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우우우우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웅장한 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침몰할거야.”
아인은 모든 것이 웅웅 거리는 것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남겠다고 말하며 자신과 할머니를 보트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 주여.”
간신히 눈을 떴지만 사고가 진행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배를 주먹으로 쳐서 기절시킨 것 같았지만 자세한 기억은 없다. 비몽사몽 간에 살짝 뜬 그녀의 시선에 검은 수평선 위로 타오르는 촛불과 같이 빛나는 배가 있었다. 배가 점점 수평이 됨에 따라 전등이 많이 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동력부가 망가지지 않아서인지 상당히 많은 수의 전등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또한 아래 부분에 불이 붙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마치 바다 위에 불이 난 것 같았다. 그때 또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간다.”
그 말이 신호가 된 듯, 배의 용골이 뒤틀리며 배가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거대한 호를 그리며 배의 침몰이 빨라졌다. 그 때였다. 보트를 몰던 선원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소용돌이가……”
사람들은 그 선원을 돌아보았고, 잠시 침몰하는 배를 보던 선원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너무 크다!”
보트에 탄 모두는 등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선원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젠장! 모두 저어요! 이 보트까지 먹히고 싶지 않으면!”
그 말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노와 손, 그리고 갖가지 기구들을 사용해 배를 젖기 시작했다. 필사적이었지만 속도가 그리 빨리 지지도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보트를 잡아당기고 있는 듯 했다.
숙녀들은 값비싼 드레스가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가방으로 바닷물을 휘저었다. 남자들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것도 알지 못한 체 죽어라 노를 저었고, 마크가 부축해주었던 노파도 앙상한 손으로 노를 저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파도가 온다! 모두 뭐든지 붙잡고 엎드려요!”
바다가 철렁하는 느낌이 든 것은 거의 바로였다. 거대한 파도였다. 구명보트는 마치 누군가가 들어올린 것처럼 수 미터 위로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다시 바다에 떨어졌다. 배가 침몰하는 소리에 묻혀서 철썩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배에 탄 모두는 긴 뱀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기분을 맛봐야 했다.
보트에 부딪쳐서 어딘가에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파도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조금 더 격했다. 배에 비하면 이쑤시개 같은 구명보트의 용골이 부서지는 소리도 들렸다. 바다에 단련된 선원들은 그 와중에 기도문을 외우면서 노를 저을 여력이 남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 그리고 연이여 세 번째 파도가 그들을 덮쳤다.
우지끈!
배가 침몰하는 소리 사이에서 보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보트의 파편을 붙잡거나, 혹은 가라 앉았다. 사람의 몸은 물에 뜨지만 입고 있는 옷이 물을 많이 먹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인의 몸이 차가운 바닷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의 그녀는 거의 돌처럼 가라 앉았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가라앉는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비슷한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배가 침몰하면서 생긴 파도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몰아쳤고, 그런 상황에서는 배를 수 십 년 동안 탔던 선원들도 별 도리가 없었다. 아인의 흐려지는 시선에 어떤 이가 괴로워하면서 죽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떤 이는 죽는 순간에도 가방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아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맥박은 차가운 바다에 의해 점점 느려져 갔다. 근육은 굳어지고 피가 차가워진다.
내가 구해줄게.
에리아의 정신이 다가간다. 그녀는 아인의 정신에 접속했다.
‘당신은 누구?’
아인의 질문에 에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정신을 뻗어 그녀의 영혼에 접속했다. 그렇게 해서 몸은 죽지만 그녀의 정신은 살 것이다. 어차피 그녀가 라쿤으로 대리고 갈 수 있는 것은 아인의 정신뿐이다.
시간이 멈췄다.
아니, 아인의 시간이 멈췄다. 바다 위는 살아남은 이들과 죽은 이들의, 혹은 죽어가는 이들의 희비가 교차했지만 바다 아래는 놀랍도록 고요했다. 그렇게 최후의 시간은 고요했다.
아름다운 밤이다. 하늘에서는 모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별들이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부서진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후의 두 남녀가 소파의 옆구리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배가 많이 기울어진 탓에 그런 것이다.
“여보.”
이미 불이 꺼진 회랑에서 에이코가 마크의 품에 안긴 채 말을 걸었다.
“우리 아이. 행복하겠죠?”
“그럼. 우리 아인은 착하고 지혜로우니까, 어딜 가든 사랑 받을 거요.”
그렇게 말하고는 마크는 에이코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우리가 이렇게 사랑한 딸이기에 어딜 가든지, 누구 손에 있던지 강하고 지혜롭게 자랄 거라 생각하오.”
에이코의 작은, 그러나 행복에 가득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렇겠네요.”
4월 14일 1912년
인류가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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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이제 비축분이 반 남았군요!
열필할 시간이네요 ㅎㅎ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웅장한 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침몰할거야.”
아인은 모든 것이 웅웅 거리는 것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남겠다고 말하며 자신과 할머니를 보트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 주여.”
간신히 눈을 떴지만 사고가 진행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배를 주먹으로 쳐서 기절시킨 것 같았지만 자세한 기억은 없다. 비몽사몽 간에 살짝 뜬 그녀의 시선에 검은 수평선 위로 타오르는 촛불과 같이 빛나는 배가 있었다. 배가 점점 수평이 됨에 따라 전등이 많이 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동력부가 망가지지 않아서인지 상당히 많은 수의 전등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또한 아래 부분에 불이 붙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마치 바다 위에 불이 난 것 같았다. 그때 또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간다.”
그 말이 신호가 된 듯, 배의 용골이 뒤틀리며 배가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거대한 호를 그리며 배의 침몰이 빨라졌다. 그 때였다. 보트를 몰던 선원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소용돌이가……”
사람들은 그 선원을 돌아보았고, 잠시 침몰하는 배를 보던 선원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너무 크다!”
보트에 탄 모두는 등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선원은 악을 쓰며 소리쳤다.
“젠장! 모두 저어요! 이 보트까지 먹히고 싶지 않으면!”
그 말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노와 손, 그리고 갖가지 기구들을 사용해 배를 젖기 시작했다. 필사적이었지만 속도가 그리 빨리 지지도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보트를 잡아당기고 있는 듯 했다.
숙녀들은 값비싼 드레스가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가방으로 바닷물을 휘저었다. 남자들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는 것도 알지 못한 체 죽어라 노를 저었고, 마크가 부축해주었던 노파도 앙상한 손으로 노를 저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파도가 온다! 모두 뭐든지 붙잡고 엎드려요!”
바다가 철렁하는 느낌이 든 것은 거의 바로였다. 거대한 파도였다. 구명보트는 마치 누군가가 들어올린 것처럼 수 미터 위로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다시 바다에 떨어졌다. 배가 침몰하는 소리에 묻혀서 철썩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배에 탄 모두는 긴 뱀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기분을 맛봐야 했다.
보트에 부딪쳐서 어딘가에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파도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조금 더 격했다. 배에 비하면 이쑤시개 같은 구명보트의 용골이 부서지는 소리도 들렸다. 바다에 단련된 선원들은 그 와중에 기도문을 외우면서 노를 저을 여력이 남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 그리고 연이여 세 번째 파도가 그들을 덮쳤다.
우지끈!
배가 침몰하는 소리 사이에서 보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보트의 파편을 붙잡거나, 혹은 가라 앉았다. 사람의 몸은 물에 뜨지만 입고 있는 옷이 물을 많이 먹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인의 몸이 차가운 바닷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의 그녀는 거의 돌처럼 가라 앉았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가라앉는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비슷한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배가 침몰하면서 생긴 파도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몰아쳤고, 그런 상황에서는 배를 수 십 년 동안 탔던 선원들도 별 도리가 없었다. 아인의 흐려지는 시선에 어떤 이가 괴로워하면서 죽어가는 것이 보였다. 어떤 이는 죽는 순간에도 가방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아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맥박은 차가운 바다에 의해 점점 느려져 갔다. 근육은 굳어지고 피가 차가워진다.
내가 구해줄게.
에리아의 정신이 다가간다. 그녀는 아인의 정신에 접속했다.
‘당신은 누구?’
아인의 질문에 에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정신을 뻗어 그녀의 영혼에 접속했다. 그렇게 해서 몸은 죽지만 그녀의 정신은 살 것이다. 어차피 그녀가 라쿤으로 대리고 갈 수 있는 것은 아인의 정신뿐이다.
시간이 멈췄다.
아니, 아인의 시간이 멈췄다. 바다 위는 살아남은 이들과 죽은 이들의, 혹은 죽어가는 이들의 희비가 교차했지만 바다 아래는 놀랍도록 고요했다. 그렇게 최후의 시간은 고요했다.
아름다운 밤이다. 하늘에서는 모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별들이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부서진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후의 두 남녀가 소파의 옆구리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배가 많이 기울어진 탓에 그런 것이다.
“여보.”
이미 불이 꺼진 회랑에서 에이코가 마크의 품에 안긴 채 말을 걸었다.
“우리 아이. 행복하겠죠?”
“그럼. 우리 아인은 착하고 지혜로우니까, 어딜 가든 사랑 받을 거요.”
그렇게 말하고는 마크는 에이코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우리가 이렇게 사랑한 딸이기에 어딜 가든지, 누구 손에 있던지 강하고 지혜롭게 자랄 거라 생각하오.”
에이코의 작은, 그러나 행복에 가득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렇겠네요.”
4월 14일 1912년
인류가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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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이제 비축분이 반 남았군요!
열필할 시간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