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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17:23

아인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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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에리아는 배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배 위에서 사과주스를 마시며 엄마와 즐겁게 이야기 하는 아인을 보고 있었다. 간편해 보이는 노란색 원피스에 비슷한 색의 챙 모자를 썼기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행복하다는 것은 얼핏 봐도 알 수 있다.

세 명의 가족은 배의 수 많은 갑판 중 하나에 놓인 레저용 긴 의자 위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랑 아빠가 만난 거야?”
“응. 그리고 그 다음 날 바로 네 아버지가 청혼하고, 두 달 뒤에 결혼하게 된 거지. 그때 네 아버지가 외할아버지한테 울고 불고 비는 모습을 봤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코쟁이는 안 된다고 하시는 네 외할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거의 매일을 엄마 집 앞에서 빌었단다.”
“정말?”
“응. 아까 말해줬듯이 아버지가 매일 같이 꽃을 주면서 결혼하자고 조르는데…….”

에리아는 아쉬웠다. 누군가의 연애담보다 재미있는 것이 없는데. 하지만 그녀로서도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알지 못했기에 다음을 기약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사실 모녀는 알지 못했지만 배 위의 유일한 동양인인 그녀는 수많은 이들의 지적, 혹은 다른 종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호기심들은 그들 옆에서 난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건장한 한 남자에 의해 피어난 지 몇 초 만에 폐기처분 되고 있었다. 파이프에 담배 잎을 채우던 마크가 질문했다.

“그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니?”

아인이 짓궂게 대답한다.

“응!”

다시 한 번 터지는 웃음꽃. 그리고 그들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엄마 어제 해주던 이야기 계속 해줘.”
“아,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
“홈즈가 말 발자국에서 흔적을 찾으려고 했을 때까지.”

에이코가 기억이 났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까지 아인의 답은 뭐였지?”
“범인은 스트레이커야. 한 밤 중에 개가 짖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았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먼저 홈즈가 무엇을 찾았는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내 생각엔 네 주장엔 너무나 가정이 많아. 하나만 삐걱해도 다 틀어져 버리지 않을까? 모든 상황을 장기판 위에서 봐보자꾸나. ”

아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다시 이야기와 토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인의 시선에서 에이코는 정말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여러 나라의 역사, 고유의 물건과 문학 등 아인의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특히 장기판 위에서 보자는 말은 에이코의 입버릇과도 같았는데, 그 말이 나올 때면 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집어서 말하고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에리아는 어제부터 하던 깊은 고민을 계속했다. 과연 저 소녀를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 저 아이가 가질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가혹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 옮을까? 저 아이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소녀의 빈 공간은 어떻게 채워야 하는 걸까?

그때 아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앗, 저기!”

아인의 손가락이 자신을 가리켰을 때, 그리고 그에 따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 졌을 때, 에리아는 정말 간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에 이어 마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바트로스 구나.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멀리 나는 새 중에 하나지. 이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새인데 용케 여기까지 왔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헛웃음 혹은 탄성을 지르며 신천옹을 구경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는 거대한 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바람을 타는 듯이 흔들리는 날개 끝은 마치 바람을 느끼는 듯 하다. 곧게 뻗은 부리와 상대적으로 작은 머리는 배에 관심도 두지 않은 채 먼 곳만을 응시하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그 생물을 구경하던 에리아는 문득 한심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날 볼 수 없을 텐데, 괜히 혼자 긴장해서는……’

거대한, 한 쌍의 날이 선 검과 같은 날개를 펴고 대양 위를 유유히 활강하는 새하얀 신천옹을 시선에서 지우며 에리아는 자신이 문득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런 감정은 다시는 느끼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득 자신이 예전에 사귀었던, 그러나 지금은 칩거 중이어서 수 백 년 간 거의 보지 못했던 이와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추억들. 하지만 왜 하필 지금 나오기 시작하는 거지? 에리아는 정신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쏟아지기 시작한 추억 방울들은 닫힌 문을 열고 걷잡을 수 없이 그녀의 눈 앞에 떨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잊은 줄 알았던 대화들. 같이 보낸 시간들. 결국 그녀는 잠시나마 그 추억을 즐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아인에 대한 고민도, 지금의 엿 같은 상황도 잠시나마 보류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하지만 그녀의 예상을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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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잘렸네요
그래도 다음 화 분량은 길기에 ㅎㅎ

모두 즐거운 한 해가 되길..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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