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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나는 내가 팬터지의 계보와 역사에 관하여 글을 쓰겠다고 말을 했을 때

도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감을 제대로 못 잡고 있었다. 그래도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제대로 정리가

된 글도 없을 뿐더러 내 머리속도 뒤죽박죽이기 때문이었다. 이 글은 내 편의에 따

라 작가별 시대 구분을 톨킨 이전과 톨킨 이후로 했다. 즉 Before Tolkien, After

Tolkien인 셈이다. 톨킨과 동시대인들은 따로 정리하였다.



팬터지의 계보 정리에 앞서 팬터지의 정의란 무엇이고 이것은 어떤 장르인지 간

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고, 그것에 맞춰서 팬터지 영역을 설정한다. 또, 보통 사람들

이 말하는 팬터지와 영문학상에서의 계보가 다를 수 있다라는 것은 참조하길 바란

다. 계보는 시간상으로는 톨킨 이전, 톨킨의 시대와 톨킨 이후, 그리고 위치상으로는

영국과 미국으로 나뉘어서 정리된다.



1. 팬터지란 무엇인가



팬터지의 위치 설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팬터지는 소설의 장르

라는 점이다. 인덱스에서 Fantasy는 fiction이지 poem이 아니란 얘기이다. 즉, 팬터지

시, 장편 서사시 - 알프레드 테니슨의 『페어리 퀸 Faerie Queen』같은 것들도 있

지만 - 에서 아무리 환상이 어쩌고 하더라도 그것은 시인의 단순한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지 팬터지처럼 소설의 삼요소인 인물, 배경, 사건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즉, 팬

터지라는 장르에 포함되지 못한다라는 얘기이다. 나는 팬터지란 것이 무엇인지 정확

하게 정의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래의 인용문을 언급한다. 즉, 이 글은 저 글에 맞

춰서 선정된 작품을 가지고 얘기가 진행되어 갈 것이다.



< 환상(fantasy) 소설이라는 용어는 특정한 형태의 공상적인 이야기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등장 인물들 은 이상적인 영웅들과 악당들이고, 배경은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지고 이색적인

곳이다. 이러한 소설들에서는, 마법과 요술 등이 다른 비논리적이고 초자연적인 힘들과 함께

자유로이 사용되고, 꿈같은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언어와 상(像 : imagery)이 쓰인다. 환

상 소설이 읽는 이에게, 또 쓰는 이에게 주는 매력은 그것이 일상적인 논리적 세계로부터 도

피처를 마련해 주고 공포, 분노, 슬픔, 기쁨 등과 같은 근본적인 감정들을 색채, 형태, 행동 등

으로 구체화된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





2. 톨킨 이전 (Before Tolkien)



왜 톨킨 이전과 톨킨 이후인가를 두고 질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를

하자면 팬터지의 주춧돌, 즉 현대 팬터지의 양상을 이루는 요소들은 모두 톨킨

J.R.R.Tolkien의 걸작 『반지의 지배자 The Lord of the Rings』(1953)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성의 잣대로 톨킨 이전의 소설과 톨킨 이후의 소설을 구분하

였다. 그리고 그 시점은 작위적으로 『호비트 The Hobbit』(1937)가 나온 시기도 참

작하여 1940년대와 1950년대로 잡았다. 톨킨 이전의 작품들은 현대적인 측면에서 보

기에 팬터지라고 불리기 좀 모호한 점도 꽤 있고 대부분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라는 문제가 있지만 후대의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해 집어넣기로 하였다.



1) 톨킨 이전의 영국



톨킨 이전의 팬터지는 영국에서 태동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19세기 영국 빅토리

아 시대의 작가들 중 일부는 리얼리즘 등의 사회 현실을 파헤치는 소설에 진절머리

를 내고 있었고 그들은 환상(Fantasy)를 일종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작가

로는 조지 맥도널드George MacDonald와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

1834-1896), 존 러스킨John Ruskin 등이 있다.

조지 맥도널드는 산업 사회의 어두운 면과 후기 빅토리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의 소설 안에서 메타포를 이용하여 비난하였다. 맥도널드의 대표작 『북풍의 등에

서』를 보면 빅토리아 시대의 하층민의 빈곤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윌리엄 모리스의 경우에는 북유럽의 신화서(神話書) 『에다 Eddha』의 최초 영어

번역자 답게 북유럽 신화에 영향을 받은 소설들을 썼다. 그는 밝게 채색된 그림으로

가득 찬 중세풍의 배경에서 일어나는 공상적인 탐색 이야기(quest story)라는 전통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어느 정도 초자연주의적인 발상으로 모리스는 솜씨 있게 고어

체의 말들을 집어넣어 중세풍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대표작으로는 『세

계 저편의 숲 The Wood beyond the World』(1894)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사람들의 평상적인 의식 상태를 상징하 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마을 랭턴(Langton)이

다. 기사의 기질을 가진 한 젊은 영웅이 이 인간 세상을 벗어나 시간을 초월한 매력

과 신비가 있는 숲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여왕이 이 신비한 세계를 다스리고 있

고 탐색의 목적은 바로 그 여왕이다. 이 환상 소설을 뒤이어 『놀라운 섬들의 물

The Water of the Wondrous Isles』(1895), 『세상 끝에 있는 우물 The Well at

the Worlds's End』(1896), 그리고 『흩어지는 홍수 The Sundering Flood』(1896)

등이 발표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최고의 사상가이며 미술 비평가였던 존 러스킨의 「황금강의 임

금님」의 경우에는 러스킨의 신념이었던 역시 산업 사회와 공장에 대한 불신같은 것

을 표현하는 매체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위의 세 작가는 그들의 사상을 표

현하는 매체로 동화적인 것처럼 위장한 강한 모럴이 담긴, 선전 propaganda이 강한

팬터지를 썼다.

1865년, 옥스퍼드의 수학 교수인 찰스 룻윗지 도슨(Charles Lutwidge Dogson),

필명으로는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 1832∼1998)이 불후의 걸작으로 알려질 『이

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 in Wonderland』를 발표하였다. 1891년에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발표했으며 1897년에는

브램 스토커(Bram Stalker)가 『드라큘라 The Dracula』를 발표하였다.

이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철학과 사회 사상을 내포한 팬터지 말고 아일랜드의 로

드 던세이니 Lord Dunsany는 청소년 이상을 타겟으로 한 괴담과 기이한 이야기가

곁들여진 환상 소설을 발전시켰고, 이것은 뒤에 미국으로 건너가 1930년대 소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던세이니의 소설은 요정의 나라 아일랜드 출신답게 기담과 신

기한 얘기가 나와 있는 위의 영국 작가들보다는 좀더 현대적인 Dark Fantasy라고

불릴만한 얘기들을 썼다. 어슐러 K. 르귄도 유년 시절 그의 책을 보았다라는 것을

고백한 적이 있다. 몽환적이고 탐미 계열이 강한 그의 책은 후대에 일정한 조류를

형성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던새이니의 첫 환상 소설집은 1905년 『페거너의 신들

The Gods of Pegana』이라는 제목으로 런던에서 출판되었다. 1919년이 되기 전에

그는 그런 책을 8권 더 펴냈다. 이 이야기들에서 환상 작가들에게 모든 방향으로 가

능성이 펼쳐졌다. 그 중에는 영웅적인 전설, 동방의 우화, 그리고 괴물이 나오고 악몽

을 생각나게 하는 변형을 사용하는 이상한 환상, 비유적인 동화들 등이 포함되었다.

위의 맥도널드, 모리스, 러스킨의 작품은 모럴이 강했던 반면 던세이니처럼 어두

운 분위기의 환상을 발전시켰던 또다른 작가가 있었다. 그는 우아한 문체를 선호했

고, 당시 그러한 작가들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던 에릭 러커 에디슨 Eric Rucker

Eddison 이다. 그의 대표작은 『벌레 아우로보로스 The Worm Ouroboros』로 수성

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두 개의 강한 왕국인 마녀 나라

(Witchland)와 악마 나라(Demonland)가 벌이는 총력적이 이 책의 내용이다. 구성 자

체는 순환적이며 마지막 장면은 시작하는 장면과 같다. 즉, 전설적인 벌레, 아우로보

로스와 같이 이야기 구성 자체가 머리가 꼬리를 무는 것이다.

위의 작가들 말고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두명의 여류 작가가 있는데 에디스 네

스빗 Edith Nesbit(1858∼1924)과 엘리너 파전 Eleanor Farjeon이다. 네스빗은 아동

소설의 작가로 사회주의자 모임인 페이비언 협회The Fabian Society의 회원일 정도

로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자신의 이상을 소설에 투영하는 대신 아동을 위한

밝고 따뜻한, 유머러스한 소설들을 썼다. 대표작으로는 『다섯 아이와 그것 Five

Children and It』과 같은 책들이 있다. 아동의 신나는 모험담을 담은 이 책들은 후

대의 아동 문학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미국으로 건너가 제임스 서버 James

Thurbur와 같은 작가들을 양산하였다. C.S. Lewis의 경우에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

도 밤에 그녀의 책을 보았다고 기술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팬터지의 대

모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이다. 엘리너 파전은 특히 세계 대전 사이의 기간에 많은 활

약을 하였고 에디스 네스빗과 비슷한 유머러스하고 민담에서 소제를 따온 팬터지를

발표하였다. 유명한 단편집으로는 『작은 다락방』과 『은빛 황새』같은 책이 있다.



2) 톨킨 이전의 미국



톨킨 이전의 미국에서 대표적인 작가로는 역시 아동 팬터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인 『오즈의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1990)를 쓴 프랭크 바움

(Frank Baum, 1856∼1919)이 있다. 프랭크 바움은 팬터지 장르가 아동용으로 정착이

되는데 강한 영향을 미쳤고 그 이후에 그와 비슷한 풍의 작품을 양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가장 미국적인 작품을 썼다는 것도 미국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

이 크다.

이런 아동물 말고 1930년대에 성인용의 탐미적이고 어두운 작품들이 유행하였는

데 대표적인 세명을 뽑자면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Edgar Rice Burroughs,1875∼

1950)를 시작으로 한 라이스 라인(Rice Line)이라고도 불리는 케이벨(James Branch

Cabell, 1879∼1958),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가 그들이다. 이들의 소설을 린 카

터Lin Carter같은 작가는 검과 마법 이야기 Sword & Sorcery라고 정의하였다. 즉

검과 마법 이야기. 그들은 후대에 도피주의(Escapism)이라는 팬터지에 쏟아진 비난

을 받는데 한몫했지만 원래 소설은 도피를 양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가.

던세이니가 쓴 소설을 읽고 존경해 왔던 미국인 제임스 브랜치 케이벨

(James Branch Cabell)은 일련의 소설들에서 그는 프왁테스메(Poictesme)라고

불리는, 중세 시대로 보이는 나라를 배경으로 냉소적인 필치로 다루어 풍자적인

무용담을 만들어 냈다. 영웅적인 모험담을 만들 어 내는 것보다 케이벨은 로맨

틱하고 비꼬는 듯한 환멸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루는 것을 좋아했다. 케이벨의

책, 『쥬르겐 Jurgen』(1919)은 <뉴욕 악덕(惡德) 금지 협회 New York Society

for the Suppression of Vice>의 공격목표가 되어 유명해졌고 케이벨의 환상 소

설의 가장 훌륭한 것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화성의 공주 A Princess of Mars』(1912)로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

(Edgar Rice Burroughs)는 미국에 환상 소설의 변종을 소개 했다. 『화성의 공

주』는 약간 조잡하게 쓰여지긴 했지만 케이벨의 재치 있고 냉소적인 소설보다

는 훨씬 더 유명해졌다. 때때로 기계 장치를 소개하고 제한되어 있긴 하지만 이

성적인 설명을 하려고 하는 시도로 인해 이 형식의 환상 문학은 영국의 중세화

되고 동양화된 환상 소설보다는 과학소설에 더 가까운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배경과 구성을 만들 때 버로우즈는 로맨스의 내재화된 꿈으로 결론을 낸다.

러브크래프트는 『Cthulhu』라는 가상의 책을 만들어 내면서 던세이니의 어

두운 환상과 켈트 신화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썼다. 러브크래프트는 그가 던세이

니 경의 영향을 받은 기간인 초창기 동안에 쓰여진 기괴하고 생생하게 채색된 환상

들로 유명해졌다. 그 중 가장 훌륭한 것은 『카다스 The Dream Quest of Unknown

Kadath』라는 단편이다. 러브크래프트의 구성은 혼란스러웠지만 냄새나는 정글과 호

화스런 도시들을 묘사하는 데에 그의 재능을 모두 시험해 화려하게 공들인 산문체를

구사했다. 스미스는 재미있 지만 분명히 전래적이고 상투적인 이야기를 썼다. 하워드

(Haword)는 야만인 영웅 코난(Conan, 켈트 신화에 나오는 영웅 이름)을 처음으로 만

들어 낸 사람이다. 코난은 스미스 덕분에 많은 독자 들에게 친숙해진 하이퍼보리아

에서 모험을 해 나간다. 그의 코난 이야기에서 하워드는 버로우즈의 영웅적이고 군

사적인 액션과 러브크래프트의 괴물, 마술, 그리고 스미스의 전설적인 선사 시대 배

경을 결합시켰다.



1930년대 미국은 SF와 팬터지를 같이 쓰는 작가가 있었는데 프리츠 라이버(Fritz

Leiber) 와 L. 스프래이그 드 캠프(L. Sprague de Camp)가 주요 인물이었다. 라이버

는 뛰어난 SF도 쓴 작가인데 그가 쓴 환상 소설은 모두 네원(Nehwon)이라는 가상

의 세계에 있는, 도둑들이 지배하며 음모에 시달리는 랑크마르(Lankhmar)라는 도시

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두 명의 건달, 파파드(Fafhaard)와 그레이 마우저(Gray

Mouser)가 빼어난 구성에 빠른 진전을 가진 이 모든 이야기에 나오는 두 주인공이

다. L. 스프라그 드 캠프의 환상 소 설은 구성 밑에 논리가 깔려 있는 루이스 캐롤의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스프래이그 드 캠프는 특히 신화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일련

의 시리즈물을 썼는데 Harold Shea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심리학자인 해롤드 쉬

어의 신화 세계의 모험담은 각각 다른 중편들로 이뤄져 있다.





3. 톨킨과 동시대인



1940년대와 1950년대, 미국의 환상 작가들이 주로 잡지에 단편적인 연재 소설을

쓰는 동안 영국의 환상 작가들은 계속해서 더 넓고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해 문학적으

로 인정을 받을 만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 테렌스 핸베리 화이트(Terence Hanbury

White)는 아서 왕(King Arthur)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들 첫편인『바위에 꽂힌

칼 The Sword in the Stone』(1939)을 발표했다. 이 유명한 책은 아서 왕의 어린 시

절을 이야기하기 위해 환상의 요소들과 희극적인 요소들을 섞었다. 종종 아동용 소

설로 분류되기도 하 는 이 책은 따스함과 사랑이 차 있는 산문 형식으로 된 상당히

학문적인 민담들을 소개한다. 1958년에 화이트는 『바위에 꽂힌 칼』의 일부를 고쳐

써서 다른 책 두 권, 즉 『숲속의 마녀 The Witch in the Wood』, 『못된 기사

Ill-made Knight』와 연결시켰다. 이 둘은 그의 첫번째 책의 속편이 된 것이다. 그리

고 그는 『바람 속의 양초 The Candle in the Wind』를 새로이 추가해 그 네 권의

4부작을 『과거 그리고 미래의 왕 The Once and Future King』이라는 제목 아래

한 권으로 냈다. 화이트의 환상 소설은 영국과 미국 모두 넓은 독자층을 가지게 되

었다.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이 시대 영국의 작가는 신학과 문학 비평 같은 분야에서

남긴 업적으로도 유명한 클라이브 스태플즈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

1963)이다. 팬터지 작가로서 루이스는 아동물인 『The Chronicles of Narnia』로 초

석을 다진 뒤 『조용한 행성의 바깥 Out of the Silent Planet』, 『페렐란드라

Perelandra』, 그리고 『저 무서운 힘 That Hideous Strength』삼부작으로 명성을

더욱 드높였다. 특히 저 삼부작은 사이언스 팬터지(Science Fantasy)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루이스는 이전 세기의 종교적 공상가, 조지 맥도널드(George Macdonald)

에게 영향을 받았다. 맥도널드는 북구, 아일랜드,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루이스가 자신의 생각을 문학적으로 표현할

때 그 의 글은 신학적인 설교조를 띤 환상 형식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의 3부작은

SF, 신비주의, 신학, 오컬트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심각한 심리학적, 신학적 주제가 많은 수의 훌륭한 작품에서 나타남에도 불구하

고 팬터지가 일반적으로 순수한 도피주의로나 여겨지다가 이 사람대에 와서는 그 평

가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영국의 언어학자이자 중세 학자인 톨킨(J. R. R. Tolkien)이

바로 그사람이다.

그의 업적은 문학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의 글은 윌리엄 모리스에서 시작

된 전통을 곧바로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사실 톨킨의 『반지의 지배자 The Lord

of the Rings』(1953) 3부작을 뒤늦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읽음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환상 소설의 전통 에 대한 더 일반적이고 진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3부작은

1960년대에 미국에서 컬트적인 숭상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농담중에

<세상에는 그 책들 『반지의 지배자』를 읽은 자와 읽지 않은 자로 나뉜다>라는 말

이 있었다고 한다. 『반지의 동지들 The Fellowship of the Ring』,『두개의 탑 The

Two Towers』, 『왕의 귀환 The Return of the King』은 자신의 목적과 방법에 대

해 그가 한 설명들과 함께 팬터지라는 장르의 표준에 대한 중요한 해설, 그리고 정

의가 되었다. 톨킨에게 팬터지는 일관성 있는 <다른 세계 Other World>를 만들어내

는 예술이었다. 특히 이 점은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인들을 매료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는 세계관의 모든 세세한 디테일까지도 다 만들어내었는데 신화, 전

설 뿐만 아니라 그의 주특기였던 언어까지도 창조하였다. 이런 디테일들은 역시 그

의 책이 가지는 가짜 역시 pseudo-history 를 더욱 신빙성있게 만들어주는, 즉 그의

세계를 좀더 사실적으로 만들어 독자의 불신감을 줄였다.



영국에서는 3부작 팬터지가 이시기에 또 하나 나왔다. 많은 독자들의 견해에 따

르면 톨킨의 것에 맞먹을 만한 작품인 것이다. 별난 데 가 있는 중국 태생 영국 소

설가인 비평가 머빈 피크(Mervyn Peake)는 1950년대가 끝날 무렵 『고르멩거스트

Gormeng hast』 3부작을 완결지었다. 3부작은 1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쓰여진 것이

다. 이 3부작은 『타이터스의 신음Titus Groan』, 『고르멩거스트 Gormenghast』,

『외로운 타이터스 Titus Alone』 세 권으로 되어 있다. 이 책들은 피크가 1968년에

죽기 직전에 페이퍼 백 판으로 재출판되고 나서야 널리 유명해졌다.

<고르멩거스트 3부작>은 영국 환상 소설의 특징인 중세 비슷한(pseudo

medieval) 배경을 가지고 있다. 등장 인물들은 훌륭하게 표현된 그로테스크함에서 디

킨즈의 인물을 연상시킨다. 내용은 이상한 시대착오와 기괴한 풍경, 그리고 희한한

풍속들로 꽉차 있다.



4. 톨킨 이후 (After Tolkien)



톨킨 이후 그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 이후의 경향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1) 톨킨 이후의 미국



사실 톨킨이 제대로 영향을 미친 나라는 미국이었다. 왜 미국이었을까? 답은 미

국이 역사가 없다는 점에 있다. 톨킨은 한 세계를 완벽하게 설정하여 역사와 문화와

전설과 신화를 만들어내었고 역사가 없고, 신화와 전설이 없는 미국인의 마음을 사

로잡아 그 아류작이 속출해낸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는 수도 없이 많지만 독특한 점은 여성 작가의 배출이라는 점이다.

거기다 톨킨 이후 최고의 작가라는 칭송과 더불어 톨킨의 후계자라는 소리도 듣는

어슐러 르귄(Urshula K. LeGuin)이 있다. 르귄은 톨킨 이후의 팬터지의 발전에 가장

큰 몫을 했고 가장 독특하게 톨킨을 계승하였다. 르귄의 대표작인 『어스시 4부작』

이 차례대로 발표되면서 르귄은 팬터지 작가중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 톨킨이 언

어학이라는 학문을 이용하여 <다른 세계>에 현실감을 높였다면 르귄은 <인류학>을

이용하여 현장감을 높였다.

르귄 말고도 <퍼언 시리즈 Pern Series>의 앤 매카프리Anne McCafrey, <다크오

버 시리즈 Darkover series>의 매리온 짐머 브래들리Marion Zimmer Bradley(최근

타계), 앙드레 노튼Andre Norton 같은 과학Science를 일종의 경이감Wonder으로

사용하는 여성 작가들과 롤플레잉 게임을 위한 D&D 시리즈의 마가렛 와이스

Margaret Weis 같은 작가들까지 해서 팬터지 여성 작가들이 하나의 군을 이루고 있

다는 점이다. 안젤라 카터Angela Carter나 조애너 러스Joanna Russ같은 페미니즘 경

향의 팬터지를 쓰는 작가들도 나왔다.

물론 대표적인 남성 작가들도 많다. <시간의 굴레 Wheel of Time> 시리즈의 로

버트 조던Robert Jordan이나 삼부작의 태드 윌리엄

스Tad Williams, <리프트워 사가 Riftwar Saga>의 Raymond E. Feist, <벨가리온

시리즈 Belgarion Series>의 데이빗 에딩스David Eddings, <앰버 시리즈 Amber

Series>의 로저 젤라즈니Roger Zelazny와 같은 수많은 작가들이 있고 이들은 톨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라는 것을 전제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

고 있다.



현대 미국 팬터지 작가의 특징은 SF와 Fantasy 두 장르를 모두 쓰는 작가가 많

다는 점이고 또 Science Fantasy라는 새로운 장르의 출현이다. 이 장르의 대표적인

작가라면 Zelazny, Bladley, MaCcafrey, Norton을 들 수 있겠다. 이 사람들은 과학기

계를 일종의 경이(Wonder) 로 취급함으로써 새로운 팬터지의 출현을 갖고 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이 장르는 루이스의 <화성 삼부작>에서 발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영국에서 건너온 전통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SF와 Fantasy 사이의 긴밀한 유대감의 출현도 있을 수 있겠다.



2) 톨킨 이후의 영국



톨킨 이후의 영국은 팬터지보다는 SF에서 더 큰 영향을 미쳤다. 1960년대의 SF

에서의 <뉴웨이브> 운동을 주도했던 세력들이 영국을 기점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

서, 또 그 <뉴웨이브>운동이 전혀 기대도 못했던 팬터지쪽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일 것이다. 마이클 무어콕

Michael Moorcock이 그런 작가인데 그는 <뉴웨이브>운동의 당수쯤 되는 인물로 자

신이 편집장으로 있던 잡지에 SF를 쓰지 않고 팬터지를 써서 Anti heroic이라는 새

로운 장르를 출범시켰던 작가이다. 역시 코난 등이 나오는 heroic 팬터지에서 피드백

으로 뛰어나온 이 장르는 그 뒤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이것은 후에 미국으

로 건너가 다른 책들에게 영향을 주었다.톨킨 이후의 영국 팬터지는 사실 볼 것이

그다지 많질 않다. 종주국의 자리를 미국에게 빼앗긴지 오래이다. 독특한 점은 미국

작가들이 톨킨을 따라 영국으로 이주해가 영국에 귀화를 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작가가 아동용 팬터지인 <어둠은 떠오른다 Dark is Rising>의 작가인 수잔 쿠퍼

Susan Cooper이다. 그녀는 옥스퍼드에서 톨킨의 제자로 있었던 적도 있다. 또, 앨런

가너Alan Garner는 『올빼미 접시 The Owl Service』나 『Red Rift』 등의 웨일즈

전실과 신화가 가미된 팬터지를 집필하여 근근히 명맥을 이었다. 이들 말고도 테리

프라쳇은 <디스크월드 시리즈 Discword Series>라고 코믹 팬터지 Comic Fantasy

를 발표하고 있다.





결론



현대 문학에서의 위치를 따지고 본다면 일단 포스트 모더니즘의 등장과 그 작가

들이 팬터지적 기법을 받아들여 - 즉 메이저에 마이너가 진출한 셈이다 - 문학작품

으로써의 팬터지를 속속 발표하였고 이런 점에서 팬터지의 위치가 과거의 싸구려 펄

프픽션에서 새로운 조류로, 그리고 평론가들에게 팬터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과

더불어 각각 새로운 평론집이 발표되고 있다. 이론서도 꽤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문학 작품으로써의 팬터지와 장르화되어 발달된 팬터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있다는 점이다. 즉, 팬터지라는 문학의 서브장르의 영역을 어떻게 위치지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이다. SF, 고딕 소설, 누보로망, 초현실주의 소설 등과

이것을 어떻게 구별지어야 할지는 아직은 크게 이렇다할 만한 이론이 없을 뿐만 아

니라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 소개된 책

이 적은 것도 이유겠지만 팬터지라고 나오는 책들 모두 전형적인 미국의 펄프 픽션

의 예를 모방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로써는 외국과는 그다지

구별되지 않는 책들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가타부타 말할 수가

없다고 본다.



톨킨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서 19세기 빅토리아조에서 시작하여 살펴보았다. 과연

팬터지가 비평가들이 한동안 주장하던 도피 문학인지는 좀더 생각해볼 여지를 남겨

준다. 캐슬린 흄Kathlyn Hum이 『미메시스와 팬터지 Mimesis and Fantasy』에서

주장하길 모든 소설이 어차피 미메시스, 즉 현실의 모방이라면 팬터지 역시 그러하

다고 주장하면서 그래서 도피주의는 말이 안되는 비난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내 입

장도 그러하다는 것을 밝히겠다. 팬터지는 절대 도피 문학이 아니다. 러브크래프트가

하워드가, 버로우즈가 케이벨이 무엇을 썼던간에 그것 모두 작가가 현실의 사람이고

개개인의 경험에서 자극받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글을 썼다는 점에서 그것 모두 심리

학적으로, 상징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인 개개인의 메타포로 위장된 경험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팬터지는 현대인의 신화요 동화요 민화이다. 19세기말 다윈의 진화론과 자본주의

가 싹트면서 현대인들은 상상력의 토대였던 옛날 이야기를 잃어버렸고 그것이 현대

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이 되었을 뿐이다. 결국 모습은 바뀌고 있지만 목적은 똑같

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옛날 사람들이 "옛날 옛날 한옛날에, 호랑이가 담배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하던 그 얘기를 믿었을까? 물론 믿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그 안에 내

표된 교훈과 메타포와 해학을 즐겼을 것이다. 이점에서 팬터지는 현대인의 옛날 이

야기요 신화요 동화이다. 즉, 엔터테인먼트로써의 기능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을 강조할까 한다.



그리고 왜 하필 발생지인 영국도 아닌 미국에서 발전을 하고 인기를 모으는 것일

까? 이런 점은 생각해 본적이 없는가? 답을 주겠다. 그 이유는 미국에 역사 History

와 신화Myth 그리고 전설Legend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건

너온 이주민의 자손들은 자체만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가상의 역사 Pseudo-History

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그때 마침 자체만의 역사와 신화와 전설을 갖고 있

는 톨킨의 <미들 어스Middle Earth>가 떡하니 나타났다. 미국인들은 거기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정신 세계를 뒤받침해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가

상의 역사 소설에 탐닉했고 그것이 정착해서 요즘의 팬터지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단 한가지 답이지 모든 것에 답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에서 우리는 현대인에게 팬터

지가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인류가 지속되는 한 소설은 계

속 쓰여질 것이고, 팬터지도 계속 창작될 것이다.





참고문헌

Kathryn Hume, 『Mimesis and Fantasy』

Brian Attbery, 『The Fantasy Tradition in American Literature』

Urshul K. LeGuin, 『The Language of the Night』

J. Cawthorn & Michael Moorcock, 『Fantasy the 100 Best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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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y's 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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