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이 흩날린다. 먹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떨어지는 흐린 검은 빛의,먼지덩어리 같은 것들이 땅에 닿기 무섭게 스르륵 녹아버린다.
검은 눈이 쌓여가고,황토빛 대지가 자취를 감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집밖에 나와 그 색깔에 신기해하며 눈밭에 뒹군다. 쌓일수록 점점더 색깔이 진해져,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눈. 10년 주기로 폴리어스 제국에 내리는 흑설,네이렛이 내리는 날이 었다.
극 소량만 내리던 네이렛이 처음으로 대지를 덮을 만큼 펑펑 내리던 날, 하루에 신생아가 몇백명씩 태어나던 폴리어스 제국에
단 한 명의 신생아, 세멜레가 태어나던 날이었다.
"...바로 15년 전, 세멜레 네가 태어나던 날이 었단다. 난 널 낳는 순간 천사를 낳았는 줄 알았단다.
아버지를 닮은 깊은 푸른빛 눈을 지닌 너지만, 우리의 옅은 갈색 머리칼 대신, 갓난 아기 였을 때는 몰랐건만
지금의 흐린 듯 하면서도 몽환 적인 분위기의 검푸른 머리카락이라니...딱 그 날의 네이렛의 색깔이었어..."
"아 알았으니까 그만 말하고 좀 일좀 하게 냅둬요!"
빼액 소리를 질러 버렸다.
먹고 살기도 바쁜 마당에 식탁을 닦다말고 내가 태어나는 날을 회상하는 엄마의 모습이란...상당히 신경에 거슬린다.
폴리어스 제국에 이런 색의 머리칼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팔불출 아버지도,
그에 동조해 툭하면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태어난 날의 추억에 잠기곤 하는 어머니도,
....상당히 짜증난다.
가끔씩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나도 상당히 재미있어 했을 것이다.
이건 뭐 여관을 하는 우리집은 내가 없으면 벌써 몇년 전에 문 닫았을 거다.
장부며, 손님접대를 떠맡은 나는 정말 힘들게 사는 소녀 가장같은 존재이다.흑흑.
생활고에 찌든 나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며 식탁 닦는 일을 멈춘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줄만큼의 인내심을 찾는다면 그건 죄다.
높이 올려 묶어 두건으로 가린 머리가 흘러내리는 것을 신경질 적으로 머리끈을 잡아채 도로 묶었다.
이 짜증나는 머리따위 결사 반대하는 엄마아빠만 아니었어도 다른 일하는 여자아이들처럼 짧게 잘라버렸을 거다.
아무튼 나는 새벽부터 그나마 있는 손님들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감자껍질을 벗기고, 야채를 썰어
수프를 끓이고, 둥근 호밀빵을 굽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일어나려면 멀었건만, 미리 준비해 놓는게 버릇인지, 매번 이렇게 먼저 요리를 마치고 숨을 돌리곤 했다.
끼익-
손님이 왔나보다.
저 문도 기름칠을 안해줬더니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군.
오후에 쉴 때 기름칠을 해줘야겠어.
이 새벽부터 들어올 인간이라곤 없는데.
아, 몇명 있지.
막 영지에 들어온 여행자나 용병같은 사람들.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들어온 4명의 사람들은 상당히 '외부인'스러웠다.
상당히 꾀죄죄하고 후드가 달려있는 망토와, 바스타드 소드 및 각종 무기들.
옆에 있는 엄마는 내가 잔소리를 한 후 굳어져서 '내 딸이...사랑스러웠던 내 딸이...'라며 제정신이 아니시다.젠장.
잽싸게 달려가서 손님접대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네이렛 여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무엇을 드시겠습니까?이른 새벽이니 만큼 있는 것은 스프,빵 같은게 있는데.."
"식사보다는 방부터 먼저 줘."
그 손님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바스타드 소드를 든 남자가 내말을 끊고 말했다. 건방진 자식! 손님만 아니었어도 네놈의 얼굴에 한 방
먹였을꺼다!
보통 그 시각에 오면 아무리 피곤해도 다들 밥부터 먹는다고 난리라고! 빈 속에 잘 수없다고 깽판치는 녀석들이 대다순데 말이야.
내가 근 7년간, 8살 코흘리개 부터 닦아온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제 때에 입을 다물었기에 망정이지, 욕을 한바가지 내뱉고
손님을 쫓을 뻔했다.
"네에, 몇인실로 드릴까요?
"일인실 하나랑 삼인실 하나."
"네에,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생글생글 웃으며 이층으로 안내하고는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어깨를 주물렀다.
무려 코흘리개 시절인 8살때 손님접대와 음식 나르는 일을 시작하고,12살엔 장부관리를 시작하고, 14살엔 요리를 시작했다.
정말,이러다가 나 평생 여관일만 하다 죽는 건......헛!아냐! 난 돈좀 모이면 바로 도시로 가서 싸움을 배워 용병생활을 할거라구!
보통 나같은 시골처녀들은 일 좀 하다가 좋은데 시집가면 장땡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아니다.
난 결혼하기 싫다. 엄마는 옛날에는 이웃영지까지 미인으로 알아주는 절세미인,차가움의 대명사,
도도함의 여왕이라고 불렸다고 하지만,어디 한번 보라! 결혼 후, 엄마가 어디까지 망가졌는가!
이루 말할데 없는 팔불출 아빠를 쏙 닮아버리고, 여관은 내팽개친 채로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다니니,정말 꼴보기 싫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그에 비해 여자 용병들은 자유롭게 결혼 같은 것 안해도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유일한 여자들인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전장을 누비면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여관문이 또 한번 열렸다.
...손님들이 아니라 내 코흘리개 동생들, 히나와 다네프이다.
무지 귀엽게 생겨서 주위에선 귀여움도 제법 받지만...나에겐 그저 돈이나 깨먹는 말썽꾸러기들.
대장간 불씨 꺼뜨려 칼값 물어내게 하기, 용병손님의 갑옷 위에 야채수프 엎기, 멀쩡한 의자다리 부러뜨리기...
장난을 치려면 돈나가는 장난이나 치지 말지, 이건 죄다 돈으로 환산되는 장난들이다.
그래서 나에게 자주 얻어맞지만, 도무지 고쳐질 생각을 않는다.
"꺄하하핫!다네프으으~나 잡으면 니가 내 오빠다!!"
"좋아!후회하지나 말라고!!"
....히나,그딴 짓안해도 다네프 니 오빠 맞다.
다네프, 넌 그딴 새머리를 가지고 잘도 살아남았구나.
쨍그랑!
...이녀석들, 또 그릇을 깨먹은거냐.....그것도 무려 영주님이 들르실 때 쓰는 최.고.급. 자기를......
"....이녀석들!나가서 놀지 못해??또 혼나고 싶어??"
"꺄아아악!잘못했어 세멜레 언니!나갈께!"
"누나!미안해!나중에 돈 많이 벌으면 갚을테니까 장부에 달아둬!"
....저놈은 말이라도 못하면.
동생들이 그릇을 깨먹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슬슬 날이 밝아오는 평범한 여관의 아침이었다.
-------------------------------------------------------------------여기서 잘라먹습니다.
무차별적인 비방은 사양이지만,
글을 위해 비평을 남기시는 분들은 고맙게 먹습니다(?).
검은 눈이 쌓여가고,황토빛 대지가 자취를 감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집밖에 나와 그 색깔에 신기해하며 눈밭에 뒹군다. 쌓일수록 점점더 색깔이 진해져,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눈. 10년 주기로 폴리어스 제국에 내리는 흑설,네이렛이 내리는 날이 었다.
극 소량만 내리던 네이렛이 처음으로 대지를 덮을 만큼 펑펑 내리던 날, 하루에 신생아가 몇백명씩 태어나던 폴리어스 제국에
단 한 명의 신생아, 세멜레가 태어나던 날이었다.
"...바로 15년 전, 세멜레 네가 태어나던 날이 었단다. 난 널 낳는 순간 천사를 낳았는 줄 알았단다.
아버지를 닮은 깊은 푸른빛 눈을 지닌 너지만, 우리의 옅은 갈색 머리칼 대신, 갓난 아기 였을 때는 몰랐건만
지금의 흐린 듯 하면서도 몽환 적인 분위기의 검푸른 머리카락이라니...딱 그 날의 네이렛의 색깔이었어..."
"아 알았으니까 그만 말하고 좀 일좀 하게 냅둬요!"
빼액 소리를 질러 버렸다.
먹고 살기도 바쁜 마당에 식탁을 닦다말고 내가 태어나는 날을 회상하는 엄마의 모습이란...상당히 신경에 거슬린다.
폴리어스 제국에 이런 색의 머리칼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팔불출 아버지도,
그에 동조해 툭하면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태어난 날의 추억에 잠기곤 하는 어머니도,
....상당히 짜증난다.
가끔씩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나도 상당히 재미있어 했을 것이다.
이건 뭐 여관을 하는 우리집은 내가 없으면 벌써 몇년 전에 문 닫았을 거다.
장부며, 손님접대를 떠맡은 나는 정말 힘들게 사는 소녀 가장같은 존재이다.흑흑.
생활고에 찌든 나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며 식탁 닦는 일을 멈춘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줄만큼의 인내심을 찾는다면 그건 죄다.
높이 올려 묶어 두건으로 가린 머리가 흘러내리는 것을 신경질 적으로 머리끈을 잡아채 도로 묶었다.
이 짜증나는 머리따위 결사 반대하는 엄마아빠만 아니었어도 다른 일하는 여자아이들처럼 짧게 잘라버렸을 거다.
아무튼 나는 새벽부터 그나마 있는 손님들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감자껍질을 벗기고, 야채를 썰어
수프를 끓이고, 둥근 호밀빵을 굽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일어나려면 멀었건만, 미리 준비해 놓는게 버릇인지, 매번 이렇게 먼저 요리를 마치고 숨을 돌리곤 했다.
끼익-
손님이 왔나보다.
저 문도 기름칠을 안해줬더니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군.
오후에 쉴 때 기름칠을 해줘야겠어.
이 새벽부터 들어올 인간이라곤 없는데.
아, 몇명 있지.
막 영지에 들어온 여행자나 용병같은 사람들.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들어온 4명의 사람들은 상당히 '외부인'스러웠다.
상당히 꾀죄죄하고 후드가 달려있는 망토와, 바스타드 소드 및 각종 무기들.
옆에 있는 엄마는 내가 잔소리를 한 후 굳어져서 '내 딸이...사랑스러웠던 내 딸이...'라며 제정신이 아니시다.젠장.
잽싸게 달려가서 손님접대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네이렛 여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무엇을 드시겠습니까?이른 새벽이니 만큼 있는 것은 스프,빵 같은게 있는데.."
"식사보다는 방부터 먼저 줘."
그 손님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바스타드 소드를 든 남자가 내말을 끊고 말했다. 건방진 자식! 손님만 아니었어도 네놈의 얼굴에 한 방
먹였을꺼다!
보통 그 시각에 오면 아무리 피곤해도 다들 밥부터 먹는다고 난리라고! 빈 속에 잘 수없다고 깽판치는 녀석들이 대다순데 말이야.
내가 근 7년간, 8살 코흘리개 부터 닦아온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제 때에 입을 다물었기에 망정이지, 욕을 한바가지 내뱉고
손님을 쫓을 뻔했다.
"네에, 몇인실로 드릴까요?
"일인실 하나랑 삼인실 하나."
"네에,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생글생글 웃으며 이층으로 안내하고는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어깨를 주물렀다.
무려 코흘리개 시절인 8살때 손님접대와 음식 나르는 일을 시작하고,12살엔 장부관리를 시작하고, 14살엔 요리를 시작했다.
정말,이러다가 나 평생 여관일만 하다 죽는 건......헛!아냐! 난 돈좀 모이면 바로 도시로 가서 싸움을 배워 용병생활을 할거라구!
보통 나같은 시골처녀들은 일 좀 하다가 좋은데 시집가면 장땡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아니다.
난 결혼하기 싫다. 엄마는 옛날에는 이웃영지까지 미인으로 알아주는 절세미인,차가움의 대명사,
도도함의 여왕이라고 불렸다고 하지만,어디 한번 보라! 결혼 후, 엄마가 어디까지 망가졌는가!
이루 말할데 없는 팔불출 아빠를 쏙 닮아버리고, 여관은 내팽개친 채로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다니니,정말 꼴보기 싫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그에 비해 여자 용병들은 자유롭게 결혼 같은 것 안해도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유일한 여자들인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전장을 누비면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여관문이 또 한번 열렸다.
...손님들이 아니라 내 코흘리개 동생들, 히나와 다네프이다.
무지 귀엽게 생겨서 주위에선 귀여움도 제법 받지만...나에겐 그저 돈이나 깨먹는 말썽꾸러기들.
대장간 불씨 꺼뜨려 칼값 물어내게 하기, 용병손님의 갑옷 위에 야채수프 엎기, 멀쩡한 의자다리 부러뜨리기...
장난을 치려면 돈나가는 장난이나 치지 말지, 이건 죄다 돈으로 환산되는 장난들이다.
그래서 나에게 자주 얻어맞지만, 도무지 고쳐질 생각을 않는다.
"꺄하하핫!다네프으으~나 잡으면 니가 내 오빠다!!"
"좋아!후회하지나 말라고!!"
....히나,그딴 짓안해도 다네프 니 오빠 맞다.
다네프, 넌 그딴 새머리를 가지고 잘도 살아남았구나.
쨍그랑!
...이녀석들, 또 그릇을 깨먹은거냐.....그것도 무려 영주님이 들르실 때 쓰는 최.고.급. 자기를......
"....이녀석들!나가서 놀지 못해??또 혼나고 싶어??"
"꺄아아악!잘못했어 세멜레 언니!나갈께!"
"누나!미안해!나중에 돈 많이 벌으면 갚을테니까 장부에 달아둬!"
....저놈은 말이라도 못하면.
동생들이 그릇을 깨먹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슬슬 날이 밝아오는 평범한 여관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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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인 비방은 사양이지만,
글을 위해 비평을 남기시는 분들은 고맙게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