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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미국.

그 누구도 상상못 할 슬픔과 절망의 시련이 그에게 주어졌고 그의 소중한 그녀를 빼앗아가버렸다...

이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점 티 없는 푸르른하늘과 상쾌히 부는 바람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알렌은~ 울보 공주래요~ 얼레리 꼴레리~~」
「아...아니야, 훌쩍 훌쩍 - 」

알렌이 부정 할수록 마을 아이들 중 대장처럼 보이는 ‘톰’이라는소년이 더욱 즐거워했다.

「아니라면서 왜 훌쩍거려~ 그러니까 울보공주지~」
「울보공주~ 울보공주래요~」
「아니야..훌쩍 아니 훌쩍란 말야 -!」

그러자 갑자기 톰들은 뒤로 조금씩 내빼었다. 그는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갑자기 화를 내서 놀라 물려서는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라 구세주가 나타난 것이었다.

「우리오빠, 왜 또 괴롭히는 거야!
   한 번 더 그러면 내 주먹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했지!!」

그의 둘도 없는 사랑스런 여동생 세레나.

그녀가 새끼 호랑이처럼  으르렁 거리자, 1차적으로 당해보았던 아이들은 발등에 불 떨어지듯 도망가 버렸다.

「오빠, 괜찮아?」

그녀의 다정스런 말에 그는 딸국질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동생밖에 없다니깐―
그리고 이어 세레나가 저번과 마찬가지로 위로해 줄 줄 알았는데 달리 야단을 치는 게 아닌가?

「오빠, 제발 그만 징징짜! 언제까지 이럴 거야?!
   오빤 말야... 웅.. 반대로 날 지켜줘야 하는거라구 -!」

그녀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기에 대꾸 할 수도 없었고 우는데 지쳐서 대꾸 할 힘도 없었다,

「...알았어.. 노력해볼게.」

이 단 한마디에 세레나는 히죽거리더니 그의 손을 잡아 당겼다.

「오빠, 우리 둘만의 비밀장소로 놀러가자 -!」

그는 그녀의 팔에 이끌려 둘만이 아는 화원으로 향했다. 둘이서 정성스레 가꾸어 온 만큼 화원의 꽃들은 다양색색으로 만발했다. 아직 알렌들이 어려서 그런지 이름 모를 꽃들도 많았다. 그리고 알렌들은 그 꽃들에 파묻혀 나른한 오후를 보내었는데..

쿵 ―
저..저게 뭐지!

거대한 몸집에 이상하게 생긴 괴물이 몸이 찢기는 듯 한 살기를 뿜으며 세레나 쪽으로 다가왔다. 그 괴물은 거대한 손으로 세레나를 움켜잡았다.

「오..오빠. 수..숨막혀... 사, 살려줘 -」

세레나는 숨 넘어 갈 듯 소리로 외쳐댔다. 세레나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그의 몸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레나를.. 내 사랑스런 동생 세레나를... 구해야 하는데-
  난 바보야!’

여동생이 오빠를 진정으로 필요로 할 때,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다니 절로 한심스러웠다.
이 때, 그녀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오로라가 일렁거렸다.
그러자 세레나는 더욱 더 괴로워했다.

「오..오빠..아!」

그의 심장은 빠르게 고동쳤다.
이대론 세레나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의 눈엔 핏발이 서며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 상태가 되었다. 오로지 저 괴물 녀석을 물리치고 세레나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만이 알렌의 뇌리 속에 꽂혔다. 그는 주위의 나뭇가지를 들고 겁을 상실한 채, 괴물 녀석에게 돌진했다.

「햐 - 압!」

그리고 ―

머리에 아리는 통증이 나고 붉은 액체가 흘려 내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는 물러 설 수 없었다. 그는 쓰러지고 일어서고 여러 번을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다.
절 · 대 · 로!!

그러나 그의 끈질긴 집념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그가 열심히 공격하는 사이에도 그 괴물 녀석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괴물 녀석은 흡족한 미소를 짓더니, 세레나를 헌 신 짝 보 듯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세레나!」

그는 흥분 된 상태로 다급히 세레나의 가슴에 귀를 대어 보았다.

‘시..심장이... 뛰지 않아!! 시..심장이!’

그는 피와 눈물범벅이 되어 울부짖었다.

「아..안돼! 이, 이럴 순 없어!! 세레나 ―!」

그 괴물 녀석은  손 위에 하얀 둥근 공을 띄워보며 음흉한 미소를 자아냈다.
저것이 뭔지 그는 몰랐지만 필히 세레나의 죽음과 관련 된 것이다!
그래서 계속 세레나의 죽음에 슬퍼 할 수 없었다.
저것을 뺏으면 세레나를 살릴 수 있다!

그는 피로 얼룩지고 찌들린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무작정 돌진하는데 뭔지 모를 강렬한 빛이 그의 눈을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크아악 - 이..이놈의 신 쪼가리가― 으악!」

괴물 녀석의 신음소리가?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 괴물 녀석이 말까지 한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겠지만 그럴 틈도 없었다. 강렬한 빛이 조금씩 옅어지자 괴물 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웬 케케묵은 냄새만 날 뿐.

괴물 녀석이 말한 신 쪼가리, 아니 신은 허공에 떠 있던 하얀 공을 들었다.

‘이번엔 저 녀석이 세레나를 구할 마지막 희망을 빼돌린 셈인가!’

신이라는 녀석은 그 괴물녀석보다도 위압감이 더욱 만만치 않았지만 이대론 희망을 잃어버릴 수 없던 알렌이었다.
그래서는 그는 당돌히 맞섰다.

「그, 그거 돌려줘!」

하지만 그 신 녀석은 곧이곧대로 씹어버리곤 하얀 공을 꽃 형상의 크리스탈 7개로 나누어 넣어버렸다.

「무슨 짓이야!」

알렌은 흥분하며 노발대발 거렸지만 신은 눈 하나 꿈쩍거리지 않고 이 한 마디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이 성스러운 영혼을 당신들과 다른 차원의 세계의 혼돈의 매개체.
   당신이 이것을 꼭 가져야 한다면 이 매개체와 관련된 자로 선택
   되시길...」

의문만 남긴 채 여동생은 그의 앞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동생을 구하지 못한 자책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 일을 매일 악몽으로 시달리며 1년간 공백으로 기억이 분열되어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그 기억이 살아날지도 모른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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