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들을 그린다면...>
시계 바늘이 느렸다.
한 시간, 삼 분, 이십 일 초 느렸다.
하지만 시계가 느려진 만큼,
그대의 세계가 나를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은 우리의 시간은
처음도 끝도 모른 채로 활보한다,
처서(處暑)의 황량한 햇빛보다도 눈부시도록...
우리의 인생의 끝자락이 쓸어가버린 뒤에도,
나는 사구(砂丘)에서 한 줌씩 흘러내리는 모래알이 되어
천천히 또다른 언덕을 쌓아갈 것이다.
야생동물의 작은 습성처럼 남아있는 나의 회한이 지나고 나면,
언젠간 우리도 시간을 거스르는 연어가 될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그 땐, 시계 바늘을 뒤로 감아버리곤 한다.
덧) 새로 가입한 동시에 올렸습니다. 그냥 습작으로 끄적인 시에요. ^^)
자주 시나 수필 같은 걸 올리도록 할게요~