 묻은 옷은 전부 갈아입는 것으로 신분 세탁(?)을 해야만 했다. 아무튼 현재 그는 메리잔에서 가장 유명한 도망자이니까.


셀로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그는 마법진을 열어 인벤토리를 열었다. 직경 40센티미터의 마법진 너머로 성인 남자 네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한 쪽에 위치한 나무 옷장에 어제 입었던,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검은 옷을 아무렇게나 던져 넣은 그는 안에서 속옷과 검은 색 청바지, 그리고 남색의 긴 팔 셔츠를 꺼내 들고는 욕실로 걸어 갔다. 언뜻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나무 소재로 만든 문 손잡이를 돌리고 욕실 문을 열자 안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나가, 이 변태야! 어디서 감히 날 덮치려고!"


그는 자신을 향해 무섭도록 정확히 날아오는 각종 세면 도구들을 피하면서 외쳤다.


"실수야, 실수! 미안하다고 젠장!"


급하게 문들 닫은 그가 소리쳤다.


"이제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이랑 같은 방을 쓴 적이 없어서 그러니까 진정해, 알았어?"


그러자 안에서 있던 여자가 소리쳐 대답했다.


"동거는 허락했지만 내 몸을 허락한 적은 없거든? 내 알몸이 보고 싶다면 정중히 요청을 하던가!"


내가 동거를 허락한 거지, 네가 했냐?’


그렇게 따지고 싶었지만 조금 전 본 충격적인 (?) 광경에 그만 말대꾸를 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가 그렇게 멍하게 있는 와중에도 여자의 잔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셀로의 귀에는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는 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냈다.

 



"고통 없이 죽여주지."


솔직히 더 이상 레미레스와 함께 하지 않는 다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한 신빙성 역시 그리 높지 않다. 그렇기에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그가 검을 들어 내려칠 때, 유리가 갑작스럽게 말했다.


"아 깜빡 하고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그 말에 검을 잡은 팔이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살짝 인상을 쓰며 얼른 말하라는 듯 고개를 까닥했다.


"너희들의 목적은 에덴을 죽이는 거지?"

"그렇다면?"

"그러면 아마 나를 살려두는 편이 좋을 걸?"

"이제 와서 목숨을 구걸하는 건가?"


그의 말투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느낀 유리는 서둘러 대답했다.


"바보야. 내가 네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건 에덴의 피 농도가 가장 짙기 때문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에덴의 봉인이 풀렸을 때 가장 먼저 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주저 없이 검을 내려치려던 셀로의 얼굴에 망설임이 생겼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게 너라는 말이냐?"


여자의 감으로 그의 공격의사가 상당히 줄어든 것을 느낀 유리는 긴장이 약간이나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거짓말했다고 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나도 몰라.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만은 확실해, 거의."


그녀의 주장 중 상당부분이 가설에 입각한 것이었기에 유리도 자신의 말에 충분한 자신감을 싣지는 못했다. 그러나 셀로는 그 가설이 약간은 마음에 든 듯 했다.


"괜찮은 가설이군. 그런데 그럴게 따지자면 에덴도 날 찾을 수 있지 않나? 굳이 찾아 다닐 필요 없이 가만히만 있어도 내 앞에 나타날 텐데?"


유리는 뜨끔했다. 마침 지나가던 구름이 달빛을 덮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속마음을 들켰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려 애쓰며 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네 기척을 못 느낄 수도 있잖아? 넌 피를 이은 것이 아니라 마법진만을 받았기 때문에 느낌을 잡기가 상당히 불안하다고. 나도 요 몇 주 동안 정신을 집중하지 않거나 거리가 조금만 떨어져도 네 기척을 놓칠 때가 간간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에덴이 자신의 피를 이은 날 찾아올 수도 있지."


왠지 자신을 설득시키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셀로의 검이 서서히 내려가는 것 또한 확연하게 보였다. 그녀는 이쯤에서 쐐기를 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최대한 많은 옵션을 갖고 있는 것이 네게 유리할 것이 라는 게 유리의 생각."


썰렁한 말 장난으로 말을 마친 그녀는 반짝반짝 하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아주 잠깐 동안의 고민을 마친 그는 검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좋다. 일단은 살려주기로 하지."


그 말에 유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마워! 그럼 우리 이제......."

"그러나."


셀로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난 널 믿지 않아. 혹시라도 첩자 노릇을 하거나 나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철컹!


그의 검이 그 동안 머금었던 달빛을 검 집 안으로 밀어 넣으며 섬뜩한 마찰음을 만들어 냈다.


"그 다음은 없을 거야."


유리는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기대에 보답하도록 할게."



그리고 둘은 이 여관으로 들어와 밤을 보낸 것이다. 유리는 각방을 쓰길 원했지만, 아직 그녀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셀로는 어떤 방을 찾냐는 안내원의 질문에 부부라고 하며 방을 빌렸다. 대신 가장 큰 침대가 있던 방을 빌린 것이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러나 마치 벼랑 끝에 매달린 고양이처럼 침대 끝에 최대한 몸을 붙이고 잔 덕에 어젯밤 전투에서 받은 피로가 충분히 풀리지 않아, 욕조에 몸이라도 담글까 한 선택이 그녀의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유리가 욕실 안에서 문을 노크했다.


"저기 셀로, 나 나가야 하는데......."


어느새 목욕을 끝낸 모양이다. 셀로가 얼른 문에서 비키자 욕실 문이 열리며 유리가 나왔다. 그녀는 커다란 타월로 몸을 가리고 작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그에게 말했다.


"변태."



---

달달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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