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 파도는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고, 그 위에서 서서히 가라앉는 배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기관이 파괴되고 배에 물이 들어차는 소리와 압력에 못 이겨 터지는 유리창 소리. 배가 가라앉기를 재촉하듯 부딪치는 거대한 파도. 그리고 흔들리는 선박. 그러나 자연은 고요했다.
오히려 폭풍이 쳤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밤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했고 바람도 선선했다. 자연은 그렇게 인류의 오만이 가라앉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패닉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1000 달러를 내지! 나를 좀 태워줘요!”
구명보트 근처에 서있던,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돈다발을 흔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 옆에서 다른 사람이 외친다!
“난 2000 달러를 내겠소!”
“난 그 두 배를 내지!”
하지만 안전보트에 사람들을 태우던 선원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여긴 경매소가 아닙니다. 저희가 받은 명령은 여자와 아이, 노인, 그리고 남자 순서였습니다. 체통을 지키시죠.”
물론 그에 대한 반박도 만만찮았다.
“죽으면 체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내가 죽으면 우리 회사는 망한다 말입니다!”
“우리 홀어머니는!”
등등. 그들의 저항이 거세어 지자 결국 그는 품 속에서 피스톨을 꺼내 들 수 밖에 없었다.
타앙!
작은 납덩이였고, 공중으로 발사되었지만 그것은 소란을 중지시키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총을 쏜 선원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면 살 사람도 못 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차피 언젠가는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잠깐의 침묵.
“우리 모두 죽음이 목전 앞에 다가왔을 때만큼은 고상해집시다.”
그 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창피함을 느끼게 했고, 숙연함마저 가지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 다투어 보트에 타려던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게 되었고, 돈다발을 흔들던 이들 중 몇몇은 노인들과 아이들을 앞에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선원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이들 중 과연 몇 명이 남게 될까? 선원들은 오히려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자신들의 죄책감이 약간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라며.
사람들이 고분고분 선원들의 인도를 따르자 약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마크 가족의 차례가 되었다.
마크가 아인과 노파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서자 선원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마크를 제지했다.
“우선 부인과 따님이 타야 합니다, 아이젠아워 씨.”
그는 바로 탑승 장에서 그들의 티켓을 검사했던 선원이었다. 친밀한 얼굴에 마크는 중절도 끝을 살짝 누르며 간단하게 인사한 뒤, 말했다.
“압니다. 근데 이 할머니도 타도 되겠습니까? 전 나중에 타도 됩니다만…….”
그때 아인의 비명과 같은 단발마가 마크의 말을 끊었다.
“안 돼!”
그녀는 마크의 허리춤을 잡으며 소리쳤다.
“아빠가 왜 남아! 아빠가 남으면 나도 남을 거야!”
“아인.”
“싫어!”
“아인.”
“같이 가!”
어느새 노파를 내려놓은 마크가 아인의 양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말했다.
“아인.”
그녀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크가 다정하게 말했다.
“엄마랑 먼저 가있으렴. 아빠도 곧 따라 갈게.“
“그래도…….”
“아인. 아인은 착한 아이지?”
“착하지 않아.”
그녀의 심통이 난 듯한 말투에 마크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아인은 아빠를 사랑하지?”
그 말에 아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인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마크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아빠 말대로 한 번만 해주렴. 무사히 집에 가게 되면 동물원에 데리고 가준다고 약속하마.”
“……아이스크림.”
“응?”
아인이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들며 말했다.
“아이스크림도 추가. 셜록 홈즈 책 전권이랑.”
마크는 아인을 한 번 껴안아 주며 대답했다.
“오냐. 물론이지.”
그때 선원이 머뭇거리며 끼어들었다.
“저 아이젠아워 씨?”
마크와 아인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았고 선원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기…….”
말을 맺지 못하던 선원은 이윽고 말을 이었다.
“보트엔 자리가 두 개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만.”
밖에서 사람들이 내는 소란과는 별도로 배 안은 고요했다. 탈출을 포기한 이들, 가족 때문에 자리를 양보한 이들. 혹은 부상 때문에 남겨진 이들 등등. 자의든 타의든 그들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배가 이렇게 허무하게 침몰하는 거였었나?”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지만, 배 안에 탄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의 질문을 이해했다. 선체가 기울어짐에 따라 파손되는 부분도 많아 졌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폭발이나 불꽃은 없었다. 불이 난 곳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갈라진 부분부터 물이 차다가,
‘그냥 쭉 가라앉겠지.’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한 최후였다. 하지만 바다는 폭풍우나 울렁이는 파도, 귀를 먹게 만들 것만 같은 바람 소리 등등, 흔히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하나도 연출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고요하게 자신의 일부분을 채워 넣으며 배가 가라 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점점 기울어지는 선체를 느끼며 마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술을 마시던 회랑에 앉아 있었다.
“후우.”
마크는 연기를 뿜으며 파이프를 든 손을 내려다 보았다. 붉은 불씨 속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담뱃잎이 타들이 가고 있다. 잘 한 일일까? 아인은 화를 내겠지. 날 용서하지 않을 지도 모르고. 하지만……
“후회하진 않죠?”
옆에서 그가 제일 사랑하는 두 여인 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코의 손에는 <셜록 홈즈: 실버 블레이즈>라는 책이 한 권 들려있었다. 그녀의 손에 남은 페이지는 몇 장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아인은 착한 아이니까, 아마 괜찮을 거에요. 울긴 하겠지만.”
“그렇겠지요.”
마크는 작게 한 숨을 쉬며 하늘을 보았다. 수 많은 별들이 내려다 보는 아름다운 밤이다. 몇 분 뒤 마크는 담배를 다 피웠고, 에이코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에이코가 책을 덮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역시 범인은 스트레이커였어. 아인도 꽤 늘었단 말이야. 나중에 칭찬해 줘야지.”
물론 그녀는 그들이 다시는 아인에게 칭찬을 해주지 못 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그때 한 손가락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느새 그녀의 옆으로 다가온 마크였다.
“울지 말아요.”
언제나처럼 다정한 그의 말에 에이코가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난 행복한 여자에요. 당신을 만난 다음부터 이렇게 큰 사랑만 받고 살고 있으니까요.”
그 말에 마크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나도 행복하오.”
마크가 에이코의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다.
그때였다. 그의 품 속에서 에이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게 무슨 소리죠?”
마크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봤다. 분명히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상갑판 쪽인가? 들려오는 소리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이 있는 챔버 (Chamber) 악단이었다. 처음엔 튜닝을 하는 듯한 긴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침몰하는 배를 추도하는 듯한, 혹은 이 배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연주하는 잔잔하지만 밝은 곡이었다. 마크가 중얼거렸다.
“아름다운 노래군.”
에이코가 미소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사랑에 빠지게 한 그 미소다.
“그러게요.”
“사랑하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둘의 시선이 만나고, 곧이어 둘의 입술이 마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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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업뎃이군요
모두 즐거운 주말 되셨길 바라며!!
기관이 파괴되고 배에 물이 들어차는 소리와 압력에 못 이겨 터지는 유리창 소리. 배가 가라앉기를 재촉하듯 부딪치는 거대한 파도. 그리고 흔들리는 선박. 그러나 자연은 고요했다.
오히려 폭풍이 쳤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밤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했고 바람도 선선했다. 자연은 그렇게 인류의 오만이 가라앉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패닉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1000 달러를 내지! 나를 좀 태워줘요!”
구명보트 근처에 서있던,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한 남자가 돈다발을 흔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그 옆에서 다른 사람이 외친다!
“난 2000 달러를 내겠소!”
“난 그 두 배를 내지!”
하지만 안전보트에 사람들을 태우던 선원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여긴 경매소가 아닙니다. 저희가 받은 명령은 여자와 아이, 노인, 그리고 남자 순서였습니다. 체통을 지키시죠.”
물론 그에 대한 반박도 만만찮았다.
“죽으면 체통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내가 죽으면 우리 회사는 망한다 말입니다!”
“우리 홀어머니는!”
등등. 그들의 저항이 거세어 지자 결국 그는 품 속에서 피스톨을 꺼내 들 수 밖에 없었다.
타앙!
작은 납덩이였고, 공중으로 발사되었지만 그것은 소란을 중지시키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총을 쏜 선원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면 살 사람도 못 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차피 언젠가는 죽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잠깐의 침묵.
“우리 모두 죽음이 목전 앞에 다가왔을 때만큼은 고상해집시다.”
그 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창피함을 느끼게 했고, 숙연함마저 가지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 다투어 보트에 타려던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게 되었고, 돈다발을 흔들던 이들 중 몇몇은 노인들과 아이들을 앞에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선원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이들 중 과연 몇 명이 남게 될까? 선원들은 오히려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자신들의 죄책감이 약간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라며.
사람들이 고분고분 선원들의 인도를 따르자 약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마크 가족의 차례가 되었다.
마크가 아인과 노파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서자 선원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마크를 제지했다.
“우선 부인과 따님이 타야 합니다, 아이젠아워 씨.”
그는 바로 탑승 장에서 그들의 티켓을 검사했던 선원이었다. 친밀한 얼굴에 마크는 중절도 끝을 살짝 누르며 간단하게 인사한 뒤, 말했다.
“압니다. 근데 이 할머니도 타도 되겠습니까? 전 나중에 타도 됩니다만…….”
그때 아인의 비명과 같은 단발마가 마크의 말을 끊었다.
“안 돼!”
그녀는 마크의 허리춤을 잡으며 소리쳤다.
“아빠가 왜 남아! 아빠가 남으면 나도 남을 거야!”
“아인.”
“싫어!”
“아인.”
“같이 가!”
어느새 노파를 내려놓은 마크가 아인의 양 어깨를 지긋이 누르며 말했다.
“아인.”
그녀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크가 다정하게 말했다.
“엄마랑 먼저 가있으렴. 아빠도 곧 따라 갈게.“
“그래도…….”
“아인. 아인은 착한 아이지?”
“착하지 않아.”
그녀의 심통이 난 듯한 말투에 마크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아인은 아빠를 사랑하지?”
그 말에 아인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인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마크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아빠 말대로 한 번만 해주렴. 무사히 집에 가게 되면 동물원에 데리고 가준다고 약속하마.”
“……아이스크림.”
“응?”
아인이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들며 말했다.
“아이스크림도 추가. 셜록 홈즈 책 전권이랑.”
마크는 아인을 한 번 껴안아 주며 대답했다.
“오냐. 물론이지.”
그때 선원이 머뭇거리며 끼어들었다.
“저 아이젠아워 씨?”
마크와 아인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았고 선원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기…….”
말을 맺지 못하던 선원은 이윽고 말을 이었다.
“보트엔 자리가 두 개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만.”
밖에서 사람들이 내는 소란과는 별도로 배 안은 고요했다. 탈출을 포기한 이들, 가족 때문에 자리를 양보한 이들. 혹은 부상 때문에 남겨진 이들 등등. 자의든 타의든 그들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배가 이렇게 허무하게 침몰하는 거였었나?”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지만, 배 안에 탄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의 질문을 이해했다. 선체가 기울어짐에 따라 파손되는 부분도 많아 졌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폭발이나 불꽃은 없었다. 불이 난 곳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나도 고요했다. 갈라진 부분부터 물이 차다가,
‘그냥 쭉 가라앉겠지.’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한 최후였다. 하지만 바다는 폭풍우나 울렁이는 파도, 귀를 먹게 만들 것만 같은 바람 소리 등등, 흔히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은 하나도 연출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고요하게 자신의 일부분을 채워 넣으며 배가 가라 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점점 기울어지는 선체를 느끼며 마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술을 마시던 회랑에 앉아 있었다.
“후우.”
마크는 연기를 뿜으며 파이프를 든 손을 내려다 보았다. 붉은 불씨 속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담뱃잎이 타들이 가고 있다. 잘 한 일일까? 아인은 화를 내겠지. 날 용서하지 않을 지도 모르고. 하지만……
“후회하진 않죠?”
옆에서 그가 제일 사랑하는 두 여인 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코의 손에는 <셜록 홈즈: 실버 블레이즈>라는 책이 한 권 들려있었다. 그녀의 손에 남은 페이지는 몇 장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아인은 착한 아이니까, 아마 괜찮을 거에요. 울긴 하겠지만.”
“그렇겠지요.”
마크는 작게 한 숨을 쉬며 하늘을 보았다. 수 많은 별들이 내려다 보는 아름다운 밤이다. 몇 분 뒤 마크는 담배를 다 피웠고, 에이코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에이코가 책을 덮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역시 범인은 스트레이커였어. 아인도 꽤 늘었단 말이야. 나중에 칭찬해 줘야지.”
물론 그녀는 그들이 다시는 아인에게 칭찬을 해주지 못 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그때 한 손가락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느새 그녀의 옆으로 다가온 마크였다.
“울지 말아요.”
언제나처럼 다정한 그의 말에 에이코가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난 행복한 여자에요. 당신을 만난 다음부터 이렇게 큰 사랑만 받고 살고 있으니까요.”
그 말에 마크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나도 행복하오.”
마크가 에이코의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다.
그때였다. 그의 품 속에서 에이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게 무슨 소리죠?”
마크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봤다. 분명히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상갑판 쪽인가? 들려오는 소리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이 있는 챔버 (Chamber) 악단이었다. 처음엔 튜닝을 하는 듯한 긴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침몰하는 배를 추도하는 듯한, 혹은 이 배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연주하는 잔잔하지만 밝은 곡이었다. 마크가 중얼거렸다.
“아름다운 노래군.”
에이코가 미소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사랑에 빠지게 한 그 미소다.
“그러게요.”
“사랑하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둘의 시선이 만나고, 곧이어 둘의 입술이 마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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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업뎃이군요
모두 즐거운 주말 되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