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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철컹-
철컹-
살얼음이 낀 바닥,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모두 수갑과 구속구를 착용한채 생기 하나 없는 눈빛으로. 주변의 냉기로 인해 입에서는 입김이 퍼져나오고 저절로 몸이 떨리고 있다. 옆으로는 신화에 나올 법한 신전의 기둥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바닥에 부딪히며 일정한 주기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두 정지."
사람들 옆에 있던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얀 로브를 착용한 그의 등 뒤로는 하얀 깃털이 박힌 날개가 양 옆으로 솟구쳐 있었다.
철컹-
남자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멈춰섰다. 이미 저항할 힘은 전혀 남아있지 않는 듯한 얼굴로 힘없이 복종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라파엘. 물러가봐."
"예."
펄럭-
라파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날개를 펄럭이더니 이내 창공 속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라파엘에게 명령한 남자는 자신의 발 밑에 서 있는 인간들을 내려보았다.
"흠, 어디보자...총 8명이군. 야! 느그들 빨리 한 줄로 서봐."
"..."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명령하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계단 위, 돌을 깎아만든듯한 거대한 의자에 고작 많이 쳐줘봐야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앉아있었다.
"...풋."
그 때 사람들 속에 묻혀있던 한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대략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 건장한 체격에 팔에는 울퉁불퉁한 근육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살아생전, 그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는 얼굴의 긴 흉터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저 따위 꼬마가 신이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
"저런 녀석이 신이면 나는 아주 태양계신이냐?"
"...뭐래?"
"너만 없애면 난 다시 살아날 수 있겠군."
"잘못했다고 빌면 지금은 용서해줄게."
"닥쳐! 꼬맹이!"
탁탁탁-
남자는 신이라고 불리는 아이를 향해 뛰어갔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져갔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남자의 얼굴에는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번져갔다. 저 꼬맹이만 죽이면, 난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내 아내와 내 자식들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 것 하나만이라도...
하지만 그 기쁨은 머지않아 사라졌다.
툭-
데구르르-
한 동그란 물체가 계단을 타고 굴러가 사람들 발 밑에 도달했다. 머리. 아까 달려나간 남자의 머리였다.
칼같은 것으로 잘렸는지 깨끗이 잘려있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속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두려운 눈길로 계단 위를 쳐다보자 아이는 한 손에 피묻은 단검을 들고 매서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쿵-
쿵-
털퍽-!
이윽고 머리와 분리된 남자의 몸도 계단에서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머리를 내려다보자 남자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아직까지도 남아있었다.
"역시나, 이런 건방진 자식들이 꼭 한두명은 있어요."
덜덜덜
사람들은 떨기 시작했다. 저것이 신이라는 존재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라파엘 이 자식, 영혼들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이런 애들이 속출하는거야? 맨날 내가 귀찮게 단속해야 되고... 어우 짜증나!"
"..."
뎅그렁-
아이는 단검을 손에서 놓았다. 의자 옆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과 부딪히자 사람들은 움찔했다. 나도 저렇게 죽임을 당할까 겁이 났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저 아이가 신이라는 것을 인정하고는 더 이상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흠, 그럼...대충 정리도 됐고 하니까. 미카엘, 저기 저 있는 서류 좀 줘봐."
"예."
사락사락
종이를 넘기면서 생기는 소리가 광장 안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떨구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있었다.
"음... 라파엘!"
...
"...? 라파엘?!"
...
"이 자식이... 어디로 간거야? 아오, 스팀 차네."
"제가 대신할까요?"
"아, 그래 미카엘. 네가 있었지? 미안한데 저기 저 있는 영혼들 좀 다 라파엘한테 데리고 가. 나머진 그 녀석이 알아서 할거다."
"명령을 이행하겠습니다."
펄럭
뚜벅-
신 옆에 서있던 미카엘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는 날개를 퍼덕이더니 사람들을 향해 내려갔다. 이내 신발이 땅에 닿자 구두소리가 울려퍼졌다.
라파엘과 마찬가지로 등 뒤로 날개가 나 있었는데 다만 머리색은 타는 듯한 사프란색이었고 날개는 영롱한 에메랄드빛을 띠었다.
"그럼 가ㅈ..."
"잠깐만! 그 옆에 있는 그 녀석은 놔두고 가. 재밌는 일이 떠올랐어."
"이 인간말입니까?"
"어, 그래. 그 흑발녀석."
"거기, 당신. 여기 남아주시겠습니까?"
"예."
"자, 그럼 모두 가보실까요?"
철컹-
철컹-
철컹-
미카엘이 앞장서자 뒤따라 사람들이 걷기 시작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족쇄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쇠소리를 내었다. 잠시 후 그 들이 보이지 않자 신이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이...정현우인가?"
"예."
"아까부터 봤는데 너, 두려움이 없더군."
"그런...가요?"
"어디보자...네 사망원인이...헐?"
"..."
"완전 식상하네. '뺑소니 차에 치여 생을 마감함'."
"..."
"생전에 엘리트였나보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걸 보니."
"그랬었죠."
"...크크크. 날 보고 놀라지도 않더니, 말대답도 잘 하네?"
"..."
"좋아. 원래대로라면 널 소멸시켜야 되지만!"
"...?"
"특별히 환생시켜주도록 하지."
"...싫습니다."
"어, 어래? 좋지 않아?"
"환생해서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는건 저한텐 죽는 것보다 싫거든요."
"...그렇군. 음... 그럼 어쩐다? 다시 데려가라고 하면 분명 미카엘은 짜증낼거고..."
"..."
"아! 맞다! 너 출생지가 '지구'라는 이계였었나?"
"예."
"흐흐흐. 좋았어! 결정완료! 이 시간 이후로 넌 인간이다!"
"?!"
"아, 아니. 말이 잘못 나왔네. 인간이 아니라......맞구나..."
'신이라면서 왜 저렇게 띨띨하지?'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말했다가는 아까 그 남자처럼 머리와 몸이 분리되리라, 그렇게 믿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에르니아인이지."
"..."
"자, 그럼 이의있나?"
"...그럼 전 어떻게 되는겁니까?"
"그렇게 인상 찌푸리지 말아. 지구가 아니라 '에르니아'라는 세계에서 다시 환생하게 될거다. 뭐, 알려줘봤자 까먹을테지만 말이야."
"..."
"그럼, 환생 의식을 시작하지."
"..."
스윽-
우우웅-
신이 손을 들자 현우의 발 밑에서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려진 마법진은 빛을 발산하더니 현우를 감쌌다.
"나,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노니 지금 이 영혼은 다시 재탄생할지어다."
슈르륵-
빛은 현우를 감싸면서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알 모양으로 변화했다. 허공에서 떨어지는 알을 보고는 한 천사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레미엘. 지금까지 들었으니 알테지?"
"예, 예."
펄럭-
레미엘이라는 남자는 알을 들고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정현우라는 지구에서 살던 한 남자아이가 '에르니아'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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