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서쪽에 있는 초목의 쉼터에서부터 뿜어져온 시원한 바람에는 싱그러운 초목의 향기가 깊게 배여 있었다.
아…좋다…이런걸 뭐라고 해야 할까…그렇지, [싱그러운 바람이 간호와 치유의 여신 카마의 손길과도 같이 내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이런 건 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서야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겠지. 암 그렇고말고.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우릴 시험하시지만 그 시험의 마지막에는 평온을 전해주시는 구려. 후후후…난 정말 대단한 문장가야.
아…그러고 보니까 하른달에서 쫓겨 피한지 12시간정도 지난 건가…젠장,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적어놨던 이야기들을 전부 잃어버렸잖아. 망할 놈의 이스트 한드…쳇, 그렇다고 그 넓은 땅에서 다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잊자, 잊어…슈피치르보다는 저스가 좋긴 좋아. 우파나히 녀석이 종이를 구해 와서 이렇게 적고 있는 것도 물론 좋지만. 뭐, 선택할 부분이 많진 않았지만 일단 물이라도 흐르는 게 어디랴.
자연에 대한 서술, 깨끗하지도 않은 물을 마시는 데도 돈을 내야했던 하른달의 오아시스 도시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에 비해 저스의 자연은 그야말로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있는 별의 평원에서 남쪽으로는 맑은 은하수의 강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싱그러운 초목의 쉼터가 존재하고 있다. 거기다 이맘때엔 동쪽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 초목의 쉼터를 통과해 가기 때문에 산뜻한 향이 나는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이맘때에 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은 별의 평원에 몸을 뉘고 은하수의 강물을 마음껏 들이키며 초목의 쉼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는 것일 것이다.
아…좋다…매일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야이 망할 식충아!”
“이 바보멍청이가! 숙녀보고 그딴 소리 할래?!”
“식충이 주제에 말이 많…으아아아!! 아프잖아 제기랄 죽인다?!”
젠장, 이 목소리는 비야파다랑 팔라시인가?! 하른달에서도 이러더니 이 풍요롭고 축복받은 땅에서도 이 난리를 치는 군…정신 나간 자식들 같으니, 니 녀석들은 이런 자연의 고마움도, 싱그러움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지겹지도 않나? 제기랄, 미치겠군. 어떻게 된 게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지?! 그건 그렇고…왜 점점 다가오는 거냐? 왜 멀어지지도 않고 계속 가까이 오는 거냐!
“이 식충이가 드디어 미쳤구나! 왜 날 잡아먹으려고?!”
“맛도 없는 게 웬 유세?”
“이 자식!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없어졌다 싶더라니!”
“조용히 안하냐!”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어른스럽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대자연을 만끽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어른의 자존심이라는 건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했으니까 화낼 이유는 충분하다!
“야이 망할 놈들아! 니 녀석들에게는 이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이 안 보이느냐?!”
카우보이모자를 잔뜩 구겨 쥐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굉장히 화가 나있었다.
거칠게 자라있는 회색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고 군데군데 손질하지 못한 수염이 덕지덕지 나있는 턱을 하고 있는 그는 짙은 눈썹이 잘생긴 중년의 남자였다.
이목구비는 선명한 편이었지만 얼굴 이곳저곳에 난 상처들이 이목구비를 흐리는 것과 동시에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타버린 피부를 더 더럽히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제외하면 키도 얼굴도 뭐 그럭저럭 괜찮은 중년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옷 입는 센스는 최악이었다.
목에 감긴 검은색 목도리의 끝에는 프릴까지 달려 있었고 그 이상한 목도리와 색을 맞춘 듯한 검은 색 가죽바지의 허리띠엔 이상한 장신구 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최악은 아랫단을 밖으로 뺀 흰색 와이셔츠에 달린 방울이었다.
도무지 주제를 모를 패션. 분명 정신세계에 크나큰 타격을 입고 태어났거나 타격을 입은 이후 변한 게 분명했다.
“뭐야 아저씨. 크악! 이자식이!”
“아으우아으! 우아아우아!”
상황을 설명하자면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남자-비야파다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소녀-팔라시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싸우고 있었고 그걸 중년의 남자-폴로터가 말리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곤 했다. 하지만 20초 정도만 더 지나면 그 폴로터도 싸움에 끼어들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이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 차라리 죽어서 이 땅의 양분이 되어라!”
“뭐, 뭐야 아저씨! 제기랄, 죽여!”
“너나 죽어!”
“니 녀석들이야 말로 죽어라!”
그 한순간에 더블카운터…아니 트리플 카운터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야파다는 폴로터를, 폴로터는 팔라시를, 팔라시는 비야파다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 미묘한 시간을 잡아 서로에게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것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지만(이해를 하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는 그들의 놀이를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정말 평온하구나. 하는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라고 두바카 님이 서술했다.
젠장. 두바카 녀석, 내가 적어 놓은 문서에 장난이나 치긴…가뜩이나 종이도 부족한데 이딴 걸 적어놓으면 어떡하잔 거야.
어쨌든 간에 비야파다 녀석에게 맞아서 기절해있는 동안 저녁이 된 모양이다.
이미 천막 안은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없어 어두컴컴했으니 아마도 저녁이겠지.
유일하게 밤이고 낮이고 평등하게 스며들어오는 공기에는 좋은 냄새가 한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킁킁, 오늘 저녁 메뉴는 쌀이랑 버섯을 넣고 끊인 버섯죽인가? 이스키 녀석이 식사당번이 되면서 메뉴가 점점 검소해져가고 있잖아. 적어도 쿠쿠카나 마키는 이정도로 검소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쳇.
그러고 보니까 초목의 쉼터를 지나면서 한가득 받은 과일은 다 어디에 쓴 거야?! 그러고 보니 밤에 몰래 식료품 수레 근처에서 팔라시 녀석을 봤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때 훔쳐 먹은 건가? 완전히 식충이라니까!
“아으아…아파…”
생각을 멈추자마자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이빨이 안 나간 게 용하다고 해야 하나…아니면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그 우악스러운 녀석에게 맞았으니 뺨은 포기해야겠구나. 싶었지만 어떻게 된 게 잇몸까지 짓눌려 있는 거냐? 왠지 이빨도 흔들리는 것 같고 후우…오늘 저녁이 아무리 먹기 좋은 죽이라고는 하지만 그 뜨거운 게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꼬르르르륵.]
뱃속에서 밥 달라고 요동을 치고 있다…사람의 마음은 언제고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언제나 정직하다. 언제나 본심을 숨길 수 있는 마음에 비해 몸은 짜증날 정도로 정직해서 탈이다. 하아…일단 먹고 볼까…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으니까…
예상대로 밖은 어두컴컴했다. 한낮에 그렇게 쓰러졌으니 몇 시간 동안 잔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지야~혼자서 뭐하노?”
항상 요염한 걸음걸이로 사람을 유혹하듯 걸어오는 여자-마키가 날 보고 아는 체를 했다.
항상 터무니없는 일만 시키는 여자니까 엮이면 좋을 일이 없겠지. 암 그렇고말고.
“도망가는 기가?!”
니가 한 짓이 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우왓, 잡지 마! 잡으면 때린다!
“그라지 말고 오늘 내 의상 어떤지 좀 봐줄랑가?”
“붙지 마.”
“하, 하. 어데갈라꼬?”
꽤 위협적인 목소리로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팔에 팔을 감고 몸을 바짝 붙였다. 흐…가, 가슴이 팔에 닿았다. 크으…이래서는 때리려야 때릴 수도 없잖냐!
솔직히 말해서 니 녀석이 싫을 때가 더 많지만 이럴 때는 정말이지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오늘 의상이 어떤지 말해달라카이.”
“좋네.”
“아지야는 이런 게 좋더라~”
마키에 대한 서술, 마키가 취하는 옷차림은 남자에게 있어 좋고 싫고를 떠나서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눈길이 가는 옷차림이다.
가볍게 터치한 고운 피부와 요염한 얼굴은 살짝 말아 올려 두 개의 비녀로 고정한 검은 머리카락과 잘 어울렸고 들어가야 하는 데는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 데는 어김없이 나온 늘씬한 몸매는 요염한 걸음걸이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달빛들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은장신구들은 흑진주 같은 실크드레스, 검은 색 샌들과 함께 짝을 이루어 그녀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고 있었다.
여자로써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 집합한 것 같았다. 다만 은장신구를 제외하면 죄다 흑색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은이라는 게 독성을 검출한다던…잠깐. 왜 왼손의 반지가 색이 변한거지?! 그 왼손으로 뭘 만진 거냐!
“후후후…얼굴이 발그스름 하노?”
“외, 왼손…”
내가 말하니까 알아차린 거냐?! 그런 이상하단 눈으로 은반지를 보지 마란 말이다!
“별거 아이다. 그냥 쪼까 베였디만 이래 됐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피…맹독이었다.
피부에 닿는 걸로도 내가 죽을 수 있어! 장티푸스균이 넘쳐나는 물을 마시고도, 곰팡이 핀 빵을 먹고도 배탈한번 안 나는 비야파다 녀석도 이 녀석 코피를 뒤집어썼을 땐 몇날 며칠을 앓아누웠었잖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상처를 씻어낸 물은 황무지에 쏟아 부었던 것 같은데?! 왼손 저리 치우지 못해!
“피라도 떨어진 거냐?”
“그걸 떨어졌다고 케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하하…개안타 걱정마라.”
뭐야, 그런 식으로 웃지 마. 등골이 오싹해진단 말이다. 젠장, 가뜩이나 오늘 밤은 잠 못 잘 것 같단 말이다! 그리고 왜 어깨에 올리는 손이 하필이면 왼손인 거냐!
“하하~고마 됐다. 밥이나 묵자. 오늘은 버섯죽이다.”
“왼손 치워줬으면 하는데.”
“깨끗이 씻었다. 개안타카이.”
아니, 전혀 믿을 수 없어. 니가 평소에 하는 짓이라고는 독을 먹이고 해독제를 투여해서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랑 이상한 물질을 바르게 한 다음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 지 확인하는 것이지 않냐?! 그러고 보니…저번에 내 이마에서 자라나던 이상한 식물줄기도 니 녀석 짓이었겠다!
“아지야…살기가 나오는데…”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아니 목소리가…”
“신경 쓰지 말라니까.”
“고, 고마 밥이나 묵자.”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기가 죽어 버린 마키를 보며 내 눈에서 무슨 빛이 보였는지 내가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편해질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울을 수시로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눈빛이 그게 맘대로 지어지는 것도 아니니 뭐, 잊어버리자.
돌 인형 같은 녀석이 퍼주는 죽을 받아가지고 대충 아무 자리에나 앉아 수저도 사용하지 않고 후루룩 마시던 참이었다. 입안이 꽤 쓰렸지만 맛은 뭐 그럭저럭 이었다.
음식에 대한 서술, 이스키 녀석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 만든 죽이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죽은 뱃속을 따뜻하게 해줬고 간단하게 첨가한 듯한 평원의 식용버섯과 몇 가지 나물은 죽의 텁텁하고 늘어지는 맛을 보완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약간 산뜻한 맛이 난다. 아마 초목의 쉼터를 지나면서 얻은 향신료를 첨가한 것이겠지. 내가 아무리 재주가 없다고는 해도 맛에 대해서는 꽤 정확한 혀를 가지고 있으니까 맞겠지.
“히히히~느려, 너무 느려!”
“아우으…니가 너무 빠른 거야.”
“팔에 이상한 돌 같은걸 달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는 넌 다리 이상하게 만들지 마!”
“엄마가 타고난 능력이라고 그랬는걸 뭐~ 히힛.”
가만히 죽이나 마시고 있자니 주변이 떠들썩하게 느껴졌다.
애들이 놀고 있으니 당연한가? 뭐 술래잡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종족에 대한 서술, 팔에 돌이 달렸다니 다리를 이상하게 만든다니 하는 소리는 보통 같으면 이상하게 들릴 소리겠지. 이 이상한 집단에서 두어 시간만 같이 생활하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 말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1세대 혼혈로써 거의 극단적으로 한쪽 종족에 치우쳐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아이들은 2세대 혼혈로써 4가지 계통수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능력체계가 복잡하고 기후나 연령에 따라 능력발현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약간의 관찰 결과 2세대라도 능력이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종족이 있는 모양이다. 사람의 몸에 돌 같은 부분이 섞인 녀석들은 에드리안 계 혼혈, 몸을 이리저리 변형시킬 수 있는 녀석들은 아르센 계 혼혈. 가끔 보기 드문 아퀴로낙 계 혼혈도 눈에 띈다.
인간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이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능력을 쓰는 일은 굉장히 드물며 간혹 놀 때나 일을 할 때 능력을 쓰는 것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머리 빗어줄게”
“고마워~”
“머릿결 좋다…부러워.”
“난 니 머리카락이 더 부러워. 헤헤…”
한쪽에서는 여자애들이 빗을 가지고 서로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었다.
피부가 희고 매끈하게 보이며 머릿결이 유달리 좋아 보이는 쪽은 아퀴로낙 계 혼혈인가? 종족의 특성이라는 건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 분명할 거다. 많은 아퀴로낙들이 노랫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로 바다를 거닐었으니까 분명 수영도, 노래도 잘 하겠지. 그러고 보니 파이프 관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쪽은 이스키의 동생이었던가? 리스벨라 계 혼혈들은 꽤 성격이 천차만별이니 상대하기 힘들어…
이런 걸 보고 샤르벤쥬르 끼리는 끌린다고 해야 하나? 간단한 논리 같지만 우연성이라는 게 부족하다.
“술래잡기하자!”
“소꿉놀이가 더 좋아!”
“가위 바위 보로 승부 낼까?”
“그냥 다르마 언니한테 가서 이야기 듣는 건 어때?”
“글쎄 어떻게 할까?”
아까 전 술래잡기 하던 녀석들이 빗질하던 녀석들이랑 엉겨 붙었다.
나 같으면 시프나랑 초목의 쉼터에서 그 녀석들을 봤을 때부터 샤르벤쥬르 쪽 혈통이랑은 놀지 않을 텐데 말이지. 이러고 보니 나도 참 소인배로군…애들이 부러워 아~동심에 젖어 있고 싶어라…
아, 녀석들이 간다. 다르마를 찾으러 가는 건가? 그 아가씨 이쯤 되면 꽤 바쁘겠군. 애들을 돌본다니…난 상상도 못할 일이지.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서술, 나와 아이들을 포함한 약 5백여 명의 혼혈들로 구성된 집단-방황하는 배는 아무래도 외부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혼혈집단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뭐, 군대에 잠깐 있을 때 알게 된 것이지만 5백 명 이라는 숫자는 별것 아니다. 별동대 하나 구성하고 작은 민병대 하나 구성할 수 있을 정도? 그것도 장정들이 5백 명일 때의 이야기지 우린 절반 이상이 어린애나 여자들이다. 군대를 만든다고 해도 싸울 의지가 없을뿐더러 과자나 장신구 하나에 전부 넘어가 버리겠지.
아무리 평화롭기만 우리들이라고는 해도 명색이 역사상 최대의 혼혈집단이라 불린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들은 우리들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에서 보고 있는 내 눈을 빌려 말하자면 그런 험악한 것들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밖엔 없지만. 인간들의 선입견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고 또 집단의식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뭐, 그런 오해를 풀고자 내가 글을 쓰는 것이지만. 음 맛있다.
이스키 녀석,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은근히 요리 실력이 좋단 말이지.
서쪽에 있는 초목의 쉼터에서부터 뿜어져온 시원한 바람에는 싱그러운 초목의 향기가 깊게 배여 있었다.
아…좋다…이런걸 뭐라고 해야 할까…그렇지, [싱그러운 바람이 간호와 치유의 여신 카마의 손길과도 같이 내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이런 건 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서야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겠지. 암 그렇고말고.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우릴 시험하시지만 그 시험의 마지막에는 평온을 전해주시는 구려. 후후후…난 정말 대단한 문장가야.
아…그러고 보니까 하른달에서 쫓겨 피한지 12시간정도 지난 건가…젠장,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적어놨던 이야기들을 전부 잃어버렸잖아. 망할 놈의 이스트 한드…쳇, 그렇다고 그 넓은 땅에서 다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잊자, 잊어…슈피치르보다는 저스가 좋긴 좋아. 우파나히 녀석이 종이를 구해 와서 이렇게 적고 있는 것도 물론 좋지만. 뭐, 선택할 부분이 많진 않았지만 일단 물이라도 흐르는 게 어디랴.
자연에 대한 서술, 깨끗하지도 않은 물을 마시는 데도 돈을 내야했던 하른달의 오아시스 도시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에 비해 저스의 자연은 그야말로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있는 별의 평원에서 남쪽으로는 맑은 은하수의 강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싱그러운 초목의 쉼터가 존재하고 있다. 거기다 이맘때엔 동쪽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 초목의 쉼터를 통과해 가기 때문에 산뜻한 향이 나는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이맘때에 할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은 별의 평원에 몸을 뉘고 은하수의 강물을 마음껏 들이키며 초목의 쉼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는 것일 것이다.
아…좋다…매일 이런 날씨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야이 망할 식충아!”
“이 바보멍청이가! 숙녀보고 그딴 소리 할래?!”
“식충이 주제에 말이 많…으아아아!! 아프잖아 제기랄 죽인다?!”
젠장, 이 목소리는 비야파다랑 팔라시인가?! 하른달에서도 이러더니 이 풍요롭고 축복받은 땅에서도 이 난리를 치는 군…정신 나간 자식들 같으니, 니 녀석들은 이런 자연의 고마움도, 싱그러움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지겹지도 않나? 제기랄, 미치겠군. 어떻게 된 게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지?! 그건 그렇고…왜 점점 다가오는 거냐? 왜 멀어지지도 않고 계속 가까이 오는 거냐!
“이 식충이가 드디어 미쳤구나! 왜 날 잡아먹으려고?!”
“맛도 없는 게 웬 유세?”
“이 자식!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없어졌다 싶더라니!”
“조용히 안하냐!”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어른스럽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대자연을 만끽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어른의 자존심이라는 건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했으니까 화낼 이유는 충분하다!
“야이 망할 놈들아! 니 녀석들에게는 이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이 안 보이느냐?!”
카우보이모자를 잔뜩 구겨 쥐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굉장히 화가 나있었다.
거칠게 자라있는 회색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고 군데군데 손질하지 못한 수염이 덕지덕지 나있는 턱을 하고 있는 그는 짙은 눈썹이 잘생긴 중년의 남자였다.
이목구비는 선명한 편이었지만 얼굴 이곳저곳에 난 상처들이 이목구비를 흐리는 것과 동시에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타버린 피부를 더 더럽히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제외하면 키도 얼굴도 뭐 그럭저럭 괜찮은 중년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옷 입는 센스는 최악이었다.
목에 감긴 검은색 목도리의 끝에는 프릴까지 달려 있었고 그 이상한 목도리와 색을 맞춘 듯한 검은 색 가죽바지의 허리띠엔 이상한 장신구 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최악은 아랫단을 밖으로 뺀 흰색 와이셔츠에 달린 방울이었다.
도무지 주제를 모를 패션. 분명 정신세계에 크나큰 타격을 입고 태어났거나 타격을 입은 이후 변한 게 분명했다.
“뭐야 아저씨. 크악! 이자식이!”
“아으우아으! 우아아우아!”
상황을 설명하자면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가 않다.
우선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남자-비야파다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소녀-팔라시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싸우고 있었고 그걸 중년의 남자-폴로터가 말리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곤 했다. 하지만 20초 정도만 더 지나면 그 폴로터도 싸움에 끼어들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이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 차라리 죽어서 이 땅의 양분이 되어라!”
“뭐, 뭐야 아저씨! 제기랄, 죽여!”
“너나 죽어!”
“니 녀석들이야 말로 죽어라!”
그 한순간에 더블카운터…아니 트리플 카운터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비야파다는 폴로터를, 폴로터는 팔라시를, 팔라시는 비야파다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 미묘한 시간을 잡아 서로에게 펀치를 날릴 수 있는 것인지 이해조차 되지 않았지만(이해를 하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는 그들의 놀이를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정말 평온하구나. 하는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라고 두바카 님이 서술했다.
젠장. 두바카 녀석, 내가 적어 놓은 문서에 장난이나 치긴…가뜩이나 종이도 부족한데 이딴 걸 적어놓으면 어떡하잔 거야.
어쨌든 간에 비야파다 녀석에게 맞아서 기절해있는 동안 저녁이 된 모양이다.
이미 천막 안은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없어 어두컴컴했으니 아마도 저녁이겠지.
유일하게 밤이고 낮이고 평등하게 스며들어오는 공기에는 좋은 냄새가 한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킁킁, 오늘 저녁 메뉴는 쌀이랑 버섯을 넣고 끊인 버섯죽인가? 이스키 녀석이 식사당번이 되면서 메뉴가 점점 검소해져가고 있잖아. 적어도 쿠쿠카나 마키는 이정도로 검소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쳇.
그러고 보니까 초목의 쉼터를 지나면서 한가득 받은 과일은 다 어디에 쓴 거야?! 그러고 보니 밤에 몰래 식료품 수레 근처에서 팔라시 녀석을 봤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때 훔쳐 먹은 건가? 완전히 식충이라니까!
“아으아…아파…”
생각을 멈추자마자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이빨이 안 나간 게 용하다고 해야 하나…아니면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그 우악스러운 녀석에게 맞았으니 뺨은 포기해야겠구나. 싶었지만 어떻게 된 게 잇몸까지 짓눌려 있는 거냐? 왠지 이빨도 흔들리는 것 같고 후우…오늘 저녁이 아무리 먹기 좋은 죽이라고는 하지만 그 뜨거운 게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꼬르르르륵.]
뱃속에서 밥 달라고 요동을 치고 있다…사람의 마음은 언제고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은 언제나 정직하다. 언제나 본심을 숨길 수 있는 마음에 비해 몸은 짜증날 정도로 정직해서 탈이다. 하아…일단 먹고 볼까…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으니까…
예상대로 밖은 어두컴컴했다. 한낮에 그렇게 쓰러졌으니 몇 시간 동안 잔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지야~혼자서 뭐하노?”
항상 요염한 걸음걸이로 사람을 유혹하듯 걸어오는 여자-마키가 날 보고 아는 체를 했다.
항상 터무니없는 일만 시키는 여자니까 엮이면 좋을 일이 없겠지. 암 그렇고말고.
“도망가는 기가?!”
니가 한 짓이 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우왓, 잡지 마! 잡으면 때린다!
“그라지 말고 오늘 내 의상 어떤지 좀 봐줄랑가?”
“붙지 마.”
“하, 하. 어데갈라꼬?”
꽤 위협적인 목소리로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팔에 팔을 감고 몸을 바짝 붙였다. 흐…가, 가슴이 팔에 닿았다. 크으…이래서는 때리려야 때릴 수도 없잖냐!
솔직히 말해서 니 녀석이 싫을 때가 더 많지만 이럴 때는 정말이지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오늘 의상이 어떤지 말해달라카이.”
“좋네.”
“아지야는 이런 게 좋더라~”
마키에 대한 서술, 마키가 취하는 옷차림은 남자에게 있어 좋고 싫고를 떠나서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눈길이 가는 옷차림이다.
가볍게 터치한 고운 피부와 요염한 얼굴은 살짝 말아 올려 두 개의 비녀로 고정한 검은 머리카락과 잘 어울렸고 들어가야 하는 데는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 데는 어김없이 나온 늘씬한 몸매는 요염한 걸음걸이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달빛들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은장신구들은 흑진주 같은 실크드레스, 검은 색 샌들과 함께 짝을 이루어 그녀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고 있었다.
여자로써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 집합한 것 같았다. 다만 은장신구를 제외하면 죄다 흑색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은이라는 게 독성을 검출한다던…잠깐. 왜 왼손의 반지가 색이 변한거지?! 그 왼손으로 뭘 만진 거냐!
“후후후…얼굴이 발그스름 하노?”
“외, 왼손…”
내가 말하니까 알아차린 거냐?! 그런 이상하단 눈으로 은반지를 보지 마란 말이다!
“별거 아이다. 그냥 쪼까 베였디만 이래 됐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피…맹독이었다.
피부에 닿는 걸로도 내가 죽을 수 있어! 장티푸스균이 넘쳐나는 물을 마시고도, 곰팡이 핀 빵을 먹고도 배탈한번 안 나는 비야파다 녀석도 이 녀석 코피를 뒤집어썼을 땐 몇날 며칠을 앓아누웠었잖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상처를 씻어낸 물은 황무지에 쏟아 부었던 것 같은데?! 왼손 저리 치우지 못해!
“피라도 떨어진 거냐?”
“그걸 떨어졌다고 케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하하…개안타 걱정마라.”
뭐야, 그런 식으로 웃지 마. 등골이 오싹해진단 말이다. 젠장, 가뜩이나 오늘 밤은 잠 못 잘 것 같단 말이다! 그리고 왜 어깨에 올리는 손이 하필이면 왼손인 거냐!
“하하~고마 됐다. 밥이나 묵자. 오늘은 버섯죽이다.”
“왼손 치워줬으면 하는데.”
“깨끗이 씻었다. 개안타카이.”
아니, 전혀 믿을 수 없어. 니가 평소에 하는 짓이라고는 독을 먹이고 해독제를 투여해서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랑 이상한 물질을 바르게 한 다음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 지 확인하는 것이지 않냐?! 그러고 보니…저번에 내 이마에서 자라나던 이상한 식물줄기도 니 녀석 짓이었겠다!
“아지야…살기가 나오는데…”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아니 목소리가…”
“신경 쓰지 말라니까.”
“고, 고마 밥이나 묵자.”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기가 죽어 버린 마키를 보며 내 눈에서 무슨 빛이 보였는지 내가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편해질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울을 수시로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눈빛이 그게 맘대로 지어지는 것도 아니니 뭐, 잊어버리자.
돌 인형 같은 녀석이 퍼주는 죽을 받아가지고 대충 아무 자리에나 앉아 수저도 사용하지 않고 후루룩 마시던 참이었다. 입안이 꽤 쓰렸지만 맛은 뭐 그럭저럭 이었다.
음식에 대한 서술, 이스키 녀석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 만든 죽이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죽은 뱃속을 따뜻하게 해줬고 간단하게 첨가한 듯한 평원의 식용버섯과 몇 가지 나물은 죽의 텁텁하고 늘어지는 맛을 보완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약간 산뜻한 맛이 난다. 아마 초목의 쉼터를 지나면서 얻은 향신료를 첨가한 것이겠지. 내가 아무리 재주가 없다고는 해도 맛에 대해서는 꽤 정확한 혀를 가지고 있으니까 맞겠지.
“히히히~느려, 너무 느려!”
“아우으…니가 너무 빠른 거야.”
“팔에 이상한 돌 같은걸 달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는 넌 다리 이상하게 만들지 마!”
“엄마가 타고난 능력이라고 그랬는걸 뭐~ 히힛.”
가만히 죽이나 마시고 있자니 주변이 떠들썩하게 느껴졌다.
애들이 놀고 있으니 당연한가? 뭐 술래잡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종족에 대한 서술, 팔에 돌이 달렸다니 다리를 이상하게 만든다니 하는 소리는 보통 같으면 이상하게 들릴 소리겠지. 이 이상한 집단에서 두어 시간만 같이 생활하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 말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1세대 혼혈로써 거의 극단적으로 한쪽 종족에 치우쳐진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아이들은 2세대 혼혈로써 4가지 계통수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능력체계가 복잡하고 기후나 연령에 따라 능력발현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약간의 관찰 결과 2세대라도 능력이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종족이 있는 모양이다. 사람의 몸에 돌 같은 부분이 섞인 녀석들은 에드리안 계 혼혈, 몸을 이리저리 변형시킬 수 있는 녀석들은 아르센 계 혼혈. 가끔 보기 드문 아퀴로낙 계 혼혈도 눈에 띈다.
인간들의 염려와는 다르게 이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능력을 쓰는 일은 굉장히 드물며 간혹 놀 때나 일을 할 때 능력을 쓰는 것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머리 빗어줄게”
“고마워~”
“머릿결 좋다…부러워.”
“난 니 머리카락이 더 부러워. 헤헤…”
한쪽에서는 여자애들이 빗을 가지고 서로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었다.
피부가 희고 매끈하게 보이며 머릿결이 유달리 좋아 보이는 쪽은 아퀴로낙 계 혼혈인가? 종족의 특성이라는 건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 분명할 거다. 많은 아퀴로낙들이 노랫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로 바다를 거닐었으니까 분명 수영도, 노래도 잘 하겠지. 그러고 보니 파이프 관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쪽은 이스키의 동생이었던가? 리스벨라 계 혼혈들은 꽤 성격이 천차만별이니 상대하기 힘들어…
이런 걸 보고 샤르벤쥬르 끼리는 끌린다고 해야 하나? 간단한 논리 같지만 우연성이라는 게 부족하다.
“술래잡기하자!”
“소꿉놀이가 더 좋아!”
“가위 바위 보로 승부 낼까?”
“그냥 다르마 언니한테 가서 이야기 듣는 건 어때?”
“글쎄 어떻게 할까?”
아까 전 술래잡기 하던 녀석들이 빗질하던 녀석들이랑 엉겨 붙었다.
나 같으면 시프나랑 초목의 쉼터에서 그 녀석들을 봤을 때부터 샤르벤쥬르 쪽 혈통이랑은 놀지 않을 텐데 말이지. 이러고 보니 나도 참 소인배로군…애들이 부러워 아~동심에 젖어 있고 싶어라…
아, 녀석들이 간다. 다르마를 찾으러 가는 건가? 그 아가씨 이쯤 되면 꽤 바쁘겠군. 애들을 돌본다니…난 상상도 못할 일이지.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서술, 나와 아이들을 포함한 약 5백여 명의 혼혈들로 구성된 집단-방황하는 배는 아무래도 외부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혼혈집단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뭐, 군대에 잠깐 있을 때 알게 된 것이지만 5백 명 이라는 숫자는 별것 아니다. 별동대 하나 구성하고 작은 민병대 하나 구성할 수 있을 정도? 그것도 장정들이 5백 명일 때의 이야기지 우린 절반 이상이 어린애나 여자들이다. 군대를 만든다고 해도 싸울 의지가 없을뿐더러 과자나 장신구 하나에 전부 넘어가 버리겠지.
아무리 평화롭기만 우리들이라고는 해도 명색이 역사상 최대의 혼혈집단이라 불린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들은 우리들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에서 보고 있는 내 눈을 빌려 말하자면 그런 험악한 것들이랑은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밖엔 없지만. 인간들의 선입견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고 또 집단의식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뭐, 그런 오해를 풀고자 내가 글을 쓰는 것이지만. 음 맛있다.
이스키 녀석,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은근히 요리 실력이 좋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