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피를 빠는 자, 라미아(Lamia), 점장이로서 다비나토르(Divinator), 솔틸레구스(Soltiegus), 빗자루나 지팡이를 타고 하늘을 나는 바크나리아(Bacnavia)。〕
「엄마, 아빠 - 날 두고 가지 마세요!」
「저 인간의 탈을 쓴 마녀들을 처단하랏!!」
「까 - 악!」
10년 전, 마녀라는 마녀는 다 무참히 일반민간들에게 화형 당했다.
각광받지 못한 시대의 그들은 ‘마녀’라는 이름 아래 처단 되었다.
그리고, White witch 계열의 그녀. 실루에라 프리스너.
그녀의 부모님들도 Back witch 계열로 오인 받아 살해당했다.
물론, 처단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오늘도 10년 전의 긴 악몽에 시달리며 잠에게 깨어났다.
‘언제쯤 벗어날 수 있으려나...휴.’
긴 한 숨을 내쉬며 실루에라는 방을 나섰다.
터벅. 터벅.
쿵!
“아얏! 어, 언니. 언제 일..어났어?!”
“방금...!! 그런데 넌, 아침부터 어딜 쏘다니다 온 거야?!”
“에헤헤, 그게 말이야...언니. 바람 좀 쐬러..”
그녀가 말끝을 흐리자 실루에라는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치맛자락이 반쯤 젖은 채, 실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실루에라의 하나 밖에 없는 사랑스런 여동생, 앨리스 프리스너.
“너, 또!”
“헤 - 헤.”
더 이상의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는 그녀는 인적 드문 숲에 탑을 하나 발견했다.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이라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발견한 보금자리 였지만 이에 대해 떠도는 소문은 썩 좋지 않았다.
인간의 피와 살을 능욕하는 「마녀의 탑」。
그런데 그녀의 동생은 언니의 마음도 모른 채, 언제 부터인가 자신들을 멸시하는 인간의 아이를 만나고 있었다.
「오늘 저녁, 마녀의 탑 근처 호숫가에서 기다릴게.
―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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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첨벙.
어린애마냥 신이 난 듯 그녀는 바위에 걸터앉아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예감에 앨리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리고 멀리서 호숫가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진동했다.
“루이...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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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모든 걸 털어 놓아야 한다는 결심이 선 그는 창문을 통해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새벽마다 해오던 것이라 그런지 이젠 긴장도 되지 않았다.
‘이제 저 경비만 뚫으면...!’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 루이 왕자?!”
“아, 아바마마!!”
눈앞이 캄캄해지고 식은땀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든 벗어나야만 했던 그는 뒷걸음질을 치며 여기가 정원이라는 사실을 이용했다.
“어두운 시각에 무슨 일로 나오셨습니까, 아바마마?”
“바람이 시원해서 참 좋구나 -
왕자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느냐?”
“저..저는 검술연습을...”
딱히 떠오르는 대로 일렀지만 그의 손에는 검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노심초사를 방불케 하는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노성이 일갈(一喝)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왕자가 이리도 어리석을 줄이야..
세틴 경, 왕자를 감금시키고 날 따라오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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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의 문장은 분명..!
소문으로만 듣던 루나티아 왕국을 뜻하는 수호문장이었다.
“루이 왕자를 홀린 저 가증스런 마녀를 잡아들여랏!”
그들이 자신을 잡으라니.. 자신의 정체를 알다니... 그녀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그럴 리가 없어! 루이, 루이 오빠가...아니얏 -!’
그녀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절규했다.
***** *****
쨍그랑 -
마시던 차에 앨리스가 수면제를 탔다는 걸 모른 채. 몇 모금을 마시고 졸던 그녀는 잠에 어려 손에 감각이 없어지자 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런. 내가..졸았었나?!”
혼미해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던 앨리스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얘가 또?!’
그녀는 안 좋은 예감에 불안감을 밀어내며 탑의 꼭대기로 향했다.
헉..헉.
숲 안의 모든 것이 보이는 꼭대기에선 작은 불빛들이 보였다.
“웬 횃불들이지...!! 서..설마?”
그녀의 불안한 예상은 적중했다. 탑 꼭대기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그들은 그녀의 동생을 나무에 묶어 두었다.
“썩 나오지 못할까! 이 저주스런 마녀 -
나오지 않으면 이 계집을 처단하겠다!!”
당장이라도 횃불을 나무에 지져버릴 태세로 그녀에게 협박했다. 그녀는 조급해진 마음에 부모님들이 쓰시던 빗자루를 타고 내려왔다.
“자, 내려왔다. 이제 뭘 어쩔 거지?”
“여..역시나 마녀의 탑의 소문이 진짜였군!
이 요사스러운 것들, 불을 붙여랏 -!”
말 떨어지기 무섭게 그들은 앨리스를 묶어 놓은 나무에 다량의 횃불을 집어 던졌다. 불씨는 금새 그녀를 덮쳤다.
“뭐, 뭐하는 짓이냐!
이..이 빌어먹을 것들이...!”
“어, 언니. 사..살려줘... 뜨, 뜨거워..언니!”
그녀는 타오르는 불씨들을 끄기 위해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려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미 겁을 상실한 불씨들은 바람들을 상쇄시켰다.
불씨에 다가가지 않는 이상, 꺼지지 않는 불꽃을 향해 그녀는 달려들었다.
“멈춰랏 - 네 년은 저 계집이랑 같이 불태우지 않겠다!
나중에 천천히 마을에서 모두가 보는 가운데서 태워주마, 큭큭큭.”
“어..언니. 까- 아악!”
그녀는 앨리스의 몸서리치는 비명에 어금니를 깨물며 자신과 그들에게 분노했다.
‘용서못해, 용서못해 -
잘못 없는 내 여동생을..잘못 없는 우리들을...
밉다, 밉다. 저들이..인간들이 미치도록 밉다!!’
그녀의 분노에 반응하듯 누군가 응답했다.
「그대인가, 그대가 나를 불렀느나?」
어둠에 휩싸인 광기(狂氣)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
「분노에 가득찬 어리석은 마녀여,
칠흑의 왕, 뜻의 아래 존재하는 나,
흑무녀 카밀라에게 무엇을 바라느냐?」
카밀라의 음성은 이미 그녀의 뇌리에 박힌 채 그녀를 어둠의 구렁텅이로 이끌었다.
「나에게..나에게 저들을 섬멸(殲滅)할 힘을 주십시오!」
「힘이라... 그러면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
「무엇이든.. 하다못해 저의 생명이라도!!」
이미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을 잃어버린 마당에 그녀는 복수에 온 힘을 기울였다.
「좋다 - 그대가 원한다면...
이로써, 너의 생명은 나의 것이다. 후후후.」
카밀라의 비웃음 뒤로 그녀에게서 환청은 멀어져갔다.
“웬 안개지!
거기 아무도 없느냐? 셀틴 경!!”
갑자기 그들의 주위로 짙은 안개가 발생하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마녀의 짓이다 -
당, 당장 그 마녀를 죽여랏!”
그녀는 이미 없었다.
그녀의 성스러운 영혼은 흑무녀 카밀라가 가져가버린 이상 탑에 떠돌게 된 채 남아있는 흑념(黑念)의 령(令)만이 사념으로 탑에 봉해져 있던 부모님의 유품을 일으켰다.
사념(邪念)으로 일그러진 일루젼 스톤(Illusion stone)。
일루젼 스톤의 검은 빛으로 안개는 점점 짙어져 갔다. 그리고 그들은 안개에 휩싸인 채 환상에 시달려갔다.
“모, 몬스터닷 - 으악!”
“뭐..뭣들 하느냐, 죽여랏!!”
오로지 서로를 몬스터로 직시한 채 무자비한 살생이 그들을 덮쳤다.
「큭큭큭. 모두, 죽여라- 모두!
내 동생을 사지로 내몬 인간들이여,
우리들을 두려워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여기가 너희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사랑스런 나의 여동생, 앨리스여...
이것으로 이 언니를 용서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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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설명 합니다...
*마녀의 3등급
1) Back 계열 : 남에게 해를 끼치는데 강력하지만, 절대 돕지 않는다.
2) Gary 계열 : 남에게 해를 끼칠 수도 또 도와 줄 수도 있다.
3) White 계열 : 도와 줄 순 있지만 절대 남에게 해를 끼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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