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덜컹 소리가 규칙적으로 나는 지하철 안에서 홀로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입고있던 진청색 교복바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창 밖으로 검은색 시야가 보이고, 옆자리에 아무렇게나 퍼질러져있는 나의 가방을 열어 학생증을 꺼내 보았다.
선명하게 엑스자로 그여있는 빨간선, 강제 퇴학이라며 빨간 펜으로 내 학생증에 거칠게 그어버리고, 나에게 휙 던지며 '당장 이 학교에서 나가!' 라고 외치는 담임의 모습이 아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핸드폰의 전자시계는 오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역은 장산, 장산 역입니다.--]
창문 밖의 시야가 환해지고 어느새 종점에 다다랐다. 퇴학 통보를 받은 내가 집에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었다.
바람새는 소리가 나며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힘없이 전동차를 빠져나왔다.
어쨰서 나는 퇴학통보를 받은것일까? 빌어먹을 교육제도를 소유한 대한민국에서 인문계고교로 진학한 나의 잘못이라곤, 죽도록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그저 공부했을 뿐이다.
왜 일까?
특별히 사고도 친적없는, 조용히,- 어쩌면 존재감 없이- 그렇게 지내던 내가, 왜 강제 퇴학 통보를 받은 것일까?
가끔 인문계로 오면 안되는 아이들이 죄없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잘못을 듬뿍 내주어 나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지만, 나에게는 그런 상황이 적용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아니, 나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전교에서 나를 알아보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심지어, 작년에 같은 반 되었던 아이들까지도, 나를 모른다.
그런 내가 뒤집어 쓸만한 죄는 없다.
뒤집어 씌울만한 아이도 없다.
노숙자 마냥 역의 의자에 누워 있으니, 꼭 진짜 노숙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조용하다.
한가하다. 라고 느끼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항상 무언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인 나의 일상이 확 바뀌게 된 계기는 퇴학.
그리고, 퇴학을 당하게 된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벤치에 누워있던 나에게 다가오는 한 그림자가 무언가를 나에게 건낸다.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 양복에 하얀 넥타이를 맨 그의 모습은 마치 매트릭스의 요원을 떠오르게 한다.
그가 건넨 물건은 누런 봉투, 그리고 다시 그를 올려다 보았을땐, 그는 이미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봉투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몇장의 종이를 꺼내 보았다.
[입학 허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