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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추리
2013.07.10 02:35

미니시리즈 // 사투리 上

조회 수 3495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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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

 

첫만남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물론 처음부터 딱히 내가 그 아이를 신경쓰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아마 처음 만난 날은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날이었을 건데, 사실 그 애랑은 말을 섞어서 알게 된 것은 아니고, 대면식때 퍽이나 인상깊은 자기소개를 했었으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잘 생긴 얼굴도 아니었고, 못 생겼다고 하기도 그런 그냥 어디서나 볼 법 한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키, 남자 대학생이라면 이렇게 입겠지 싶은 청바지에 스니커즈, 도톰한 후드 티셔츠에 야구 모자. 사실 첫 인상으로 말하자면 단상에 올라와서 입을 열기 전까진 바로 그 전에 자기소개를 했던 남자애가 다시 올라와서 자기소개를 하나 싶었을 정도였다.

 

“안녕하십니까! 전 OO남중, OO남고를 거쳐 이렇게 인문학과에 와서 너무 기쁩니다! 전 형제도 남자형제 뿐이라 여학우님들에게 많이 어색할 수 있으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통은 학업에 대한 포부를 말하지 않나? 다들 와르르 웃어버리자 그 아인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이내 남자애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름도 안 말했었지. 나는 마지막 차례에 자기 소개를 했고, 짧게 내 출신 고등학교와 이름을 말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별로 그 애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그 애가 두 학기 후에 휴학할 때까지 말을 섞기는커녕 마주치지도, 여전히 이름도 모른채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건 그 아이의 입대 송별식 때였다. 우리 학번에서 남자애가 입대하는 건 그 애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들 이상하게 들떠서 송별식을 열어줬었던 것 같다. 그럴만도 한 게 나같이 전혀 접점도 없는 애도 놀러 오라고 연락이 왔을 정도 였으니 말이다. 거기서 난 그 아이의 머리 깎은 모습을 보았다. 이틀 뒤 입대라며 겸연쩍게 모자를 눌러쓴 채 웃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마 조금은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저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에서만 나오던 입대란 것에 대해 이렇게 가까이 느껴본 것도 처음이고, 내가 그런 입대하는 친구를 보내는 나이라는 것에도 충격이었다. 대학교도 교복만 안입었다 뿐이지 고등학교랑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으니 나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가는 마당에 한 마디는 해줘야지 싶어 그 아이의 앞자리로 옮겼다. 다들 이미 목적은 잃고 그저 술자리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터라 옮기는 건 쉬웠다. 내 테이블에 있던 친구들이 잠깐 붙잡았으나 게임을 끊기는 싫었는지 이내 다시 ‘OO가 좋아하는 랜덤~’ 으로 시작하는 멜로디를 합창하더니 자신들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술자리도 이런 건 아니었는데 사실. 어찌되었든 그 아이는 벌써 어느 정도 술 기운이 올랐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한창 게임중인 테이블의 구석 모퉁이에 얼굴을 감싸고 앉아있었다. 이래서야 주객전도잖아.

 

“벌써 취했니?”

 

아마 내 목소리도 어느정도 취기가 올라 꼬부라져있었을 것이다. 그 아이는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한번 밑을 내려다보고 날 바라보았다. 사실 그때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지금와서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그때 나도 좀 취해있었기 때문이고, 술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을 거니까 그런 거다.

 

“좀 취한 거 같다. 아들이 간다카이 그냥 있게 놔주질 않아가..”

 

그러고보니 이 아이 고향이 어디라고 했지? 사투리는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경상도 사투린데, 이렇게 들어보는 건 처음이다. 진짜로 이해하기 힘들구나. 억양도 좀 많이 거칠고.

 

“미안, 나 사투리는 잘 몰라서. 너 집이 어디라고 했었어?”

 

“대구.”

 

대구 사투리는 이렇구나. 조금 말투가 퉁명스러웠던 거 같다. 대구. 무언가 툭 뱉는 듯한 그런 말투, 날 귀찮아 하는 건 아닐까? 얘가 혹시 고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내가 건드린게 아닐까? 이런 저런 걱정에 내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못하자 그 아이가 먼저 나에게 물어왔다.

 

“근데 우리 이제 못 볼 마당되니까 이래 말하는 거 같네. 이제와가 친해져도 별 소용 없을 긴데..”

 

조금 말꼬리를 흐리면서 다시 고개를 묻었다. 왜 이러는 걸까. 취기 때문에 어지러운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별로 친해지려고 말을 붙인 건 아니었으니 입장은 확실히 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내 주위에 누군가가 군대 가는 건 처음이라 확실히 인사해두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말이다.

 

“맞나, 여튼 고맙다. 민아야, 나도 니랑은 말 한마디 못 섞어보는가 했는데 다행이네.”

 

조금 철렁 했었던거 같다. 아니 철렁했었다. 난 이 아이의 이름을 모르는데, 어떻게 얘는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물론 과 활동이네 조별 과제네 하면서 내 이름을 들었고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조금 가슴이 덜컥했던 건 사실이다. 아마 미안함 때문이었을 거다. 난 네 이름을 모르는 데, 넌 내 이름을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악센트로 불러줬으니까. 혹시 날 좋아하니? 남 몰래 날 바라봐 왔던 거야? 동요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제를 돌렸다. 이런 식이면 취기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 들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 그래. 부대라고 하나? 어디로 가?”

 

“논산.”

 

논산이 어디지? 휴전선쪽인가? 아마 이쯤이면 내가 할 말은 다 했다고 생각했었던 거 같다. 그럼 계속 재밌게 놀아 하면서 옆으로 슬쩍 일어나 나가려 하자 그 아이가 날 다시 불러 세웠다.

 

“니 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면 안되나?”

 

“갑자기 왜? 과에서 나눠준 번호부 잃어버렸어?”

 

분명히 거긴 내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주소까지 신상명세가 내 동의도 없이 올려져있었다. 사실 기분은 좀 나빴다. 학기 초에 듣도 보도 못한 남자애들이 전화해서 동기라며 술이나 한잔하지 않을래 커피나 한잔 하지 않을래 하면서 문자네 카톡이네 보내왔었기도 했고, 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비겁함도 느꼈었다.

 

“그게 아이라, 전화번호는 그래도 확실히 니한테 물어가 아는 게 예의 아이가. 본인한테 안 듣고 연락하는 건 민폐지.”

 

그때 솔직히 좀 그 아이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것 같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연락처란건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자기표현 수단처럼 되어버렸지만, 예전 부모님 시절에는 손편지를 보내기위해 주소를 받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주소를 받는 것도, 아마 손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는 것 까지도 지금처럼 핸드폰을 두드려서 전송을 누르는 것 보다는 몇갑절의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나는 선뜻 그애가 내민 핸드폰에 내 번호를 찍어주고 이름을 성은 빼고 민아라고 저장했다. 내가 너한테 조금은 호감을 가졌단 뜻이야.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당연히 말할 순 없었다. 짧게 인사를 마치고, 그 테이블에서 일어서 내가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거기까지였다.

 

“잘 다녀와.”

 

“그래.”

 

그리고 두 번째 만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루어졌다.

 

 

 

 

1. J

 

OT날은 너무도 떨렸다. 집을 나와 혼자 지내는 첫 번째 경험이고, 고향에서 엄청 떨어진 서울까지 올라와서 지낸다고 생각하니 불안부터 찾아왔다. 내 말투가 이상하진 않을까? 서울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 엄청 이상하게 본다던데. 대면식 때 내 소개 차례가 다가오자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투리로 웃기던 개그맨들이 떠올랐고, 그걸 보며 깔깔 웃던 수많은 방청객들도 떠올랐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까짓거 안되면 이걸 내 컨셉으로 밀고가자.

 

“안녕하십니까! 전 OO남중, OO남고를 거쳐 이렇게 인문학과에 와서 너무 기쁩니다! 전 형제도 남자형제 뿐이라 여학우님들에게 많이 어색할 수 있으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망했다. 내 이름도 안 말했고 고향도 안 말했다. 나름 표준어로 쓴다고 쓴 것도 어색하게 발음을 해서 그런지 더 웃겼던 모양이다. 다들 와르르 웃었고 난 부끄러워 이내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내 옆의 동기들이 자기들도 사투리를 가르쳐 달라고 한참 조르는 바람에 그 다음 차례부터 마지막 바로 전까지는 자기소개를 듣지 못했다. 주위에 친구가 아직 없는 만큼 여러 사람들을 눈에 익혀두고 친해지고 싶었는 데 꽤 아쉬웠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의 여자아이가 올라왔을 때 조금 동요했었다. 사실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당연히 못생긴 건 아니였고, 귀염상이라고 해야 하나? 동글동글한 얼굴에 작은 코, 역시 작은 입술, 주위 애들과 비슷한 살짝 웨이브를 준 머릿칼. 난 지극히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수 있는 그런 얼굴을 가진 여자애한테 왜 헉소리가 나올 뻔 했던 건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체구에 비해 당찬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그랬던 걸까? 절대로 첫눈에 반했다 이런 청춘 드라마같은 스토리는 아니었다.

 

  “황민아입니다. OO여고 출신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한테 말 걸지마 라고 쓰여진 간판을 뒤에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약간 퉁명스러운 표준어 말투, 그리고 빠른 발걸음으로 휑하니 자리로 들어가 소리도 나지 않게 앉았다. 그게 처음으로 민아를 알게된 날이었고, 아마 그 뒤로 그다지 그 아이를 관심깊게 봐왔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반복되는 술자리와 시험, 뒷풀이를 지나던 와중에 교양 수업에서 만나게 된 여자아이와 아주 짧게 교제를 가진 적도 있었다. 영어영문학과의 아이었는데, 인상깊은 미국식 영어발음을 하던 아이었다. 혀에다가 동물성 버터를 몇겹이나 발랐는지 솔직히 그 아이와 듣는 영어 교양 수업이 좀 고역이기도 했었다. 고백은 그 아이로부터, 그것도 컴퓨터 메신져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나도 얼떨결에 승낙을 하게 되었다. 기말고사가 끝날 무렵 왜 나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좋아하는 데 이유같은 거 필요없다고,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방학이 되자 순식간에 다른 아이에게 마음이 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더니 8월쯤 되어 미안하다며 울면서 이별을 고해왔다. 물론 만나서 했던 건 아니고 전화상으로 이별을 맞았던 거 같다.

내 인생의 첫 연애가 그렇게 허탈하게 끝나고, 2학기때는 공부에 퍽이나 몰두 했던 것 같았다. 남들에게는 말 못하지만 조금 상처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연애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고 또 쉽게 끝맺어진다는 것에 환멸갑도 느꼈었다. 2학기 동안 그 아이와 다시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아마 좋은 얼굴로 봐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 입대일을 기말고사가 끝나고 바로 일주일 뒤로 잡은 것도 그런 실망감 때문에 도망가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기들이 내 입대 송별 파티를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던 것이었던 거 같다. 나는 주위의 친구들에게도 아마 여름방학의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다 열지 않고 가면을 쓴 채 살았던 거 같은데, 이 아이들은 내가 간다니 이렇게 배웅해 주려 하는 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그냥 술 한잔 더 마시려는 의도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생각을 해주고 있다는 데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벌써 취했니?”

 

조금 놀랐다. 쉴틈없이 이어지던 술자리 게임 속에서 고주망태가 되어가고 있던 내 앞에 어느샌가 민아가 와서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얘가 이쪽으로 왔지? 혹시 내가 엄청 꼴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나는 한번 민아를 놀라 쳐다보곤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지.

 

“좀 취한 거 같다. 아들이 간다카이 그냥 있게 놔주질 않아가..”

 

기껏 고쳤다고 생각한 사투리 발음이 나와버렸다. 술기운이 혀끝까지 올라왔는지 나름 열심히 발음한다고 하는 것도 잘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혹시 기분나빴을까? 사투리 때문에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싶던 차에 민아는 내게 대답했다.

“미안, 나 사투리는 잘 몰라서. 너 집이 어디라고 했었어?”

 

“대구.”

 

무심코 동네에서 하던 거 마냥 툭 끊고 말았다. 여기 아이들은 나 OO에서 왔어, 이렇게 주어와 동사, 접속사까지 완벽하게 갖춰서 말하던데, 혹시 목적어만 집어던지는 게 여기서 엄청 큰 실례는 아닐까? 일단 말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머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일단 뱉어보았다.

 

“근데 우리 이제 못 볼 마당되니까 이래 말하는 거 같네. 이제와가 친해져도 별 소용 없을 긴데..”

 

사실이었다. 물론 과에 있는 모든 동기들이랑 친해진건 아니었지만 유독 민아만큼은 접점이 없었던 것이다. 민아는 그런게 아니라고, 자신은 그냥 군대에 가는 주변 사람이 처음이라 제대로 인사하고 싶어서 말을 건거라고 했다. 왠지 조금 섭섭했다.

 

“맞나, 여튼 고맙다. 민아야, 나도 니랑은 말 한마디 못 섞어보는가 했는데 다행이네.”

 

조금 당황해 하는 거 같았다. 사실 생각해보니 우리가 딱히 서로 자기소개를 한적이 없었으니까 자신의 이름을 내가 알고 있는 데 놀란 걸지도 모른다. 혹시 이것도 실례일까?

 

“그, 그래. 부대라고 하나? 어디로 가?”

 

“논산.”

 

내 목적어뿐인 문장은 대화를 끊어놓았고, 민아는 자신의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려하는 거 같았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지, 그래도 기왕 말을 시작한 거 친해졌음 좋겠다 싶어 급하게 불러세웠다.

 

“니 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면 안되나?”

 

“갑자기 왜? 과에서 나눠준 번호부 잃어버렸어?”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확실히 번호부는 지금도 내 지갑에 들어있다. 아마 민아의 이름도 있을 것이다. 내가 딱히 너한테 관심이 없어서 있는 지 없는 지 몰라서 그랬어. 라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고,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그게 아이라, 전화번호는 그래도 확실히 니한테 물어가 아는 게 예의 아이가. 본인한테 안 듣고 연락하는 건 민폐지.”

 

거짓말은 아니다. 확실히 본인 입으로 전화번호를 들은 적이 없으니 그런 번호를 통해서 뜬금없이 연락하면 받는 쪽은 당황하고 이 인간은 도대체 뭔가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생회에서 나눠준 번호부가 있음에도 직접 번호를 받지 않은 친구에게는 내가 먼저 무턱대고 연락했던 적은 없었다.

내가 내민 핸드폰을 그녀가 돌려주었을 때, 성은 빼고 민아 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취기 때문이었을까, 조금 가슴이 두근댔던 것 같다. 보통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번호를 찍어 달라 하면 자기 번호만 찍어주고 돌려주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 아이는 자기 이름까지, 그것도 성을 빼고 이름만 적어줬던 것이다. 그 아이는 아무 이유없이 그리 줬을지도 모른다. 허나 내가 막연히 생각한 민아가 그렇게 적어줬다 생각하니 반전매력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 때문에 귀여워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잘 다녀와.”

 

“그래.”

 

민아는 짧게 인사를 하고 원래 있던 테이블로 휑하니 돌아갔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도 짧게 대답하곤 다시 술자리 게임의 파도의 휩쓸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논산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였다. 부모님께는 혼자 가겠노라 말씀드렸다. 한사코 오신단 것을 내 홀로서기 연습이라고, 잘 다녀올테니 걱정 마시고 첫 휴가때 뵙자고 말씀드리고 혼자 시외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그만큼 그때까진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훈련소에 들어간 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후회하긴 했지만.

 

아마 이제 만날 일이 없으리라 생각되던 민아와의 만남은, 준비할 새도 없이 금방 다가왔다.



=============================================



갑자기 머리 속에 생각난 이야기라 써 봤습니다. 최근 뭔가 문장 생산활동이 없었기에 녹이 슬어있는 뇌와 손가락을 단련시키기 위해 쓴 거 기도 하구요. 물론 당연히 체험담은 아닙니다. 또한 여성 심리에 대해서 상당히 다를 수 있어도 양해바랍니다. 전 남자니까요. 당연히 모르죠, 그냥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써내려 간거에요. 어색해도.. 그냥 넘어가주세요.. ㅋㅋ


그리고.. M은 독일어 단어 Maedchen, J는 Junge 입니다. 소녀와 소년을 뜻하는 단어에요.


Maedchen은 아마 프랑스어 마담에서 축소어미 -chen 이 붙으면서 만들어진 단어인데요, 여성을 뜻하는 명사임에도 불구하고 축소어미때문인지 중성명사로 분류되어있습니다. 아마 민아의 짐짓 어른 인척 하지만 어린애 같은 성격, 그리고 약간 중성적인 모습이 모두 나타난 단어라 여성을 뜻하는 Frau나 구어인 Fraeulein 말고 Maedchen 을 썼어요.


Junge는 형용사 jung 이라는 젊은, 어린 과 같은 영어의 young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의 명사형인데요. 보통은 그냥 소년이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자신이 소년, 어느 정도 성숙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 속은 아직 jung, 어린 소년인채인 남자주인공 같아서 사용해봤어요.  물론 남성을 뜻하는 Herr 도 있긴 한데 Maedchen 마냥 이게 더 느낌이 좋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 상중하? 혹은 상하 구성이 될 듯하구요. 그냥 담백한 연애담이 담고 싶었습니다. 끝이 좋든 나쁘든 어쨌든 두 젊은 친구의 다음 만남을 기대해주세요 :)


제가 몇번 읽어봐도 어색한 부분이 보이는 데 손을 댈수가 없네요 ㅜㅜ 혹여 고칠부분이나 이상한 부분있음 바로바로 말씀해주세요! 스토리텔링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 ?
    큰곰 2013.07.10 18:15
    휴... 저도 빨리 손가락을 풀어야할텐데 말이죠... (머리부터 먼저....)
  • profile
    현이 2013.07.10 20:32
    소설 읽다가 갑자기 독어 공부 ... ㄷㄷㄷ
  • profile
    성원 2013.07.10 20:33
    혹시 상호의 경험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는 ㅎㅎ 달달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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