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시 06분
화려한 샹들리에에서 나오는 불빛이 크리스털로 된 잔 위에 떨어진다. 최고급 천으로 만든 붉은 양탄자는 여인들의 뾰족한 구두나 사내들의 힘찬 구둣발에도 하나의 구김이나 상처가 없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바쁘게, 그러나 우아하게 움직이는 고용인들은 음식 냄새가 퍼지지 않게 적당히 향수를 뿌리며 다니고 있었고, 만찬 동안 힘찬 연주를 선보인 악사들은 자기들끼리 눈으로 대화를 나누며 느린 전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저녁 만찬이 끝난 회랑에는 큰 웃음보다는 소소한 미소, 그리고 연인들이나 내일 쯤에는 연인이 될 젊은이들의 은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아이젠아워 가족도 있었다.
“아인, 졸리지 않니?”
“괜찮아.”
하지만 작게 하품을 하며 말했기에 아인의 대답은 그리 설득력이 없었다. 에이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10분만 더 있다가 가서 자자. 엄마도 좀 피곤하네.”
아인이 다시 작게 하품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간단한 쿠키와 홍차 등으로 다과를 즐기던 그들 앞으로 어떤 선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성급히 회랑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다른 선원이 그의 교양 없는 걸음걸이를 지적했지만 그는 들리지도 않는 듯 서둘러 조타실로 향했다. 회랑에 있던 몇몇이 불안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대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밤 11시 32분경.
한 선원이 급하게 선장 실을 박차고 들어오며 외쳤다. 조타실에서 당번을 서야 할 부선장이었다. 하루 일과를 적으며 간단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선장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밤 중에 무슨 일이야? 노크도 하지 않고 선장 실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다는 것이겠지? 시 덥잖은 일이면 네 녀석의 엉덩이를 차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죄송합니다, 선장님! 하지만 전방에 장애물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확인을!”
그 말에 선장은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장애물?”
“네! 파수를 보던 선원이 전방에 작은 물체가 보인다고 보고 했습니다!”
그 말에 선장은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에 비친 달빛이나 파도를 잘 못 본거 아닌가? 아니면 고래라던가. 정확한 정황은 확인이 가능한가?”
“아직 불가능 합니다. 처음 제보한 선원이 망원경으로도 파악이 힘들다고 하기에 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선장님께 보고 드리러 온 것이기에…….”
“눈 좋은 녀석 몇 명 데리고 가서 확인해봐. 혹시 난파선일 경우를 대비해서 구조 준비도 생각하고.”
빠르게 명령을 내린 후, 선장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지금 선속(船速)이 몇이지?”
“21 노트 입니다. 속도를 줄일까요?”
그 말에 선장은 잠시 턱을 괴며 잠깐 생각하더니 손사래를 쳤다.
“아니 됐어. 별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일정이 늦어지면 곤란하지. 일단 내가 시킨 대로 하고, 볼일 봐.”
“네!”
부선장은 힘차게 경례를 붙이고는 다시 복도로 뛰어갔다.
“이봐! 문은 닫고 가야지!”
선장이 소리 쳤지만 이미 그는 위층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뛰어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는 혀를 한 번 차고는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가던 와중에, 그의 걸음이 잠깐 멈추었다. 어제부터 받은 빙하지대에 대한 경고 때문이었다. 육지에서 보낸 시간보다 바다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한 사항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고, 빙산쯤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맴돌고 있었다.
“혹시나…….”
그는 벨을 눌러 당번을 부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벨을 누르려던 손으로 방문을 닫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펜을 들었다.
[23시 30분경. 21노트로 항해 중. 선원 한 명이 전방에 장애물인 것 같은 물체를 발견함. 본 함장은 그것이 난파선, 혹은 고래 등을 잘못 본 것이라 판단, 부선장에게 정확한 상황 파악을 명했으며…….]
23시 39분경.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모르는 것. 아마도 그 속에는 태고 때의 물이 얼어있을 것이다. 수면 위로 보이는 것은 고래의 큰 지느러미만 하지만 그 아래엔 육지의 산과 같은 거대한, 상상하기도 두려운 크기의 몸이 잠겨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한 대의 거함이 다가오고 있었다.
23시 40분
배 위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불이 켜지고 선원들의 저주와 기도 소리가 들린다. 배의 키가 용트림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빙산을 기준으로 활처럼 크게 돌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빙산의 날카로운 단검이 배의 측면을 쓰다듬듯이 살짝, 아주 살짝 그었다. 그리고 피가 나는 대신에 바닷물이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포와 죽음의 광시곡이 시작되었다.
23시 58분
“아인!”
마크의 절규가 소란을 뚫고 선실 내에 울려 퍼졌다. 넓고 넓은 선실은 거의 아비규환이었다. 배 밖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들과 커다란 짐을 힘겹게 들고 가는 사람 등등. 하지만 마크가 향하는 곳은 그 반대 방향이었다.
‘젠장, 한 잔만 더 마시고 간다는 게!’
아내와 아이를 먼저 보낸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가 다시 한 번 외쳤다.
“아인! 에이코!”
그의 외침은 소란과 뒤섞이면서 흐려졌지만, 그의 간절함에 부응하듯 저 멀리서 아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빠!”
그들이 머물던 선실 보다 더 안 쪽이다. 마크는 서둘러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고, 그곳에는 아인과 에이코가 있었다. 그는 그녀들을 두 팔로 포옹하면서 말했다.
“다행이야, 오 주님! 감사합니다!”
침착을 되찾은 그가 말했다.
“어서 가자. 밖에 탈출용 보트가 대기 하고 있어.”
그 말에 에이코가 걱정스레 말했다.
“괜찮을 까요? 여기서 구조를 기다리면………”
“안돼! 선원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지금부터 한 두 시간이면 완전히 침몰할 거라고. 그 안에 구조대가 오긴 힘들 거라 생각돼요. 자, 빨리 갑시다!”
그가 보채자 에이코와 아인도 상황의 심각성을 납득한 듯 했다. 결국 그들은 사람들에 섞여서 달리기 시작했다.
쿠웅!
배 밑 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배가 오른 쪽으로 크게 기울어 졌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넘어졌다. 에이코와 아인은 넘어지기 전에 마크가 잡아줬기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마크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한 두 시간도 못 버틸 것 같은데…….”
그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 앞에서 힘겹게 종종걸음을 달리던 어떤 노파가 발이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본 마크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면서 말했다.
“괜찮으세요?”
노파는 힘겹게 부축을 받으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수. 젊은이. 근데 나 같은 늙은이 때문에 시간 지체하는 거 아니우?”
“아닙니다! 비상시에 베푸는 친절이 진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입구까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노파는 손사래를 피면서 말했다.
“난 걱정 마시고 가족들을 챙기시오, 신사양반. 내가 듣기로는……..”
그녀의 말투에 불안함이 묻어났다. 잠깐의 침묵 위에 그녀가 주저하며 말을 끝맺었다.
“구명보트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이다. 어차피 나 같은 늙은이는 타지 못하겠지. 그러니……”
“아닙니다!”
마크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런 것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라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가시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크는 노파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번쩍 들어 입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에이코가 아인에게 속삭였다.
“너네 아빠, 멋있지?”
아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뒤에 처음으로 짓는 웃음이다. 비록 몇 십 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수십 시간과 맞먹는 시간일 것이다. 잠깐을 더 달린 끝에 마침내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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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업뎃이네요.
정신이 없어서리...:)
모두 좋은 한 주 되세요!
화려한 샹들리에에서 나오는 불빛이 크리스털로 된 잔 위에 떨어진다. 최고급 천으로 만든 붉은 양탄자는 여인들의 뾰족한 구두나 사내들의 힘찬 구둣발에도 하나의 구김이나 상처가 없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바쁘게, 그러나 우아하게 움직이는 고용인들은 음식 냄새가 퍼지지 않게 적당히 향수를 뿌리며 다니고 있었고, 만찬 동안 힘찬 연주를 선보인 악사들은 자기들끼리 눈으로 대화를 나누며 느린 전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저녁 만찬이 끝난 회랑에는 큰 웃음보다는 소소한 미소, 그리고 연인들이나 내일 쯤에는 연인이 될 젊은이들의 은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아이젠아워 가족도 있었다.
“아인, 졸리지 않니?”
“괜찮아.”
하지만 작게 하품을 하며 말했기에 아인의 대답은 그리 설득력이 없었다. 에이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10분만 더 있다가 가서 자자. 엄마도 좀 피곤하네.”
아인이 다시 작게 하품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간단한 쿠키와 홍차 등으로 다과를 즐기던 그들 앞으로 어떤 선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성급히 회랑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다른 선원이 그의 교양 없는 걸음걸이를 지적했지만 그는 들리지도 않는 듯 서둘러 조타실로 향했다. 회랑에 있던 몇몇이 불안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대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밤 11시 32분경.
한 선원이 급하게 선장 실을 박차고 들어오며 외쳤다. 조타실에서 당번을 서야 할 부선장이었다. 하루 일과를 적으며 간단하게 술잔을 기울이던 선장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밤 중에 무슨 일이야? 노크도 하지 않고 선장 실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다는 것이겠지? 시 덥잖은 일이면 네 녀석의 엉덩이를 차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죄송합니다, 선장님! 하지만 전방에 장애물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확인을!”
그 말에 선장은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장애물?”
“네! 파수를 보던 선원이 전방에 작은 물체가 보인다고 보고 했습니다!”
그 말에 선장은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에 비친 달빛이나 파도를 잘 못 본거 아닌가? 아니면 고래라던가. 정확한 정황은 확인이 가능한가?”
“아직 불가능 합니다. 처음 제보한 선원이 망원경으로도 파악이 힘들다고 하기에 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선장님께 보고 드리러 온 것이기에…….”
“눈 좋은 녀석 몇 명 데리고 가서 확인해봐. 혹시 난파선일 경우를 대비해서 구조 준비도 생각하고.”
빠르게 명령을 내린 후, 선장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지금 선속(船速)이 몇이지?”
“21 노트 입니다. 속도를 줄일까요?”
그 말에 선장은 잠시 턱을 괴며 잠깐 생각하더니 손사래를 쳤다.
“아니 됐어. 별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일정이 늦어지면 곤란하지. 일단 내가 시킨 대로 하고, 볼일 봐.”
“네!”
부선장은 힘차게 경례를 붙이고는 다시 복도로 뛰어갔다.
“이봐! 문은 닫고 가야지!”
선장이 소리 쳤지만 이미 그는 위층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뛰어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는 혀를 한 번 차고는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쪽으로 걸어가던 와중에, 그의 걸음이 잠깐 멈추었다. 어제부터 받은 빙하지대에 대한 경고 때문이었다. 육지에서 보낸 시간보다 바다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한 사항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고, 빙산쯤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맴돌고 있었다.
“혹시나…….”
그는 벨을 눌러 당번을 부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벨을 누르려던 손으로 방문을 닫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펜을 들었다.
[23시 30분경. 21노트로 항해 중. 선원 한 명이 전방에 장애물인 것 같은 물체를 발견함. 본 함장은 그것이 난파선, 혹은 고래 등을 잘못 본 것이라 판단, 부선장에게 정확한 상황 파악을 명했으며…….]
23시 39분경.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모르는 것. 아마도 그 속에는 태고 때의 물이 얼어있을 것이다. 수면 위로 보이는 것은 고래의 큰 지느러미만 하지만 그 아래엔 육지의 산과 같은 거대한, 상상하기도 두려운 크기의 몸이 잠겨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한 대의 거함이 다가오고 있었다.
23시 40분
배 위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불이 켜지고 선원들의 저주와 기도 소리가 들린다. 배의 키가 용트림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빙산을 기준으로 활처럼 크게 돌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빙산의 날카로운 단검이 배의 측면을 쓰다듬듯이 살짝, 아주 살짝 그었다. 그리고 피가 나는 대신에 바닷물이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포와 죽음의 광시곡이 시작되었다.
23시 58분
“아인!”
마크의 절규가 소란을 뚫고 선실 내에 울려 퍼졌다. 넓고 넓은 선실은 거의 아비규환이었다. 배 밖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들과 커다란 짐을 힘겹게 들고 가는 사람 등등. 하지만 마크가 향하는 곳은 그 반대 방향이었다.
‘젠장, 한 잔만 더 마시고 간다는 게!’
아내와 아이를 먼저 보낸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가 다시 한 번 외쳤다.
“아인! 에이코!”
그의 외침은 소란과 뒤섞이면서 흐려졌지만, 그의 간절함에 부응하듯 저 멀리서 아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빠!”
그들이 머물던 선실 보다 더 안 쪽이다. 마크는 서둘러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고, 그곳에는 아인과 에이코가 있었다. 그는 그녀들을 두 팔로 포옹하면서 말했다.
“다행이야, 오 주님! 감사합니다!”
침착을 되찾은 그가 말했다.
“어서 가자. 밖에 탈출용 보트가 대기 하고 있어.”
그 말에 에이코가 걱정스레 말했다.
“괜찮을 까요? 여기서 구조를 기다리면………”
“안돼! 선원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지금부터 한 두 시간이면 완전히 침몰할 거라고. 그 안에 구조대가 오긴 힘들 거라 생각돼요. 자, 빨리 갑시다!”
그가 보채자 에이코와 아인도 상황의 심각성을 납득한 듯 했다. 결국 그들은 사람들에 섞여서 달리기 시작했다.
쿠웅!
배 밑 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배가 오른 쪽으로 크게 기울어 졌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넘어졌다. 에이코와 아인은 넘어지기 전에 마크가 잡아줬기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마크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한 두 시간도 못 버틸 것 같은데…….”
그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 앞에서 힘겹게 종종걸음을 달리던 어떤 노파가 발이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본 마크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면서 말했다.
“괜찮으세요?”
노파는 힘겹게 부축을 받으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수. 젊은이. 근데 나 같은 늙은이 때문에 시간 지체하는 거 아니우?”
“아닙니다! 비상시에 베푸는 친절이 진정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입구까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노파는 손사래를 피면서 말했다.
“난 걱정 마시고 가족들을 챙기시오, 신사양반. 내가 듣기로는……..”
그녀의 말투에 불안함이 묻어났다. 잠깐의 침묵 위에 그녀가 주저하며 말을 끝맺었다.
“구명보트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이다. 어차피 나 같은 늙은이는 타지 못하겠지. 그러니……”
“아닙니다!”
마크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런 것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라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가시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크는 노파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번쩍 들어 입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에이코가 아인에게 속삭였다.
“너네 아빠, 멋있지?”
아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 뒤에 처음으로 짓는 웃음이다. 비록 몇 십 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수십 시간과 맞먹는 시간일 것이다. 잠깐을 더 달린 끝에 마침내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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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업뎃이네요.
정신이 없어서리...:)
모두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